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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8
15. 부모라 불리는 사람들
철컥.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소리란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이미 우신의 뒤통수엔 총구가 꽉 눌려 있었다. 그가 돌아보려고 했지만 위협적으로 권총을 들이대는 몸짓은 그것을 용납지 않았다. 그렇지만 돌아볼 필요도 없이 우신은 상대가 누군지 알았다.
“당신네 식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총 하나씩은 가진 모양이군요.”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죠.”
“소리도 내지 않고 들어오다니 기술도 대단하시고.”
비꼬는 말에 상대가 마녀처럼 날카롭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야 그쪽이 오기 전부터 와 있었으니까.”
혀를 차는 우신의 귀에 대고, 웃음을 딱 그친 유하연이 말했다.
“어쨌든 훌륭해요. 자, 이제 진홍루를 내놔.”
갑자기 말투가 반말조로 돌아섰다. 우신은 곁눈질로 시야한쪽에 위치해 있는 유하연의 손을 보았다. 그 손에, 계절에 맞지 않는 가죽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총에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낀 것이리라.
우신은 잠자코 방금 얼음 속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 진홍루, 미처 색이 변하지 않은 순백의 눈물을 그 손바닥 안에 올렸다.
그 때였다.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유하연이 몸을 움찔, 하고 옆으로 돌린 것을 우신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잽싸게 몸을 반전시켰다.
탕!
굉음은 그의 몸 어디도 스치지 못했다. 그저 고막을 조금 간지럽혔을 뿐이었다. 우신이 주먹으로 강하게 쳐올린 탓에 입구를 천장으로 향한 총이 다시 한번 그의 손에 의해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빙글빙글 돌면서 한쪽으로 굴러갔다. 그 총을 누군가 제3자가 집어 들었다. 우신은 그쪽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유하연의 어깨를 잡고 오른다리를 걷어찼다. 유하연의 날씬한 몸이 허공에서 반원을 한번 그리더니 바닥에 그대로 내려앉았다. 고작 그뿐이었지만, 그녀는 그걸로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괜찮아요?”
“보시다시피.”
유하연의 총을 들고 있는 지해에게 우신은 유하연의 팔을 비틀어 올려 일으키면서 대답했다. 유하연은 이를 악물면서 우신과 지해를 번갈아가며 노려봤다. 그 눈에 검붉은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우신은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관찰했다. 거기에는 그녀의 총에서 튀어나간 총알로 인해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우신은 그것을 보면서 서명의의 등에 나 있던 구멍과 같은 크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시선을 내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서명의 선생을 쏜 건 당신이었어. 그렇지?”
유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했겠지. 당신은 그런 그가 걸리적거렸을 테고. 이 별장을 가르쳐 준 당신은 오늘처럼 지름길로 먼저 와서 그를 쏜 거야.”
우신은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하연이 사납게 반응했다.
“그 자식 땜에 모든 일이 엉망이 됐으니까!”
그렇게 외치는 입에서 침이 튀었다.
“내가 죽였단 증거는 없어. 저 권총엔 규해의 지문밖에 남아 있지 않아. 서명의 선생과 내가 관련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
“규해는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왜지?”
우신의 질문에 유하연은 킥킥 웃었다.
“타이밍이 딱 맞았지. 내가 여기 왔을 때 우연히 그 애도 있었어. 잠깐 약을 먹여서 반 환각상태에서 마술을 보게 한 거지. 감쪽같이.”
“미쳤어!”
그것은 저쪽에 선 지해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반쯤 울먹이고 있었다.
“나하곤 다르잖아! 규해는 ‘진짜’ 당신 아들이잖아! 그러고도 당신이 엄마라고 할 수 있어? 그러고도?”
그녀는 두 팔을 들어 유하연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우신의 가슴에도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그는 지해를 향해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안돼, 그만둬.”
