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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98
1
한 구석에 놓인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 연신 웃음을 방긋거리는 것도 고역이긴 했지만, 이미 5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보내서인지 이제는 아무런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절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도 그 미소를 지우는 일 따위 역시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혹은 힐끔거리며 속닥거려도 그 시선을 피한다는 건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독하다는 수식어는 뻔뻔하다는 단어와 함께 질리도록 들어온 말인지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닥 신경 쓰이는 표현도 아니었다. 100퍼센트 사실이었으니까.
“한채희. 오랜만이네?!”
고등학교 동창, 민소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 자리에 그녀가 우뚝 서 있었다.
채희는 세련된 의상으로 치장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냥 씨익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왜냐면 이미 5년 전 갖고 있던 모든 걸 버렸기 때문이다. 친구도, 가족도, 사랑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아니, 사랑은 제외로 하자. 잠깐이긴 했지만 그를 사랑할 뻔 하긴 했으니까. 어쨌든 그런 연유로 그녀의 곁에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저 씨익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대꾸 없이 그저 미소만 짓는 채희를 향해 동정 어린 눈길을 던진 소연이 이내 자리를 뜨고 나서도 한 참 후에야 채희는 엉덩이가 베기는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숨을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동정과 경멸.
지난 5년 동안 받아온 시선은 딱 그 두 가지였다. 아니, 처음 얼마간은 시샘이나 동경 어린 시선도 어쩌면 받았을지도 모른다. 별 볼일 없게 된 여자가 별 볼 일 있는 남자와 결혼을 했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별 볼 일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 열 번쯤, 아니 혹은 백 번쯤 연달아 로또 복권 1등에 당첨 된 행운아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족할 정도. 아무튼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다.
어쩌면 배경일지도 모르지, 그 남자의 배경.
채희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들어온 화장실 문을 잠근 뒤에 변기 뚜껑을 조용히 내렸다. 그 다음 한 일은 그 위에 주저 없이 털썩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뚜껑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건, 물이 묻어있건 상관없었다. 그로 인해 값비싼 드레스 따위가 망가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일 따위 역시 관심 없었다. 숨만 쉴 수 있다면, 그런 건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으니까.
긴장이 풀린 듯 온몸의 힘이 쫙 빠지고 있었다.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힘들게 나오더니 결국 입안에서만 머물고는 다시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피식거리는 웃음과 함께 세상 다 산 80대 노파나 내 쉴 법한 한 숨이 토해졌다.
그렇게 한참 채희는 죽은 듯 눈을 감은 채 숨을 쉬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만끽했다. 그러는 동안 어떤 생각도 머릿속을 침범하지 않았다. 완벽한 휴식. 채희는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이기 전까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분히 주었다.
나가야 할 시간.
채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내렸던 변기 뚜껑을 들어올렸다. 나가기 싫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능력 밖의 일이었다.
“봤어?”
그래서 모르는 척, 그래도 무조건 참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서는 소리에 채희는 움직임을 멈췄다.
“뭘?”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
세면대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
채희는 밖에서 이어지는 소리들을 이유로 다시 뚜껑을 내린 변기 위에 조용히 주저앉았다. 금방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한 채희.”
순간 그 여자 밖에 더 있냐는 듯한 어조의 말이 들려왔다. 채희는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버렸다.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새삼 긴장하기는.
“아, 난 또. 아무리 봐도 예쁘긴 예쁘드라.”
“숨만 쉬는 살아있는 바비. 그 얘기가 맞긴 맞나봐. 그런 꼴 당하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죽은 듯 살잖아. 나 같으면 난리 치고, 위자료 왕창 뜯어내서 이혼 해 버릴 텐데.”
"무슨 일?"
"눈앞에서 보란 듯 바람피우는 거."
답답하다는 듯한 어조의 대꾸가 이어졌다.
“유 사장 왔던데.”
특별할 것 없는 가십에 지루함이 느껴지려는 지점에서 채희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귀를 쫑긋 세웠다.
