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소설
- 완결소설
글 수 198
3. 두 번째 살인
“야! 미리 말을 해야지, 말을!”
한경은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꽥 소리쳤다.
- 미, 미안. 나도 몰랐어……. 민형이가 멋대로…….
수화기 저편에서 주눅 든 음성이 들려온다. 한경은 이게 전화라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단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속으로만 쿡쿡 웃었다.
- 근데 그렇게 별로니? 내가 보기엔 괜찮던데.
수화기 너머에서 윤희가 머뭇머뭇하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한경은 숨을 한번 가다듬고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주말에 또 만나기로 했어.”
- 정말?
갑자기 상대의 목소리에 희색이 돌았다.
- 맘에 들었구나! 그지!
“그래, 근데 화장도 제대로 안하고 만나게 하다니 너 정말 너무한 거 알지?”
- 미안, 미안. 죽을죄를 졌어. 와, 그나저나 넘 잘됐다.
“더 잘되면 민형이랑 너랑 넷이서 맨날 만나자. 앗, 나 들어가 봐야겠다. 수업 시작하려나 봐!”
복도에 나와 있던 한경은 저편에서 걸어오는 강사를 발견하고 빠른 말투로 말했다. 수업 전에 출석을 꼭 부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 응, 얼른 들어가.
“빠이.”
한경은 핸드폰 폴더를 닫고 대강의실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생각보다 강사의 걸음이 느린지 한경이 자리 잡고 꽤 지나서야 들어왔다. 변함없이 출석을 부르고 나서, 수업에 들어간다. ‘현대물리학과 사상의 기초’라는 교양 강의였다.
“지난번 수업에선 ‘알라딘과 고래’의 에피소드를 통해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잠시 복습해 보도록 하죠.”
교양필수만 아니었다면 정말 당장 물렸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이해가 안 되는 강의였다. 대체 광속 카펫을 타고 있는 알라딘이 왜 고래에게 잡아먹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한경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몽롱한 눈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노트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필기는 해야 한다.
오, 불쌍한 알라딘……. 재스민 공주랑 사랑해야 하는데…….
한경은 윤희와는 고교동창으로 아주 친한 사이였다. 윤희가 반 2등, 한경이 3등. 성적도 비슷비슷했고 학교 독서실에서도 나란히 앉아서 공부했었다. 입시를 치룬 후에는 나란히 붙어 있는 Y대와 E여대에 각각 진학했고, 두 학교가 워낙 가까이 붙어 있는 통에 시간이 맞으면 자주 학교의 중간지점에서 만나고는 한다. 통통하고 키가 큰 윤희와 키가 자그마하고 깡마른 체구인 한경은 외모나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작년에 윤희에게 같은 과 CC인 남자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왠지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지.
그런 친구를 신경 써준 걸까? 윤희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민형이 어제 민형의 친구 성현을 소개시켜주었다. 문제는 소개팅이란 말을 미리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지만…….어쨌든 결과는 괜찮은 것 같았다.
파트너인 성현은 한경이 좋아하는 운동선수 타입인데다 잘나가는 의대생. 재수해서 한경보다 한 학년 어리기는 하지만, 소탈한 성품이나 여러 조건으로 볼 때 한경의 마음에 쏙 들었다. 말도 잘 통하는 것 같고…….
이번 주말에 어디 갈까? 영화도 보고 싶은 거 꽤 많았는데. 액션영화도 좋지, 아니야, 로맨틱한 쪽이 나을까? 아니면 공포물?
“어…….”
누군가 앞에서 큰 소리를 냈다. 망상에 잠겨 있던 한경은 깜짝 놀라 노트에서 시선을 떼어 앞을 바라봤다. 수업을 진행하던 강사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그의 몸이 교탁에 쾅!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그리고 이어 그대로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눈앞의 사태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한경의 눈에는 마치 그것이 영화의 한 장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교수님! 교수님!”
“끼아아아아악!”
여대생들의 새된 비명소리가 강의실 안을 가득 울렸다.
