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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95
현수는 103 이라는 팻말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어떤 얼굴을 하고 들어가야 할지가 참으로 고민이었다.
물론 강의실 안의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하긴 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지만.
만약 현수가 ‘교수님, 다리가 불편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그래.’하고 던지듯 대답을 하거나, 어쩌면 대답도 없이
고개만 한번 끄덕 일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김진희라는 남자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을 것이고
현수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별로 의식하는 바도 없을 것이다.
상관없으니까.
현수가 그 사실을 알고 말고는 자신과 전혀,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김진희는 그래, 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오로지 그래, 라고만.
그런 남자를 의식해서 괜히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신이 오히려 바보 같다.
지호도 그랬다. 지호의 입에서 그가 다리를 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포크를 떨어뜨리는 현수를 보고 지호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왜 그렇게 놀래?”
“어…… 아, 몰라….”
하며 얼른 포크를 주웠다.
“정말…… 나 왜 그렇게 놀랬지?”
대답을 요구 할 수 없는 질문을 하며 다시 샐러드를 뒤적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어쩌면 좋아…… 아우, 나 무슨 얼굴로 봐야하냐?
뭐라고 해야 하지? 아냐, 역시 모른 척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겠다. 그치?
아우… 나 그 전에 혹시 실수 한 거 없으려나? 아우 아우!” 하며
끙끙거리는 현수를 보며 지호는 정말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뭘 그렇게 신경을 써. 그 교수가 다리를 저는 게 너한테 무슨 영향을 준다고.
아무 상관 없잖아. 김진희가 다리를 절든, 팔을 못 쓰든.”
그게 정답이다.
진희가 다리를 절거나 말거나… 다리 한 쪽이 있건 없건 간에
그건 현수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호 말대로 현수는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지적을 받는 순간 조금 서운해졌다.
“야… 아무리 그래도 교순데…….”
“니 교수가 김진희 뿐이야? 그리고 김진희한테는 너 말고도 학생 많아.”
진지한 얼굴로 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결코 부정 할 수 없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명확한 대답에 마음이 상하다니.
스스로도 이해 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현수는 잠시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황은 이내 나직한 웃음으로 변했다.
둘이서 수업을 한다고 해서, 마치 자신과 진희가
무슨 가까운 사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졌나보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진희는 많은 교수 중 한 명일뿐이고,
진희에게 자신은 더욱 많은 학생 중 하나일 뿐인데.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 이 만남은 두 사람이 서로를 알기 전부터 짜여져 있던
학교의 수업 프로그램에 불과한데.
단지, 단지 그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자신과 진희 둘 뿐이라는 이유로
그가 자신에게 큰 존재라도 된 마냥 착각을 하다니.
“난 참 분위기를 잘 타나 봐…….”
현수의 중얼거림에 지호는 갑자기 목이 타는 걸 느꼈다.
손을 들자 멀리서 서버가 달려왔다.
음료 리필을 부탁하자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라는 대답과 함께
꾸벅, 큰 몸이 고개를 숙인다. 참, 돈이 뭔지. 쓰게 웃으며 지호는 턱을 괴었다.
“너, 분위기 잘 타.”
“역시 그렇지?”
하우~ 하며 한숨을 내쉰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이렇게 예쁠 수 있을까.
두꺼운 콩꺼풀을 두 눈에 붙인 상태로 지호가 농담을 던졌다.
“너, 그 때 나랑 사귀겠다고 대답 한 것도 분위기에 취해서 한 말 아냐?”
“음…… 그랬던 것 같아.”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현수를 보며 지호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 분위기 잘 타는 성격 때문에 언제 한번 크게 사고 칠 줄 알았는데,
그게 하필이면 너랑 사귀는 일이었다니…… 이거 참, 어디 가서 누굴 원망해야하냐.”
양상추를 입에 물고 조잘조잘 잘도 떠든다.
아무것도 안 바른 입술인데 어쩜 저렇게 색이 예쁠까.
지호 눈의 콩꺼풀도 더욱 두꺼워진다.
“날 원망해.”
“그래야지 뭐.”
“그래. 분위기고 나발이고 내가 너무 잘 난 탓이야. 그러니까 날 원망해.”
타이밍 좋게 서버가 리필해 온 음료수 잔을 내려놓는다.
현수가 저기요, 하며 서버를 불렀다.
“여기 음식에 못 먹을 거 집어넣은 거 아니죠? 얘가 아까부터 자꾸 헛소릴 해요.”
서버가 싱긋 웃더니,
“글쎄요, 저는 서빙만 할 뿐이라서요.
일단 주방에다 보고를 한 뒤에 적당한 약이 없나 찾아보겠습니다, 손님.”
