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68


동생의 발은 크고 넓직한지라, 그 발로 허리를 밟아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뻐근함이 일시에 풀리는 느낌이랄지 어쩔지) 다행히도, 천만 다행히도 제대한 다음 시건방 모드에서도 안마만은 제대로 해주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아버님이 질러버리신 은황토전기매트-_-위에 엎드려 동생을 부릅니다.

나 : 어이.

알바생 김군 : 왜?

나 : 좀 밟아 바.

알바생 김군 : 왜 맨날 나만 시켜?

나 : 무슨 그 무의미한 질문을. 그럼 동생을 이런 데 시켜먹지 어따 시켜먹겠어?

알바생 김군 : 쳇.

싫은 시늉 다 해가면서 와서 밟아주는데. 기분이 좋을 때 보면 그도 나름대로 귀엽습니다... -_- (팔불출 누나) 어쨌든.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야야. 그 밑 부분으로 힘 좀 줘 바라.

알바생 김군 : 응. 저기 있잖아.

나 : 왜? 어이구, 시원하다. 야. 좀 옆으로.

알바생 김군 : 응. 누님 허리가 말이야.

나 : 어.

알바생 김군 : 좀 더 물컹해졌어.

나 : ... !!!!!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팔에 힘 준 거 풀어 봐. 어깨 많이 뭉친 것 같다.

나 : ... ㅠㅠ 응...

고개를 모로 베개에 기대고, 팔을 양쪽으로 쭉 뻗고 있으려니, 동생이 천천히 어깨를 밟습니다. 무지 시원해요 >_<

알바생 김군 : 누님. 힘드냐?

나 : 어. 약간.

알바생 김군 : 왜?

나 : 여러가지로 힘들지. 겁도 많이 나고. 내가 얼마나 찌질거리는지 너도 암시롱.

알바생 김군 : 서비스다. 등도 밟아 줄게.

등짝을 밟고 있는 동생의 발이 넓고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힘을 주면서 무게를 많이 싣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밟고 있는 동생의 무게가 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나 월급 타면 같이 스테이크 먹으러 갈까?

나 : 돈도 없으면서. 그 돈 있으면 컴퓨터나 고쳐. 얼마 전부터 라이터기가 영 먹통이더라.

알바생 김군 : 쳇. 자. 다리 좀 뻗어 봐.

나 : 왜. 팔 다리도 밟아 주게?

알바생 김군 : 응. 공식적으로 누님을 밟아줄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흔한 줄 알아?

나 : 이것이 정녕 죽고싶더냐?

편안하게 밟히고 있는데 동생이 묻습니다.

알바생 김군 : 누구랑 싸웠어?

나 : 응.

알바생 김군 : 그 무신경하고 심하게 발끈하는 버릇은 고치라니까.

나 : 좀처럼 잘 안 되네.

알바생 김군 : 허벅지도 잔뜩 뭉쳤네. 직장에서 힘들게 해?

나 :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긴장하고 쑤셨던 근육들이 조금씩 풀려갑니다. 안마받는 시간은 참 좋아요. 동생은 차분하고 정말 프로답게 몸 전체를 부드럽게 밟아주고, 이런 저런 일상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금새 갑니다.

나 : 어이.

알바생 김군 : 응?

나 : 계장님이랑 싸웠지?

알바생 김군 : (움찔)

나 : 그 대머리 아저씨랑 싸우지 마. 친구 말이 은행에서 제일 싹수 없는 자식이라더라.

알바생 김군 : 잘못 걸렸네.

나 : 석달만 고이고이 참아. 너 나오고 나면 내가 가서 성질 좀 부리고 올게. 예를 들면 동전 1000개를 지폐화 한다던지.

알바생 김군 : 동전 1000개는 있고?

나 : 직장에서 조달해야지. 나름대로 잔돈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나다.

알바생 김군 : 그런데 어떻게 계장님이랑 싸운줄은 알았어?

나 : 너 같이 인간관계에서 치밀하게 구는 녀석이 따로 싸울 인간이 있냐? 엄청 변덕스럽고 성질 더러운 인간 밖에는. 야. 왼팔 좀 집중적으로 밟아 봐라.

알바생 김군 : 어.

나 : 다 밟으면 라면 끓여줄까?

알바생 김군 : 김치 국물하고 파하고 먹다 남은 돼지고기도 넣어 줘.

나 : 어.

오늘도 안마 받는 시간은 평화롭게 흘러갑니다.



Jina Chai

2004.11.06 04:28:47

한국에 있는 제 남동생이 생각나는군요.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조근조근 얘기 나눌 동생도 있고.
제가 옛날에 한 카리스마(동생한테만)해서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었는데...   [08][10][10]

릴리

2004.11.06 10:26:31

아아.. 정말 평화로운 남매로군요. 보고있는 제가 다 잠이 오려고 하는것이..^^;   [01][01][01]

푸하하

2004.11.06 10:47:54

부럽기 그지없음입니다.
제 남동생은 이제 겨우 중학생인지라 한창 반항기예요.
뭐만 시킬라치면 어찌나 억울해하는지...부러워요..ㅠ.ㅠ   [07][05][08]

Miney

2004.11.06 11:23:35

이야... 정말 부러운 남매입니다. 오늘 딸내미들이 학교서 돌아오면 좀 밟으라고 해야겠어요. 어릴 적부터 시켜놔야지 크면 저 정도 노하우가 쌓일 듯. ^^;   [01][01][01]

리체

2004.11.06 12:08:44

흐흐, 웬지 뭉클하군요..^^   [01][01][01]

코코

2004.11.06 17:49:28

...다들 뭉클해하시는데 왜 전 시엘님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문득, 정말 난데없이 문득 궁금해지는 걸까나요^^;;;
(밟힘의 기쁨을 아는 나이란...저도 그 비스무리한 나이가 되었기에...;;)   [10][06][06]

우지끈ㅎ

2004.11.06 21:25:40

우아 ㅎ 재밌어용   [10][08][07]

귀연천사

2004.11.09 15:20:55

이야.. 참 따땃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 물씬입니다.. 동생있음 참 좋겠당..   [01][01][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파 게시판 설명 Junk 2011-05-11
공지 구 정파 게시판 리스트 Junk 2011-05-11
658 수룡님, 줌마님의 이벤트 당첨을 축하 드립니다. [11] Lian 2004-11-10
657 불꽃놀이 축제를 보러 가서. [1] ciel 2004-11-10
656 길치 알바생 김군의 방문 [4] ciel 2004-11-10
655 의자왕.... [1] 위니 2004-11-09
654 가끔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매번, [4] 편애 2004-11-09
653 인터뷰성 통화 [4] ciel 2004-11-09
652 미치겠다. [4] 독립815 2004-11-07
651 형부에 대한 정보 외 [3] ciel 2004-11-07
650 책이 도착했습니닷 [4] 수룡 2004-11-07
» 안마를 받는 시간 [8] ciel 200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