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소설
- 완결소설
글 수 198
▶ [옴니버스] 오늘도 마녀는 괴로워 - 마녀는 괴로워 2
"현정씨, 요즘 연애해?"
뜨끔.
더없이 찔렸지만 난 싱긋 웃으며 답했다.
"아뇨."
"하긴, 그럼 그렇지."
부장은 커다란 콧구멍으로 콧김을 풍풍 뿜으며 말했다.
"누가 현정씨를 상대로 연애를... 아, 너무 섭섭하게 생각 말아. 난 인생의 선배이자 남자로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음... 현정씨, 남자 없이 사는 거 괴롭지? 정말 못 참을 정도로 괴로우면 말야.. 언제든지 나한테 전화해. 내 당장 달려가서..."
내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을 때, 옆에서 어떤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한 남자가 커피를 들고 있던 부장의 손을 쳤다. 커피 잔은 아~주 보기 좋게 부장의 바지로 떨어져 지도를 그렸다. 바로, 그 (차마 말할 수가 없다) 부분에.
"악! 뭐야!"
"죄송합니다, 부장님."
차경문씨는 두꺼비 부장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나도 속을 정도군.
"다행히 바지가 진한 색이라 크게 티는 안 납니다. 화장실로 가서 닦은 뒤 조금만 말리면 될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 알았어."
부장은 툴툴거리면서도 사장 조카의 말을 따라 화장실 쪽으로 사라졌다. 곧 경문씨와 이야기하고 있던 어떤 직원도 밖으로 나갔다. 휴게실 안에 남은 건 나와 경문씨뿐.
경문씨는 익숙한 솜씨로 소리 없이 문을 잠그며 말했다.
"연애 안 한다고?"
"들었어?"
"그럼, 들었고말고. 나 화났어."
"미안해서 어쩌지.. 경문씨, 내가 어떻게 하면 화 풀 건데?"
나는 미안한 척 고개를 살짝 저으며 경문씨에게 다가갔다. 경문씨는 하얗고 가지런한 이가 반짝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키스 한 번."
"겨우 한 번? 두 번은 어때?"
약 5분 뒤,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경문씨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음, 잘 안 묻는 립스틱을 바르고 와서 다행이군. 사실, 난 석 달 전부터 잘 묻지 않는 립스틱만 줄곧 쓰고 있다. 경문씨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아, 3개월 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3년 동안 짝사랑하던 경문씨에게 고백 받은 날이기도 한 그 날, 난 고백을 방해한 부장에게 마법(그렇다, 난 마녀인 것이다! 빨간 고깔모자를 쓸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뛰어난! 마녀)을 써버렸다. 들키면 바로 빗자루 공장에 가게 되는데, 경문씨는 날 공장에 보내는 대신 자기 여자친구로 삼아버렸다. 그 날부터 석 달간 스릴있는 사내연애(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몰래 손잡기,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키스하기, 회의 중에 문자 주고받기 등등)를 즐기기 시작했고.
후훗후훗후후훗.
두꺼비 부장의 수작을 제외하고 요즘은 정말 해피~하다. 일(대외적인 타이틀인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일과 마법 걸어주는 마녀로서의 일 모두)도 잘 되지 연애도 잘 되지...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내내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다녀도 모자랄 정도로 즐거운 나날들이다.
/ 아주 좋아 죽네. /
"그럼, 좋지~"
내 말에 수정구슬 속의 채현이는 콧방귀를 뀌었다. 한국 지부 마녀협회 직원이기도 한 채현이는 둘도 없는 내 고깔 친구(인간 남자들이 '불알 친구'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좀 깍쟁이 같은 면이 없진 않지만 연애박사―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람둥이―라서 경문씨와의 러브러브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간만에 대화하는 데도 경문씨 자랑만 해대는 내 말을 그리 띠껍지 않게 들어주기도 하고.
/ 야, 근데 말야, 키스할 때 그냥 키스만 했어? /
"무슨 말이야?"
