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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얼음에 구조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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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상실이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상처는 희미해진다.
아무리 혼란의 물결에 싸여있어도 끝내 시간은 지나간다.
구정이 지나가고 졸업식을 앞둔 2월.
“알았어. ……괜찮아. 오빠가 시간 나는 주말에 찾아뵈어야지 뭐. ……응, 방해해서 미안. 끊을게.”
핸드폰 폴더를 닫고 민하는 작게 숨을 몰아쉬었다. 기쁜 소식을 하나 들었는데도 이상하게 감흥이 없다. 그토록 바랬는데, 막상 된 걸 안 지금은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이다. 머릿속이 딴 생각으로 분주하기 때문일까.
“얘! 민하야!”
멍하니 복도를 걸어가던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것은 예주였다.
“기집애, 축하해. 한턱 쏠 거지? 그냥 넘어가면 너 메주다?”
“어, 언니. 오늘도 학교 왔었구나. 어데서 들었어요?”
“다들 알던데 뭘. 부럽다고 난리들이다 야. 그래, 어디 갈 거니?”
“우리학교랑 하는 데가 몇 안 되잖아요. 미네소타 가려고요. 거기도 한국 사람이 많아서 좀 걱정되긴 하지만요…….”
머쓱하게 대답하고 있을 때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한 떼의 무리들.
“서민하, 너 잘 만났다. 밥 사! 얌마!”
교환학생합격자발표가 난지 하루도 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모양이다. 민하는 결국 몇몇 친구들이며 선배들한테 붙들리다시피 해 학교 근처 전통주점으로 향하게 되었다.
“축하한다! 자, 받아라!”
“니 얼굴 1년 못 본다 생각하니까 왤케 입가가 실실거리는 건지 몰것다, 야. 자, 원 샷, 알지?”
“야, 야. 내 건 안 받을 거냐? 차별대우 절대 반대다?”
당연히 오늘의 주인공이라 이쪽저쪽에서 마구 술을 부어댄다. 또 준다고 그걸 넙죽넙죽 다 받아 마시는 인간은 뭔지. 예주가 그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너 괜찮니? 무리하는 거 아냐? 센 편도 아니잖아.”
“아웅, 언니도 참……. 흐, 걱정 마요. 내가 알아서 조절하고 있는데 무얼.”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민하의 발음은 이미 꼬일 대로 꼬여있는 상태였다.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으며 그런 그녀에게 계속 술을 부어주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를 단칼에 날려 보낼 핵폭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여.”
아주 짧은 감탄사 같은 한 마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공기가 스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웅성거림은 금세 가라앉았다. 이미 거나하게 취한 오늘의 주인공을 제외한 일동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린다.
“좋은 일 있나보지? 연락도 없다니 상당히 섭한데?”
민하는 반쯤 풀린 눈을 들어 긴 인영을 올려다봤다. 옷깃에 털이 달린 두툼한 카키색 점퍼에 빈티지진, 그리고 안에 받쳐 입은 얇은 니트. 간만에 보는 캐주얼한 차림이다. 특이한 귀걸이만 조금 눈에 띌 뿐, 옷걸이가 황당할 정도로 좋아서 그렇지 복장 자체는 평범하다.
“흥! 연락 안한 건 그쪽도 마찬가지잖아? 누가 누구더러 섭하대?”
술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건지, 아니면 발악하는 건지 모르겠다.
“헤, 잘생기긴 드럽게 잘생겼네……. 근데 잘생기면 얼굴값을 해야지, 왜 깡패 짓을 하고 지랄이냐 이거야, 엉? 울 오빠가 그러는데 말이야, 넌 법을 즈려밟기 위해 사는 똥개새끼래……. 흐흥, 똥……개……. 헤…… 똥개도 잘생길 수 있나 보지? 잘생긴 똥개라…… 웃긴당, 흐흐흐…….”
완전히 맛이 간 상태인 그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일행들은 죄다 슬금슬금 자리를 벗어나 있었다. 예전에는 그녀를 냉혈한에게서 보호라도 해줘야한다는 기사도 일념으로 간을 혹사시키던 몇몇 남자들도 있었지만, 사귄다는 식으로 반 공인된 지금은 차마 여기 붙어있을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
“에이쒸! 다들 어디 갔셔요? 여기, 여기 술 남았자너요! 나 혼자 다 퍼마시라 이거야?”
