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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글을 올리면서, S 군 이야기가 나왔길래 S 군이 얽힌 이야기에 대해서도 몇 자 적어 봅니다. (게다가 이건, 김군이 올려도 된다고 말했거든요.)

원래 법석 떨고 사람 많이 있는 곳은 싫어하는지라 (그런 주제에 목소리도 크고 말도 상당히 많이 한다) 놀이공원이나 축제 하는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군이 이런 말을 꺼냈을 때.

알바생 김군 : 누님. 같이 불꽃 축제 보러 안 갈래?

나 : 즐.

이렇게 대답한 것은 상당히 저 다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저는 밤 9시에 끝나는 몸. 그 때는 이미 불꽃놀이는 끝나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래서 김군은 움직이는 것을 죽기 보다 더 싫어하는 친구 S 군을 꼬셔서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더랬습니다.


나 : 그래서?

알바생 김군: 재미있게 구경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더럽게 많은 거야. 발에 채이는 것이 사람이고, 앞 뒤를 봐도 죄다 사람이고, 어쨌든 사람에 치어 죽을 것 같더라.

나 : 본론만 이야기 해.

알바생 김군 : 사실 버스를 탈까 했었어. 아니면 지하철역까지 어떻게든 가거나.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지.

나 :흐음.

알바생 김군 : 그 날 여의도에 모인 사람 가지고 소말리아 난민 5년은 먹일 것 같더라.

나 : 본론만 이야기 해.

알바생 김군 : 그래서 일단 당산역 나올 때까지 걷기로 했지.

나 : ... 그래서 하염없이 강둑을 걸었다는 거야? 그 움직이는 것이 죽어서 골백번 지렁이로 환생해서 밟혀 죽는 것 보다 더 싫다는 녀석을 데리고?

알바생 김군 : 일단 사람들을 헤치고 오징어 파는 아주머니께 여쭤봤더니, 당산역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은 걸린다고 하시더라고

나 : 그래서?

알바생 김군 : 그걸 솔직히 이야기 하면 그 자식이 강둑을 걸을 것 같아? 그래서 속였어.

나 : 뭐라고?

알바생 김군 : 걸어서 20분 밖에 안 걸려.

나 : ... 구라도 어지간해야지.

알바생 김군 : 내가 생각해도 약간 심하긴 했어.

나 : 그래서 어쨌는데?

알바생 김군 : 하염없이 강둑을 걷다 보니까. 왠 다리가 보이는 거야. 그러자 친구 왈. '야. 저게 당산 철교야?' (당산 철교를 건너면 금방 당산역)

나 : ... 그렇게 빨리 등장할 리가 없는데. 게다가 철교라면 때깔이 틀릴텐데.

알바생 김군 : 가까이 가 보니 이렇게 써 있더군 마포대교

나 : 그럴 줄 알았다. (마포 대교는 당산철교에서 걸어서 약 25분 정도의 위치하고 있음) 그래서 넌?

알바생 김군 : 이 다리가 아닌가벼. 했지.

나 : ... 말이 안 나온다. 그래서 S 군은 어쨌는데?

알바생 김군 : 어쩌긴. 다리 뻗고 주저 앉았지.

나 : 그래서?

알바생 김군 : 떼어 놓고 혼자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버리고 가지 말라고 죽어라 쫓아 오더라고.

이쯤 들으니 S 군이 불쌍해 집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나 : 너 말이야. 애초에 왜 그렇게 걷기 시작한 거야? 잠시 택시를 타도 됐잖아.

알바생 김군 : 아. 차비가 아까워서... 사실은 말이야 집까지 걸어올까 했었다고.

나 : ( ̄Д ̄)ノ에라이 이놈아!

... S 군에게 슬며시 미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차라리 하루 가비얍게 재치고 제가 같이 다녀올 것을 그랬지요...)







릴리

2004.11.10 14:39:40

그 날 여의도에 모인 사람 가지고 소말리아 난민 5년은 먹일 것 같더라.... 역시 유머감각은 가족 내력이신가봐요.^^;; 어쨌든 너무나 귀여운 김군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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