/ 손은 어디에 있었어? 페팅은 안 해? /
"..페팅이 뭔데?"
대번에 채현이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 으이그, 이 화상아. 너 대체 스물일곱 먹을 때까지 뭐했냐? 하긴, 다른 애들이 '마녀 부인 빗자루 쑤시네' 시리즈 볼 때 넌 마법서만 뒤적이고 있었으니.. 야, 페팅이란 건 말야~ /
약 3분 뒤, 내 얼굴은 홍당무에 비견될 만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그게 페팅이었구나. 나도, 나도 알아."
/ 알긴 뭘 알아? 딥따 키스만 해댄 주제에. 니 경문씨 참 답답하겠다. 경험도 많다는데 너 같은 순진한 애 데리고 무슨 재미를 보겠다는 건지... /
"야!"
/ 그래, 내 말 심했어. 하지만 너 공부 좀 해놔야 될 걸? 석 달 동안 키스만 했다니. 아마 조만간 시도해 올 거다. 마녀들에게만 내려오는 절묘한 테크닉들이 따로 있으니 인터넷 좀 뒤져봐. 속전속결로 자는 것도 좋긴 하지만 페팅만 잘금잘금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거든. 내가 작년에 말야~ /
"됐어. 그.. 누구더라? 마녀랑 사이렌 혼혈 남자 이야기하려는 거지? 그 얘긴 지겨워. 다른 거나 얘기해줘. 물어볼 게 있어. 있잖아, 남자들은 음음하려고 할 때.. 그러니까 시도할 때.. 자기 애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거야? 집 구경 시켜준다면서?"
/ 그럼, 보통 그렇게 유혹하지. 왜? 니 경문씨가 그렇게 말하면서 초대하디? /
"엉. 내일 자기 집에 놀러 오래. 그것도 밤에 말야. 이제까지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거든. 예전에 집에 여자들 많이 드나들었냐고 스쳐가듯 물었을 때 한 번도 여자 들인 적 없다고 정색하며 말한 적도 있고... 근데 그거 사실일까?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내일 밤 나랑 음음.. 하겠다는 거겠지?"
/ 아마도. 그리고 여자 들은 적 없다는 그 말 사실일지도 몰라. 나도 남자들 안 들이잖아. 뭐, 어쨌건 너 드디어 처녀 딱지 떼는 거야? 축하한다 얘~ /
/ 어이, 채현 마녀 뭐하는 거야, 일 안 해? /
채현이 뒤편으로 꼬장꼬장한 할머니 마녀가 나타나 소리쳤다. 대번에 채현이의 얼굴이 다시 찌그러졌다. 채현이는 입모양으로 '저 꼰대 또 잔소리다'라고 말하며 옆에 놔뒀던 어떤 것을 던졌다.
/ 네, 일해요! 자, 현정 마녀. 의뢰서(依賴書) 받으세요~ 다음주 일요일까지 처리하면 됩니다. 그럼 일 잘해용~ (작은 목소리로) 오른쪽이 의뢰서야. 열심히 연습해~ /
수정구슬이 꺼지면서 뿅하고 어떤 것 두 개가 눈앞에 나타났다. 바나나였다.
채현이는 협회에서 마녀들에게 의뢰를 전달해주는 일을 하는데 장난삼아 의뢰서를 이런 식으로 먹을 걸로 바꿔서 보내곤 한다. 토마토 다이어트 한다고 당분간 토마토로 보낸다더니 갑자기 웬 바나나? 더구나 두 개? 하나는 의뢰서고, 다른 하나는 왜 보낸 거지?
왼쪽이 의뢰서이므로 난 오른쪽 바나나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맛있네. 흠흠. 대체 이 바나나로 뭘 '연습'하라는 거지?
난 한참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경문씨는 정말 내일.. 나랑 음음할 계획일까? (아싸!)