“뭐 하나 부족할 거 없잖아, 잘 생겼지, 집안 좋지, 머리 좋지…… 근데 왜 한 채희 같은 애랑 결혼했을까? 5년 째 애 하나 없는 걸로 봐서 책임 질 일을 한 거 같지도 않은데.”
“예쁘잖아.”
“그래서 만날 이런데 데리고 오는 애들이 바뀌는 거냐?”
“맞어, 오늘은 김 혜지더라. 뒤 봐주는 사람이 있다더니 유 사장이었나봐.”
“며칠이나 가려구. 아마 또 다른 놈 있을지도 모르지.”
“것 보다, 오늘도 한 채희가 가만있을까?”
“그럴 거라는 사실에 내 전 재산.”
“여전히 방긋거리겠지? 착한 건 아닌 거 같고, 멍청한 거 아니면 뻔뻔한 거야.”
“것도 아니면 무서운 거구. 차암, 그 여자도 불쌍하다.”
채희는 어느 순간 점점 멀어져 가는 대화 소리에 저도 모르게 꾹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그들이 내뱉은 대화의 내용에 이미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연기가 되어 이 자리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 따위는 이루어 질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긴 했지만, 그 생각이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간절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하니 더더욱 절실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채희는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채희가 맨 처음 한 일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이미 조금은 늦은 상태라 서둘러야 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이다, 미리 알게 돼서 전처럼 순간 긴장해버리는 일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채희는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 순간 파티의 분위기가 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몸에 닿는 공기의 느낌으로 알아 챌 수 있었다. 굳이 화장실에서 할 수 없이 엿들은 대화가 아니었더라도 그가 왔다는 건 이 공기의 흐름으로도 알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자 문득 크게 미친 듯 웃어버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마 드디어 미쳐버렸다고 판단하고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갈 지도 몰랐다. 물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일이 일어나는 건 머지않은 현재가 될 거라는 추측에 채희는 아까 어떤 여자처럼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심한 갈증에 시원하게 물 한잔을 마셨으면 좋겠지만 채희는 그저 입안에 고인 침을 쓰게 삼키는 것으로 그 갈증을 달랬다. 괜히 물 잔을 들어서, 온 몸이 가볍게 떨리고 있음을 굳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알릴 의향이 없다면 응당 그래야 했다.
또 같은 생각으로 채희는 그냥 살짝 미소 지으며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몰랐다. 왜 여기를 와야 하는 지, 무엇을 축하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열린 모임인 지조차 모르는 채 그저 와야 한다는 초청에 응했을 뿐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진실로 오기 싫었다. 살아 숨 쉬는 인형처럼 가만 앉아 바보 같은 미소만 연신 방긋거리고 있어야 하는 이런 자리는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와야 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그가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
채희는 울고 싶은 만큼 웃어 보였다. 다른 여자-자신에게 훤히 깊게 파인 매끄러운 등만 보인 상태이지만, 들은 풍월이 사실이라면, 김 혜지 그녀일 거라 생각되는 여자-의 등을 어디 도망 못 가게 막고 있는 듯 강하게 감싸 쥔 채 음악에 맞춰 가볍게 리듬을 타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시선만은 자신을 향해 던지고 있는 남자를 향해 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으음,
이건 한 3년정도 묵힌 글이고,
누군가가 그 때, 제목 왜 그랫! 이라고 했던 글이고,
곧 오픈할 작아에 올리려고 모사이트에만 올리던 글일 뿐이죠;;
*
그러니까, 작아랑은 같이 올라올 글이니까 다른데서 혹 보시(셨)더라도,
그냥 살짝 눈 감아 달라는 말이구요,
완결이 언제 될 진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자는 말이지요오;;
(아, 또, 왠지 무덤 파는 기분이 왜 들까요오 ㅜ.ㅠ)
한 구석에 놓인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 연신 웃음을 방긋거리는 것도 고역이긴 했지만, 이미 5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보내서인지 이제는 아무런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절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도 그 미소를 지우는 일 따위 역시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혹은 힐끔거리며 속닥거려도 그 시선을 피한다는 건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독하다는 수식어는 뻔뻔하다는 단어와 함께 질리도록 들어온 말인지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닥 신경 쓰이는 표현도 아니었다. 100퍼센트 사실이었으니까.