재치 있게 맞받아친다. 현수가 박수를 치며 웃는 걸 보며 지호도 따라 웃었다.
그 때 그 서버, 참 잘생겼었는데……
그러고 보니 누굴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구지?
고심하던 현수는 갑자기 주머니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얼른 핸드폰을 꺼내자 액정에는 정각 9시를 알리는 숫자들이 깜박이며 떠 있다.
“맙소사!”
혼비백산하며 문을 열자 진희가 오늘도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시간 한번 칼이군.”
사실은 한참 전에 도착했지만 딴생각 하느라 문을 못 열었단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현수는 눈앞의 남자가 그 변명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끝까지 듣지도 않을 사람임을 떠올리고 얌전히 책상으로 갔다.
한숨과 함께 가방을 내리고 앉는 현수를 보며 진희가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그리고,
“피곤하지?”
다정한 목소리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마저 띄우며
그렇게 물어오는데 현수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꿈같은 상황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그저 입만 벙긋거렸다.
“에에…… 피곤… 한……가… 그, 글쎄요… 별로… 그런 것도…….”
“피곤 할 거야. 이맘때가 제일 정신없는 때니까.”
“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지?”
지독하게 상냥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데 현수는 설마, 했다.
“그냥 계속 자지 그랬어.”
……설마가 사람 잡지.
맥이 탁 풀린다.
한순간이나마 이 사람이 왜이래… 어머머, 미쳤나봐… 하며
가슴을 두근거리던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러셔도 전 수업 포기 안 해요.
지각도 안하고, 과제도 꼬박 꼬박 다 해올 거예요.
그러니까 교수님도 이제 그만 단념하세요.”
“과제 한 거나 발표 해 봐.”
소득 없는 일에 열 올리기 싫다는 듯 진희는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현수는 속으로 메~롱! 이라도 외쳐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지난 시간에 알아오라고 하셨던 작품은…….”
파일박스를 뒤적이며 말을 길게 끄는 현수를 바라보며
진희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의 작품입니다.”
딱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무는 현수에게 어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게 다냐?”
“제목이랑 작가만 알아오라고 하셨잖아요.”
잘못 된 거 있나요? 라는 표정으로 멀뚱히 쳐다보는 현수.
잘못 된 거… 잘못 된 게 없다는 게 아마 잘못일거다.
“딱, 시킨 것만 하는 녀석이군.”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는 진희에게 발끈한 현수가 또 따지고 들었다.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녀석이면 좋겠어요?”
“넌 언제나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잖아. 다른 건 다 두고 공부에서만
그런 의외성을 좀 발휘 해 보면 어떨까? 장학금은 문제도 아닐텐데.”
칼 같은 한 마디를 던지고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던 진희는
현수의 다음 말에 그 자리에서 돌이 됐다.
“어라, 교수님! 저 장학금 받은 거 어떻게 아셨어요?”
순간적으로 진희의 머릿속으로 학칙에 명시된 각종 장학금의 이름이
주르륵 지나갔다. 이런 저런 명목상의 장학금이 다양하게도 있지만…
적어도 신입생 대상의 장학금 종류란 진희가 알고 있는 한 단 하나밖에 없다.
성적 우수 장학금.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이다.
제비뽑기로 걸린 행운아에게 던져주는 돈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돌이 되었던 몸이 조금씩 느슨해진다.
천천히 현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진희는 자신의 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 착각마저 느꼈다.
현수는 정말로 의외라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조금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 장학금, 받았어?”
“에… 알고서 말씀 하신 거 아니었어요?”
잠깐 실망의 빛이 스친다.
그러나 이내 트레이드인 명랑한 얼굴로 현수는 대답했다.
“네, 장학금 받고 왔어요. 입학금 빼고 등록금은 면제였어요.”
“왜……?”
왜라니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 현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연극과 차석으로 들어왔어요.”
“…….”
진희는 현수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그저 조용히.
의미 파악이 너무도 쉬운 진희의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해
현수가 한숨처럼 말했다.
“정말이에요.”
“그런 문제로 거짓말 해 봐야 본인만 괴롭지.”
의외로 진희는 현수의 결백을 믿는 눈치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묻자 가방에서 프린트 한 장을 꺼내며
진희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올해 입시 제도가 바뀌었나 생각했어. 우리 땐 내신과 실기 비중이
반반이었거든. 내신은 전 과목 반영이었고 실기는 연기였지.”
“조금 바뀐 것 같네요. 저흰 내신은 언어와 외국어 반영, 그리고
면접이 점수에 들어갔어요. 5% 정도.”
“그럼 실기 종목이 바뀐 건가?”