한 번도 안 가본 집에 저녁 먹으러 오라니.. 더군다나 생각해보니, 경문씨의 말투가 평소보다 훨씬 더 야시시했던 것 같다. (오옷!)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사실 지난 석 달간 줄창 키스할 때 좀더 (뭘?) 바랐었기에 경문씨랑.. 음음하는 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테크닉 공부는 좀 해야 할 것 같긴 하다) 내 몸매보고 실망할 것 같아서 걱정되긴 하지만 하루 만에 몸매를 뜯어고칠 수는 없는 거고.. 사전에 야한 속옷으로 시선을 제압해야 될까?
난 부리나케 옷장으로 달려가 이런저런 속옷을 꺼내보았다. 그나마 이게 가장 섹시하네. 내일은 이걸 입어야지. 미리 한 번 입어볼까나? 일단 이 잠옷을 벗은 다음에 속옷도 벗어서.. 음?
안 벗겨졌다.
나는 다시 바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브래지어는 내 몸에 딱 달라붙은 듯, 조금도 벗겨지지 않았다.
"왜..왜..왜...!"
번뜩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런 요상한 증상은 마법이 걸린 음식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증상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나는 날듯이 달려가 하나 남은 바나나에 빨간 빔을 쏘았다. 그러나 뿅 소리도 나지 않았고 껍질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맛나게 먹은 다른 바나나 껍질에 빔을 쏘니.. 곧 뿅 소리와 함께 껍질은 의뢰서로 변했다.
망했다...
현관문 벨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경문씨는 아니겠지.
"나 경문이야, 현정씨."
꽥.
당황한 나는 파닥파닥 팔만 휘두르다가 재빨리 방을 대강이나마 치운 뒤 (= 옷장 안에 모든 것을 쓸어 담은 뒤) 문으로 나갔다. 문득 아파보여야 된다는 걸 기억해내고 기침을 하면서 문을 열었다. 집에 없는 척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전, 걱정으로 가득한 경문씨의 얼굴이 내 눈동자를 가득 메웠다.
"현정씨, 괜찮아?"
"물론 괜찮아."
헛.
경문씨의 괴로운 표정에 마음 아픈 나머지 아픈 척하는 것도 까먹었던 나는, 재빨리 병자 모드로 돌아가 기침을 했다.
"이런, 어서 누워. 내가 괜히 왔네. 아픈 사람 일어나게 만들고.."
"아니, 아니야. 경문씨가 와준 것만으로 다 나은 것 같은 걸."
"그래? 안 그래도 그렇게 많이 아픈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윽.
나는 다시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침대로 갔다. 내 뒤를 따라오는 경문씨는 안 그런 척하면서 집안을 둘레둘레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경문씨가 내 집에 오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오밤중에.. 단 둘뿐이라니! 내가 푸우와 피그렛이 헤 입을 벌리며 웃고 있는 그림의 헐렁헐렁한 파자마 차림이라 섹시함이 상당히 떨어지긴 하지만.
"내가 감기에 좋은 우리 가문의 전통 죽을 만들어줄게. 아침부터 누워만 있어서 배고프지? 조금만 더 누워있어."
은근슬쩍 침실을 다 구경한 경문씨는 내 이마에 따스한 키스를 남긴 뒤 부엌으로 사라졌다. 음, 내 남자친구지만 다시 반할 정도로 멋지네. 음핫핫핫~
...아냐, 이렇게 웃을 때가 아니야. 꾀병까지 부려서 데이트를 취소한 이유를 알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최대한 아픈 척해서 쫓아내야 해!
이렇게 생각하고 결심했건만, 난 10여분 뒤 앞치마를 두른 경문씨가 손수 쑨 죽을 가지고 깊은 걱정이 실린 표정을 지은 채 침대로 다가오자 그 생각을 우주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냄새 정말 좋네."
"그렇지? 아~ 해봐."
"응?"
"입 벌려봐. 아~ 해. 내가 먹여줄게."