“한채희. 오랜만이네?!”
고등학교 동창, 민소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 자리에 그녀가 우뚝 서 있었다.
채희는 세련된 의상으로 치장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며 문득 부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냥 씨익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왜냐면 이미 5년 전 갖고 있던 모든 걸 버렸기 때문이다. 친구도, 가족도, 사랑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아니, 사랑은 제외로 하자. 잠깐이긴 했지만 그를 사랑할 뻔 하긴 했으니까. 어쨌든 그런 연유로 그녀의 곁에 남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저 씨익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대꾸 없이 그저 미소만 짓는 채희를 향해 동정 어린 눈길을 던진 소연이 이내 자리를 뜨고 나서도 한 참 후에야 채희는 엉덩이가 베기는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숨을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동정과 경멸.
지난 5년 동안 받아온 시선은 딱 그 두 가지였다. 아니, 처음 얼마간은 시샘이나 동경 어린 시선도 어쩌면 받았을지도 모른다. 별 볼일 없게 된 여자가 별 볼 일 있는 남자와 결혼을 했으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별 볼 일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한 열 번쯤, 아니 혹은 백 번쯤 연달아 로또 복권 1등에 당첨 된 행운아라는 소리를 들어도 부족할 정도. 아무튼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다.
어쩌면 배경일지도 모르지, 그 남자의 배경.
채희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들어온 화장실 문을 잠근 뒤에 변기 뚜껑을 조용히 내렸다. 그 다음 한 일은 그 위에 주저 없이 털썩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뚜껑에 먼지가 뽀얗게 앉았건, 물이 묻어있건 상관없었다. 그로 인해 값비싼 드레스 따위가 망가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일 따위 역시 관심 없었다. 숨만 쉴 수 있다면, 그런 건 얼마든지 참아 줄 수 있으니까.
긴장이 풀린 듯 온몸의 힘이 쫙 빠지고 있었다. 힘들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힘들게 나오더니 결국 입안에서만 머물고는 다시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피식거리는 웃음과 함께 세상 다 산 80대 노파나 내 쉴 법한 한 숨이 토해졌다.
그렇게 한참 채희는 죽은 듯 눈을 감은 채 숨을 쉬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만끽했다. 그러는 동안 어떤 생각도 머릿속을 침범하지 않았다. 완벽한 휴식. 채희는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을 보이기 전까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충분히 주었다.
나가야 할 시간.
채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내렸던 변기 뚜껑을 들어올렸다. 나가기 싫다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지만, 능력 밖의 일이었다.
“봤어?”
그래서 모르는 척, 그래도 무조건 참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 문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서는 소리에 채희는 움직임을 멈췄다.
“뭘?”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
세면대 물이 쏟아져 내리는 소리.
채희는 밖에서 이어지는 소리들을 이유로 다시 뚜껑을 내린 변기 위에 조용히 주저앉았다. 금방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한 채희.”
순간 그 여자 밖에 더 있냐는 듯한 어조의 말이 들려왔다. 채희는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며,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피식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버렸다.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닌데 새삼 긴장하기는.
“아, 난 또. 아무리 봐도 예쁘긴 예쁘드라.”
“숨만 쉬는 살아있는 바비. 그 얘기가 맞긴 맞나봐. 그런 꼴 당하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죽은 듯 살잖아. 나 같으면 난리 치고, 위자료 왕창 뜯어내서 이혼 해 버릴 텐데.”
"무슨 일?"
"눈앞에서 보란 듯 바람피우는 거."
답답하다는 듯한 어조의 대꾸가 이어졌다.
“유 사장 왔던데.”
특별할 것 없는 가십에 지루함이 느껴지려는 지점에서 채희는 숨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귀를 쫑긋 세웠다.
