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장르 : 느와르 / 액션
감독 : 김지운
출현 : 이병헌 / 김영철 / 신민하 / 황정민
각본 : 김지운


달콤했던 한 순간, 의리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완벽주의 넘버2 선우. 보수의 애인 희수를 향한 한 순간의 달콤한 감정으로 인해 조직 전체를 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어떤 인생이길래 달콤하다는 거야?" 

누군가와 얼떨결에 한 약속 덕분에 보게 된 영화라 사전 정보 전혀 없었고, 단지 저 의문만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꽤 거창한 기대를 한 편이긴 하다. '달콤한 인생'이란 결국 반어법일 텐데, 감독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궁금했었다.

오프닝이 지나가고 얼마 뒤, 함께 보던 지인에게 물었다.

"이거 조폭 영화였어?"
"네."

지인은 놀랍다는 듯 날 보며 대답한다.

그렇구나, 조폭 영화였구나. 진짜 몰랐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느와르/액션'란 장르더라. 아아, 느와르. 내게 있어 느와르란 홍콩 느와르가 기본 이미지이다.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등등 한때 전 세계 영화계를 풍미했던 이들의 얼굴과 함께 빗발치는 총알과 비장함이 엿보이는 OST 등등. 결코 잊을 수 없는 영웅본색!

<달콤한 인생>도 그러한 느와르를 표방하고 있었다.

잘 나가던 인생에서 갑작스런 배신으로 인해 밑바닥 인생이 되어버린 선우(이병헌). 경호원에서 별 4~5개 짜리 호텔 실장으로 변화하기까지 그의 놀라운 무술 실력은 한 몫 톡톡히 했으리라. 하지만 보스의 부탁을 받아 두어 번 뒤쫓던 여자(신민아)로 인해 결국 보스의 신임을 잃고 만다. 인간백정에 버금가는 살인귀에게 느닷없이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던 중, 가까스로 살아남아 자신을 죽이려던 인간들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담담이다. 'noir'를 표방했기에 배경은 어두침침하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어둡거나 그러진 않았다. 비장미 넘치도록 여러 장비들을 쓰긴 했지만, 그렇게 비장미 넘치지도 않았고. 이거 느와르란 장르에 넣을만한 영화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큰 의문점은, 도대체 왜? 이다. 왜 선우가 배신했다는 거지? 뭐 때문에? 자기 명령대로 행동했잖아. 멋지게 담넘어가 그 남자를 죽을 만큼 패서 헤어지도록 만들었구만, 그걸로 모자라단 말야? 그래놓고 '사소한 문제로 아끼던 부하를 죽일 수밖에 없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결국 죽어야한다'란 소리나 하고 있어? 도대체 왜? 뭐 때문에?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고 선우의 마음이 흔들렸다 단정지을 수 있는 거야? 실제로 본 것도 아니면서? 따로 감시한 것도 아니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지.

포스터를 찾아보니 선우와 그 여자가 애인 사이인듯 말하고 있지만, 천만에. 차라리 그랬다면 내 이해를 한다. 하지만 아니란 말이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억 남는 건, 이병헌의 액션, 신민아가 켜던 첼로의 선율, 오달수의 기가막힌 연기, 그리고 엔딩.

아참, 에릭도 있다. 해결사인양 나타나 진짜 해결을 하지만, 그 해결이 도통 이해불가능한.

<영운본색>, <열혈남아> 등의 느와르를 너무 좋아했던 탓일까? 액션으로만 본다면 꽤 괜찮은 영화임에도 전체적으로 전혀 달콤하지 못한 <달콤한 인생>이었다.

이 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알게 되었는데, <달콤한 인생> 감독이 전에 만든 영화가 <장화홍련>이었더라. <장화홍련>에서 엔딩 때문에 악평을 듣더니 이번에는 엔딩이 유난히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하지만 영화는 엔딩이 다가 아니다.

오달수 아저씨의 연기를 봤다는데 만족해야할 듯. 지금이야 별반 주목해 주는 이들이 없지만, 이 사람 언젠가 꼭 상을 탈 것이다!


** 오광록 -> 오달수로 수정했습니다^^;;;


댓글 '9'

자애

2005.04.05 12:39:28

미안하지만 오광록 아저씨가 누구세요..
제자가 "이루어질수 없는 꿈이라서 운다"는 것이 답이 아닐까요..