그 말에 지해는 총구를 거뒀지만 여전히 눈은 유하연을 보고 있었다. 유하연은 겁먹은 낯빛이었지만, 한편으로 그 얼굴에는 양딸을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도 어려 있었다. 그녀는 덜덜 떨면서도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못된 계집애. 처음부터 날 안 좋아했지, 넌. 끝까지 사사건건 내 일에 참견이로구나. 부모에 대한 공경심이라곤 요만큼도…….”
“부모? 누가 부모라는 거야! 당신 아들은 동생으로 생각하지만 당신은 내 엄마란 생각, 털끝만큼도 한 적 없어! 엄마로서 한 일이 뭐 있는데!”
지해의 목소리는 분노로 인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녀는 되도록 정신을 추스르려 노력하면서 또박또박 읊었다.
“당신을 한대 때려주고 싶어. 그렇게 해서 정신이라도 차린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어! 당신은 우리 엄마가 아냐! 당신은! 당신은 그저 보석에 정신 나간 사람일 뿐이야! 진홍루에 미쳤을 뿐이라고!”
“그리고 마약에 미쳤기도 하지.”
우신은 침착하게 받았다. 그 말에 유하연은 파르르 몸을 떨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틀었다. 하지만 우신은 강인한 힘으로 그녀의 팔을 잡고 옷소매를 밀어 올렸다. 지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옷소매에 감춰져 있던 하얀 팔에 남아 있는 무수한 주사바늘의 흔적을 보았다. 어떤 부분에는 검푸른 멍까지 들어 있는 주사의 흔적들. 유하연이 몸을 비틀며 악을 썼다.
“그게 잘못이야? 진홍루에 미친 게 잘못이야? 세상에 보석처럼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게 달리 있다고 생각해? 약? 그건 날 편하게 해주는 거야! 자신을 기쁘고 편하게 해주는 걸 사랑하는 게 잘못이야?”
“그만둬요…….”
악을 쓰는 유하연과 달리 지해는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그녀는 힘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한손으로 얼굴 반쪽을 가렸다.
“당신이 썩었단 사실을 알았어. 충분히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요. 당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사람까지 죽였단 것까지 다 알았으니…….”
“누가 사람을 죽였단 거지? 죽인 건 규해야. 내가 죽였단 증거가 있니?”
유하연이 시니컬한 웃음을 터뜨렸다. 우신은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그만. 당신은 몸을 뺄 수 없어.”
“호호, 지금 협박하는 거야?”
그는 비웃는 유하연의 몸을 놓고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서명의 선생,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더군. 당신 이름 석자에다 연락처까지 깔끔하게 적어둔 고객명단이 벌써 경찰에 가 있어.”
그 말을 들은 유하연의 안색이 마치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졌다. 그녀는 힘이 풀린 몸짓으로 단숨에 바닥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어느 새 어둠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늘에는 의외로 별이 몇 개 보였다. 드물게 공기가 청명한 밤이었다. 밤공기 속에 보이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을 보며, 우신은 뺨을 간질이는 온화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너무나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이런 공간에는 바로 코앞에 보이는 몇 대의 작은 보트들 정도가 딱 어울렸다. 좀 떨어진 자리에서 저토록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호화객선이 아니라.
우신의 눈에는 어딘가 위화감을 주는 여객선이었다. 저 배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캄캄한 어둠 속, 짙은 색조를 띤 바다 위에 조용히 떠 있는 그 배는 음흉하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의뢰인이 체포되었는데도 일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말한 사람은 치현이었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우신과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담뱃불이 별처럼 빛났다.
“유하연이 의뢰한 건 보석과 아들이 자기 손에 돌아오는 거 아니었어?”
“아들을 못 찾았잖아. 보석은 아들에게 전해줄 거야.”
치현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연기를 토해내며 씩 웃었다.
“흥, 어쨌든 유하연의 자백은 받아냈으니 한 가지 짐은 던 셈이야.”
“대체 어떤 방법을 쓴 거냐. 너무 빠르잖아. 고문이라도 한 거야?”
“이제 와서 의뢰인의 신변이 신경 쓰여? 우리한테 넘긴 당사자가 그렇게 말하다니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네.”
