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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부에 대한 정보
외가쪽으로 꽤 많은 사촌언니들이 있긴... 하지만, 언니들하고 그다지 친한 편이 아닙니다. (굳이 말한다면 어머님과 언니들과 꽤 친한 편이지요.) 그러다 보니, 토요일 아침(이라기 보다는 오후)에 일어나서 꽤 놀라버렸군요.
누군가 : 야. 내가 여기 세 번째 오지만 너 보기는 오늘 처음이네.
나 : 뉘신지요? (꼭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기분이 그랬다는 거죠....;;;;)
누군가 : 나 기억 안 나?
... 기억이 날 리가 있...
사촌언니만 열 명인데... (마지막 기억하기론)
시골집에 안 내려간지 벌써 6년 째... 그 전 마지막으로 내려가서 본 것은 제 나이 겨우 초등학교 5학년 시절.
10년 (혹은 그 이상) 이면 강산이 수백번 변한다죠. 어쨌든 누군지 모르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재작년에 작고하신 둘째 외삼촌 댁 둘째 따님이었습니다. (어이쿠야...;;; 학교 가느라고 장례식에 참석치 못했더니 이런 불상사가... ozn)
알고 보니, 치과의사인 형부의 정기 세미나에 따라온 거라고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어딘가는 시내에 산부인과가 딱 한 군데라서 (초음파 기기도 없는) 서울에서 좀 더 잘 알아보고 싶었다나요.
어쨌든 뻘쭘한 상태에서 인사를 했는데, 형부의 모습이 안 보입니다.
나 : 형부는?
언니 : 세미나 갔지.
이래저래 던킨 도너츠를 요구하는 (10년 넘게 못 본 사촌동생에게 당당히 그런 걸 요구하다니... ㅠㅠ) 언니를 두고 출근을 했다 퇴근했습니다. (손에는 던킨에서 파는 먼치킨이 약간) 그랬더니만.
모르는 남정네 : 그래서 말이죠. 그 사람이...
나 : 저 사람 뭐야?
알바생 김군 : 음. 저 누나 (언니를 가리키며) 의 매형.
나 : -_-.
한참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는 식구들을 놔두고 몰래 컴퓨터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짝퉁 강동원군이 엠에센에 접속한 것을 확인한 후 불러냈지요.
나 : 야.
짝퉁 강동원 : 응?
나 : 너 혹시 X 언니랑 그 형부에 대해서 아는 거 뭐 있어?
짝퉁 강동원 : 음. X 누나가 치과에서 의치 만드는 일 하는 건 알고 있지?
나 : 뭐. 그 비슷한 직장에 있다는 것은 건너 건너 들었다만.
짝퉁 강동원 : X 누님의 상사야. 작년에 옮긴 치과에서 눈 맞은 거야.
나 : 아하.
짝퉁 강동원 : 나이 30대 후반. 성씨는 정씨. 시끄러운 사람이고 붙임성 되게 좋고. 뚱뚱한 여자와 입냄새 나는 사람과 딱딱하게 구는 사람을 싫어해.
나 : 호오.
짝퉁 강동원 : 당구도 잘 치고 온라인 게임도 수준급이고, 마작, 화투, 카지노 포커, 윳놀이도 엄청 잘해. 그리고 X 누님에게 무지 잘 해줘.
나 : 흐음...
짝퉁 강동원 : 그러니까 시골집에 몇 번 놀러오면 좋잖아.
나 : 차비 대 줘.
짝퉁 강동원 : -_-
나 : 가장 중요한 건데. 결혼은 언제 했어?
짝퉁 강동원 : 지난달.
나 : -_-
어쨌든 정보를 캐낸 뒤. 닦긴 했지만 다시 이를 박박 닦은 다음에 최대한 싱긋 웃으며 (이미 살이 쪘는데, 갑자기 호리호리한 몸매로 다가갈 순 없으므로) 형부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나 : 안녕하세요.
형부 : 아. 이 쪽이... 그러니까 당신 조카... 던가?
아버님 : 아니 이 사람이. 자네 아내랑 내 딸이랑 항렬이 같아.
나, 어머님, 언니 : -_-;
아침처럼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정보원까지 동원했건만...
형부가 원망스럽더군요... (용돈은 감사히 받았습니다만.)
2. 단합대회.
꽤 오래전 부터 말이 있어오긴 했지만, 빡센 시험에 압박에 밀리고 밀린 짝퉁 강동원군의 사정으로 인해 날 잡은 지 무려 두 달 만에 짝퉁 강동원군과 저희 남매가 만났습니다. (... 10월 내내 시험 주간이고 11월 둘째주부터 주말마다 집으로 내려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니 이 자식아!!)
