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제목 : [로맨스] 박민지님의 "로맨스 흥부뎐"  

번호 : 45     /    작성일 : 2003-11-05 [13:07]

작성자 : 미루    

박민지님의 "로맨스 흥부뎐"



우선, 책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아마도 따뜻함일 겁니다.

어느 추운 날, 두터운 솜이불에 얼은 발을 집어넣고 한기가 점점 풀려지는 발자락을 움직였을때의 느낌을 아시려나요.
발가락 꼼질~꼼질~ 그 기분 좋은 온기.

강아지나 아기를 품에 안았을때 그 은은히 전해지는 기분좋은 따뜻함..

덕분에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제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더랬죠.

<로맨스 흥부뎐>이란 제목에서 어렵지않게 연상할 수 있듯이, 옛날 옛날 한옛날에.. 한고을에 마음씨 고운 흥부와 고약한 성질에 못된 짓만 골라하는 심술보 놀부가 있었대요.. 하는 흡사 구연동화로 시작해야할 것 같은 이야기.

하지만 뜻밖에도 이야기는 은혜를 잊지못해 흥부님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환생하겠노라 간청중인 제비공주와 너무 위험하다며 이를 말리는 강남 제비 왕국의 연왕의 줄다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결과는... 아마 짐작이 가시죠.
예로부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제비공주 설아는 인간세계로 직행~^^

하지만 흥부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써봤던 타로점에서 예의 흡족한 결과를 얻고 이제 아무런 장애없이 순탄할 것 같은 우리의 제비공주 연설이.
네번째 타로카드로 나왔던 '달의 얼굴(The Moon)'의 역위치가 왠지모르게 일말의 불안감을 주는군요.

꿈인지 생시인지 그토록 그리던 흥부님과 반가운 해후를 하던 그날.
또 그렇게 운명의 장난인냥 놀부와 딱 맞닥뜨리고 마는 것을 보더라도 말이죠. 후훗..

그저 놀부 현선을 어떻게 떼어버리고 흥부님께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나 머리굴리던 연설이지만, 그런데... 어, 뭐가 조금 다릅니다.

흥부님이 어딘지 흥부님이 아닌 듯, 놀부가 어딘지 놀부가 아닌 듯..
연설을 자꾸 고개 갸웃하게 하는군요.

설상가상, 오호 통재라..
커피값 18,000원에 붕어빵 백마리들이 뻐금거리며 헤엄치는 환상이나 떠올리고 울며겨자먹기로 쓰여지는 자신의 돈에 쓰린 가슴을 부여잡는, 한마디로 수전노에 쪼잔왕자. 현선에게로 눈길이 자꾸 흘러가니 더더욱 기가 막히고 요상할 따름이죠.

거기에 더욱 탄력을 주려는듯, 한정식집에서 불식간에 벌어진 연설과 현선의 뜨거운~~ 입마주치기씬(?).

이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하기도전에 밥상을 사이에 두고 밀어붙이기를 불사하던 현선은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면 탈난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주듯 설이를 안고 고난이도 방구르기씬을 연출하고 맙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 미끌미끌 방석만 아니였다면 분위기 좋~았는데 말이죠. 흐흐..

우여곡절 끝에 어설픈 데이트를 하게 된 두사람, 서울대공원이라는 그 운명의 필~이 결실을 맺던 장소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에 자신을 얻은 현선의 '너 내게 와라.'하는 짐짓 용감한 프로포즈에 정신없이 만들어대던 연설의 잡탕 샐러드를 보며 또한번 미소를 띄웁니다.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에 샐러드, 수정과, 된장국이 들어간 잡탕 샐러드는 대체 어떤 맛이 날까나요..^-^a )

드디어 쪼잔왕자 현선과 제비공주 연설의 따끈한 사랑이 물오르게 된거죠.

무뚝뚝한 듯 실은 속이 깊어보이는 현선이 맘에 들었던 건,

널 사랑한다며 하던 대사.. '...간식도 만들어주고 싶고, 설거지도 하고, 예쁜 옷, 네게 어울리는 웃음, 네게 어울리는 집, 널 닮은 아이를 주고 싶다던...' 뭐든 그녀에게 주고 싶은 마음, 주는 사랑을 얘기하던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예뻐'하는 말이 '사랑해'하는 말만큼이나 멋지고 로맨틱하게 들렸던것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현선과 연설이 참 어여쁘게 사랑을 하는구나.. 싶더군요.

현선과 연설의 사랑 줄다리기도 재밌지만, 상양과 해님 두 조연커플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태양과 대양의 관계론'이란 겉보기엔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지만 결국 상양의 연애관계구도에 대해 틈만나면 읊어대며 현선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인물인 상양.^^

사실 처음엔 사뭇 범상치않은 카리스마를 보이며 첫등장을 알리던 해님씨와 어딘지 이론만 빠삭하고 실생활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은 어리버리 상양의 모습에 왠지 남녀간의 위치가 바뀐 것 같아 해님씨랑 과연 잘 이루어질까 싶었는데. 어머, 이걸 웬걸요.