“어쨌든 의뢰인이고……, 게다가 여자잖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 여자 그리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
“뭐, 심리를 조금 건드려줬을 뿐이야.”
우신이 ‘무슨?’ 하고 물었지만 치현은 미소했을 뿐, 대답을 주지 않았다. 꽁초를 눌러 끄고 세 개피 째의 담배를 새로 물면서 오히려 질문을 했을 따름이다. 행동개시 직전의 치현은 평소보다 말수가 주는 특징이 있었다.
“정말 유하연의 아들이 저 배에 타고 있단 확신이 있는 거냐?”
“확신은 아냐. 가능성이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우신은 조용히 대답했다. 치현이 훗, 하고 비웃었다.
“눈물나는 책임감이군. 새로 들어온 후배 놈들한테 가르쳐주고 싶다. 원 소란스럽기만 하고 쓸만한 구석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첨엔 누구나 다 그래. 너도 그랬어.”
“하긴.”
치현은 기지개를 켜듯이 팔을 쭉 뻗더니 차갑게 덧붙였다.
“네 놈이 움직여 봐야 우리한테 도움이 될 거라곤 기대 안 해.”
“도움이 될 생각도 없어.”
우신 역시 맞받아쳤다.
“하지만 너희들보단 쉽게 잠입할 수 있을 걸.”
우신은 소개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흔들어 보였다. 그것은 전에 일을 해결해주면서 친해진 의뢰인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인맥은 언제 어떤 때든 도움이 된다. 탐정은 그런 면에서 아주 괜찮은 직업이었다. 치현은 소개장을 힐끗 보더니 거기에 담배 연기를 훅 하고 심술궂게 내뿜었다.
“배가 항구를 나간 후에 정확히 1시간 반 지나면 우리가 갈 거다. 그 전에 알아서 제대로 해결해. 오케이?”
“오케이.”
우신은 시원스레 대답했다. 치현이 코끝을 문지르며 생각난 듯 물었다.
“그 아가씬 어쩔 거야?”
“그 아가씨?”
“유하연의 딸. 너하곤 대체 어떤 관계인 거냐?”
‘관계?’ 하고 우신은 반문했다.
“관계란 말을 붙일 것도 없는 관계랄까…….”
“흥, 그래? 그나저나 그 아가씨, 신변보호를 해주겠대도 싫다고 요지부동이더라. 물어볼 것도 많아서 잘 꼬셔야 하는데, 쓰읍. 그건 그렇고 그 땐 니네 집에서 둘이 뭐하고 있었던 거야? 소꿉장난이라도 하냐?”
“혼자 놀지 마라 좀. 성격이 워낙에 고집불통이야. 잘 좀 봐줘라, 너무 괴롭히지 말고. 그런 엄마를 둔 게 그 아가씨 잘못은 아니잖아.”
치현은 그렇게 말하는 우신을 시큰둥한 눈초리로 보더니 그 등 뒤로 뭔가를 발견하고는 쿡 하고 웃음을 흘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야, 그 아가씨가 너한테 할말 있나 보다. 우리한테 협조 잘하라고 말 좀 해. 알긋냐?”
그렇게 말한 그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지해에게 가볍게 목례를 숙이고는 저편으로 가버렸다. 마주 인사를 하던 지해는 이쪽을 보고 있는 우신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쪽 친구란 분, 너무 사람을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무리잖아요. 내내 따로 나와 살았는데.”
“그게 경찰들 특기야. 나도 옛날엔 그랬어. 예쁘게 봐줘. 그리고…….”
우신은 부두에 주저앉으며 지해에게 옆에 앉으란 몸짓을 보냈다. 그녀가 순순히 옆에 와서 앉자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제 집에 돌아가. 정 무서우면 경찰에 보호요청을 하던가.”
“내가 집에 가지 않은 건 경찰이 싫어서였어요. 생각 안 나요?”
“음…….”
우신이 난감한 소리를 흘렸다. 뭐라 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지해가 갑자기 툭 하고 말했다. 무릎 안쪽에 손을 끼운 자세였다.
“알았어요.”
“…….”
