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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비가 내린다.
대리석 바닥은 조금 딱딱하지만 시원하다.
희미한 빗소리를 들으면서 미희는 전면유리를 통해 내다보이는 바깥의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늘로부터 살며시 시선을 내리면 비를 맞고 있는 한강이 눈에 들어온다. 창가에 기대 서 있는 그녀는 알몸 그대로였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안아오는 남자의 몸 역시 태고 그 자체 같은 전라였다. 그는 그녀를 뒤쪽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목덜미 근처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가슴에 꼭 누른 채 얼굴을 묻고 있는 남자로부터 특유의 훈훈한 향기가 전해져왔다. 몸을 좀 더 굽혀 목덜미에 입술을 꼭 누르고 안은 자세 그대로 가슴을 장난스럽게 건드린다. 욕구를 한번 채우고 조금 안심한 유두가 재차 놀라며 발딱 일어섰다. 간지러움에 킥킥 웃으며 고개를 들자, 그는 뒤로 젖힌 그녀의 얼굴에 가벼운 입맞춤을 떨어뜨렸다. 깊이 들어가지는 않고 가장자리만 부드럽게 핥아 올린다.
“으응…….”
그녀가 나른한 고양이 같은 한숨을 토해내자, 방금 욕구를 분출한 그의 심벌이 다시금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엉덩이 쪽에 자리 잡고 있던 그것은 서서히 부풀어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전라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어째서 인간에게 옷이란 게 필요할까 의문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기묘하게도 눈으로 볼 때보다 이렇게 뒤에서 안고 있는 그의 몸에 자신의 몸이 닿아 있는, 즉 촉각으로 느끼며 상상하는 것이 훨씬 그의 몸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이며 그녀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샤워를 안 했네…….”
마치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가 대꾸했다.
“나중에 같이 하면 돼.”
같이, 라는 말이 너무나 다정하게 들려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것보다 아무 것도 안 먹고 괜찮겠어?”
“괜찮아요.”
“나도 좀 고픈데.”
미희는 몸을 돌려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그럼 뭣 좀 만들까요?’ 하고 물었다.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
“가볍게 라면이나 끓여먹자고. 비 오니까 좀 땡기지 않아?”
조각 같은 외모에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가 라면이라니. 왠지 안 어울리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미희는 분식종류를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물론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동의하고 라면을 끓이기 위해 키친으로 향했다.
“내가 할게.”
그가 그녀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녀는 조각 같은 나신을 한 그가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 불에 올리는 진풍경을 보고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눈이 즐거운 광경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무잡잡한 피부, 적당하게 근육이 붙어 있는 잘 빠진 몸매, 아주 미묘하게 잘록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허리 아래 튀어나온 골반까지. 거기에 넓은 등으로부터 유선을 그리며 이어진 팽팽한 쌍 언덕이 보인다.
그리고 돌아서 있는 바람에 지금은 보이지 않는 남자의 심벌은…….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진다.
그의 뒤로 돌아가 바닥에 무릎을 대고 탄력 있는 엉덩이에 입을 맞췄다.
“뭐……하는 거지?”
“너무 예뻐서.”
그녀는 그의 엉덩이를 살짝 아프지 않을 정도로 깨물면서 말했다. 그는 쿡쿡 간지럽게 웃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지금 도발하는 거야?”
“아뇨, 그냥 마음가는대로…….”
미희는 말하다가 갑자기 숨을 멈췄다. 남자가 뒤로 돌더니 그녀의 몸을 번쩍 안아 올렸던 것이다. 발이 공중에 들려올라간 상태로 그녀는 그의 목에 있는 힘껏 매달렸다. 그는 그런 그녀를 들어 안은 채 몇 발짝만 가면 있는 키친의 2인용 테이블로 발을 옮겼다.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위에 하얗고 여린 몸을 눕힌다.
“복수야.”
그는 그녀의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몸을 숙여 동그랗고 귀여운 엉덩이에 이를 세웠다. 그녀는 간지러움과 약간의 아픔으로 몸을 비틀며 ‘아앙’ 하고 달콤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남자의 그곳이 단단해진 걸 순간의 스침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행복감과 기대로 전신을 떨었다.
그가 발가락에 입술을 댔다. 하나하나 빨고 올라와 발목에 입을 맞춘다. 다리 선을 타고 올라오는 농밀한 감각, 허리를 지나 가슴으로, 그를 도발하고 싶다고 고개를 한껏 든 유두를 입술로 비비며 슬쩍 깨문다. 아까 그가 닦아준 곳이 다시금 흠뻑 젖어버린 걸 알 수 있었다.
“들어와요……, 어서…….”
창피도 모르고 솔직하게 졸랐다.
하나가 되고 싶어. 어서 빨리 하나가 되어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남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것이란 사실을 느끼고 싶어. 호흡하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격하게 그에게 안기고 싶어. 아직도 몸 안에 남아 있는 격한 쾌락의 기억이 욱신거리며 스스로를 흐트러뜨린다.
올려다 본 남자의 직선적인 시선에 전신에 홍조가 깃든다. 남자의 손이 다리를 한껏 벌리게 하더니 천천히 위로 덮쳐온다. 남자의 손에 의해 허공에 엉덩이가 치켜 올라간 상태인 그녀를, 그는 이번에야말로 인내심 따윈 던져버리고 단숨에 꿰뚫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환희에 물들고 입에서 신음이 샌다. 그도 신음했다.
