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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정혼자 - # 04






“다녀왔습니다.”




정우가 현관에 막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 경미가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저녁을 준비하는지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다.




“벌써 왔어? 효재는?”


“네?”




무슨 소리냐는 듯한 정우에게 경미는 되려 그런 정우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효재랑 저녁까지 먹는다며?”


“네? 효재랑 헤어진 지 꽤 되었는데요.”


“그래? 내가 잘못 들었나? 난 너랑 효재랑 데이트하다가 늦게 올 줄 알고 있었는데..”


“어휴, 데이트라뇨.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제가 왜 효재랑 데이트를 해요.”




방으로 들어가 코트를 벗어 거는 정우의 등 뒤로 경미의 혼잣말이 들렸다.




“언제쯤이나 돼야 데이트를 한다고 늦게 들어올런지. 어쩜 저렇게 형제가 다를꼬.”




순간 가슴이 뜨끔했지만 정우는 내색하지 않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부엌으로 갔다. 경미는 김치부침개를 노릇노릇하게 지지고 있었다.




“부침개 하나 먹을래? 거기 식탁에 있어.”




경미는 이미 부쳐놓은 부침개를 가리켰지만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배 안고파요. 이따 먹을게요.”


“그래? 점심을 뭐 먹었길래 여태 배가 안고파? 효재 맛있는 것 좀 사줬어?”




일차에 이은 이차 뜨끔. 정우는 괜히 젓가락을 꺼내와 부침개를 집어먹으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열심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효재랑 점심을 먹지 않은 것도 경미의 잔소리를 들을 일이긴 했지만 그 전에 왜 효재와 점심을 먹지 않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말이 되지를 않았다. 그렇지만 그레이스와의 이야기를 부모님께 하기엔 아직 좀 이르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국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이 아닌 여자와는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정우는 조심스러웠다. 그레이스에게 한 눈에 반하고 고백했을 때만 해도 국적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막상 지금은 부모님의 생각이 어떤지를 먼저 살피고나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다.




아, 그런데 그레이스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 어떻게 효재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그러지말고 효재한테 먼저 전화를 해서 점심을 함께 먹은 걸로 말을 맞출까? 그래, 그게 좋겠어. 효재도 이해해줄거야.




그러나 정우가 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현관벨이 울렸다. 그 소리에 경미가 김치 부침개 한 장을 접시 위에 포개 올리며 정우에게 말했다.




“효재 엄마야. 가서 문 열어드려.”


“네?”


“좀전에 효재 엄마랑 전화통화하다가 김치 부침개나 부쳐 먹자고,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지. 그런데 얘, 뭐하니? 얼른 가서 문 열어드리지 않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현관문을 여는 정우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그 왠지 모를 불안감은 곧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정우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연숙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머, 정우 네가 왜 집에 있니?”


“네?”


“효재가 아까 전화와서는 정우 너랑 저녁까지 먹고 늦게 온댔는데?”






*    *    *






“아, 그, 그게요...”




난감해도 이렇게 난감할 수가. 연숙은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정우를 쳐다보고 있었고 마침 부엌에서 나온 경미 역시 연숙의 짧은 설명을 듣고서는 정우를 쳐다보고 있었다.




“조정우,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효재 엄마, 효재한테 전화좀 해봐.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설마. 효재가 자기 입으로 늦는다고 했으니까 별 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요즘 세상에... 얼른 전화 좀 해봐요. 딸네미 걱정도 안돼? 아, 효재 핸드폰이 없지?”


“효재가 내 핸드폰 가지고 갔어. 집전화 좀 줘봐요.”




경미는 안절부절 못하며 무선전화기를 가져다 연숙에게 건넸고 연숙은 효재가 갖고있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경미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런 연숙을 바라보다 얼른 정우 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우! 대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얼른 말하지 못해? 효재는 너랑 저녁을 먹는다고 했는데 넌 왜 지금 여기 와있는 거야?”


“아, 엄마. 그게요...”




당황한 정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다그치는 경미의 꾸중만 듣고 있었다.




“조정우, 왜 아무 말을 못해?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그 순간, 정우의 방 안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들을 다그치던 경미는 핸드폰 벨소리를 무시하려했지만 효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은 연숙이 혹시 효재 전화가 아니냐고 한 덕분에 정우는 얼른 방으로 피신할 수 있었다. 물론 방으로 피한다고 해서 이 난감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일이 분은 벌 수 있는 셈이었다.