늘상 자칭 '미스터 상냥'이라 불러달라고 노래를 하던 그.가, 스토리 후반쯤인가에 '... 앞으로는 날 '미스터 승냥이'라고 불러다오.'하며 기고만장해하던 모습에 그만 웃음을 멈출 수 없었죠.
상양의 으하하하.. 저도 으하하하..^^;


이외에도 각 쳅터마다 흥보가 한장면을 연상시키듯 하는 구절들도 재미를 돋워주며, 종종 보여지는 멋진 우리말 표현이 흥미를 더해주었습니다.

'마늘쪽을 엎어놓은 듯한 코'라던지 '동백처럼 새빨간 입술', '소라고동 같은 저 귀'.. 같은 표현들이 우리네 멋이 담겨진듯 정겹게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싸우다 정들면 누구도 못말린다는.. 그야말로 때론 미운정이(^^;) 더 무섭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현선이 무슨 말을 하던지 '싫은데요', '흥', '칫' 하는 댓구를 빼먹지 않던 얄미우면서도 귀여운 연설의 모습이 떠올리노라면 웃음부터 머금게 돼요.

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초반에 연설이 헷갈려할 정도로 흥부와 놀부 형제의 외모나 성격이 바뀐게 어쩌면 혹시 전생에 '흥부를(혹은 놀부를) 반만이라도 내가 닮았더라면.. 그럼 좀 나았을까..' 하는 한자락 속내가 후생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하구요.

자, 너희 원하던대로 바꿔주었으니 한번 열심히 살아보아라.. 하는 식이요.^^;
뭐.. 아무튼 흥부님이 비록 겉모습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성정마저 생판 딴사람처럼 바뀌지않은 게 천만다행이겠지요.

제 개인적으론 전체적인 분위기가 만족스러웠지만, 뭐랄까요.. 어떤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정을 기대하며 읽으셨을 분들께는 한스푼 부족한 열정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불어 현민이와의 갈등이 의외로 쉽게 풀려버린 게 아닌가 하는, 조금 긴장도 부족이랄까.. 그런 점도 조금 아쉽다면 아쉽구요.

흥미로운 걸 보게됐는데, 작가님의 외도이신지 아니면 단순한 습관이셨는지, 글이 전개되는 동안 '~ 했건만, ~이건만..' 하는 말투가 자주 눈에 띄더군요.
중복되는 느낌이 나지않도록 몇 개는 다른 말투로 바꿔줬어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a


아참, 그리고 뽀~너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짧지만 강한 게 무언지 보여주마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단편 <발렌타인데이 유감>이 있었죠.

난생처음 '화 자매'라 하여 까메오 출현도 해보고, 소녀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희영이의 특제 초콜릿의 비밀을 모르고 지나갔다면 좋았을 것을 고것이 쪼끔 안타까울 뿐.. 아핫핫..;;
추릅. 퉤퉤~ 하는 소리가 아직도 환청처럼 들리는 듯 합니다. 쿨럭~ 쿨럭~

미처 몰랐었는데, 현선이 여기에서도 등장을 하더군요.
문득 희영이랑 영후 커플과 연설이랑 현선 커플을 함께 만나게 해봐도 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반가우면서도 히죽 웃었더랬습니다.


<로맨스 흥부뎐> 말머리에 이 이야기가 재미 있었다면 천만다행이요, 혹시 아니라 한다면 자고로 패장은 유구무언이라 말하셨던가요.

그에 답을 한다면,
독자인 저 역시도 백문이 불여일견이오, 유구무언이옵니다.

책 읽는내내 배꽃 같은 함박 웃음 머금고 두 눈도 입도 그 모양새가 초생달이려니.
그저 '고거 참 맛깔스럽구나.. 덕분에 감상 자알 하였습니다.' 흐뭇함에 연신 고개 끄~덕이는 일 뿐.^^

어느덧 시원한 아이스티보다 김이 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차한잔이 그리워지는 요즘에 제법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니님, 좋은 글 선보여 주셔서 감사하구요.
시간이 지날수록 일취월장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저 미루는 그럼...




꼬랑쥐글.. 저, 로맨스 흥부뎐 이야기 중간에 현선과 연설이 옷을 고르는 옷가게 여자분이요. 연설이 묵은 빚 얘길 하던데 혹시 전생의 양귀비 아니었나요..^^a
문득 궁금해지더라는..







Miney 너무 과하신 칭찬이십니다. ㅜ.ㅜ 옷가게 여자는 원래 그런 설정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읽어주셔도 좋을 듯 하네요. ^^  2003-11-06 X

푸시케 리뷰를 보니까 읽고싶어지네요. 근데 전 왜 몰랐을까요? 2003-11-07 X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102 [로맨스] 단 한번만이라도 '코코' 2004-03-19
101 [로맨스] 로맨스 흥부뎐 Junk 2004-03-19
» [로맨스] 박민지님의 "로맨스 흥부뎐" 미루 2004-03-19
99 [로맨스] 사내연애 성공기 Junk 2004-03-19
98 [로맨스] 연인과 연가 '코코' 2004-03-19
97 [로맨스] 맥그리거의 운명 '코코' 2004-03-19
96 [연재글] 개구리 왕자 은하수 2004-03-18
95 리앙님 리체 2004-03-17
94 정크님... larissa 2004-03-17
93 리앙 축! '코코' 200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