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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정혼자 - # 프롤로그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라는 말이 있어. 들어봤지? 조금 잰 체 하는 사람들은 거기다 한마디를 더 덧붙이기도 하지. 인생은, 내가 주인공인 한 편의 소설이라고.
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니까. 물론, 쌔끈하게 잘 빠진 포르쉐, 람보르기니같은 인생들을 보면 말이야 내 인생은 이게 웬 삽질인가 싶을 때도 있겠지. 그럴 때 ‘네 인생의 주인공은 너다.’ 라고 해주면, 캬...이게 얼마나 멋진 말이야? 안 그래? 그래, 맞는 말이라구.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야. 그리고 내 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고.
그런데 그거 알아? 인생은 한 편의 소설이라는 말은 맞아.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인 것도 맞아. 그런데 문제는, 그게 어떤 장르의 소설이느냐 하는 거더라고.
무슨 소리냐고?
5분전까지만 해도 난 내 인생의 장르가 액션 내지는 어드벤처물인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정확히 5분 전, 아니 이제는 5분 18초 전, 모든 것이 바뀌었지.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말이야.
“우리, 사돈 맺기로 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 요즘 집에 전화를 걸 때마다 부쩍 결혼타령이 심해지셨거든. 그래서 평소처럼 ‘아, 난 엄마아빠랑 평생 오순도순 살 거라니까?’ 하고 대꾸하려고 했지. 난 독신주의자는 아니야. 다만 지금은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을 뿐이야. 혹자는 이런 나를 보고, 로맨스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환상에 빠져 살아서 그렇다고도 하지만 그건 아니라구. 남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한대 때려주고 싶어. 내가 이 나이먹도록 싱글인데는 다 사정이 있다구! 휴우, 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할게.
어쨌든 그렇게 ‘엄마아빠랑 오순도순...’ 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느낌이 척추를 타고 순간 찌릿찌릿하게 내려갔어. 난 움찔했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직감했어. 엄마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니구나!
나보고 맨날 시집갈 생각을 안한다고 구박을 하시긴 하지만 집에 들어오는 선자리는 다 거절하시는 거 알고 있다구. 나보고는 이제 너도 더이상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둥 하시지만 선자리 거절할때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라고 하시는 것도 알고 있다구! 그런 엄마아빠가 누구랑 사돈을 맺었다고 하시는 건, 보통 일이 아니라구! 이건 위급상황이야.
그래서 냅다 소리쳤지.
“누구랑 사돈을 맺어?”
21세기 대한민국에 이게 무슨 소리? 사돈을 맺어? 누구 맘대로?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엄마는 태연하게 대답하시더군.
“네가 아~~주 잘 아는 사람하고!”
그게 누구냐고 물으려는 순간 다시 한번 내 척추가 찌릿하고 울렸어. 누구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어. 엄마가 이렇게 말할 집은 ‘그 집’ 밖에 없는 걸! 그래서 난 소리쳤지.
“엄마! 난 아저씨한테 내 결혼식 주례 서 달라고 부탁드릴 거란 말이야!”
그러자 엄마가 코웃음을 치셨어. 그리고 한 방 날리시더군.
“사돈이 어떻게 주례를 서니? 그것도 자기 아들 결혼식에.”
그래, 인생이 한 편의 소설이라는 말에는 동의해. 하지만 그게 어떤 장르의 소설인지가 문제더라고. 그리고 바로 저 전화통화가, 액션어드벤처물인줄 알았던 내 인생의 장르가 한순간에 코믹로맨스물로 바뀌던 순간이었어.
내가 로맨스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아니라구. 언제는 나더러 환상과 현실의 세계를 구분할 줄 모른다면서? 그런데 대체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 엉? 소설이 현실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일단 정신을 수습하고, 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지. 어떻게해야 내 인생의 장르를 다시 바꿀 수 있을까? 내 하소연을 듣던 친구놈이 메신저로 한마디를 던졌어.
-다음번 장르는 에로물이 어때?
에, 에로물...?
정신을 차려보니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원츄, 라는 말을 치고 엔터를 누르려던 순간이더라구. 허억,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백스페이스를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연달아 누른 다음에 미친 넘, 하고 대사를 날려줬지. 에로는 무슨 에로야.....는 아니지만, 흠흠.
멜러라면 몰라도 에로는 에러지. 응? 멜러가 뭐냐구? 멜러 몰라, 멜러? 엽기적인 그녀 안봤어?
사실 말이야, 아무한테도 말은 안했지만 내가 쓰고싶은 내 인생은 멜러라구. 하 애절하여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멜러 말이야. 흐흐흐.....
여하튼 말이야. 멜러라면 몰라도 난 코믹로맨스물은 찍을 생각이 없다구. 멜러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내 인생을 제발 다시 액션어드벤처의 세계로 돌려줬으면 좋겠어.
...응?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집 아들이 둘이잖아. 사돈이라니, 엄마는 대체 그 둘 중 누구를 말하는 거지? ....다른 핑계대고 집에 전화해서 한번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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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포르테>는 당분간 접습니다;;;
시험기간이라 빠른 업뎃은 힘들 것 같지만..최대한 노력....을...(응?)ㅋㅋ
그러니..아침햇살님....음...두개를 같이 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