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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어.
너와 나 사이에는 분명 그 새벽이 있었다고.
그리고 믿고 싶어.
우리에게 그 새벽은 점점 길어질 거라고.
그렇지만 요사이 난 사람보다는 매가 되고 싶어져.
그냥……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어.”
얼마전 읽은 로맨스 소설, 이미강님의 시비스킷에 관하여,,,
참 재밌게 읽었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여주였다.
혹자는 여주인공 혜윤의 남주 한서에 대한 심정변화가
너무 급작스럽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난 혜윤이 그런 심정이 이해가 된다.
고교시절의 끝에서 한서가 혜윤이에게
그런 원망과 투정을 한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혼자 다 아는 척, 똑똑한 척 한다고,,,
어쩌면 한서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
어른스러운 듯, 똑똑한 듯 보였던 혜윤,,,,
그러나 사실, 혜윤은 겉모습만 그리 보였지,
자신의 정체성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아직은 철없고 맹한 여고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서 만난 한서에게,
고교시절 은밀한 추억과 비밀을 공유한
친구였다고 생각한 그런 동창에게,
당혹스럽고 급작스런 남자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이 책 첨에 읽을까 말까 꽤 망설였다.
제목만 보고 경주마에 얽힌 외국인 나오는
로설인 줄 알았으니 -_-
내가 싫어하는 두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고 생각해서
정말 읽기 싫었는데,
스윽 훑어보니 주인공들이 모두 국산이더라;;;
그래서 골라 읽었는데, 아, 읽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저 부분!
혜윤이 한서의 생일인줄 알고 직접 그린 매그림을 선물하면서
영화 레이디 호크 이야기를 해주며,
우리 사이에도 사랑할 수 있는 새벽이 점점 길어질 거라는 걸
믿는다면서, 그치만,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자유롭게 날아가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고 말하는 저 장면!
참 기억에 남는다.
한서와 혜윤은 서로에게 시비스킷과 그 시비스킷을
최고의 경주마로 단련시킨 팀이었던 것 같다.
서로를 알아보고 최고의 파트너로 달려가는,,,
소설 중간에 지훈이었나, 혜윤이를 고교시절부터 좋아했던
남자가 나온다. 지훈이가 혜윤의 파트너가
될 수 없었던 것은,,,
내 생각엔, 지훈과 혜윤은 앞서 말할 그 필요충분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훈 역시 고교시절부터, 초라한 조랑말과 같은
눈에 띄지 않은 혜윤을 특별하게 봐왔지만,
바라본 것에 그쳤을 뿐.
그러나 한서는, 혜윤을 자신의 최고의 시비스킷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집요하게 작업을 한다.
첨엔 의도하지 않은 장난 반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각인시켰고, 나중엔 고난을 헤치고
나가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혜윤 역시 성질 고약한 시비스킷과 같은 한서를
한여자에게 최고의 남자가 되게한 일등조련사요,
마주요, 기수였음에 두말할 것 없고.
아, 재밌는 소설을 읽는 것은,
그것이 로설이 되었든, 순수소설이 되었든, 장르를 불문하고,
척박한 맘에 단비같은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물론 현실과의 괴리땜에 때때로 실망과 충격을 안겨 주지만,
글을 읽는 동안, 난 꿈을 꿀 수가 있다는 것이지 -_-;;
나의 시비스킷은 어디에 있으며,
나를 최고의 경주마 시비스킷으로 만들어 줄
조련사며, 마주며, 기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저도 이 소설 너무 좋아해요. 저도 저부분을 가장 인상깊게 봤습니다.
여주가 바보 같지 않고 옹골찬느낌이라서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