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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일찍부터 바리바리 기어나갔던 동생이
다 저녁무렵 얼굴이 시무룩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언니, 진짜 절망적인 얘기 하나 해줄까?"
"뭔데?"
"....나 앞으로 두달은 더 고생한대....."
동생이 아침 댓바람부터 갔던 곳은 답십리에 있는 점집.
회사를 그만 둔 후 이래저래 일이 안풀리니까 답답했나 봐요.
그래서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는데,
이래저래 안좋은 소리만 듣고 온 모양이었습니다.
"서른살 이후부터 풀리기는 하는데,
올해는 진짜 고비래.
정말 아무것도 되는 일 없으니까
몸 안다치고 돈 많이 안까먹은거 다행인줄 알고 살라고 하더라구."
그외에 동생이 들은 이런 저런 얘기는 대충 이랬습니다.
부모님 사이는 여전히 나쁘지만 이혼은 안될 거라는 것,
할머니는 벽에 칠한 똥을 빨아먹을때 까지 살거라는 것.
.....솔직히 말하면
마음속에는 담아두고 있었지만
쉽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점쟁이 아줌마는 '그거야'라면서 꺼내놓더라는 거예요.
저는 타롯점을 조금 볼줄 압니다.
타롯을 보다보니까 느낀건데,
이건 정말 미래를 딱 점친다기보다
점을 보는 사람, 점을 봐주는 나의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거라.
점보는 사람이 기분이 좋고 자신만만하면 카드도 좋게 나오고,
또는 점치는 내가 기분이 좋아도 좋게 나오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주 끔찍한 패들이 나오고 말이죠.
가끔 가다가 맞추는 경우도 꽤 되는 데
그것은 점을 봐주고있는 나나, 아님은 점을 보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눈치채게 된 관계라던가 상황같은거.
그런거 풀어내다보면 맞추는 것도 있고 하는 거더라구요.
신점이라는 것도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이라기 보다
무의식과 그사람의 상황을 읽어내는,
일종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이 아닐까 하네요.
점쟁이 여편네가 한 모든 말은
동생이나 내 가족이 듣고 싶어하지 않은,
하지만 내심 '이게 사실은 진실이 아닐까'하는 얘기들이더라구요
믿고있었던 방송국 공채가 파토난 후
동생이 많이 실의에 잠겨있었거든요,
그걸 '올해는 죽어도 안풀려'로 읽어낸게 아닐까 하네요.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게 된 것은 다음의 점괘였습니다.
점쟁이 아줌마가 동자신이 실려 동생에게 내뱉던 말 중에 하나.
"넌 니가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빠릿빠릿한줄알지?
에헤. 천만에. 넌 사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애야.
천장이 무너지면, 그 천장을 고치는게 아니라
천장 안무너진데를 골라서 뒹굴거리고 자는 애라고."
.....정말로;;
지금 동생네 자취방은 주방쪽 천장 무너진 상태고.
동생은 천장 무너진걸 피해서 라면을 끓여먹고 사는 중입니다;;
여기서 부터 깅가밍가 했던 나의 생각은
다음의 점괘에서 확신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너 남자있지?"
"아뇨, 없는데요."
"그짓말. 니 마음속에 남자가 비치는데?"
스물 여덟해를 솔로부대원으로 살아온 동생은 의아했단다.
애인은 커녕 딱히 괜찮다고 생각하는 남자조차 없는 동생인데...
"키작고, 얼굴 동그란 놈 하나 보이는구만."
나는 그 순간 아줌마와 신점이라는 것의 정체가
사이코메트리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했던 지난 3개월의 일본 연예인 버닝 기간.
동생이 제일 좋아했던 놈은 킨키키즈의 도모토 츠요시.
그놈, 키 작고 얼굴 동그랗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