“강효재 얘는 집에 늦게 갈거면 그냥 늦게 가면 되지 왜 쓸데없이 내 이름은 팔아 가지고...”




한숨을 쉬며 정우는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만일 효재의 전화라면 일단 서로 말은 맞출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맞춰야하지? 아, 복잡해. 복잡해! 강효재, 너 정말 멀쩡하게 있는 내 이름은 왜 팔아서 이런 복잡한 상황을 만든 거야! 이름을 팔아 알리바이를 만들 거면 미리 말이라도 좀 해놓던가!




하지만 핸드폰 액정화면에 뜬 번호는 효재의 핸드폰 번화가 아니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길고 이상한 번호. 몇 번 받아본 적이 있는 광고전화같다는 느낌에 정우는 핸드폰을 다시 코트에 넣으려고 했지만 때마침 밖에서 들려온 ‘조정우, 뭘 그렇게 꾸물대! 빨리 좀 받아봐!’ 하는 경미의 목소리에 잽싸게 방문을 닫으며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하지만 정우는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귀에서 멀리 뗄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동생 현우가 다짜고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정우형! 효재누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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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시험은 그저께 끝났는데 벼락치기하느라 못잔 잠도 못자고 크리스마스 쇼핑한다고 넘 바빴네요. 안하던 쇼핑을 했더니 신용카드회사에서 전화왔어요. 요지는.."보통때의 결제내역과 너무 다른 결제내역이 발생했는데 정말 네가 쓴거냐? 카드 도난당한거 아니냐" 뭐 이런거(...) 전 천상 슈퍼마켓이나 가야겠습니다, 흑.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제게 통보하기를,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에는 H군 가족과의 만남이 있을거라는데(저희 엄니는 지금 식당 예약중;;), 엊그제 한국으로 먼저 떠난 H군이 떠나기 전날 전화했길래 제가 그랬죠.

"야, 우리 크리스마스 날 말고 12월 31일도 만난대."
"그래? 집에서 그래? 우리 그날 만난대?"
"어. 몰랐어?"
"전혀 몰랐어. 엄마아빠가 스케쥴 다 짜놓으셨네~ ㅎㅎ 암튼 한국에서 봐, 누나."

그 전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는,

"H는 주말에 온다는데 J는 왜 안온대니?"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J한테 전화해서 J도 한국 나오라고 해라."
"아, 그걸 왜 내가 그러냐고요오오. 자기도 바쁘니까 안나오는 거겠지."
"전화해봤어?"
"아니, 며칠전에 전화했는데 안받던데. 걔 요새 전화통화 잘 안돼. 바쁜가봐."
"그래? 이 고얀 것! 엄마가 전화해서 혼낼까?"
".....됐습니다......."
"어쨌든 너 오기전에 J한테 전화는 한통 꼭 하고 와!"
"알았어요! 그만 끊어!"

...이러저러해서, 이 글은 앞으로 한달 정도는 있어야 다음 편을 쓸 수 있을 듯 합니다(ㅠ.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한달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제가 무사히 고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기원해주세요 ㅠ.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5'

하늘지기

2006.12.18 14:23:23

현우야~ 더 크게 소리치지 그랬니~ㅎㅎ

아침햇살님..
부디 이러저러(?)한 사건들 마아~~~니 만들어서 고국방문을 마치시기를..
저는 그럴거라 믿어의심치 않으면서 길기만 할 한 달 꾸~욱 참고 기다리겠습니다.^^

so

2006.12.18 14:27:15

말도 안되삼!!!
여기에서 끊어버리심 어떡하라구요.ㅜ_ㅜ
효재가 어디가서 울고 있는지 너무 걱정이랍니다.
부디 한국에서도 진도 나가 주시길...
생생한 르뽀도 부탁드립니다.ㅎㅎ

김은숙

2006.12.18 15:20:16

이건 정말 상상이 아닌 현실이군요!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꼬맹이

2006.12.18 23:15:14

아아아~ H군도 J군도 필요없습니다.~
아침햇살님 컴백~컴백~ ㅠ.ㅠ

아침햇살

2006.12.19 00:32:40

하늘지기님/ 이미 정우 귀청 떨어졌습니다 ㅎㅎㅎ 저는 비행기타기가 두려워요 ㅠ.ㅠ

so님/ 생생르뽀! ㅋㅋㅋ 노력해보겠습니당~ >ㅁ<

김은숙님/ 집에서 이 글을 읽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네다...ㅎㅎ

꼬맹이/ 아앗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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