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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코 때문에 두 번째 학급 회의를 갖던 때 준이치가 말했다.

"선생님은 미나코가 귀찮아요?"
"그래요, 귀찮아요."

고다니 선생님은 정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미나코를 귀여워하죠? 미나코를 좋아하죠?"
"그래요."

고다니 선생님은 생글생글 웃었다. 준이치의 느긋한 말투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귀찮지만 미나코가 귀여우니까 괴로운 거죠, 선생님? 그래서 우리가 의논을 하고 있는 거구요."
"맞아요."

고다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는 준이치가 매우 사랑스러웠다.

"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좋은 생각?"
"미나코 당번을 만들면 어떨까요?"
"미나코 당번?"
"네, 청소 당번은 청소를 하잖아요. 그날 당번은 창문을 열거나 출석을 부르죠. 미나코 당번은 미나코를 돌봐주는 당번이에요. 미나코와 놀아주기도 하고 함께 공부도 하고, 당번이 된 사람은 미나코의 곁을 떠나면 안되는 거예요."
"좋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미나코를 돌보는 일이 아주 힘들다는 건 선생님만 봐도 잘 알 수 있잖아요?"

그러자 다시 준이치가 손을 들었다.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가르쳐드릴까요? 난 미나코가 공책을 찢어도 화 안 내요. 책을 찢어도 화 안 내고요. 필통이랑 지우개를 빼앗아도 화 안 내고 기차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화 안 내니까 미나코가 좋아졌어요. 미나코가 좋아지니까 귀찮게 해도 귀엽기만 해요."


하이타니 겐지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흐린 후 맑음' 중에서



반 아이들은 너도 나도 미나코 당번을 하겠다고 순번을 다투는데, 당번을 하면서 미나코가 하는대로 졸졸 쫓아다니며 미나코를 챙기는 아이들을 묘사한 모습이 무지무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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