강인은 고개를 약간 기울인 상태로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주정을 웬일로 들어주시나 하고 술에 간이 불어터진 민하가 삿대질을 하려 손을 쳐든 다음 순간,
“앗!”
몸이 어느 새 공중에 들리나 했더니, 그녀의 배 언저리는 단단한 어깨에 얹혀 있었다. 그 위로 자신이 벗어놨던 코트가 나비처럼 내려앉는다.
“뭐, 뭐예요! 내려놔요!”
“한 번 교육 갖곤 약발이 서지 않는 스타일이군. 1라운드로 끝내지? 이쪽에서 손 하나 까닥 안 해도 제풀에 슬립다운 될 거면서, 왜 굳이 주먹을 휘둘러서 힘을 빼시는데.”
말로는 절대 못 당한다. 술에 취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마찬가지다. 민하는 술에 반쯤 깨다만 상태로 강인의 차 조수석에 밀어 넣어졌다. 조수석 문을 닫자마자 가게로 돌아간 강인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오더니 운전석에 올라탔다. 민하는 그가 운전석 쪽으로 오는 걸 보고 눈을 감았다. 오빠한테 다짐을 받았는데, 또 이런 상황이 되고 말았어.
“또 왜 나타난 거예요. 한동안 연락 끊어줘서 감사했는데. 그리고 말 듣겠다고 했잖아요. 왜 술자리까지 나타나서 산통을 깨는데. 말 듣겠다고 했으면 그런 줄 알아야지, 그쪽이야말로 학습능력도 없어요?”
“방해할 생각 따윈 없었어. 나도 같은 과라 말을 건 것뿐인데, 알아서들 자리를 피해주던데? 그 멤버들은 학습능력이 있는 것 같아서 맘에 들어.”
하느님이 계신다면 제발 이 남자 좀 어떻게 해주세요. 지혜 좀 달라고요.
- 그럼 정 떨어지는 짓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 ……그 남자 앞에서 온갖 추한 꼴을 보여주면 되지 뭐. 옷도 넝마처럼 입고, 머리도 아줌마 헤어로 바꾸고, 다리 쩍쩍 벌리면서 걷고, 술에 곤드라져서 오바이트 막 해대고.
그 때 기도가 먹혔는지 떠오른 말이 있었다. 아, 그래. 그 방법을 쓰기엔 지금이 최적의 찬스가 아닌가! 민하는 있는 힘을 다해 배에 힘을 주었다. 토기가 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조만간 뱃속에 든 게 나오지 않을까. 이 얄미운 인간의 얄미운 차를 더럽히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욱! 우욱!”
억지로 구역질하면서 게슴츠레한 시야 틈으로 살짝 옆자리의 인간을 엿보았다. 강인은 시동을 걸려다 말고 그녀를 슬쩍 돌아보았다. 민하는 그런 그를 확인하고 한층 구역질에 박차를 가했다.
“웩! 웨엑!”
“흠.”
강인은 턱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대며 고개를 약간 비틀더니 재미있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뭐, 뭘 봐요……. 구역질하는 거 첨 봐요?”
“그냥 보는 거 아냐. 생각도 같이 하고 있어.”
“생각? 무슨…….”
“여기서 토하면 옷을 벗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흡!”
순간적으로 정말 구토가 넘어올 것 같은 기분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 위로 검은 그림자가 다가온다. 윽……. 무의식중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은 그녀 위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럼 운전할 테니 사양 말고 마음껏 토하도록. 옷을 버리면 뒤처리는 알아서 해줄 테니. 아, 물론 갈아입을 때까지 좀 여백이 있겠지만 말이야.”
“……농담할 기분 아니…….”
진짜로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아까의 다짐도 잊고 민하는 서둘러 차 문고리를 잡아당겨 내렸다. 처음에는 가게 화장실로 달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럴 여유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길가에 거나하게 토하고 말았다.
“우욱…….”
괴로워서 눈물이 나왔다. 강인이 옆으로 다가와 몸에 손을 대는 게 느껴진다. 몸을 비틀면서 소리 질렀다.
“제발 좀 꺼져주면 안돼요? 제발 좀…….”
입에 쓴맛이 돌자 눈물이 더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오늘 울 엄마아빠 돌아가신 날이란 말이야……. 근데 오빠 바빠서 c찾아뵙지도 못했단 말이야……. 불효자식 딸내민 술 처먹고 이러고 있단 말이야……. 검사가 뭐야? 교환학생이 다 뭐야? 죄송해……, 엄마……아빠…….”