“피해자인 성유리에게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정이원 반장이 자세를 고쳤다. 그 모습을 보면서 표치현은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뒤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다른 형사들도 화이트보드 앞에 서 있는 그를 주목했다. 화이트보드에는 사건의 구도에 대해서 간략화 시켜 적어놓은 글과 도표가 씌어져 있었다.
“이름은 성유미. Y대에 다니고 있다더군요.”
“흐음.”
정 반장은 끄덕이며 서류 위에 붙어 있는 사진에 이름과 학교를 적어 넣었다.
“언니는 그 대학에서 일하고 동생은 그 대학 학생이라……. 피해자의 남성편력 쪽은 어떤가? 그게 복잡하다면 혹 복수극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장난 아니던데요?”
치현이 놀랐다는 듯이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벌써 두세 명의 이름이 나와 있습니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요.”
“지금 사귀는 남자가 아니고?”
“예. 지금 사귀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알았네. 그럼 오늘 사건으로 넘어가지. 보고해 보게.”
그렇게 말하는 정 반장의 목소리에는 짙은 한숨이 배어 있었다. 치현이 수첩을 잠깐 곁눈질하더니 말을 이었다.
“이번엔 S대 옆의 E여대 캠퍼스입니다. 피해자는 남안진. 49살. E여대의 물리학강사였습니다.”
“현장상황은.”
“그게……, 피해자가 사망한 건 수업도중이었다더군요.”
“수업…… 도중?”
“수업을 시작한지 약 15분 정도 지나서 피해자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강의를 듣고 있던 학생들 전원이 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사인이 뭐지?”
“독극사입니다. 교탁에 있던 페트병에서 청산가리가 검출됐습니다.”
“기가 막히는군.”
정 반장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교양인데다 필수과목이라 워낙 학생 수가 많아서 강의실 중간에 TV를 이용해서 수업화면을 보여준다더군요. 덕분에 필름에도 기록돼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은 어때? Y대의 사건과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간과할 수는 없단 생각이 드는데요.”
“좋아, 표 형사는 첫 번째 피해자 성유리의 남성편력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봐. 다른 사람들은 대학 관계자들을 탐문하고.”
“옙!”
“알겠습니다.”
치현 이하 뒤에 서 있던 다른 형사들 모두가 한꺼번에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정 계장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검색 버튼을 눌러서 주소록을 점검한다. ……이진명, 임수정……, 그리고.
장민형.
1년 가까이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알게 된 대학생이었다. 비상한 머리와 유들유들한 성격의 소유자로 정 반장이 꽤 예뻐하는 녀석이다.
이 녀석…….
분명 Y대생이었지. 며칠 전에 연락 왔을 때는 싸늘하게 끊어버렸는데, 그러질 말걸 그랬군. 발이 꽤 넓은 놈이니까 E여대에도 아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피해자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전화해 볼까?’
정 반장은 망설이고 있었다.
다윗의 별.
그것은 고대 이스라엘 왕이었던 다윗이 쓰던 육각형의 별을 가리킨다. 다윗과 솔로몬 왕의 무덤 덮개에 새겨져 있으며 현재 이스라엘 국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히란야’라고 불리고 있으며, 강력한 힘을 지닌 부적으로 청동기시대부터 등장했다. 우주인 엘로힘의 비행체(UFO)에 새겨져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정점이 아래로 향한 삼각형은 무한소를, 정점이 위로 향한 삼각형은 무한대를 의미하며 무한대와 무한소는 똑같은 무한연속 구조로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대립하는 요소가 하나로 통합된 완전한 통일체를 가리킨다.
일찍 들어온 토요일 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윤희는 종이에 육면성, 다윗의 별을 그려보고 있었다. 특별히 의식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니만큼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다.
자꾸 의식하게 돼.
그녀가 멍하니 한숨을 토해냈을 때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윤희는 손을 뻗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 유, 윤희야! 윤희야!
“응? 한경이구나.”
- 윤희야, 으윽. 윤희야, 나 무서워 죽겠어! 오늘 밤 잠이 안 올 거 같애!
“무슨 일 있니?”
윤희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뭐, 뭐야, 또.
- 오, 오늘 나…… 사람 죽는 거 봤어!
