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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로맨스 흥부뎐  

번호 : 47     /    작성일 : 2003-11-08 [03:23]

작성자 : Junk    



로맨스 흥부뎐은 리뷰하기가 참 힘든 소설이다.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분명 뭔가 하나 빠진 것 같기도 한 그런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작품은 리뷰하기가 너무 어렵다. 문장력, 흐름, 소재, 캐릭터,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딱히 없는데도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냈다. 이러한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만약 마이니 님이 정파의 작가가 아니셨다면, 아마 아래 쓴 다른 리뷰들처럼 장점을 하나 짚어서 쓰는 그런 가뿐한 리뷰로 끝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다른 사이트에는 그런 리뷰를 올릴 생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친한 작가에게는 당근 대신 채찍을 주려고 하는데, 문제는 채찍을 어디에 내리쳐야(?) 할지 리뷰어로서도 도통 감이 잡히지를 않으니.

아래 <사내연애 성공기>에서도 말했듯 로맨스 소설이 인기를 얻으려면,

1. Sweet 2. Bitter 3. Dramatic

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로맨스 흥부뎐>에는 Bitter가 결여되어 있다. 분명히 달콤한 연인들의 Sweet한 스토리에, 제비공주가 환생해서 애모하는 흥부님을 찾는다는 Dramatic한 요소도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시련을 거의 전혀라 싶을 만치 겪지 않고 그저 감정이 전개되는 대로 이끌려 힘이 빠질 정도로 수월히 이루어져 버린다.

사실 이것은 마이니 님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소재나 주인공들의 성격을 보아할 때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면 아니되는데 싶을 때조차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에 별로 의심을 품지 않고 서로에게 쉬이 손을 내밀어 버린다.

이 <로맨스 흥부뎐>은 흥부뎐을 모태로 한 환생을 다루기는 했지만, 기본 기조가 일상의 연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사실 그리 큰 문제점은 아니다. 하지만 읽으며 '으음. 내가 연설이었다면, 우리 신랑이 현선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지지는 못했을 거야'라는 생각이 무심코 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즉, 기승전결의 '전' 파트가 흐릿한 인상이다.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이 작품에는 전환 부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여 두 주연의 사랑을 방해하고 역으로 사랑을 견고히 할 사건을 일으킬 '악역'이 없다. 이건 마이니 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인데, 본인이 악역이라고 나름대로는 설정해 놓은 인물조차도 자극이 난무하는 소설들에 길들여져설까 독자 입장에서는 그리 악역 같지 않은 어설픈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흥부뎐이란 고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다소 유치할 지언정 '권선징악'적인 요소를 첨가하였다면 좀 더 라인이 분명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감정이 흐르듯 이어지기는 하지만, 단순히 현민이 알고 보니 놀부이고 현선이 흥부였다는 그 사실 하나로 제비공주 연설은 쉬이 현선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고 바로 삐리리로 넘어간다.

이 소설은 늘어져도 괜찮은 플롯이 아니다. 톡 튀는 성격의 연설을 중심으로 발랄하게 전개되는 소설이다. 그러므로 전반부를 전개할 때 템포를 좀 더 빠르게 하고, 후반부에 연설이 현선이 흥부란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한 번은 더 갈등하고 한 번은 더 독자를 앗, 하게 놀래킬 위기상황을 넣어 주어야 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역시 놀부 현민이었는데 최초 상황이나 성격 설정부터가 무리였을 터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에서 전개했으면 좀 더 끌어가기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놀부 현민은 겉으론 착한 척 하면서 알고 보면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놈이고, 흥부 현선은 겉으론 망나니로 보이나 알고 보면 현민이 했던 일을 다 뒤집어 써서 그렇게 보였다는 설정 말이다. 연설이 그 진실을 알게 되는 대목이 1차적인 감정의 반전이었다면? 그리고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한 자신에 대해 연설이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현선을 거부하다가 2차적으로 어떤 사건이 터져 두 남녀가 연결되는 전개였다면?

이전에 MSN에서 마이니 님께 말씀드렸듯, 마이니 님의 소설에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의 선한 성품 때문이다. 도무지 인물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 못하고 절벽으로 밀어부치지 못한다.

하지만 실은 독자들은 그걸 강하게 바라는 것을.
특히 로맨스 독자들은 말이다.



보너스로 다음 작품을 위한 지적을 하자면:

<트랜스 퀸>이나 <러버 인 나이트메어>처럼 시리어스한 판타지일 경우에 마이니 님 글의 문제점은 대략 세 가지이다. 딱 그것 뿐이다. 나나 여타 작가들에 비해서는 훨씬 간단하고 사소한 단점이다.

1. 설정 설명의 문제
상당히 복잡하고 유니크한 설정이라서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설명이 필요한데도 너무나 설명이 없다. 로맨스 흥부뎐도 이런 점이 있지만, 작가의 타 작품에 비하면 극히 단순한 설정이라 큰 문제는 안된다. 작가가 웹에 연재한 글 중 <개구리 왕자>가 특히 반응이 좋았던 것은 이런 이유다. 일단 이해가 쉬운 소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2. 심리 전개의 문제
앞서도 말했듯이 크게 한방 터지고 나서 인물이 연결되는 게 아니라, 감정이 조금씩 부풀어가다가 등장인물들이 독자보다도 먼저 자신의 감정을 납득하면서 곧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승전결 중 <전> 부분이 흐릿하게 넘어가는 문제가 있다. 조금 더 갈등해서 독자를 조마조마하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착한 작가는 주인공들이 고생하는 걸 보지를 못한다.