민하는 횡설수설했다. 원래부터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이 남자가 나타나면 술이 아니라도 혼란스러워진다. 목이 쉬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흑……, 흐윽, 흑…….”
등에 얹히는 묵직한 감각을 뿌리치려고 노력했지만 강인의 손은 그대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더 힘을 주지 못하고 늘어지면서도 민하는 그저 웅얼거렸다.
“가요, 제발. 나 좀 내버려둬……. 부탁이야……. 이제 그만 좀…….”
힘이 너무 풀려서 몸에 감각이 없었다. 그래서 물컹한 감각이 입술에 닿고 안에 들어올 때가 되어서야 민하는 정신을 차렸다. 온 신경을 깨우는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나오려던 모든 구역질이 다 들어갈 것 같은 키스……인지 뭔지…….
뭐, 뭐야! 이 남자!
그녀는 젖 먹던 힘을 다해 강인을 밀어냈다. 성은의 어드바이스가 별 소용이 없을 거란 걸 알아차린 것은 바로 다음 순간, 그가 정말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듯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는 걸 보았을 때였다.
“저, 정말……, 왜, 이래요? 방금 토한 입에……. 미쳤어요?”
“세상엔 이런저런 맛이 있는 거니까.”
“더, 더러운 것도 몰라요?”
반문하며 비틀거렸다. 이대로 계속 서 있다간 길바닥에 미끄러질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안아 올려 차에 데려간 강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젖혔다. 그리고 그녀 귀에 걸린 물건, 자신이 준 귀걸이를 만족스런 듯 귓바퀴와 더불어 한꺼번에 입안에 머금더니, 당혹감으로 바짝 몸을 움츠린 그녀에게 부드럽게 속삭였다.
“당연히 모르지. 똥개새끼거든.”
52
늘 페이스에 말려버리는 자신이 끔찍하게 싫다.
사람에, 상황에, 구속에 익숙해져가는 자신이 끔찍하게 싫다.
“우욱!”
민하는 강인에게 안겨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의 팔을 밀쳐내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변기를 붙잡고 그 날 먹은 모든 음식물을 차례로 게워내기 시작했다. 식도를 타고 내려왔던 모든 것들이 도로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토하고, 또 토하고, 전신의 기운이 전부 빠져나갈 때까지 토했다.
탈진상태가 되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시야가 까매져서 하나도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3초가 지나자 저편 거실에서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길고 푸르스름한 인영……, 지겨워.
민하는 기력 없는 한숨을 토해내면서 그런 그를 무시하고 방에 들어갔다. 필사의 기운을 짜내 이불을 들치고 그 위에 누웠다. 잠시 후, 인기척이 났다.
“나, 저항 안 해요. 저항 안하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녀는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힘을 주어 말하려고 했는데 의지와는 반대로 낮고 쉰 소리가 났다.
“제발 가줘요. 부탁이에요. 가주세요. 오늘만 봐줘요.”
왔다갔다, 이랬다저랬다, 뭐 하나 제대로 관철시키는 법이 없다. 나 같은 한심이가 또 있을까. 이런 꼴 보이고 싶지 않아. 제발 꺼져 줘. 하지만 상대가 들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이어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강인이 가주었다. 정말로 가주었다.
새장에 들어온 아기 새에게까지 강요하지는 않는 걸까.
침대에 누워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집 전화가 울렸다. 민호다.
[어디냐.]
“전화 받은 거 보면 몰라? 집이지.”
[혼자지?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무뚝뚝한 음성에 걱정기가 잔뜩 배어있는 걸 깨닫고 애써 명랑하게 대꾸했다.
“자다가 깨서 그래. 오빠가 깨웠잖아. 암튼 오늘도 못 들어온다 이거지?]
[휴, 미안해. 한 이틀은 죽어도 못 들어갈 것 같다.]
“할 수 없지 뭐. 어른들도 이해해주실 거야. 엄마아빠도 그렇고.”
[바보야, 그게 아냐. 네가 문제지.]
“나야 뭐…….”
[별 일 없는 거지?]
“응. 오빠가 걱정하는 일 없어. 진짜 잘하고 있으니까…….”
[믿는다. 그리고 성은이한테 봐달라고 부탁 좀 할 테니까.]
