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사실, 이 박혜숙 작가의 "중독"은 비평하기에 적당한 작품이 아니다. 비평이란 옳고 그른점과 좋고 나쁜점을 평가하는 글인데 "중독"은 좋고 나쁜점을 말할 수 없기에. (사실 밑에 쓰긴 했지만..;) 그래서 이 리뷰는 감상 & 잡담이다. (언제 비평한 적 있었냐마는.. ㅎㅎ;)


비평이 적당하지 않다는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질이 낮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단지, "중독"은 글 자체보다 작가의 의도가 먼저 눈에 보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독자 또한 그것에 가장 많이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즉, '완벽한 글'을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 때문에 비평을 할 수가 없다.


글을 쓰는 의도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마스터베이션용으로, 그냥, 심심해서, 시간 떼우려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싶어서, 돈을 벌기 위해(한 마디 하자면, 돈 벌러 직장 다니는 게 나쁘지 않은 것처럼 돈 벌려고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완벽하게 글을 쓰기 위해... 등등. 이 많은 의도들 가운데 "중독"을 쓴 작가의 의도는 바로 마지막 것이다.


'완벽한 글.' "중독"의 작가는 '완벽한 글'을 추구한다.

과연 어떤 것이 '완벽한' 글일까? 외형적으로 보자면, 오타가 없고 편집이 완벽한 글을 의미한 다고 본다. 내부적으로 보면 개연성, 기-승-전-결, 캐릭터의 역할, 흐름의 이어짐, 흡인력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 요소들이 완벽하게 구현되고 또한 환벽하게 서로 호응하면 그 글은 그야말로 '완벽한 글'이 되겠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제각기 기호가 다르며 판단의 기준이 다르기에 어느 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게 바로 픽션의 특징이 아닐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은 완벽한 글이다. 동시에 완벽하지 못한 글이기도 하다.


위에 말한 외형적인 점을 살펴보자면 1, 2권 전부 오타가 좀 있다.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오타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오타'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오타'가 많은 건 집중에 방해된다. 그리고 2권에서는 띄어쓰는 빈칸이 한 칸이 아니라 두 칸으로 처리된 부분도 눈에 띈다. (위치는 모름;)

내부적인 문제를 살펴보자면, 전체적으로 '완벽한 글'인데도 불구하고 몇 부분의 개연성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서진이 이연을 찍은 게 사실은 이연이 작전;삼아 그랬다는 건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다는. (근데, 아무래도 이건 내가 복선을 눈치 못챈 것 같은디..;) 그리고 조연들의 역할 비중이 글이 요구하는 것보다 작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조연을 너무 사랑하지 말라는 ^^ 생각이 글속에 스며든 게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서진의 캐릭터는 좀더 비중이 컸어야 했다고 본다. 뒷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진은 입체적인 캐릭터니까. 그리고 유진의 캐릭터도 상당히 약했고.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중독"은 완벽한 글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완벽한 글'에 대한 작가의 의도가 글 전체에서 느껴진다. 매끄러운 배경의 묘사와 설명, 하나하나 계산된 장면의 배치, 대사의 정도와 무게...

하지만, 이 '완벽한 글'은 과연 어떤 것일까? 분명 완벽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아주 지나친 건 아니다. 그러나 "중독"의 뿌리가 단단한 토양 아래에 굳기 전에 의도가 먼저 스며들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글 자체 보다는 '완벽하다'는 작가의 의도에 먼저 사로잡혔다. 중간쯤 읽으면서, 퍼뜩 그 사실을 깨달았다. '완벽하다'는 작가의 의도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더욱 무겁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중독"은 무겁다. 그렇기에 나는 수정이 완전히 끝난 출판본이 아닌, 초고가 보고 싶어졌다. 분명 "중독"은 '완벽하다'. 또한 '완벽한 글'은 훌륭하다. 하지만 완벽한 중독을 접하게 되자, 좀더 구멍이 있고 다소 헐거울 초고가 보고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덧 1. 언뜻.. 이연은 스*커고.. 기혁은 로*콤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헉)

덧 2. 로설의 한 칼있으마하는 (웩) 남주들은 대개 죽도록 패주고 싶을 정도로 재수없는데 (난 그런 남자들 딱 질색) 그 중에서 기혁이 최고다. =_= 그렇게 생각될 정도 캐릭터 플레이가 좋았다는 사실을 의미하긴 하지만.. 으으... (읽다가 "이연아, 그냥 재우한테 가지 그래? -_-" "남주 바꿔줘!" 라고 몇 번이고 생각을...)

덧 3. 참, 에필로그 부분 좋았다. 기혁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것, 정말 좋았다. (안 바뀐 기혁이 싫긴 하지만 완전히 바뀌었으면 더 싫었을 거다.)

덧 4. 역시 칼있으마있는 남주들에겐 '여주를 얼마만큼 세상과 고유하겠는가'가 문제일까. 그 독점력이 매력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면을 적용하고 싶진 않다. (역시 난 저런 남자들 별로라는.)

덧 5. ...대체, 왜 이연은 복수를 하지 말라고 한 걸까? 이해는 가지만 난 그런 부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그래, 기혁씨! 끝까지 복수하자! 다 죽여버리는 거야! 음핫핫핫핫~ +ㅁ+/" <ㅡ 이연이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헛; 코메디닷 -ㅁ-;) 저런 여주 어디 없나..

덧 6. 표지와 두께, 정말 좋았다. 특히 표지. 대개 두 권이라고 해도 같은 표지를 쓰는데 다른 표지를 쓰다니. 독자로서 영언문화사 표지팀(?)에게 감사를.

덧 7. 저기.. 코코님.. 손에 든 쌍칼은 내려놓으심이.. 헉;;; (꽥)





* 이 리뷰는 로맨스 소설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작성된 것으로 대상이 되는 로맨스 소설의 작가분께 해를 끼칠 의도는 조금도 없습니다.

댓글 '3'

코코

2004.04.24 03:35:51

뭡니까-_-
하나도 살벌하지 않잖아요!!!-0-
전 살벌하길 원한단 말임다!!!-0-
이 글은 이미 제게서 떠난 낯선 글이기에
이 정도 가지고는 제가 제정신 차리기 몹시 곤란하단 말이죠ㅡ,.ㅡ
쌍칼 받고 싶다면... 다시 쓰세요!

김선하

2004.04.24 06:47:00

저도 사실은 연재 때의 글이 더 그리워져요.....^^

댜냠

2004.05.11 21:37:19

이런 글을 읽으니 연재글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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