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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들>에는 겉으로는 삐까뻔쩍하지만 나름대로 짜증나는 내면을 갖고 있는 많은 캐릭터들이 대부분입니다. 원래 의도가 그러려니 하지만, 수잔의 안하무인격 캐릭터는 정말이지 볼때마다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겁니다.

철이 없는 싱글맘이라는 초기 설정은 꽤나 매력적이었지요. 딸에게 연애 상담을 하고, 소녀같고, 실수투성이에 요리도 못하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조그만 걸 하나 하더라도 남자 혹은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사실 수잔 엄마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암튼 귀여웠더랬습니다. 근데 회를 거듭할 수록 그런 인간이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어른이라는 게 정말 견딜 수 없는 겁니다. "어른 값도 못하면서 어른 흉내 좀 그만 내!"라고 나도 모르게 그 여자를 혼내고 있더군요;

마이크와 연애를 하면서도 그 남자를 수도 없이 의심했다가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걸 듣고 나면 그제야 의심을 풀고 사랑한다 쪽쪽거립니다. 그게 몇번이나 반복되던지 나중에는 사랑한다 팔을 벌리고 오버하는 제스쳐도 미워죽겠는 겁니다. 전 남편과의 감정을 정리 못해서 미련을 반복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등등.

예쁘고, 목소리도 섹시하고, 애교스럽고, 뭐 다 좋습니다. 근데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이런 사람들을 제가 정말 싫어한다는 게 문젭니다. 게다가 그 사람의 진심을 남에게 듣고서야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애들은 예전부터 싫어했어요. 본인 줏대 없이 남의 의견에 본인의 의견이 갈대처럼 흔들리는. 자기가 흔들려놓고 나중에 상대방을 탓하기만 하는 그런 캐릭터들요.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면 리네트, 가브리엘입니다. 리네트는 첨부터 좋았고, 가브리엘은 점점 괜찮아지는 캐릭터예요. 특히 리네트의 캐릭터가 육아든 직장이든 어디서든 빛을 발하는 수퍼우먼의 기질이라는 걸 깨닫고는 내가 아무래도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혼해서 리네트만큼만 해낼 수 있다면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죠. 리네트의 남편도 참 좋아하는데(나오는 남편 중에 가장 낫기도 하고;) 그 남편과 주고 받는 대사들이 참 재밌습니다. 가브리엘 같은 경우는 예쁘면서 실리적이고, 이기적이고 허영덩어리이면서도 숨겨진 고독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쌓아온 걸 과감하게 깰 줄도 아는 캐릭터라서 좋고요.

한 회씩 보고 있으면 그 꽉 짜여져서 사건이 전개되는 구성이 다음 편을 계속 보게 만드는 힘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요. 블랙코미디지만 휴머니틱하기도 하고, 볼때마다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들어서 끝까지 보게 된 놀라운 드라마입니다. 플롯과 구성, 그리고 캐릭터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드라마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10'

노리코

2005.10.24 14:10:47

흠..
아직 볼까말까 망설이는 것 중에 하나인데.. 리체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캐릭터는 저도 질색팔색이지요..-_-
그런 캐릭터 진짜루 짜증만땅이어요~

리체

2005.10.24 16:46:42

망설인 거 후회하실 걸요. 꼭 보세요.^^

유진

2005.10.24 22:29:54

와, 대공감이에요. 저도 회를 거듭할수록 수잔이 불편했었거든요. 굉장히 자기 중심적인 캐릭터라는 게 마구 느껴져서요. 수잔보다는 차라리 이디가 훨씬 마음에 들어요. - -;;

Junk

2005.10.24 22:37:54

근데 말이죠; 저는 수잔이 조금 부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합니다. 유진님 말씀대로 엄청나게 자기중심적인 캐릭터이지만 현대에서 그렇게까지 순진하게 자기 마음가는대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게다가 수잔의 어머니를 생각할 때 수잔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죠.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수잔이 딱하기도 합니다.

코코

2005.10.24 22:54:57

잔뜩 기대했다가 몇 편 보고 내 취향이 아님을 절감했음.
스릴러도 아니고 코메디도 아니고 이리저리 불륜에, 얽히는 관계 따위로 이야기 끌어가는 드라마는 질색.

Junk

2005.10.24 23:15:14

헉-0- 그런 드라마 아닌데...;;; 마을이 워낙 작으니까 서로서로 아는 사이기는 하지만...;;;

유진

2005.10.25 00:35:52

어, 정크님 말씀에 그런 타입들은 제가 드라마나 영화 볼때마다 '유달리 싫어하며 기피하거나 혐오하는 특정 캐릭터'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어요. 그러고보니 수잔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군요. -ㅁ-;;;

리체

2005.10.25 03:41:09

유진/저도 이디가 좋아요. 수잔과 이디가 주로 대립하면서 나오는데 처음엔 수잔이 주인공이니까, 하고 보다가 점점 이디가 옳은 쪽에 가깝다는 걸 깨달으니까 더이상 수잔을 예쁘게 볼 수가 없는 거 있죠.-_-

Junk/확실히 언니는 그렇다니까. 유진님 말처럼 이건 그런 사람들을 질색하는 내 성향에 기인하는 거 같아. 난 그런 캐릭터들 보면 측은하게 여겨지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때려주고 싶거든. 이러다가 드라마와 대화하게 될 날이 머잖은 거 같아;

A

2005.11.11 09:16:46

시즌2는 심장 떨려서 아껴가며 보는 중.
저도 르넷과 갑리엘이 좋셈. 수잔네 커플은 나오기만 하면 짜증이 울컥;
....여하튼 누가 뭐래도 존이 쵝오-_-)b

ㄴㅇㄴ

2008.02.02 15:47:00

난 보다 말앗엉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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