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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고3때 물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직장인이 된 제자가 왔을 때 달라진 행동을 보고 놀랐다고.
특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야기가 다 끝나고 돌아가려고 일어서면서 자신이 앉았던 그 자리의 의자를 안으로 곱게 밀어 넣어 되돌리는 것이었거든요.
그 당시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뭐 특별한 행동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나이를 한살 더 먹으면서, 내가 돌아나온 자리의 의자나 펼쳐진 책등을 보면 그 때 그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손 한번 움직이면 되는데. 엄마의 잔소리... 어느사이에 그 말들의 위력을 세삼 느껴봅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얄궂게도 그런 사소한것으로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누어본다는 것이고, 그리고 더 한것은 그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어느정도 되어야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을 재보게 된다는 것.

부모님의 잔소리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면서, 그때 '나를 믿지 못해서 저러나' 라는 반항적인 나를 잊어가는 것. 이렇게 주절거리는 말도 늘고 말입니다. '지금 말해도 모르지.'라는 생각도 부쩍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해한다지만 나를 괴롭혔던 잔소리들을 내가 입에 올리는 것을 참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 이러고 보니 할일이 참으로 많아집니다.

아직은 새옷같이 나에겐 크기만 한... 또 한살 먹은 나이에 익숙해지려면 조금 걸리겠지요. 이젠 품도 길이도 적당하게 잘 맞는, 보내야 하는 이 나이에게도 고마웠다는 인사를 해야겠군요.

이젠 손, 발도, 키도 다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에 입었던 그 나이의 옷을 보면 참으로 작았구나 싶은 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아직 내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구나 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날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판당고

2006.01.26 11:30:10

저는 무서워지네요. 십의자리수가 넘어갈때의 무서움.   [01][01][01]

위니

2006.01.26 17:12:23

저도 결혼하고 애낳고 살아보니 철없던 시절?때 엄마에게 무참히 많이들었던 잔소리들이 실생활살면서 인간관계나 여모저모에 큰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그렇지만 나이들어 고정관념에 빠질까봐...늘 선입견을 갖지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고있답니다..나이가 들어 좋은것은 어느정도 인생이라는? 서클에 대해서 분위기? 파악이 된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조금이지만...인생이란 이런게 아닐까하고 생각해보게 되는그런거 말입니다..^^ 정말 구정설이 코앞이네요..새해복많이받으세요!!   [01][01][01]

귀차나

2006.01.28 15:09:16

자라면서 듣던 그 잔소리들을 어느날 보면 제가 아이들에게 그대로(말투까지 똑같이)하고 있는걸 느끼면 정말 뜨아~~~
'정말 엄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랐는데 지금은 '아..엄마만큼만 살아가면 훌륭하게 사는거구나!' 하는걸 느끼는걸 보면 인생 참......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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