“뭐? 무슨 소리야?”
- 오늘 나 수업 듣고 있는데……, 그, 글쎄 강의하던 교수가!
“죽었다고? 갑자기?”
- 으응……! 나 지금도 안 믿어져……. 쓰러져서 바로 숨이 끊어져서…… 경찰이 막 오구 그랬는데…… 으흑…….
“진정해, 진정해.”
윤희는 스스로도 오싹해진 걸 겨우 참고, 울음을 터뜨린 친구를 달랬다. 수화기 너머에서 흐윽, 흐윽,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 다음, 한참을 기다려서야 한경은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윤희에게 자신이 본 사건의 전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말로 풀어낸 후, 그녀는 겨우 진정했는지 겨우 이제 좀 괜찮아졌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정작 두려워진 것은 윤희였다.
무서워.
바보, 밖에 식구들 다 있는데 뭐가 무서워?
그래도 무서워. 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자꾸 터지지?
무서워. 민형이한테 당장 전화하고 싶어. 목소리를 듣고 싶어…….
주춤주춤 닫아놓은 핸드폰 폴더를 열다가 멈칫했다. 조금 열었던 폴더가 다시 원래대로 닫힌다.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도로 놔두려고 했을 때 갑자기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 엄청난 타이밍에 윤희는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 어이.
받자 예상대로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웨, 웬일? 오늘 일 있댔잖아.”
윤희는 놀란 가슴을 가다듬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민형은 너무나 태연자약한 말투로 천연덕스럽게 용건을 건네 온다.
- 지금 너희 집 앞인데 잠깐 나올래?
“응?”
윤희는 시계로 눈을 돌렸다. 벌써 9시다. 아까 샤워한 후 아직 젖어 있는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잽싸게 옷을 집어 들면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 알았어, 잠깐 기다려.
빠른 속도로 준비하고 나가자, 민형이 언제나 그렇듯 외삼촌의 고물차를 끌고 그녀가 사는 아파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윤희는 차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쩐 일이야?”
민형이 차를 출발시키자 윤희가 물었다.
“어쩐 일은. 그냥 보고 싶어서.”
민형답지 않은 말에 윤희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다보니 별 일도 다 있네? 장민형한테 그런 말도 듣고?”
민형은 고개를 숙이며 ‘그런가?’라는 것처럼 웃었다. 그대로 차를 몰아 두 사람은 한강고수부지로 향했다.
“어제 정말 놀랐어.”
브레이크를 올리는 민형을 보며 윤희가 입을 열었다.
“소개팅을 시킬 거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덕분에 나, 한경이한테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는지 알아?”
“성현이 놈이 맘에 안 든대?”
“으응.”
윤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소개팅을 할 줄 알았으면 좀 꾸미고 나오지 않았겠냐고.”
“아, 야단맞을 만 하네.”
민형은 쿡쿡 웃었다.
“성현이는 뭐래? 한경이 어떻대?”
“완전 맛 갔다. 눈이 하트가 됐던데?”
“와아!”
윤희는 흥분해서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잘하면 우리 양복 한 벌씩 얻게 되는 거 아냐?”
“김칫국부터 마신다.”
민형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그녀를 봤다. 윤희는 그런 그에게 헤헤, 하고 웃어보이다가 이내 목소리 톤을 낮추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 좀 무서워.”
“왜. 살인사건 땜에?”
“으응. 그게……, 오늘 한경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말해.”
“또 살인이 났대.”
윤희는 말해놓고 길게 무거운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이번엔 E대래.”
“알아.”
“응? 알고 있었어?”
윤희의 물음에 민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착하게 덧붙였다.
“어제 이 근처 지나가는 차들을 검문한 이유가 그거였어.”
“그랬구나…….”
윤희는 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끼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거, 한경이가 봤대. 죽은 사람이 교수래매.”
“아니, 강사. 물리학 가르치는 분이라던데.”
민형은 언제나 그렇듯 마치 일상을 얘기하는 듯한 차분한 음성으로 사건 개요를 짤막하게 줄여 설명해주었다. 백주대낮에 강의실에서 쓰러져 죽은 남자와, 그 옆에 남겨진 청산가리가 담긴 페트병의 이야기를.