“언니도 일 있는데 너무 강요하진 마.”
여느 때의 민호답지 않다. 아무래도 날도 날이고 여동생 대인관계도 걱정이고. 검사님이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보다. 민하는 살짝 죄책감을 느끼고 무거운 한숨을 눌러 참으며 전화를 끊었다. 이젠 정말 누워서 쉬어야지.
하지만 안락을 느낀 것은 고작해야 몇 십 분에 지나지 않았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민하의 귀에 초인종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강인일까?
ㅡ딩동.
싫다.
ㅡ딩동.
싫다, 정말.
ㅡ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싫다고, 정말, 정말 싫단 말이야!
민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현관에 다가섰다. 그리고 문을 엶과 동시에 소리 질렀다.
“꺼져 달라고 했잖아, 제발!”
하지만 상대는 그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 문을 당겨 현관에 들어서려고 했다. 민하가 술에 취해있지 않다고 해도 저항할 수 없었을 만큼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그리고 그 때서야 그녀는 정신이 들어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남자는 잽싸게 문안으로 발을 들이밀어 막았다.
강인이 아니다, 이 남자.
지금은 한밤중을 넘어…… 새벽.
뭐……지?
거세게 저항해보았지만 남자의 완력에 당할 수가 없었다. 그다지 힘이 셀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여자인 민하로서는 무리였다. 결국 남자는 완전히 현관에 들어서버렸다. 민하는 공포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누, 누구……세요?”
말함과 동시에 알아차렸다. 같은 층에 사는 남자다. 말없고 음침해 보였지만 한편으로 왜소하고 볼품없는 느낌이 훨씬 강해 별 인상에 남아있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탈 때마다 민하가 인사했을 적에도 한 번도 반응해준 적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왜 이 사람이, 지금 뭘 할 생각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자가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섰다.
“왜, 왜 그러세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
남자가 말없이 한 걸음 더 그녀에게 다가선다.
“저기, 마, 말로 하세요. 무, 무슨 일이세요?”
“남자가 있었어……?”
“네?”
“……남자가 있었단 말이지?”
강인과는 다르게 무서웠다. 강인이 무협영화에서 무림을 평정한 악한이라면, 남자는 공포영화에나 출연할 법했다. 평소에 보았을 때는 전혀 위압감을 느끼지 못하던 깡마른 체구가 더 무섭다. 민하의 눈에는 그가 우주 뱀파이어에게 물려 처참하게 죽어가는 해골바가지처럼 보였다. 강인과의 공포의 차이는 조만간 칼질을 당할 것이냐 아니면 목 졸림을 당할까 정도로, 하여튼 뒤지지 않게 무서웠다.
한밤중이다. 민호도 없고 강인도 가버렸다. 집에는 그녀 혼자였다.
“왜, 왜 그러세요. 나, 나가주세요. 나, 남의 집에 들어와서 뭐 하는…….”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었어!”
“악!”
“말했잖아! 항상 널 보고 있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들은 순간 머리를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런 거였어? 강인이 아니었던 거였어? 이미 술은 깨버렸지만 민하는 마치 취한 것처럼 휘청거렸다. 이 남자는 미친놈이다. 말 그대로 미친놈이다. 내 인생에 왜 이렇게 미친놈들이 많이 꼬이지? 아니, 이럴 때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전화……, 전화를 걸어야 해! 전화! 전화가……! 가장 가까운 전화기가 있는 거실로 젖 먹던 힘을 다해 몸을 움직였지만 남자 쪽이 빨랐다. 전화기를 미처 붙잡기도 전에 남자의 손에 선이 뽑혀나갔고, 본체는 거실 벽에 던져져 힘없이 부서져버렸다. 플라스틱 케이스가 박살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집안에 진동한다. 민하가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남자가 뭔가에 씐 악귀처럼 매섭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항상 널 보고 있다. 내 마음 느껴지니?
이제야 깨달았다. 꽃향기는 강인이 늘 몰고 다니는 피 냄새와는 달랐다. 훨씬 음침하고 훨씬 괴기적인 냄새를 띄고 있었는데……. 어째서 몰랐을까? 저 남자를 그렇게나 자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도! 하지만 우연치고는 너무 심한 걸!
“흡…….”
숨이 막힌다. 목구멍을 끈끈하게 조여드는 손아귀 힘. 이대로 죽는 걸까?
