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카렌 마리 모닝(Karen Marie Moning)
출판사/신영미디어

세월 속에 갇힌 영주, 마침내 깨어나다!
주문에 걸려 잠들어 있던 드루스탄이 눈을 떴다. 하지만 세월은 어느새 500여 년이나 흘렀고, 자신이 살던 성은 완전히 없어져 폐허만 남았다. 부족을 구하기 위해 다시 과거의 스코틀랜드로 돌아가야만 하는 드루스탄의 마음은 어느새 자신의 잠을 깨운 그웬도 데려가길 원하는데…….




원제는 "Kiss of the Highlander", 2001년에 쓰여졌으며 우리 나라에 번역, 출간된 것은 2004년 4월.

솔직히 말해서 카렌 마리 모닝의 소설은 이게 처음이다. 전작들에 대한 호평을 익히 들어왔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재미있단 평을 받은 책을 막상 읽으면 그렇게 흥미롭지 못했던 경험이 요즘 들어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고 한 사람에게 억지로 선물하게끔 하게 만들었다. 재미없으면 책임지란 말도 안되는 으름장을 놓으면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다.

재미있다. 상황 전개, 내용을 풀어가는 스타일 등이 마음에 든다. "리타 상에 빛나는 카렌 마리 모닝의 최고작이다!"란 카피 문구가 심히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타임 트래블을 소재로한 로맨스 소설은 많이 접했지만, 이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글은 못 본 것 같다. 외국의 타임 트래블 하면 의례 소재로 사용되는 드루이드, 원탁의 기사, 성배 등등 역시 이 소설에 주로 등장한다. 추가로 집시들의 비상한 비법까지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보통 타임 트래블 로맨스 소설에서의 주 결말과 달리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이 살던 현대로 넘어온다는 게 독특하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결말이 마음에 든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 린다 하워드 식 타임 트래블인 <잊혀진 전설(현대문화센터/1998)>에 나온 하모니의 대사를 인용해보고자 한다.

"맙소사. 정말 믿을 수 없군. 그러니까 온갖 음악과 영화, 피자와 앤처라데(고추로 양념한 멕시코 파이)를 모두 포기한단 말이야? 그 남자는 열정적인 사랑말고도 뭔가 네게 내보일 만한 게 있어야 할걸. 무슨 말인지 알겠니?"(p.405)
"천만에. 난 널 잊지 못할 거야, 그레이스. 넌 아주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어. 하지만 난 아무리 멋지고 커다란 남자의 물건이 있더라도, 현대 사회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p.406)

즉,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세상이라지만, 하모니의 말대로 현대 사회의 편리함을 포기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로맨스 소설에서조차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보다는 남주인공이 현생으로 온다는 설정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이다
^-^;

사실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고 그웬이 현대로 돌아와 잠자고 있던 드루스탄을 다시 만나는 장면 자체도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내 로맨스적인 감성을 한껏 충족시켜주었다고 할까?

이제부터 카렌 마리 모닝의 작품을 하나둘 씩 읽어봐야겠다. 이 작품이 그녀의 소설 중에 최고라 평가받고 있긴 하지만, 이미 출간된 다른 소설들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아 잔뜩 기대 중이다. 그리고 5월에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 드루스탄의 동생 이야기 역시 기대 중!


* 잠시 리타상이란?

RWA` s RITA award
- Romance Writers of America RITA is the highest award of excellence in the genre of romance fiction. The golden statuette, named after RWA first president, Rita Clay Estrada, is a symbol for the very best that romance fiction has to offer each year.

미국로맨스작가협회 리타상은 로맨스 소설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상이다. 초대 회장인 리타 클레이 에스트라다의 이름을 딴 이 황금상은 매해 나온 로맨스 소설 중 최고의 수작에 수여된다.

댓글 '4'

Jewel

2004.05.06 04:16:13

카렌모닝께 다 그런식인듯 .. 판타지를 남주에게 절대 성적 매력을 주기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쿨럭

수룡

2004.05.06 10:54:22

..표지가... 표지가.... 이 작가의 시리즈물은 조금 괴롭더군요; 이 책의 후속편인 '이상한 나라의 클로이'의 영문판 표지의 경우 남주 등근육이 죽이던데, '이상한 나라의 클로이'는 그림말고 그런 사진을 그대로 표지로 썼으면 좋겠다는. (..내가 갑빠를 너무 밝혀서 이렇게 생각되는 걸까요?;)

수룡

2004.05.06 11:00:25

참, 내용적으로 보면, 코코님 말씀대로 술렁술렁 넘어가는 게 상당히 맛깔스러운 글이었습니당. 근데 인과관계가 좀 요상했다는. 그런식으로 과거가 뒤집어지면 아예 둘이 만났다는 과거 자체가 사라져야 하는 게 아닐까용. 여주가 기억을 잃었다가 나중에 남주의 환생을 만나서 다시 기억하고 러부러부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혼자 마구마구 생각.. -_-) 글 읽는 중에는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능력이 정말 탁월한, 부러운 글솜씨의 책이었슴다~

코코

2004.05.06 22:10:23

그쵸? 그쵸? 저도 뭔가 말이 안된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다 읽고 생각하니 뭔가가 이상해요. 그러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그럴싸하게 넘겨버렸다 이 말씀입니다. 놀랍다니깐요. 그게 재능 아니겠습니까? 작가는 어차피 거짓말쟁이인 거 기왕 거짓말 하려면 이렇게 얼토당토 않지만 속아버리는 거짓말을 해버리는 것에 낫다 이 말이죠. 그것 때문이라도 전 카렌 마리 모닝이 좋아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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