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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연극을 보기위해 토요일 엄청나게 달렸다 -_-;;; (이 엄청나게의 기준은 무척 개인적이지만) 고속버스에서 내려서 지하철 타러가면서 뛰고, 갈아타면서 또 뛰고, 지하철에서 내려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는 내내 또 뛰고.........모처럼만에 뛰고 느꼈다, 절실한 운동부족!
제목 이, 는 왠지 모르게 옛 곤충(?)이 떠올랐는데 나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이 너, 라는 의미였다.
영화를 봤다면 내내 비교하며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안 본 상태라 비교상태가 없는 상태로 봤는데 오히려 그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
우선 2층 s석에서 학생할인해서 만원에 봤는데, 정말 사람 얼굴이 구별이 안가게 너무 멀었다 ㅠ.ㅠ
조금만 더 사람이 잘 보였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
우선 제일 즐거웠던 것은, 광대들.
음담패설이 좀 진했는데(13세이상 관람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과 어울려 광대들이 너무나 즐거웠다. 연산의 장면과 이, 장녹수, 장생이 나올때는 거의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광대들이 나오면 계속 웃음이 나와서 즐겁다고 계속 생각될 정도였다. 배우들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거야, 하며 봤다.
또 나름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역을 맡은 배우의 노출신. 과연 노출신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극 중간 장녹수의 부추김에 연산이 이에게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을 요구하며 벗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오옷, 벗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순간 쓰윽 바지를 엉덩이 바로 아래까지 내렸다. (물론 관객들에게 엉덩이가 보이는 방향이었지만) 순간 엄청 놀랐다, 크헉.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 포스터를 보고 나름 기대했던 '이'는 전혀 색기가 없었다 ㅠ.ㅠ (아쉽아쉽)
연극의 '이'는 매우 매우 남자스러웠다. 근육이 불룩불룩;;;;;;
그리고 뭔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라. 같이 본 친구도 이에 동의.
왕의 남자 포스터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장녹수가 왕의 애정을 빼았길까봐 공길이를 미워하고 시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연산군을 등에 업고 부와 권력을 갖고 있던 녹수. 그런 녹수에게
왕의 사랑을 받는 공길이 밉고 없애야할 존재로 보였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과연 공길은 그러면 깨끗하고 정직한 존재일까에 대한 의문. 그 역시 왕을 등에 업고 호의호식을 했고 그에 안주해 왕을 비판하고 그의 잘못을 성토하는 일을 하지 않았잖은가. 결국 녹수와 공길 모두 왕을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렇게 보면 가장 슬픈 존재는 연산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그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보면 세상에 불쌍하지 않은 존재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