난 배시시 쑥스러워하면서도 아~ 했고, 경문씨는 호호 불어 식힌 죽을 내 입에 넣어주었다.
"맛있어?"
"응."
"아, 여기 묻었네."
경문씨는 빙긋 웃은 뒤, 혀로 내 입술에 묻은 죽을 말끔히 훑어 내렸다.
"자, 다시 아~"
"..아~"
"또 묻었네."
...이런 대화를 한참이나 반복한 뒤, 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경문씨는 한 그릇 더 먹겠냐고 물어봤다. 헬렐레한 상태인 나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간신히 기억해냈다.
"아니야. 좀.. 피곤하거든. 더 못 먹겠어."
"그래? 어서 누워서 자. 많이 자야 빨리 낫지."
어젯밤에 데이트 취소하고 줄창 잠만 퍼 잤는데 잠이 올 리가 있나. 더구나 경문씨가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침대 옆에 앉아 쳐다보고 있는데.
"왜? 잠이 안 와?"
"아, 아니야. 곧 잘 수 있을 거야."
"잘 자라고 굿 나이트 키스해줄게."
5분 뒤 난 그 어느 때보다 더 잠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술이 떨어지긴 했지만 경문씨의 다른 부분은 내 몸에 닿아있으므로. 경문씨는 언제 침대에 올라와 누운 거지? 그것도 내 옆에 딱 붙어서.
"현정씨."
경문씨의 입김이 내 입술에 그대로 와 닿았다. 온몸으로 전기가 번쩍번쩍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지는 동시에 얇은 천 뒤로 꿈틀대는 경문씨의 근육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물어볼 게 있어."
"뭘?"
"혹시..."
경문씨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허리를 살짝 간질였다. 내가 흠칫 몸을 떨 때, 경문씨는 물었다.
"꾀병 부리는 거 아냐?"
헛.
"아니, 그게.."
"역시 그랬군.. 나 현정씨가 왜 꾀병부리는 지 알아."
"안다고?"
경문씨는 축 처진 눈동자로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바로 옆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지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응. 알아."
아아, 내가 못 산다...
"어떻게? 혹시, 채현이가 말했어? 채현이밖에 모르는데. 이잇! 말할 게 따로 있지 쪽 팔리게 그런 건 왜 말하는 거야! 경문씨, 이거, 비밀로 해줄 거지? 아무리 내가 가끔 바보 같은 짓 골라서 한다지만 이번 일은 좀―"
"―그게 무슨 말이야? 바보 같은 짓? 채현이는 또 누구야? 그.. 한국 지부 협회에서 일한다고 예전에 얘기해준 마녀 친구 말하는 거야?"
..어째 뭔가 좀 이상한데.
"경문씨, 내가 왜 꾀병 부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채현이가 이야기해준 말 때문이 아니야?"
"그 채현이라는 현정씨 친구랑은 만난 적도 없어. 그 친구 얘길 왜 꺼내는지 모르겠지만.. 현정씨가 꾀병을 부리는 거 말야, 내가 보기엔.. "
"내가 보기엔?"
경문씨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랑 사랑을 나누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이게 뭣이다냐.
"경문씨,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뭔데? 그럼 오늘 왜 꾀병부리는 거야? 현정씰 내 집에 초대했던 게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란 거 알고 있잖아. 나랑 사랑을 나누기 싫어서, 그래서 피하려고 일부러 꾀병부리는 거 아냐?"
역시 경문씨는 오늘밤 나를 유혹해서.. 으, 웃을 때가 아니야.
"경문씨, 그런 이유가 아니야. 난 경문씨랑 음음..(차마 말할 수가 없다)하고 싶어. 다른 사소한 문제 때문에.. 한 5일 동안은 그게 불가능한 것뿐이야."
"혹시 빨간 날이라서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솔직하게 말해도 되잖아."
"그게 아니라.."