3. 상황 반전의 문제
이것은 앞서 말한 심리 전개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흥부뎐은 사실 문제가 크지 않다. 하지만 <트랜스 퀸>이나 <러버 인 나이트메어>처럼 소재나 설정이 거한 글일 경우는 스토리의 반전도 그 만큼 독자를 경악시킬 수 있을 만한 사건을 통해 이루어줘야 한다. 그리고 사랑의 성취는 그 사건 후에 만들어 주는 것이 독자들의 감정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실은 흥부뎐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 이 작품에는 Bitter라는 요소가 없고 굳이 넣을 필요도 사실은 없었기 때문에 심리를 끌고가기가 어려웠다. 원래 상황이 극단적으로 힘들 때 독자의 감정을 휘두르기도 쉽고 반전을 넣기도 쉬운 법이기 때문.

즉 로보트 만화라면, 그레이트 마징가와 비너스 A의 조종사가 나누는 사랑보다는 연방군의 아무로와 적군인 지온의 라라아가 펼치는 사랑이 한결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니 님이란 작가 자신이 적어도 인물의 구도에 관해서는 이런 식의 대립적이고 극단적인 요소를 넣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이 예시문이란;).



P.S
타로트 카드를 펼치는 제비공주는 조금 거슬렸다. 이왕이면 동양점으로 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퓨전을 의도하신 것 같기는 한데, 이미 제비공주의 발랄한 성격으로 충분히 현대적인 느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P.S 2
그렇지만 위의 단점이 나한테는 장점이다. 요즘에 밥먹으면서도 멀찍히 흥부뎐을 펼쳐놓고 읽는데 밥맛이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다. 주인공을 마구 괴롭히지 않으니 마음에 부담이 없고 읽기가 너무 편하더라. 박윤후 님의 마녀록 이후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로맨스는 처음이다.



Miney 너무나 감사합니다. (__) 더 이상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ㅜㅜ 2003-11-08 X

Junk 오늘 이X원 작가님을 만났는데 그 분의 의견이 진짜 엽기였습니다. 악역설정을 위해 전생에서 제비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뱀이 환생했어야 한다고 하는군요(-_-). 2003-11-09 X

Junk 덧붙여 흥부 놀부는 뱀탕집 아들로 설정했으면 어떠냐는 것이 사뭇 조심스런(?) 그 분의 의견이었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보아 장난인 것 같지는 않더이다; 2003-11-09 X

Miney 정말 그 분다운 의견이시네요. ^^ 아, D모님께도 이*원 작가께서 이 소재로 글을 썼다면 무척 재밌을 거란 얘기를 했었지요. 뱀탕집 아들이라... 과연. --a 2003-11-10 X

청 웃다 넘어간 청. 그 이 모 작가님께 경의를. 2003-11-10 X

푸시케 중요한 리뷰에 댓글을 보고 넘어가는중...근데요, 제 의견으로는 요즘 로설의 양식(?)중 아마츄어 로설도 보면 한칼하는 멋진 남주가 많잖아요? 전 솔직히 <흥부뎐>의 남주에게 그런부분에서 목이 말랐습니다. 더 멋진 한칼하는 스타일이었으면 하는 제 심정이었습니다.지극히 모호한 발언이었습니다. 2003-11-12 X

Miney 수정하면서도 그런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 남주의 카리스마 부족... 하지만 위의 정크님이 쓰셨듯이, 제가 그런 칼 남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면이 있나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이 성격,,ㅜㅜ 2003-11-14 X

'코코' 죄송합니다만, 이 글은 칼이 필요하지 않는데요? 그랬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글이 됐을 겁니다. 로맨스에 칼남주가 좋긴 하지만, 캐릭터에 따라 유무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죠. 현선이에게 칼을 넣었다가는 빨간 고무장갑에 장검을 든듯 언벨런스한 캐릭터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_-a 2003-11-14 X

Junk 음, 하지만 러버 인 나이트메어는 필요할 듯합니다. <환상커플>이란 만화를 추천하고 싶은데... 여성향은 잠시 접어두시고 이 만화책을 읽어보심이...; 아마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2003-11-14 X

Junk 근데 위의 표현 죽음이군; 빨간 고무장갑에 장검-_-; 2003-11-14 X

Miney 푸하하하... 현선이가 빨간 고무장갑에 장검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선 모습이 상상이...^^ 2003-11-14 X

석류 저도 뱀탕집 아들일라는 의견에 박수! 뱀의 환생도 박수! ^^ 저 아직 이 책 못 읽어봐서 리뷰는 못하지만서도.. 왠지 그런 설정이 있었다면..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역시 저또한 약간 특이한걸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에.. ^^;;; 어쨌든.. 리뷰 잘 읽었습니다. 2003-12-22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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