짝퉁 강동원 : 어이. 누님. 살이 더 쪘네.
나 : (조용히 다가가 발을 밟으며 목을 조른다)
짝퉁 강동원 : 누... 누님... 나 기말고사는 보고 죽게 해 줘...
가까운 아웃뷁에 들어가 모여 앉았는데, 짝퉁 강군 왈.
짝퉁 강동원 : 비싼 거 시켜도 돼?
나 : (조용히 빵칼을 강군의 얼굴에 가져다 댄다)
짝퉁 강동원 : 하하... 런치세트 안에서 해결 보지 뭐...
그래서 아웃뷁의 런치세트를 시켜놓고 앉았는데. 우연찮게 커피와 녹차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랬더니 곧바로 이야기가.
짝퉁 강동원 : 아씨. 난 군대에 있을 때 커피만 엄청 들이 부었는데.
알바생 김군 : 군대 있으면서 커피가 싫어졌지. 나 제대하기 직전에는 미숫가루를 양동이로...
짝퉁 강동원 : 아직도 PX 에서 북경반점 짜장 팔든?
알바생 김군 : 그거 안 팔아. 요즘의 대세는 무파마지.
나 : 어이. 어이.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응?
나 : 군대이야기 한 번만 더 지껄이면 죽인다.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예.
이윽고 주문한 런치 세트 중 스프가 오고.
짝퉁 강동원 : 으에. 이 양송이 스프 군대 햄버거에 나오는 묽은 스프랑 맛이 비슷해.
알바생 김군 : 그 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짝퉁 강동원 : 야. 아직도 군대 햄버거 고기에서 플라스틱 나오냐?
알바생 김군 : 지난번에는 쇳조각도 나왔어... 다시는 안 가. 안 가.
나 : 어이. 어이?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응?
나 : 내가 아까 뭐라켔지?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예.
런치세트 (무려 고기!) 를 받고 난 다음.
짝퉁 강동원 : 이 카카두 뭔가 무지 맛있다. 누님. 나 그 스테이크 쪼끔만.
나 : 어.
먹어보더니만.
짝퉁 강동원 : 뭔가 씹히질 않는걸...
나 : 꼭꼭 잘 씹어 먹어. 고기는 덜 익혀야 제 맛이다.
그랬더니 짝퉁 강동원군의 얼굴은...
工エエェェェエエ工エエェェ(゚д゚)ェェエエ工エエェェェエエ工
이런 식의 공포스러운 얼굴이 되어버리더군요... -_-
아니 어째서?
스테이크는 레어, 미디엄 레어라는 기본적인 공식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나 : 왜 그래?
짝퉁 강동원 : 기생충!
이라고 딱 한 마디 하고는
짝퉁 강동원 : 군대에서 충분히 익히지 않은 고기 때문에 기생충이...
알바생 김군 : 나도 그 심정 알아. 나도 없던 회충이 생겨버렸어.
짝퉁 강동원 :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제육볶음 따위는...
나 : 어이. 어이?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옙.
한 코스가 나올 때 마다 나오는 군대 이야기에 기분이 심히 상해버린 저 때문에 동생들이 좀 당황했던지.
다음에 갔던 보드 게임 방에서는 연전 연승이었습니다. (클루도, 보난자도, 젠가도, 기타 등등 도.)
그리고 보드 게임방을 나오는데 뒤에서 들리는 두 녀석의 수상한 대화.
짝퉁 강동원 : 꽤 많이 깨져줬지?
알바생 김군 : 응.
짝퉁 강동원 : 이 정도 깨져줬으니까, 12월에 내 이빨 치료 끝나면 같이 소시지가 맛있는 맥주바에 누님이 데려가 주겠지?
알바생 김군 : 뭐. 글쎄.
짝퉁 강동원 : ... 지난번 같이 가잘 때 갔어야 하는데. 내가 중국에 가느라.
알바생 김군 : 그래. 사실 나도 제대하고 나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술 끊은 누님을 두고 혼자 술 마시기 민망해서... 라기 보다는, 나 혼자 술 먹는 거 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 같아서.
짝퉁 강동원 : 어떻게 해서든. 누님이 소시지가 맛있는 맥주 바에 우리를 데려가서 한 턱 쏘게 만들어야 해.
알바생 김군 : 당연하지.
나 : 어이. 어이?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움찔!!!!)
나 : (상냥한 목소리로) 버스 탈 돈은 있니?
짝퉁 강군 & 알바생 김군 : 아뇨...
나 : 그럼 찍 소리 말고 집으로 따라와. 집에서 조용히 대화하자꾸나.
그 뒤로 동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읽다보니 그림이 딱 그려지는 것이...^^;;;; [0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