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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권해서, 둘이서 어머님의 최신 괴식인 요구르트를 떠먹으며 (그야말로 시큼털털한 한 50년 묵은 썩은 막걸리 맛과 비슷한 맛이 나는) 동생의 군대시절의 추억을 보고 있었습니다.
알바생 김군 : 누님.
나 : 응?
알바생 김군 : 나 이거 내 싸이홈에 올리고 싶거든.
나 : 그런데?
알바생 김군 : 우리집엔 스캐너가 없잖아.
나 : ... 아무리 봐도, 스캔 해서 보정해도 전혀 나아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사진들인데...
알바생 김군 : 그건 알지만. 내가 도토리가 없어서 홈도 못 꾸미고 있으니, 이걸로라도 업로드를 해 보려고. 누님. (갑자기 손을 덥석 잡는다)
나 : (발로 발을 지그시 밟아주며) 징그러. 떨어져.
알바생 김군 : 이번에 만든 TTL 카드로 나 도토리 쪼끔만.
나 : ... 내 싸이홈도 불모진데...
알바생 김군 : 쪼끔만. 쪼끔만. 나도 음악이 나오고 테이블이 있는 방을 가지고 싶으니까. 응? 응? 응?
나 : 징그러. 떨어져. 어쨌든 이걸 올리고 싶단 말이잖아.
알바생 김군 : 쳇. 그렇단 말이지. 누님의 디카로 어떻게 좀 안 될까? 우리집 같은 가난에 쌀뜨물 동냥하는 집에 스캐너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
나 : 디카로 찍어서 컴으로 옮기려고?
... 어떻게든 시도는 해 보았습니다만 결과는 대 실패였습니다. 군인들이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것이 많은 데다가 플래시가 없는 일회용 카메라로 밤에 죽자고 찍어댄 것들이 많아서 죄다 누렇게 떠 보이기만 하니... 그러나 그 중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는데요.
1. 일명 '백조의 호수' 포즈.
나 : ... 이 '백조의 호수' 포즈는 뭐야?
알바생 김군 : 어. 컨셉이야.
나 : -_-
알바생 김군 : 이거 왜 이래. 이래뵈도 발레 포즈라고. 잘 봐. 손 끝과 발 끝이 사선으로 일직선이지?
나 : ... 손에 든 흰색 군모만 빼고.
알바생 김군 : 아... -_-
나 : 도대체 왜 흰 군복에 흰 군모인거야?
알바생 김군 : 밤에 잘 보이거든. 순찰 돌 때 입는 거야.
나 : 괴물 같아.
알바생 김군 : -_-
2. 철수X영수 크로오쓰으~!
나 : ... 이건 또 뭐냐?
알바생 김군 : *-_-*
나 : ... 이... 후레시맨 같은 전대물에나 볼 수 있는 전설의 '크로스' 장면은? 게다가 원래 전대물에는 화이트는 없다고. 그린은 있지만... (동생이 입고 있던 옷이 순찰용 흰 군복.)
알바생 김군 : 그 녹색 군복 입은 사람. 내 바로 위 고참인데. 꼭 그 포즈로 찍고 싶다고 사정하더라.
나 : ... 바보 만들 다른 사람은 없었다냐?
알바생 김군 : 그 때 막 부대와 내무반을 배정받은 때라서, 말 섞은 사람이 나 뿐이었거든...
나 : ... 불쌍한 것.
3. 탱크의 추억.
나 : 호오. 이 탱크 무쟈게 멋진데?
알바생 김군 : 그치? 그치? 이 탱크랑 이쪽 사진 배경에 있는 바주카포가 정말 멋있어서 여기서 사진 찍고 싶어한 애들 많았어.
나 : 죽이게 잘 나왔다. 다음에 내가 밀리터리 물이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면 자료 사진으로 쓸게. 어? 근데 이건 뭐냐?
제가 가리킨 것은 탱크에 멋지게 앉아있는 동생도 아니고, 탱크도 아닌 탱크의 옆을 뻘쭘하게 부여잡고 있는 웬 묘령의 총각... -_-
알바생 김군 : 아. 이 사진 찍은 사진기 주인.
나 : ... 지금 무슨 뻘짓거리 하고 있는 건데?
알바생 김군 : 당근. 탱크로 올라오려고 하는 거지.
