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8

* 10회. 연장전. (에필로그)

45 - 1.


"후연씨?"

지현은 다시 그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이전같으면 불안감에 심장이 요동쳤겠지만 요즘엔 달랐다. 그녀는 두 번째 손가락, 길게 손톱을 기른 손가락 끝으로 누워있는 그의 벗은 가슴을 콕 찔렀다. 하지만 후연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세게 찔렀다. 자국이 남을 정도로.

"후연씨, 그만하고 일어나요. 재미없어요."

이번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현은, 숨 멈추기 대회라도 나갈 생각인지 계속 죽은 척하는 그의 가슴을 더 세게 찔렀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그녀는 그의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그의 허벅지를 한 손으로 문질렀다.

"나 지금 다 벗었어요."

"...눈 떴는데 아니면 화낼 겁니다."

지현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팍 쳤다. 그제야 후연은 캑캑거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픕니다!"

"아프라고 때린 거예요. 도대체 왜 그렇게 죽은 척 놀이를 좋아하는 거예요?"

"지현씨가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절 보고 덜 놀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잘 때 죽은 줄 알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습니까."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건 작년에 후연씨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다쳐서 그런 거잖아요.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작년,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레드삭스는 그 전 해에 LA 다저스에게 4번 연속으로 허무하게 졌던 것과는 다르게 시카고 컵스 팀과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7차전에서 간신히 승리했다. 그 경기 때 후연이 플라이볼을 잡다가 투수와 부딪혀 한순간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지현은 다시 그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그동안 그가 그녀가 곁에 있어준다는 사실을 믿는 것을 배운 만큼, 그녀도 그의 존재를 믿는 법을 배웠다. 그랬기에 그녀는 자신을 뒤덮기 시작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이후로 후연은 앞으로 그녀가 덜 놀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간혹 '죽은 척 놀이'를 했다. 지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녀의 남편은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존재였으므로 때에 따라 적당히 넘기는 것으로 받아주었었다. 하지만 가끔 변덕이 일 때는 이렇게 그를 때려주곤 했다.

"그, 부상은 어쩔 수 없지 않았습니까."

갈수록 강해지는 그녀의 주먹이 아팠지만 부상 이야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지는 후연이었다.

"어쩔 수 없었긴 뭐가 어쩔 수 없어요? 투수가 잡게 놔두지 왜 후연씨가 잡으려고 해서 다쳐요?"

"투수가 잡기에는 좀 위치가 애매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가―"

"어쨌든 후연씨 부상당했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변명하지 말아요."

"그건 그렇지만―"

갈수록 커지는 지현의 목소리에 후연은 조용히 쭈그러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는 법. 그는 눈을 빛내며 그녀의 두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눌렀다. 물컹하고 물시트가 푹 꺼졌다. 지현은 천장을 통해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잘 빠지고 멋진 등 근육을.

"후연씨 등 근육 멋지네요."

"이제 알았습니까? 서운하군요."

"아, 미안해요."

"말로만 미안해하면 안 됩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서운한 마음이 가시겠어요?"

후연은 그녀에게 입 맞추며 속삭였다.

"내 곁에 있어주십시오. 영원히."

지현은 기쁘게 답했다.

"물론이에요."





:: 6월 24일날 1차로 완결하면서 바로 슥삭슥삭 쓴 에필로그. 열라 마음에 안 듬; 그냥 버릴까 하다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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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위니

2004.09.01 09:24:39

ㅎㅎㅎ 사실 제 막내시동생이 롯데 외야수 선수입니다..제가 한때 막네시동생한테 그랬거든요..." 아유, 우리도련님은 왜 이렇게 섹시하대여.." 그랬더니 신랑이 막내시동생보고 그런소리한다고 뭐라하긴했지만서도..ㅎㅎ 두사람이 아기자기한 모습 보기좋내여..

네모

2004.09.01 11:13:56

버리긴요..에비~에비~ㅎㅎㅎ후연의 죽은척 누워있기 놀이..귀엽네요..나름대로 알콩달콩 잘 사는 모습보니 괜히 흐뭇해집니다. 그런데 왜 이리 짧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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