“이건 네 잘못이야. 알겠어? 네 잘못이라구! 이렇게 보고 있는데! 딴 놈을 집에 들인 네 잘못이라고! 니 년 잘못이란 말이야!”
그게 아닌……데……. 그……런……게……아……닌……데……. 아아, 제발 도와줘요! 누구라도 좋아! 제발 도와줘요! 아아, 제발……!
“강……인…….”
“그게 그 놈 이름이야? 지금도 그 놈 생각을 하는 거야?”
“흐으…….”
“그럴 바엔 죽어! 다른 놈이 옆에 있는 걸 보느니 차라리 죽여주겠어! 차라리 내 손에 죽어! 죽어! 죽어!”
아아, 안 돼!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하지만…… 아아, 이대로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해! 숨이 막혀온다. 고통스럽다 못해 희미해져만 가는 의식을 어떻게든 바로잡으려고 애쓰면서 민하는 힘을 쥐어짜다시피 다리에 끌어 모았다. 그리고서 어떻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는 그녀 자신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은 거의 발악이었다.
“흐억!”
발버둥을 치던 그녀의 무릎이 남자의 정 가운데에 명중한 것이다. 일격이 상당했는지 남자의 손은 겨우 떨어져나갔고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가야 돼, 현관으로……! 도망쳐야 해!
“하아…… 하아…… 아악!”
하지만 남자는 정말 말 그대로 미친놈이었다.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현관으로 향하는 그녀를 괴물 같은 힘으로 따라잡아 머리채를 잡았던 것이다. 민하의 몸은 현관 입구에서 곧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제는 아픔 같은 건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 안 돼! 어떻게든 이웃에게 알려야 해! 소리를 질러야……! 제발……!
“……으허…….”
하지만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남자가 호주머니에서 잽싸게 잭나이프를 꺼내 목에 들이댔던 것이다.
“제, 제발…….”
번쩍이는 칼날이 목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혈관이 팔딱팔딱 뛰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만 같다.
그 때였다.
“으아아악!”
갑자기 그녀를 가로막고 있던 인간이 단숨에 떨어져나갔다. 기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민하의 귀에 공포영화의 그것처럼 새된 비명소리가 울린다. 방금까지 자신을 덮치고 있던 남자의 것이었다. 스토커를 가격한 상대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를 지배한 것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고통과 공포임에 분명했다.
뭔가가 펑! 하고 터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강……인?
그녀는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상반신을 반쯤 일으켰다.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튕겨 돌아오는 목, 겨우 몇 방이었는데 희생자의 입에서는 벌써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도마에 놓인 생선처럼 부들부들 배를 부여잡고 몸을 비틀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다. 입에서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연신 피를 토해낼 뿐. 한 방, 또 한 방, 또, 또……. 이대로 가면 살인이 날지도…….
“그으……마안……, 하아……하아……, 제에바알……!”
기다시피 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말려야 해! 어떻게든 말려야 해!
“싫……어……! 싫어! 죽이지 마!”
그것은 남아있던 마지막 기력을 쏟아 부은 비명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공격자의, 나름대로는 느긋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고 가차도 없던 공격을 정지시키는 데는 충분했다. 그는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상대의 목젖에 올려놓았던 발을 내리자 입과 코에서 피를 내뿜으며 스토커는 망가진 밀짚인형처럼 풀썩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그리고 공격자는 뒤로 돌아 민하를 부축하기 위해 몸을 굽혔다. 하지만,
“어, 어떻……게…….”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한 자세인 그녀가 겨우 헐떡이며 말했을 때였다. 바로 앞에서 반쯤 몸을 굽힌 채 서 있던 강인을 일순 무언가가 덮쳤고, 그는 아주 잠시 비틀거리나 했더니 잽싸게 몸을 돌렸다.
“흐어억!”
방금까지 쓰러져 있던 스토커가 바닥에 있던 칼을 쥐고 마지막 발악을 해왔던 것이다. 마치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순간. 하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민하의 기억에 제대로 새겨지지도 않았을 정도로.
정신이 겨우 들었을 땐 이미 강인의 일격이 남자의 배에 명중한 뒤였다. 너무 그 동작이 빨랐고 너무 상황이 빨리 종료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 새빨간 피가 바닥에 무너져 내린 스토커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알아차린 것은 방금 맞은 일격으로 반 시체가 되어버린 스토커의 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다는 것 정도였다.
