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68

약 10여년 전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


.


.


친구야!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야~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친구가-
.
.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나 있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무고나 영풍문고에서 수 백 명의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나에게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위 글은 연탄길로 유명한 작가 '이철환' 님의 글 "축의금 만 삼천원" 이라는 글입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발견했어요.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진하게 울어봤습니다.
참 따뜻하게 살고 싶은데,
언제나 잊어버리고 마네요.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찌들고 찌드는 자신이 너무 밉네요.
가만히 인터넷기사를 읽고 있으면 너무 안타까워도,
또다시 현실에서 부대끼는 내 자신이 있습니다.
이거 보고 진하게 한번 울고, 다시 시작합니다.^_^

모두들, 힘내세요.


추신 ; 처음으로 토크토크 게시판 진출입니다.
         이제 유령회원 안녕이군요-


엘레나

2007.12.13 14:42:30

진하게 울었습니다.
저또한 현실과 타협하고 찌들어버린 제자신이
슬퍼 같이 울었습니다. 갑자기 멀리있는 친구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08][12][05]   [08][12][05]

위니

2007.12.14 08:33:59

으음...마음이 짠해지네요...연말이 다가오는데 주위에 배고픈 사람들은 없는지 마음이 추운사람들은 없는지 한번쯤 둘러봐야겟어요..   [01][01][0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파 게시판 설명 Junk 2011-05-11
공지 구 정파 게시판 리스트 Junk 2011-05-11
1648 뇌에 눈이 펄펄 내리네요-_- [11] 편애 2007-12-17
1647 연향비님~ [2] so 2007-12-17
1646 아름다운 연아 [14] so 2007-12-16
1645 아들의 촌수 [8] 차우냥 2007-12-14
1644 반전커플 [2] 앗싸 2007-12-14
1643 펌&gt;네이버 마일리지로 태안군을 [7] 핑키 2007-12-14
1642 피겨 GPF 관련 동영상 [12] Junk 2007-12-13
» 감동적인 이야기 [2] 베로베로 2007-12-13
1640 태안군으로 헌옷을 보냅시다 [5] 핑키 2007-12-12
1639 예술의 전당 화재 [7] so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