네?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현수에게 진희가 프린트 된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소리 크게 지르기라던가, 밥 많이 먹기라던가, 떼쓰기 라던가….”
“연기하기였어요.”
뺏듯이 프린트를 받아들며 불쾌하다는 얼굴로 대꾸하는 현수를 보며
진희는 흠, 하고 팔짱을 꼈다.
“내신이 좋았을 리는 만무하고…… 의외로 연기를 잘 했나보지?”
“왜 내신이 좋았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는 현수에게 진희가 좋았어? 라고 묻는다.
“…… 아뇨.”
“그런데 뭘 그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는거야.”
“제대로 짚으시니까 더 억울하죠…….”
현수가 슬프다는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진희가 풋, 하고 웃었다.
두 사람의 수업 시작 이래, 처음으로 웃는 웃음이었다.
억지로 그리는 웃음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지만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현수도, 진희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는 못했다.
“내 나이쯤 되면 싫어도 사람이 훤히 다 보이는 법이지.”
“교수님…… 젊으시잖아요.”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현수에게
진희는 그렇게 보여? 라고만 대답 할 뿐이다.
“아무튼 연기는 잘 하나 보군.”
“연기 과제가 좋았던 것 뿐이에요. 운이죠, 뭐.”
“그런 겸손한 태도는 안 어울리는데…….”
“사실이에요.”
어깨를 으쓱하는 현수에게 진희는 연기 과제를 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럼 로미오? 안 어울리는데?”
“줄리엣!”
“맙소사, 그건 더 안 어울리는 걸?”
진희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한다. 명백하고 놀리고 있는 거다.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다.
“사실은 지금 제 모습이 연기예요. 전 원래 줄리엣 그 자체라구요.”
말장난이라면 저도 지지 않는 다는 듯 현수가 자연스레 받아친다.
“그거야말로… 네가 연극과 차석이라는 사실만큼이나 놀라운 일이구나.”
“교수님이 제 선배님이라는 사실만큼 놀랍지는 않아요.”
흥, 하며 진희에게 받은 프린트를 펼친 현수가 어머, 하고 나직하게 신음했다.
“대본이예요?”
“한 부분만이야. 오이디푸스 왕을 읽어 본 적이…… 없겠지.”
“있으면 어쩌시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억울해 하는 걸 보니 확실히 읽어 본 적이 없는가보군.”
뭐라고 대꾸하려다 말고 현수는 입을 다물었다.
진희가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하는 모습에서 괜히 초조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벌써 시간이 다 되어가는 걸까.
“기원전 430년 경에 소포클레스(Sophocles)에 의해 작품화되었지.
극화되기 약 300년 전에 이미 호메로스(Homeros)가 노래했고
기원전 1000년 훨씬 이전에 에지언(Aegean) 신화 역사를 형성 해 온 이야기야.”
“교수님…….”
조심스럽게 진희의 말을 막으며 현수가 입을 열었다.
“에지언이 뭐예요……?”
대충 예상한 질문이라는 듯 진희는 빠르게 대답했다.
“에게 문명.”
“아, 그렇구나! ……그럼 그냥 에게 문명이라고 처음부터 그러시지…….”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현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진희가
정말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연기를 잘하기는 정말 잘했나 보구나.”
“……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아닌 게 아니라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마음속으로 아 쪽팔려를 외치는 현수에게
진희가 물었다.
“세계 연극사 수업 듣나?”
“들어요.”
“진도 어디까지 나갔어.”
“아, 계속 자기소개만 했어요. 원래 지난주에 수업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그 때 교수님 세미나 준비 때문에 휴강이었거든요.”
흠… 하며 다시 팔짱을 끼는 진희에게 현수가 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다.
“어차피 지금 하는 부분은 세계 연극사 시간에 배울 것들이긴 해.”
“헤에…….”
“두 시간짜리 수업이니까 당연히 더 체계적이고 괜찮겠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눈치만 살피는 현수에게 진희가 말했다.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야. 먼저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
파고드는 거지. 작가의 삶, 작품이 쓰여 진 배경, 주제, 쓰여 진 도구의 의미,
기타 등등. 그렇게 머리를 쓰며 분석을 하는 방법이 있는가하면
실제로 직접 연기를 하면서 작품 그 자체를 분석하는 방법도 있어.
이건 말 그대로 연기야. 직접 연기를 해보면서 스스로 그 작품을 분석해 나가는 거.”
잠시 텀을 둔 진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아?”
“직접 연기하기요!”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하는 현수를 보며 다시 싱긋 웃는다.
“역시 머리 쓰는 작업보다 몸으로 떼우는 쪽이 더 좋지?”
“저보단 선생님이 그걸 더 원하시는 것 같은데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하던 현수는
“난 이론이 더 좋아. 이론 수업으로 나갈까?”