지금의 비린 냄새는 피……?
시야에 붉은 얼룩이 보여, 조금씩 커지는 것 같기도 한데…….
“경……찰……, 불러줘요.”
그녀는 자꾸만 끊어지려는 의식을 돌려놓으려고 갖은 애를 쓰며 중얼거렸다.
“웃기지 마.”
자신을 안아드는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대조적으로 고막에 들어온 음성은 소름끼치도록 싸늘했다. 강인은 반 시체(?)를 발로 걷어차 현관 쪽으로 날려 보내고는, 그녀의 몸을 들어 소파로 옮겼다. 그리고 바지포켓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소파에 늘어진 그녀의 귀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현홍이? ……지금 집 쪽으로 간다. 와서 지렁일 하나 데려가. ……아니, 크게 손봐줄 것도 없어. 지렁이한테 생식기 따윈 불필요할 테니 아랫도리만 솜씨 좋게 박살내. 가운델 통째로 도려내고 양 무릎도. 평생 목발 없인 기지 못할 정도로.”
더 이상 말릴 기력은 없었다. 민하의 시야는 곧장 흙빛으로 변했다.
53
향기가 난다.
씁쓸하고 어딘가 독한……, 그렇지만 거부할 수 없는 향기. 하지만 적어도 꽃향기보다는 나을지도 몰라.
기절하다시피 의식을 잃었던 민하의 감각 중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후각이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강인에게 안겨 그의 차에 도로 옮겨진 것도 몰랐을 정도로 그녀는 깊은 잠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실은 20시간을 넘게 잤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코를 알싸하게 찌르는 냄새에 반응해 눈꺼풀을 들었을 때 보인 것은 커튼을 닫지 않아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었다. 벌써 밤이다. 암담하리만큼 짙은 암흑, 그 안에 담긴 푸르고 선연한 기운이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깨어났어?”
그 누군가가 있었다. 이 침대도 그 누군가의 침대일까?
나, 분명히 그의 이름을 불렀었다. 그렇게 혐오했는데,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저 남자였어. 성원 오빠가 아니라…… 저 남자였어.
“몸, 일으킬 수 있겠어?”
항상 서늘한 기운을 담고 있는 독특한 목소리, 하지만 지금만은 상냥함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착각하지 마. 저 남자한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아니, 저 남자만이 아니야. 남자……, 남자란 동물 자체가 무서워…….
몸을 바싹 움츠렸다. 파자마를 보니 피가 약간 묻어 있다. 몇 시간 전 일어난 일이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너무나 또렷이. 아, 제발, 제발 생각나지 말아줘, 제발……. 더 토할 것도 없는데 메슥거리게 만들지 마……. 뭔가, 진드기 같은 것이 심장에 들러붙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답답해, 지금도 목을 조이는 것만 같아……. 숨을 헐떡이는 그녀에게 손이 뻗어온다.
부드럽게 이마에 손이, 입술이 닿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직한 속삭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의 얼굴은 어떨지 몰라도 손길만은, 목소리만은 온화하다. 최악의 남자인데, 최악의 인간인데, 이 남자가 나를 구했어. 왠지 모르게 멈췄던 눈물이 다시 배어나올 것 같아, 팔을 들어 눈을 가리고 중얼거리듯 물었다.
“어떻게 알고 돌아왔어요?”
“말했잖아. 네가 언제,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전부 꿰고 있다고.”
강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 가.”
그 말에 남자는 의뭉스럽게 웃을 뿐이다.
“그 놈은…… 어떻게 했어요?”
네 옆에 다른 놈이 있는 건 못 참겠다, 내가 침 발라 논 것에 딴 놈들이 얼쩡거리면 안 된다고 했던 인간인데 자신에게 스토킹을 하고 목 졸라 죽이려 했던 놈을 가만히 놔뒀을 리가 없다. 대답이 없는 것이 못내 불안해 눈을 뜨고 강인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입술 끄트머리만 올리는 미소.
“죽인 건 아니죠?”
“원한다면 얼마든지. 어때, 죽여줄까?”
“그만 둬요. 그런 짓 싫어…….”
누운 자세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의 목 밑으로 손이 들어오더니 상반신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일으켜주었다.
“식기 전에 마셔.”