“학생 하나가 허둥대며 캠퍼스를 빠져나가는 차를 목격했나 봐. 그게 꼭 범인차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 때문에 검문한 거라고.”
윤희는 등에 소름이 돋아 금방이라도 울고 싶었지만 자신에게 그 얘기를 하는 민형의 눈에 흥미라기보다 침통한 괴로움 같은 게 깃들어 있는 걸 보고 이내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물었다.
“그래서, 차는 찾았대?”
“아직. 근데 차종이랑 넘버를 아니까 금방 찾을 거야.”
“흐음…….”
윤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다가 문득 물었다.
“이 얘기도 성현이네 형한테서 들은 거니?”
민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이원 형사님한테.”
“어? 정 형사님이?”
“응. 오늘 전화하셨었어. 조만간에 찾아뵈어야 할 거 같아.”
“웬일이시지? 그 형사님이 널 부르다니…….”
“그러게.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지.”
민형은 미소했다. 그런 그를 보며 윤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형아, 너 여기 관여할 생각이니?”
“그러고 싶어.”
“호기심 때문이야?”
“글쎄……, 아마 그렇겠지?”
윤희는 민형을 고쳐보았다. 그는 말없이 차창너머로 비치는 바깥풍경을 응시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의 민형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모성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지독히 멀게 느껴졌다. 손 잡힐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처럼. 윤희는 그런 연인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민형의 어깨에 기댔다. 민형은 윤희의 어깨에 팔을 돌려 편하게 해주었다.
왠지 단순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민형을 알게 되면 알게 될 수록 그가 뭔가에 짓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뭔가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이라고 해도 일단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인 누군가의 죽음이 그에게는 꽤나 괴로운 일인 것 같았다. 윤희처럼 살인사건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실은 그 점도 이상하다. 어째서 저렇게 담담한 걸까? 민형이 뭔가에 흥분하는 걸 한번도 본 기억이 없다.
그것이 아무리 참혹한 사건일지라도.
“나 말이야…….”
윤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상우 생각이 났어. 네 친구 보고…….”
상우와 세아, 그들은 둘 다 의대생이었다. 세아를 좋아하던 상우는 그녀가 죽은 후, 여행을 떠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상우……,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잘 지낸대.”
“……!”
윤희는 깜짝 놀라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민형은 조용히 덧붙였다.
“메일 왔었어. 곧 돌아올 거래.”
그 말을 들은 윤희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다시 민형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구나. 상우, 잘 지내고 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상우가 돌아온다니 다행이야.
“최윤희.”
그 때 갑자기 민형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응?”
“넌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날 좋아해 줄 거야?”
어딘가 가라앉은 목소리.
“무슨 말이야……?”
“내가 네 생각과 다른 사람이라도, 계속 날 좋아할 자신 있냐고.”
윤희는 몸을 일으켜 민형을 보았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길 하는 거야?”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민형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볍게 대꾸했다.
“음,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어. 그러고 싶다고는 생각하지만……. 민형아, 넌 너무 자기 속을 보여주지 않아서 가끔 애가 타. 나, 어떻게 해야 하지? 나도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될지를 잘 모르겠는데, 이럴 땐 어떻게 대답해야 해?
아니.
그것보다 너,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그렇게 많은 거니……?
머릿속에 상념만 가득 든 상태인 윤희가 그저 망설이고 있으려니 민형은 툭, 하고 그녀의 어깨를 슬쩍 건드리며 웃었다.
“그냥 해본 말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냥 폼 좀 잡아 본 거였어. 그나저나 너무 늦었다. 돌아가자.”
“으, 으응…….”
윤희는 그렇게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민형은 그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이내 차를 출발시켰다.
4. 엇나가는 연인들, 로 계속.
계속 앞 부분으로 돌아가서 고칠 게 보이네요.
다 쓰고 한꺼번에 올릴 걸 그랬는지.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09)
앞부분부터 고쳐서 '내 딸' 다운이에게 민형을 줘버려!
(내가 갖고 싶지만 난 벌써 유부녀이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