나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우물우물거리자 경문씨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정씨, 나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나 못 믿어? 현정씨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렇다고 말 한마디만 하면 되지 왜 꾀병까지 부려? 내가 이해해야 되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하지만.. 현정씨가 솔직하지 않게 행동하는 건 조금 실망이야."
"실망이라니... 에이씨, 경문씨, 그게 말야..."
결국, 난 자초지종을 불어버리고 말았다.
주황색 고깔모자 마녀인 채현이의 마법이 걸린 의뢰서(바나나)를 먹어버렸기에 그 요상한 후유증으로 어제부터 6일간 속옷(이 말을 할 때 난 정말 쥐구멍으로 숨어들고 싶었다)을 벗을 수가 없게 됐다고. (채현이가 나랑 같은 1등급인 빨간색 고깔모자 마녀가 아닌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면 7일간 마력이 지속되니까.)
"..그럼.. 화장실은 어떻게..?"
"위의 속옷만 못 벗는 거야!"
경문씨는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참으려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내가 토마토를 능가하는 얼굴색으로 식은땀을 뻘뻘 흘릴 때, 결국 경문씨는 큰소리로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 그만 웃어!"
"나도, 나도 그만 웃고 싶은데.. 안 멈춰.. 읍!"
역시 웃음 멈추게 하는 데는 키스가 최고. 아냐, 이번엔 키스만으로 해결되지 않겠어.
비장의 결심을 한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경문씨를 그대로 침대로 밀었다. 그 뒤, 경문씨 위로 올라가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끌렀다.
"현, 현정씨? 뭐하는 거야?"
"어제 채현이랑 대화한 뒤에 인터넷에서 마녀들만 볼 수 있는 고문서를 뒤져봤는데, 옷을 입은 채로 남자에게 만족감을.. 흠흠, 줄 수 있는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더라고. 혹시나 해서 다 외웠는데 ―난 어떤 일이나 새로운 걸 배우는 데는 우등생이거든― 실전에 사용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사실, 그동안 내가 눈치를 안 줬긴 하지만 나도 경문씨랑 음음..하고 싶거든. 어떻게 생각해?"
"..좋은, 좋은 의견이야."
경문씨는 내 잠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사실, 마법사들에게도 마법사만 볼 수 있는 고문서가 있거든. 옷을 입은 채로 여성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고문서가. 그 문서에 따르면.. 안 입은 채로 하는 게 때로는 더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적혀 있더라. 오늘밤, 서로 시험해보는 게 어때?"
음.. 확실히, 이럴 때는 마녀도 나쁘지 않군. 음핫핫핫핫핫~
▶ "오늘도 마녀는 괴로워 ㅡ 마녀는 괴로워 2" 마침.
: "아~"라니, 정말 초닭살.. (웩;;) 사실 저렇게 닭살인 척하는 커플치고 오래 가는 커플은 못 봤습니다만, 어쨌든 읽는 분들 닭살 좀 느껴보라고 써먹었습니다;
그나저나, 원래 단편으로만 끝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2편을 쓰고 있었다는 전설이...;;; 근데 제목이 촌스럽지 않나요? "오늘도 마녀는 괴로워"라니.. 다른 제목으로 하고 싶은데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인다는.. 흑흑;
현재 3편("이번에도 마녀는 괴로워"가 되려나.. -_-)은 대충 완성해놓은 상태고 4편도 쓰는 중입니다. 사실 4편을 먼저 썼다가 중간에 3편을 다 썼는데 생각해보니 3편은 내용이 좀 먼 것 같아서 2편을 썼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닭살 아닙니까? 웩.. =ㅠ=;;;)
어쨌든.. 이렇게 옴니버스 식으로 나가다니.. 결국(?)은 아직도 완결작이 없다는 거로군요. 흑흑... 참, 옴니버스식인지라 말머리를 [옴니버스]로 바꿨답니다.
ⓒ 수룡 이수림 wdlsr@hanmail.net
2004/05/18 ~ 200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