“그동안 너무 귀찮게 했죠?”
“그런 건 아냐. 덕분에 맛있는 아침도 얻어먹었고.”
“괜찮으면 가끔 와서 해드릴게요. 부엌 보니까 제대로 챙겨먹고 사는 것 같진 않던데, 맞죠?”
“맞지만……, 음, 고마워.”
신경 안 써줘도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사실 그 아침은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우신은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해가 저쪽에 떠 있는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규해는 저 배에 타겠죠? 무사해야 할 텐데…….”
“무사할 거야. 규해가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줘.”
그 말에 소녀는 불안을 감추려는 것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셋이서 파티해요, 꼭.”
우신은 긍정의 뜻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때마침 옆에 있던 돌을 집어 바닷물을 향해 던졌다. 퐁당, 하고 어둠을 뚫고 묘한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이해가 안 되겠지만 용서는 해드려.”
“모르겠어요.”
지해는 그 옆의 다른 돌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까 우신이 던진 돌과는 달리 그녀의 돌은 매끈함보다는 날카롭게 깨어진 듯한 느낌이 강한 것이었다. 손바닥이 베일 것처럼 모서리 끝이 날카롭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죠.”
지해가 들고 있던 돌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그게 참 그래요. 다른 건 노력해서 바꿀 수도 있고 또 끊으려면 끊을 수도 있는 인연인데, 부모라는 건 그렇게 안 되네요. 피를 주신 아버지도 그렇지만 그런 아버지가 선택한 새엄마도 쉽게 끊을 수 있는 인연은 아니니까……. 끊고 싶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건 안돼, 라고 말해요.”
“착해서 그래.”
“착한 거 아니에요.”
지해가 완강하게 대답했다. 우신은 뭐라고 대꾸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돌을 만지작거리던 지해는 그 돌을 아까 우신이 던진 것처럼 바다에 던져 넣었다. 돌은 우신의 돌이 닿았던 지점에 좀 못 미쳐 들어갔다.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랐죠? 그랬을 거 같아.”
“응.”
“지금은 어디 계세요? 참, 미국에서 경찰이었댔죠? 그럼 다른 가족들은 모두 미국에 계시나요?”
우신은 끄덕였다. 제방에 앉은 지해가 다리를 쭉 앞으로 뻗더니 또 생각난 듯 질문을 던졌다.
“형제도 있어요? 아, 실례인가?”
“누나가 있어. 결혼했고.”
“부모님은 혼자 여기 와 있는 거 걱정 안하세요?”
“별로. 다 큰 아들한테 무슨 걱정을 하시겠어.”
우신은 두 분 부모님이 이혼 후 다른 사람과 재혼해서 각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단 말을 하지 않았다. 지해도 더 묻지 않았다.
“근데요.”
대신 그녀는 다른 얘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그쪽 넥타이 센스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나, 가끔 간섭해도 돼요? 그런 건 도무지 참고 넘어갈 수 없는 성질머리라서.”
“응? 아……. 역시 푸는 게 나을까?”
“지금 한 건 봐줄만 해요. 딱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근데 좀 삐뚤어진 거 같네요. 잠깐만요.”
지해는 손을 뻗어 우신의 넥타이를 손수 고쳐주었다. 늘어뜨린 머리가 몇 가닥 앞으로 길게 내려와 있었다. 우신은 그걸 보면서 밤의 장막 같다고 생각했다. 밤의 장막처럼 길고, 밤의 장막처럼 매끄럽다고.
“조심하세요.”
소녀가 그렇게 속삭이듯 말했을 때,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턱을 더듬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지해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 남자가 좋아졌어. 좋아져버렸어. 그녀의 안쪽 깊은 곳에서 그렇게 말을 건네 왔다. 그 내면의 말에 반응하듯이 지해는 자신도 손을 들어 우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남자가 자신의 턱을 만졌던 것처럼.
그리고 두 사람은 그대로 조용히 입을 맞추었다.
계속.
죽음으로 피곤.
오늘은 꼭 안과에 가 봐야겠습니다.
* Junk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5-09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