말과 함께 입에 알맞게 데워진 사기그릇의 감촉이 닿았다. 민하는 무심코 그 안에 담긴 액체를 마시려다가 멈칫했다. 아까부터 코를 스치던 향기는 다름 아닌 이 액체에서 나는 것이었나 보다.
“혹시, 이거 마약 같은 거 탄 물 아니에요?”
강인이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더니 슬며시 눈썹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입술 끝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뉘앙스를 띄며 들려올라간다.
“맞죠! 마약 맞죠!”
“훗, 눈치가 제법 빨라졌는데? 그딴 얘긴 어디서 들은 거지?”
“내가 바본 줄 알아요? 우리 오빠가 마약수사부 검사에요. 그게 아니라도 당신네 같은 사람들이 어떤 나쁜 짓을 하는 진 알 수 있다고요. 대체 뭘 할려고요. 날 취하게 만들어놓고 이상한 짓이라도 하려는 거예요?”
“너…….”
갑자기 강인이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민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바람에 일시적이긴 하지만 스토커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저 남자, 저렇게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어? 마치 소년처럼 웃잖아. 선량한 척하는 대외적 미소와는 달랐다. 의식적이지 않은 무방비한 웃음이다. 강인은 멍한 표정인 민하를 내버려둔 채 한참을 웃고 나서야 멈췄다.
“엉뚱한 소릴 하는 거 보니 그새 안정이 되었나 보군. 못 본 동안 소설 쓰는 취미가 생기신 모양인데 이왕 쓸 거 상상력 좀 제대로 발휘해봐.”
말하는 입가에 아직도 비죽비죽 묘한 웃음이 배어나오고 있다.
“아니란 말이에요?”
“이미 술 몇 잔 마신 것만으로도 추태는 볼만큼 봤거든. 약을 써야 무방비해질 정도로 독한 정신력을 가진 것도 아니잖아? 주도부터 닦으시지, 서민하 양.”
그 말에 입을 딱 다문 그녀의 코에 다시금 아까의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냄새를 잘 맡아봐. 생강 향과 비슷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
“중국 복건성에서 흔히들 쓰는 진정제야. 정신을 안정시켜 주고 뒤틀린 속도 진정시켜 주지. 우황청심환 비슷한 거라고 하면 그 난감한 상상력으로도 이해가 가시려나?”
그런 거였구나. 민하는 주춤주춤하면서도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마실래요. 마시기 싫어.”
“그래?”
강인은 코끝으로 웃었다. 그러더니 아무 문제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스스로 잔을 입에 대……는가 했더니, 바로 그 입을 민하의 입에 가져다댄다.
“……읍!”
거부의 말은 강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액체와 함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입안을 잠시 메웠던 알싸한 향기가 식도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민하가 콜록거리며 물을 삼킨 뒤에도 강인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 동작으로 입술을 천천히 떼어내더니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게 제대로 약효를 내려면 마시자마자 30분 내에 더운 물로 목욕을 하는 게 좋아. 근데 난 맨 정신 아닌 여자의 옷을 벗기는 구린 취향은 없거든.”
“……으.”
“계속 내 타액을 섞어 마실래? 그게 훨씬 소화흡수가 잘 될지도 모르지.”
“잘못했습니다. 제 손으로 마시겠습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얌전히 대답했다.
그녀가 잔을 비우는 동안 강인은 욕실에 갔다가 돌아왔다.
“자, 이제 다 마셨으면 몸을 데우시죠, 서민하 양?”
강인은 한다면 하는 인간, 아니 짐승이므로 여기서 목욕하지 않겠다 어쩌고 하는 것은 그를 자극시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민하는 다 마신 잔을 든 채 걸치고 있던 파자마를 내려다보았다. 올 때 집에서의 차림 그대로 담요에 싸서 안고 온 것 같았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쳐다보니 남자가 방 입구에 선 채 팔짱을 끼고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개 좀 돌려주면 안 돼요?”
“이미 다 보여 놓고는.”
그렇게 대꾸하는 입 꼬리는 지금도 예외 없이 말려 올라가 있다.
“욕실에 들어가서 벗을게요.”
“그럴 거 없이 내가 해.”
하고 강인은 팔을 들어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버렸다. 민하는 다 마신 빈 잔을 내려놓다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굳어버렸다. 여태까지 그가 그녀의 옷을 벗긴 적은 있었지만 본인이 맨살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아니, 완전한 맨살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어깨부터 오른팔 상단에 붕대가 감겨 있었던 것이다.
