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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문지효
출판사/자음과모음

차갑게 내뱉은 말들이 내 가슴에 박힙니다. 꼭 다문 당신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면서도 내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죠. 당신의 뒷모습이 아득히 멀어진 뒤에야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만은 버릴수가 없습니다. 떠나보내지만, 당신을 사랑할 날들이 있어 내 삶은 아름답습니다.
호오. 꽤 좋은 글이다. 방금 헤치우고 포만감에 가득차 배를 두드리고 있다. 사실 하루에 한권으로 못을 박고 있는 중이라 그저 앞부분만 살짝 본다는 것이 그만 다 읽고 말았다.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책의 장점은 캐릭터가 생생하는 거다. 대부분 로맨스 소설의 최대 단점이 정형화된 캐릭터이다(이건 나도 그렇다-_-;).
캐릭터를 만든다는 건 쉬워보이면서도 어렵다. 진짜 어딘가 살아있을 법한 인물을 창조해낸다는 건 끝없는 수행과 다름없다. 그 캐릭터만의 버릇, 습관, 행동 등을 설정해두고 이를 표현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끼워맞추는 일이란 정말로 고뇌의 연속이다. 그런데 <뉴스룸과 주말연속극>은 이를 기가막히다 싶을 정도로 표현해놓고 있었다.
8년간 짝사랑만 하던 영진, 첫사랑을 비극적으로 끝내고 차갑고 계산적인 인물이 되어버린 성우. 그들과 함게 어울려 사는 조연들의 이야기가 그리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일 수 없다.
이것도 정형의 한 부분인 계약관계이나 그 계약이 매우 독특함에 푸훗하고 웃음이 나왔다. 이것이 참으로 현실적이구나 싶기도 했고. 흠. 그러고 보니 잠시 헤어졌을 때 계약서는 어찌했나 궁금해진다. 이 부분에 관한 언급이 더이상 없었던 것 같다. 한 두줄로나 언급해줬으면 좋았으련만 이게 아쉽다.
물론 아쉬움은 몇 가지 더 있다. 사건이 끝나자마자 다시 터진 사건이라든지, 작가가 설득력을 실으려 노력하긴 했지만 에매모호하게 넘어간 조연들의 변화라든지, 저자가 구성작가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듯 여겨지는 부분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이거야 너그럽게 보아넘겨줄 수 있을 만큼 내용 흐름이 자연스럽고 깔끔하다. 마치 친한 친구가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주는 듯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 한 편에, 책을 덮을 무렵 요즘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짓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작가의 다음작을 매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