나 : ... 포격수냐?
알바생 김군 : 아니야. 그 녀석 나랑 같이 제대할 때 까지 탱크 배경으로 제대로 사진 한 번 찍어본 적이 없었어. 사실 이거 그 사진기 마지막 한 방이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어떻게든 탱크에 앉아 찍으려고 애처롭게 올라오는 모습이지.
나 : ... 근데 찍었어?
알바생 김군 : 원래 탱크랑 같이 뽀대가 나는 인물은 따로 있는 법이야.
나 : ... 안 됐네.
4. 알포인트?
나 : ... 뭐냐? 이 심각하게 노출이 이상한 사진은?
알바생 김군 : 아. 해질녘에 작전 훈련하면서 찍은 거야.
나 : ... 무지 괴기스럽다 야. 노출 부족에, 얼굴은 붕 뜬 것 처럼 흐릿하게 안 나왔지, 게다가 다들 작전중이라서 희끗희끗하게 위장한게 묘하게... 심령사진 같잖아.
알바생 김군 : 응. 좀 그래.
나 : 아. 너 그러고 보니 친구네 집에서 알포인트 봤댔지?
알바생 김군 : ... 친구가 이 사진 보더니 나보고 출연했었냐고 묻더라...
5. 부처님이 보고계셔.
나 : 너 절에도 갔었어?
알바생 김군 : 어. 지역 민생 탐방 차 어쩌구 해서.
나 : ... 문산에도 절이 있었군.
알바생 김군 : 절 없는데도 있어?
나 : 어쨌든 이 묘한 포스는 뭐냐? 불당에도 들어갔었어?
알바생 김군 : 어.
나 : ... 아무리 봐도 이건 썩은 비웃음으로 널 저주하며 내려다 보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불상인데.
알바생 김군 : ... 학교 다닐 때 매번 채플 들었더니 저주받았나...?
6. 바주카를 배경으로.
나 : 또 떼거지 사진이네?
알바생 김군 : 배경은 바주카포야.
나 : ... (한 2분간 정말 사진을 열심히 살피며) 어디에?
알바생 김군 : 자세히 봐.
나 : (약 10여분간 열심히 살피며) ... 그러니까 바주카포가 어디 있냐구.
알바생 김군 : 그러니까 내 군모 윗 쪽으로 자세히 보면 까만 점 있지?
나 : ... 설마 그거라고 거짓말 할 생각 마라...
알바생 김군 : 그거 맞아.
나 : ... 어디가 바주카포냐!!
알바생 김군 : 군대에서 '찍는다' 한 마디면 몇 초 안에 백만명이든 천만명이든 모을 수 있어. 찍는다 했더니 다들 우르르 몰려들어선... (먼 산).
어쨌든 재미있었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그 사진들이 제 디카에 찍혔다면 올릴 수도 있으련만. 안타깝게도 형광등 불빛이 아스라히 사진에 반사되어 제대로 찍힌 것이 하나도 없네요... OTL
Miney/ 흰 군복 있다더군요... (저도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은 없었어요. (Miney 님이 말씀하신 것 같이 남자들이 부둥켜 안고 춤을 추는 사진 같은 것들만...) 노을이 멋진 사진은 하나 있었습니다만...;;;;
릴리/ 실제로 보면 전혀 귀엽게 생각하시지 않을텐데요... (160 정도의 키에 100kg의 뚱땡이라서...;;;; 게다가 저 무뚝뚝해요.)
Lian/ ... 키 187에 몸무게 68kg. 시커먼 얼굴에 '응, 아냐' 가 입버릇인 무뚝뚝한 놈이 귀여우신가요...;;;; (전 징그럽습니다.) 정말이지 집에 힘 쓸 일만 없으면 당장 내다 버리고 싶사옵니다. [10][09][01]
릴리/ 실제로 보면 전혀 귀엽게 생각하시지 않을텐데요... (160 정도의 키에 100kg의 뚱땡이라서...;;;; 게다가 저 무뚝뚝해요.)
Lian/ ... 키 187에 몸무게 68kg. 시커먼 얼굴에 '응, 아냐' 가 입버릇인 무뚝뚝한 놈이 귀여우신가요...;;;; (전 징그럽습니다.) 정말이지 집에 힘 쓸 일만 없으면 당장 내다 버리고 싶사옵니다. [1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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