“뭐 하나 부족할 거 없잖아, 잘 생겼지, 집안 좋지, 머리 좋지…… 근데 왜 한 채희 같은 애랑 결혼했을까? 5년 째 애 하나 없는 걸로 봐서 책임 질 일을 한 거 같지도 않은데.”
“예쁘잖아.”
“그래서 만날 이런데 데리고 오는 애들이 바뀌는 거냐?”
“맞어, 오늘은 김 혜지더라. 뒤 봐주는 사람이 있다더니 유 사장이었나봐.”
“며칠이나 가려구. 아마 또 다른 놈 있을지도 모르지.”
“것 보다, 오늘도 한 채희가 가만있을까?”
“그럴 거라는 사실에 내 전 재산.”
“여전히 방긋거리겠지? 착한 건 아닌 거 같고, 멍청한 거 아니면 뻔뻔한 거야.”
“것도 아니면 무서운 거구. 차암, 그 여자도 불쌍하다.”
채희는 어느 순간 점점 멀어져 가는 대화 소리에 저도 모르게 꾹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그들이 내뱉은 대화의 내용에 이미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연기가 되어 이 자리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소망 따위는 이루어 질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긴 했지만, 그 생각이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간절했다.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하니 더더욱 절실히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채희는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채희가 맨 처음 한 일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이미 조금은 늦은 상태라 서둘러야 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이다, 미리 알게 돼서 전처럼 순간 긴장해버리는 일 따위 하지 않을 테니까.
채희는 다시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 순간 파티의 분위기가 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몸에 닿는 공기의 느낌으로 알아 챌 수 있었다. 굳이 화장실에서 할 수 없이 엿들은 대화가 아니었더라도 그가 왔다는 건 이 공기의 흐름으로도 알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자 문득 크게 미친 듯 웃어버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마 드디어 미쳐버렸다고 판단하고 정신병원으로 데리고 갈 지도 몰랐다. 물론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일이 일어나는 건 머지않은 현재가 될 거라는 추측에 채희는 아까 어떤 여자처럼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전 재산을 걸 수 있었다.
심한 갈증에 시원하게 물 한잔을 마셨으면 좋겠지만 채희는 그저 입안에 고인 침을 쓰게 삼키는 것으로 그 갈증을 달랬다. 괜히 물 잔을 들어서, 온 몸이 가볍게 떨리고 있음을 굳이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알릴 의향이 없다면 응당 그래야 했다.
또 같은 생각으로 채희는 그냥 살짝 미소 지으며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몰랐다. 왜 여기를 와야 하는 지, 무엇을 축하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열린 모임인 지조차 모르는 채 그저 와야 한다는 초청에 응했을 뿐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진실로 오기 싫었다. 살아 숨 쉬는 인형처럼 가만 앉아 바보 같은 미소만 연신 방긋거리고 있어야 하는 이런 자리는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와야 했던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그가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
채희는 울고 싶은 만큼 웃어 보였다. 다른 여자-자신에게 훤히 깊게 파인 매끄러운 등만 보인 상태이지만, 들은 풍월이 사실이라면, 김 혜지 그녀일 거라 생각되는 여자-의 등을 어디 도망 못 가게 막고 있는 듯 강하게 감싸 쥔 채 음악에 맞춰 가볍게 리듬을 타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과도 같은 시선만은 자신을 향해 던지고 있는 남자를 향해 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으음,
이건 한 3년정도 묵힌 글이고,
누군가가 그 때, 제목 왜 그랫! 이라고 했던 글이고,
곧 오픈할 작아에 올리려고 모사이트에만 올리던 글일 뿐이죠;;
*
그러니까, 작아랑은 같이 올라올 글이니까 다른데서 혹 보시(셨)더라도,
그냥 살짝 눈 감아 달라는 말이구요,
완결이 언제 될 진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자는 말이지요오;;
(아, 또, 왠지 무덤 파는 기분이 왜 들까요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