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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서후님의 '달을 몰다'  

번호 : 65     /    작성일 : 2003-12-21 [23:36]

작성자 : 미루    

서후님의 "달을 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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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었어요. 아무도 그를 사랑해주지 않았죠. 하지만 전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랑하고 싶었죠.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남들처럼 사랑할 수 없다해도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 남자를 이렇게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 엔딩 부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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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책으로 나오기전에 연재분을 먼저 감상하게 되었었고, 간단히 감상을 적어보기도 했었습니다.
올 상반기에 로맨스소설 관련 사이트에서 부쩍 많이 올라온 리뷰의 대상 중 하나가 아닌가 싶네요.

재밌게 감상했습니다만, 먼저 몇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 책을 다 읽고난 후 얼마전 천동의 모님이 말씀하셨던 두어가지 아쉬운 점에 저도 동감할 수 있었습니다 . 연재작으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거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 수도 있겠구요. )

분명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임에도 어딘지 7~80년대 분위기가 난다는 점.

아마도 국제결혼이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요즘, 혼혈아에 대한 인식이라던지 '튀기'와 같은 특정단어가 예전보다는 그 쓰임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랬을테지요.

또하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두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설명이 필요이상으로 잦고 길어진다는 점.

에필로그쯤 되는 부분을 보면 연재때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하나 있더군요.
지수가 현재진행형 만남 정도(?) 되어 보임직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주절주절 주인공, 그들만의 사랑이야기를 털어놓는 대목인 바로 그것인데요.

근데 이 부분은 솔직히 굳이 나오지 않고 생략한다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지수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미 여러 사람들이 - 화곡리 이웃들, 짐승이면 짐승 같은 사랑을 하라던 최승철, 꼬마작가 영우..등등. -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곡절이 많은 아픔인지 가슴을 칠 안타까움인지 독자들에게 충분히 잘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지수와 통화하는 사람이 제 짐작이 맞다면 최승철이 아닌가 싶은데, 우연일 수도 있지만 얼핏 작위적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했었구요.

제 욕심으론 엔딩만큼은 연재작 때의 끝이 아닌 듯 끝을 맺은 짧았던 마무리의 여운이 더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본격적인 작품감상으로 들어가서..^^;

음.. 다른 분들이 많이 우셨다고 하는 감상글도 많이 접했는데, 전 울지는 않았어요.

웃음도 많고.. 눈물도 또 그만큼 많은 제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감정이 메마른 건 절대 아니구요..^^;;

뭐랄까 오히려 전개 내용 중에 불식간에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대목들이 있어서 입가에 웃음을 걸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채은이 도준의 생일을 처음 축하해주는 장면에서 '촛불'을 두고 하는 대사도 그렇구..
(잠깐 그 대목을 적어보면요. )

...........................................

도준이 말은 그렇게 했어도 촛불이 다 꺼지자 채은에게 고개 돌려 씩 웃어 보였다.

“다 껐다. 제깟 것들이 안 꺼지고 배겨?”
“성격도 참 이상해. 쫙 째려보면서, '안 꺼지면 죽는다, 씨발!' 그러지, 왜?”

...............................................

도준과 채은의 사뭇 거칠 듯 서투른 사랑표현에 그렇게 중간중간 웃는 가운데, 가슴이 싸하다 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안울고는 못배기게 울음을 실컷 흘리게끔 하는 글도 기억에 남게 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는데 가슴 한켠이 묵직하게 되는 글도 오랜동안 여운을 남게 합니다.


달을 몰다..
달을 몰아 버리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모른 척 외면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수천번이라도 눈을 감아버렸을 것을...

때론 그 어떤 무기보다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다가드는 진실이란 이름의 그 에리는 아픈 상흔(傷痕).

추호도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그들도 알고 있고,
저도 알아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랑해서는 안될 사이였다..

그래도 사랑은 끊을 수 없다..

정말 그들은 어찌 해야 했을까요......

'숨고 싶은 이들은 숨어살게 하고, 잊혀지고 싶은 이들은 잊어줘야 한다'고 작가님은 말하시는군요.

저도 그들에게 '다음에..'라는 말을 대신 전하며 떠나보내려 합니다.


왜 하필 너니..
왜 하필 너인 거니..

나도 몰라.. 그냥 그곳에 니가 있었고... 사랑하니까.....

그래.. 사랑...

사랑해...
다음에.....

그래..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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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감상글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네요.

실은 그래서 올릴까 말까 하다가 지난번 '메리 벌로그' 작품에 대한 얘기두( 얼른 읽고 소감 적는다는 게 자꾸 늦어져서 그만..^^; ) 생각나고 겸사겸사 올려봅니다.

벌로그 작품은 조만간.. 조만간...아핫핫~^-^;;;





정크 작품만큼이나 미루님의 리뷰도 인상적입니다. 감동~ 2003-12-22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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