- junk paradise
- 라운지
- 자유게시판
글 수 1,868
리체님의 캔디 캔디 영화 포스터를 보고 생각나서 올립니다.
... 퍼왔습니다. 출처는 러브 피스트 입니다. (일단 제가 퍼 온 곳은)
들장미소녀 캔디와 여자나이 (2004-06-28)
여자치고 소녀시대에 만화주인공에 가슴 설레 보지 않은 여자는 드물 테다. 이 ‘소녀들 가슴 설레게 하기’ 부문에서 가장 많은 세대에게 장기독재집권을 이뤄낸 베스트 어워드의 순정만화는 단연 ‘들장미 소녀 캔디’가 틀림없다.
여주인공은 한 명이나 그녀에게 꽂히는 사랑의 작대기는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지, 안소니, 테리우스, 앨버트, 스테아, 아치(심지어는 심술쟁이 니일까지도 캔디를 별장으로 불러내 강제 구애를 시도!)… 나열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니 두말 하여 무엇하랴.
다종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 남성캐릭터들을 죄다 거머쥔 마성의 여자, 캔디스 화이트 아드레이 양이야말로 차후 수많은 후배 여주인공들의 라이프 패턴인 ‘나 비록 어리버리 평범녀이나 내 주변에 쫙 깔린 남자는 죄다 킹카 앤드 나만 좋아하지롱’을 확립한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틱틱대는 남자주인공의 효시인 테리우스 G. 그란체스터 군 역시 이후 모든 세대의 장발 미남에게 자동으로 붙여지는 영원한 대명사가 되었으니 실로 명작의 생명력은 질기고도 끈덕지다.
재미있는 건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까지는 너나 할 것 없이 테리우스의 편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안소니와 첨예한 대립각을 이루는 캐릭터지만, 여자 나이 어릴 적에는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입고 장미나 가꾸는 예쁘장한 도련님보다야 영국 대귀족과 미대륙 최고의 여배우 사이의 숨겨진 아들(자동적으로 미남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자 사립 기숙학교 최강의 킹카이며 심심하면 머물 수 있는 별장은 기본 옵션에 질릴 만하면 멋지게 말(말 이름도 있다, ‘세오드라’)타고 질주하는 남자 쪽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때야 뭐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 흥 개나 줘! 나는 폭풍의 언덕처럼 드라마틱하게 살 테다!’ 하고 코웃음칠 시절이 아니던가. (나이 먹으면, ‘제발! 신이시여 저에게 그 삶을!’이라고 갈구하게 된다…)
안 예쁜 여자의 애교는 쌩쑈지만 예쁜 여자의 애교는 은총으로 공인받듯이 안 생긴 남자의 음주 후 싸움질은 일개 꼬장에 불과하나 잘 생긴 남자의 음주 후 싸움질은 고독에 찬 몸부림으로 보였는지 우리의 캔디가 방을 잘못 찾아 들어온 부상당한 테리우스에게 붕대를 감아줄 때 우리 소녀들은 얼마나 몸을 떨었던가. 아, 저런 남자가 내방엔 안 뛰어들어오나…
한데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놈은 딱 질색이다. 볼 건 반반한 면상 하나뿐, 이 면상이 적당히 반반한 것도 아니고 심하게 반반하니까 일라이자, 루이제, 스잔나 등 수없이 많은 여자들이 부나비처럼 사랑의 어택을 들어오니 그거 디펜스하는 데만 해도 하루 해가 다 갈 지경이고, 헤어진 애인 이야기는 함구해주는 게 남자의 도량이거늘 안소니 이야기를 묻고 묻고 또 캐묻고, 승마에 트라우마가 있다는데도 억지로 말에 태우고… 한 마디로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남자는 진작에 일라이자한테 기증하는 게 캔디의 앞날을 위해 좋았을지도 모른다.
언덕 위의 왕자님, 앨버트라고 좋은 거 없다. 사업이고 위치고 팽개치고 자연이 좋다느니 하면서 너구리와 새와 놀아나다가 대자연을 보겠다고 아프리카로 갔다가 기차에 치이고 서커스에서 탈출한 사자에게 덤볐다가 갑자기 잠시 떨어져 있다며 실종되질 않나... 신출귀몰한 점에 있어서는 괴도 루팡이 울고 갈 지경이다.
의외로 매니악한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안경잡이 발명왕 스테아는? 안경을 벗으면(딱 한 장면, 나온다!) 나름대로 미남이고 현실파악에도 능하며 창의적이고 아기자기하고 자상한 남자지만 그럼 뭐하나, 제멋대로 전쟁에 나갔다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 것을… 아무리 자상한 남자라도 죽으면 말짱 헛것.
그래서, 나이를 먹어보니 안소니가 최고인 것 같구나.. 얌전하고 조용하고, ‘넌 웃는 얼굴이 예뻐’라는 말은 나이 먹은 소녀에게는 또 얼마나 힘이 되는가, 하고 ‘들장미 소녀 캔디’의 새로 나온 애장판을 보며 생각하곤 한다. 미인박명처럼 괜찮은 남자도 일찍 가기 마련인가보다. 동물사랑의 마음이 없다는 것 빼곤(안소니의 마지막 말은 ‘캔디! 저 여우 잡아서 네 목도리 만들어 줄게!’였다.. 잔인한..)나무랄 데 없었는데. 그나저나, 나이를 먹을수록 드라마틱보다 일신의 평화로움을 택하는 걸 보면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아갈수록 여자는 변하는 모양인가보다. 아멘, 오늘 밥도 무사히.
... 그 어린 시절 처음 캔디를 접했을 때 부터 부드러운 성격에 웃는 모습 귀엽고 성격 좋은 부자 도련님 안소니를 계속 흠모해 오던 저는 뭐였단 말입니까!! (물론 앨버트 아저씨도, 스테아도 아치도 좋아하긴 했지만 저의 페이버릿은 안소니였죠. 안. 소. 니. 말입니다. 절대 테리우스가 아닙니다. - 그 양아치 도령은 영 정이 안 가요.)
그 당시부터 나이 든 기질이 있었다는 겁니까 뭡니까!!
안소니 다음으로는 아치를 좋아했으니 역시 안정된 성격 좋은 남자라는 나이 든 여인네의 정신이 그 당시 부터 나타났을지도... (울먹인다.)
그래도 아치의 팬은 없는 모양이군요.
죽자사자 매달렸던 건 아치였는데, 눈물 머금고 끝까지 대시를 하지 않아 점수가 깎였는지도 모르져. 으음.
아치도 참 좋아했는데, 애니에게 벙신처럼 가버릴 때 역시 절규를 했다는.
그나저나 이런 순정만화들 보면..범세계적인 일부일처제는 어찌나 모순이 많은지 원..;ㅎㅎ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