하는 진희의 물음에 잽싸게 고개를 젓는다.
“개기면 손해야.”
현수는 헉, 하고 놀랬다.
김진희 교수도 개긴다는 표현을 쓰는구나!
아니, 그 전에 저 표현을 알고 있구나!
그리고 현수가 놀라거나 말거나 진희는 수업을 진행했다.
“마침 프린트 해 온 부분이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부분이군. 자, 해보자. 이오카스테.”
아, 아, 목을 가다듬은 현수가 프린트 든 채 대사를 읊었다.
“오, 왕이시여, 제발 말씀해 주세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노여움을 심하게 품게 되셨는지.”
“그만.”
진희가 굳은 목소리로 중지를 선언한다.
“누가 읽으라고 했어? 연기 하라고 했지.”
“…… 연기 한건데….”
현수의 기어들어가는 대답에 진희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정말 차석 맞냐?”
“…….”
“지금이 무슨 상황이야. 크레온이 오이디푸스한테 니가 라이오스 왕을
죽였다고 말을 한 거잖아. 그래서 오이디푸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고.
그런 상황에서 왕비가 어떻게 말을 하겠어. 왕이 제 동생 때문에 화가 났는데.
그것도 자기 전남편을 죽였다는 의심 때문에. 그래서 길길이 화가 난 왕한테
그렇게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묻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간드러지게 한 거 아닌데…….”
중얼거리는 현수에게 진희는 대꾸도 안했다.
아무튼, 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을 뿐이다.
“다시 해 봐.”
현수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 왕이시여…! 제발 말씀해 주세……,”
“어이.”
이번엔 채 한 단락의 대사를 다 읊기도 전에 진희가 말을 끊는다.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 현수에게 진희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시간 다 됐어.”
벌써? 하며 시계를 보자 아니나 다를까 9시 50분이다.
10분 뒤면 2교시 시작이다.
현수는 조금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막 몰입하려고 폼 잡는데 시간 됐다고 그만하라니.
그거 한 마디 마저 하는데 1분이 걸리냐, 2분이 걸리냐.
그거 몇 초 초과하는 걸 못 참고…… 으이구.
입을 삐죽이며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현수를 향해 진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주 과제.”
또? 라며 울상을 하는 현수를 향해 나직하게 한숨을 쉰 뒤, 말한다.
“오이디푸스 왕 읽어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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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드린대로 5월이 되자마자 올립니다. 저 착하죠 *^-^*
라고 웃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은가 ;ㅁ;!!
저 미쳤나봐요 ㅜ.ㅜ
과제도 밀려있고 그것보다 더 먼저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건만
한글창은 있는대로 다 띄워두고 쓰는 거라곤 가르쳐주세요 라니;;
....그런데 왜 이렇게 이거 쓰는게 재미 있을까요 ㅠㅠ
과제는 재미가 하나도 없고(당연하다 ㅡㅜ)
먼저 써야 하는 글도 세번 쯤 날리고 쓰다보니 이제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립니다 ㅡㅜ
기분 전환겸으로 조금만 쓰자고 열어놓고선 정신없이 썼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자식입니다(ㅜ.ㅜ)
본인은 어이 없거나 말거나 소설은...소설도 어이 없군요;ㅁ;
드디어 이론 수업 포기, 연기에 돌입하는군요.
이제 이런 저런 닭살 희곡들 다 끌어모아서 연습시켜야지~ 하고
음흉하게 웃고 있습니다. (////)
요즘 관련 수업 들을 때 마다 이거 괜찮은데? 싶은 작품이 있으면
메모하기에 바쁘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도 죄다 희곡, 세계 연극사 등
연극 관련 서적들...애들이 넌 도대체 어느 과 소속이냐고 타박입니다 ㅜ.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 하나 있어요. 아마 이쪽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 그거! 하고 눈치채셨을지도 몰라요. 허구헌날 들여다 보면서
응, 이 대사 좋아. 차용하자, 하면서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제본소 가서 제본된 책을 한 권 살까봐요;
연재중이거나 쓰고 있는 중인 글이 있을 땐 다른 데 손을 대지 말자!
하는게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었습니다.
언제나 주객이 전도되어서 쓰던 거 버리고 기분 전환겸 시작한 글에
매달려서 나중엔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리거든요 ㅡㅜ
이번에도 두마리 토끼 쫓다가 둘 다 놓치는거 아닐까 걱정이네요.
조금 뜸하더라도 기다려주세요. 얼른 마무리짓(든가 아니면 때려치;)고 오겠습니다;
한달에 한 편만 올려도 목숨 부지는 가능하다는 정크님 말씀만이
희망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