“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그가 다가오는 바람에 말이 멈춰버렸다.
옷을 걸쳤을 때와 걸치지 않았을 때가 다르구나.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눈을 뗄 수가 없…….
강인의 상반신은 예상 이상으로 단단했지만 연예인들이 흔히 그러하듯 헬스장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몸과는 달랐다. 가장 적절한 자리에 자연스럽게 빚어진,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듯 생명력을 지닌 육체다. 미끈하게 빠진 몸매의 소유자란 건 익히 알았지만 얼음처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강인의 평소모습에서는 결코 이런 정도까지의 느낌은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층 당황스러웠다.
아랫도리만은 제대로, 그것도 속옷이 아닌 진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장 멋들어진 각도를 그리며 휘어진 허리와 골반 라인…… 그 아래 존재하는 것은……?
“어이,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거 아냐?”
……화끈.
“스트립이라도 해드릴까? 가격이 꽤 센데 감당할 수 있겠어?”
저렇게 수려한 외모를 하고 말투는 어째 항상 저질의 극치를 달릴까.
“그게 아니라…… 왜 내가 목욕하는데 그쪽이 옷을 벗어요?”
“말했잖아, 내가 할 거라고.”
웃지도 않고 던진 한 마디에 이어, 민하의 몸은 이미 상반신을 드러낸 남자의 팔에 안기듯 들려 있었다. 얇은 파자마천 너머로 탄탄한 근육이 그대로 느껴진다. 욕실로 향하는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까 그 물 진짜 마약 아냐? 왜 이렇게 어지럽지?
계속.
휴우, 다시 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댓글 '39'
넘 반갑습니다.ㅠ 기억도 나지 않는 멋 옛날,,, 럽펜에서 이 글이랑 코코님 중독을 보게 된게 로설 입문계기였는데........ 어케어케 흘러들어와 정파에도 가입하고.. 아 아련하네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저 강인이가... 슈퍼주니어의 강인이랑 오버랩되서...읽는게 쬐큼 괴롭네요.ㅠ 슈퍼주니어 관심없는데 왜 이렇게 오버랩되지...
하여간 요번에 쭉 달려주시길 바랍니다~~^ ^날 더운데 얼음을 보니 넘 시원하네요. 정크님도 쓰시면서 시원하셨길 바라며~~ [01][01][01]
둘리/ 아, 전 남주 몸매 묘사할 때가 제일 좋답니;;;
헤이로스/ 전 슈주 팬이거든요. 근데 강인을 볼 때마다 님과 같은 이유로 괴롭습니; 슈주 나오기 전에 시작한 연재인데... 제길슨...
로민/ 앞으로 강인이 조금은 딱해질 일만 남았거든요. 저도 참 그간 답답했었다는...;;;
nami/ 제가 시간만 좀 나면요... 근데 역시 시간이 관건이야요. 쓸 시간이 너무 없어서리... 그래서 부활하는지 여부는 장담을 못 하겠슴다ㅜ_ㅜ
cresent/ 전 요즘 로또 살 돈도 없다는...;;;
큐리/ 전 여주가 남복이 많은 걸 좋아해서뤼(스토커는 좀 그렇지만...);;;
so/ 소님이 주시겠다고 한 그 조폭 관련기사? 그거 저희 친정에 있었는데 친정아버지가 읽고 내다버리셨다는...ㅜ_ㅜ; 어떤 내용인가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1년 2번 텀... 강력 스트레이트 펀치로 넉 다운 됐습니다. 1달에 1번 정도는 되도록 노력할게요. 진짜;;; 1편이 다른 글들보다 기니까 봐주시압.
plum/ 음... 민하는 앞으로 좀 달라질 거예요. 버팅긴다기보다는 의지를 보이는 여주가 되겠죠. 언제까지 강인에게 휘둘리겠슴까.
위니/ 헉, 엄정화가 그랬대요? 저도 추성훈 매력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당.
야치, 베로베로, 소야/ 종이책은 잘 모르겠사와요. 일단은 완결이 관건!
봉봉, 파수꾼, cathy/ 노력하겠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ㅜ_ㅜ 저도 저 자신을 믿을 수 없어서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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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정크님 ㅠㅠㅠㅠㅠㅠㅠㅠ (선리플후감상입니다;;) [0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