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 주디스 더컨
출판사/신영미디어

네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넌 절대로 알지 못할 거야!
가슴에 불타는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사는 질리언은 5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자신의 곁을 떠난 약혼자 제이콥과 재회한다. 그리고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질리언은 소중한 그들의 사랑을 위해 영혼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데…….





원제는 'Tender Rhapsody' 1983년에 쓰여졌으며 우리 나라에 번역 출판된 것은 2004년 4월.

83년이면 벌써 21년 전의 느낌으로 써진 글이란 소리다. 때문에 현실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다가서기 어려운 면이 없잖아 있을 듯 하다. 그 점에 매우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글 역시 전작 <사랑>처럼 꽤 잘 쓰여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앞부분에서 지루한 면은 있으나,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들게 되면 주인공 간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 단순히 사랑 놀음에 그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가 왜 그녀를 떠나야했는지, 그녀가 왜 그를 잊지 못해 슬퍼하는지 - 이건 단순히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빠는 절대로 나를 비판하지 않았죠. 대신 내가 생각하게 곧 부추겼어요. 오빠는 친구로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들을 다 갖추고 있었죠. 신뢰, 유머 감각, 지식, 동정심까지. 오빠에겐 늘 기댈 수 있었어요.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요. 다른 무엇보다도 그런 점들이 정말 그리워요." - p.207

사랑에 빠지기 전, 그들은 함께 자랐고, 동일한 가치관들을 함께 경험해갔다. 때문에 그들은 정신적으로 깊게 밀착되어 있었다. 불의의 사고는 그들의 유대관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질리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깊은 관계에 있던 지인(知人)을 잃어 더욱 큰 상실감에 빠졌다.

제이콥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여동생이라 여기던 대상이 어느날 갑자기 연인으로 발돋움하지만 그에게 있어 질리언은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절대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대상이었다. 그런 대상을 상처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결국 그를 떠나게 했다.

이러한 둘의 관계를 대략 이해하게 된다면, 주디스 던컨이 설정한 그들의 오해와 갈등을 손쉽게 읽고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로맨스 소설 대부분이 두 주인공 간의 사랑으로 인한 오해와 갈등을 주로 삼았기에 주디스 던컨의 고도로 정밀화된 심리는 자칫 허술하거나 어렵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녀의 소설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한다. 나로서는 매우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앞부분의 지루한 서술 역시 독자들이 그녀의 책에 대해 홍미를 못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독자들이 그 글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일종의 매력적인 글쓰기 기법이라 했다. 수많은 단어로 이루어진 소설을 읽기 위해 독자들이 처음 들춰보는 것은 아무래도 프롤로그 혹은 1장일 거다. 여기서 독자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가는지 호기심을 갖게 만들어야만 작가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를 본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디스 던컨은 소설을 집필하는데 있어 기교적인 면은 덜하다 볼 수 있다. 전작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인 점으로 보아 이것이 주디스 던컨의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현재까지 그녀의 소설은 두 권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이 <텐더 랩소디>가 쓰여진 것은 83년이니 지금의 그녀는 어떤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두 권이 국내 독자들에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으나 나처럼 소수의 매니아를 만들어내게 되었으니 앞으로 꾸준히 그녀의 글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내가 생각한 그녀만의 독특함이 희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는 기교가 적당히 섞여있는 정말 재미있는 글을 쓰고 있는 현재의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댓글 '1'

bach101

2004.04.16 22:35:30

혹.. 주디스 던컨의 '사랑' 내용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갖고 결혼해서 살아가다 아이아빠가 돌아오면서 갈등을 겪는 그 소설인가요? 읽어본다 하면서두 막상 대여점서 조금 펼쳐 읽다보면 망설여했었는데.... 그 책 읽어본 분들이 다들 좋았다고 내내 기억에 남는다 하시더군여.. 이 책두 기대됩니다~~ 앞소개분을 보면 전작 사랑보다 더 재밌겠는데요?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근데 코코님 혹시 아도라 읽어보셨는지? 하나포스에 갔다가 아도라 라는 만화를 발견했는데 많이 각색을 했더군여.. 좀 잔인하고 야한 부분을 많이 떼어내서 아쉬웠지여~~ ( ^^ )너무 뜬금없지여? 문득 생각난 소설이라.. 이 책두 무지 오래된 거거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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