깊이, 더 깊이……. 안까지 깊이 메우자, 너무도 지나친 쾌감에 눈 꼬리에 눈물이 맺힌다. 남자의 몸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찔러온다. 아까보다도 깊숙이 찔려 그 넘치는 욕정이 전해지자 참을 수 없는 기분에 느껴 울면서 양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얽고 가장 내부까지 그를 삼킨다. 달아오른 육체를 한껏 꿰뚫고, 찌르고 비벼대기를 반복하는 남자의 몸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있는 힘껏 조여 본다.
그 때ㅡ
저편에 물 끓는 소리가 들려 두 사람은 동작을 정지했다.
“이런…….”
그가 혀를 차더니 연결된 채 그녀의 몸을 안아 올린다. 남자의 몸에 말 그대로 매달린 채 그녀는 그와 함께 가스렌지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아까 꺼내둔 라면과 스프를 냄비 안에 다급히 털어 넣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러다간 아무래도 라면이 불겠어. 잠깐 쉴까?”
“싫어!”
저도 모르게 대답해 버린다. 그러자 남자가 농후한 미소를 올리더니,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불은 라면도 나름대로 괜찮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말투에 그만 웃어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눕힐 줄 알았는데 남자는 의외로 선 자세 그대로 벽에 그녀의 몸을 기대게 한 채 허리를 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간은 불편했지만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시금 쾌락의 물결이 몸을 휩쓸었다. 그녀는 달콤한 소리를 올리면서 그의 목에 열심히 매달렸고, 그가 찔러 올릴 때마다 어깨를 물었다. 그는 깨물리는 아픔에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결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에 선 자세에서 몸을 내려 그녀를 바닥에 눕히고 보다 격하게 찔러 올리기 시작했다.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안쪽의 피부가 한발 앞서 젖은 비명을 올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아, 으응……, 아아…….”
환희에 취해 소리를 지를 때마다 재차 몸에 가해져 오는 달콤한 압력에 머리카락이 습기에 젖는 것도, 잠시 동안 몸을 엄습했던 수치심조차 잊어버린 채 격한 허덕임만을 무방비하게 내보내며 스스로를 잊고 마구 흐트러져간다.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다. 무리야, 누를 수가 없어. 아아, 누를 수가 없어.
눈물이 어린 눈을 보았는지 그가 동작을 잠시 멈추고 다소 거칠지만 뜨거운 입맞춤을 내렸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뿐, 재차 전기 같은 자극을 가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입술을 앙다물고 있어도 자꾸만 신음이 터져 나오고, 이번에야말로 쾌감의 파도가 참을 수 없이 몸을 덮쳐오는 것과 동시에 눈시울이 징 하고 열기를 담아 젖어왔다. 그걸 보았음에도 이제,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한번 욕구를 방출했음에도 남자의 움직임은 처음보다 더 거침없고 뜨거웠다. 한껏 찌르고 마구 흔들어 올릴 때마다 머리가 하얗게 비고 시야가 흐느적거리며 일그러진다.
“아앗, 아앗! 으응……, 으응…… 아아아앗!”
호흡조차 불가능할 정도였다.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니, 생각을 떠올리기도 전에 다시금 엄습한 쾌감에 신경이 엉망진창이 된다. 쾌락의 물결에 젖은 전신을 스프링처럼 한껏 휘면서 흐트러지는 자신을 다잡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격하게, 격하게, 또 격하게…….
“아앗……, 더는 못……, 아악!”
절정에 치달은 그녀의 애원.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지르고 있는 이 소리는 울음일까, 비명일까. 자신은 과연 즐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쳐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 더 이상 비명은 소리가 되지 않았다. 목구멍에 뻑뻑하게 달라붙은 채로 숨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가차 없는 공격으로 의식이 난잡하게 흐트러지다 못해 중간 중간 단절되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그의 눈에 정욕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남자는 애원하는 그녀의 시선에 응답하지 않고 단지 먹어버릴 듯이 줄곧 응시하며 몸을 끊임없이 밀어 올릴 따름이었다.
꿈틀거리는 그녀의 움직임에 신음소리가 섞인 그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연한 몸을 내리누른 상태로 그가 한층 격하게 움직였다. 격한 운동을 셀 수 없이 반복한 끝에 그녀의 팔이 뻗어왔다. 그 팔이 세차게 남자의 몸을 끌어안았을 때, 그 역시 한계가 온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의지로 자신을 막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른 두 사람은 격렬하게 미쳐 한계점까지 스스로를 몰아갔다.
“하아…….”
이미 그녀는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앞뒤로 흔들리는 몸이 완전히 녹아내린 걸 확인했을 때 그 역시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 한껏 내부가 조이고 남자의 흐트러진 숨소리와 함께 가장 깊숙한 안쪽이 격하게 흔들리자, 눈앞이 일순 섬광을 본 것처럼 하얗게 빛났다가 이내 아득하게 어두워진다.
또 다시 오는 걸까, 희미하게 그녀가 느꼈을 때 드디어 안쪽에 강인한 열기가 단숨에 뿜어져 나오는 걸 깨닫고 그녀는 자신도 이제까지의 쾌락의 결정을 토해냈다. 힘을 잃은 남자가 자신의 몸 위로 무게를 실어 무너져 내리는 걸 느끼며.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극상의 쾌감.
그것은 영원히 계속되지 못할 걸 알기에 조금은 슬픈……, 열락.
계속.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0-06 17:11)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