코코

2005.04.06 00:15:21

자애/러시아인과 말다툼하던 사람있죠? 그 사람이 오광록 씨입니다. <올드보이>, <꽃피는 봄이 오면> 등에 출연했죠. 전부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그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 연기가 진짜 마음에 들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 이야기가 답을 은유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러기 위해 그려놓은 장면들이 너무 자극일색이라 실망했더라지요. 진짜 그 아저씨가 어찌 이병헌이 망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요. 천리안도 아니고서야ㅡㅡ;

노리코

2005.04.06 08:35:17

코코//오광록이 아니라 오달수.. 인디요..-0-
연극판에서도 알아주시는 분이죠. 근데 실제로 보면 정말 대두인데 화면으로 보면 이상하게 머리가 작아보이는... 참 불가사의한 분이죠..
연기 잘하시죠.. 넵~

꽁치

2005.04.06 10:06:46

필름 2.0 토크에 오광록, 오달수씨의 인터뷰기사가 났는데요. 저도 첨에는 두분이 같은사람인줄 착각해서 (사진만보고) 오광록씨 기사가 이주연속으로 났는줄 알았지요. 그런데, 오달수씨 말이 연극할때도 대학로 지나치다 선배들이 자주 그런 오해를 했다고 하네요. 점의 위치까지 많이 비슷하죠. 개성있는 조연 연기도 그렇고. ^_ ^

코코

2005.04.06 14:35:30

노리코.꽁치/오! 그래요? 다른 사람이었단 말입니까?*_* 호오~ 전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_* 진짜 똑같아 보였는디~ 호오~ 어쩜 성도 같은지*_* 호...혹시 둘이 쌍둥이는 아닐지??;;;

노리코

2005.04.06 15:37:10

말씀하신 올드보이, 꽃피는 봄이오면.. 에 출연한 사람은 모두 오달수 씨가 맞아요. 올드보이에서의 인연으로 유지태랑 '해일'이라는 연극도 했었죠. (디게 재미없었지만.. 연기의 문제가 아닌 시나리오의 문제였음..젠장..-0-)
오광록이라는 사람은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음.. 제가 연극판에서 오달수 씨를 먼저 봐서 그런지.. 특히 정이 가는 사람 중에 하나임.

코코

2005.04.06 16:41:59

노리코/그렇군요ㅡㅡ;
전 이 분을 올드보이에서 보고 뽕가서(;;) 집에오자마자 찾아봤거든요. 네이버에는 오광록으로 되어 있어서 그 다음부터 그리 기억하고 있었죠. 인물정보를 클릭하니 얼굴도 같아 철썩같이 믿었단;;; 이제 보니 오광록 씨는 자살남으로 나왔군요; 그리고 방금 기사를 찾아보니 이 영화에 출연한 분도 오달수 씨네요;
암튼 노리코님처럼 저도 이분 팬이어요!!>.<

노리코

2005.04.06 18:47:29

코코//오달수 씨 좋아하시면 연극판을 자주 주시하세요.
얼마전에 연극 아트-앵콜에 출연하셨었는데, 그 특유의 연기라뉘..정말 그 웃김이란.. 달수아자씨, 쵝오야요~ 였잖아요...>.<
저도 달콤한 인생에서 볼만한 것은 미하일과 달수씨라고 생각합니다요~
경상도 사투리의 러시아어라뉘.. 달수아자씨 아니면 못하는 연기입니다..
ㅋㅋㅋ

코코

2005.04.07 02:55:55

노리코/동감이요!!>.<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392 서누님 안녕하세요. [1] 원주희 2005-04-05
» [영화] 달콤한 인생 [9] 코코 2005-04-05
390 [일본] 아시아의 유해물질이 되고 싶은가? [1] 2월화 2005-03-28
389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11] 시즈 2005-03-13
388 [로맨스] 블루 플라워님[그녀의 맞선 보고서] [5] 파수꾼 2005-03-11
387 [만화] 폐쇄자(클로저) - 유시진 [5] so 2005-03-10
386 [로맨스] 시비스킷에 관하여 - 이미강님 [2] 꼬봉이언니 2005-03-10
385 해오라기가...청애가...ㅜ.ㅜ [6] 코코 2005-03-10
384 [로맨스] 서누님의 "비차(1,2)" [1] 미루 2005-03-07
383 [로맨스] 청린淸鱗 [1] 코코 200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