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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속의 여신, 남신들




정신과 의사이자 융 학파 계열 정신분석학자인 진 시노다 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또는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을 읽어보신 적 있는지요?

저는 대학 다닐 때 심리학 강의시간에 이 책을 우연히 추천받아 접한 이후로 심심할 때마다 이 책을 꺼내 봅니다. 로맨스를 읽으면서도 이 남자 주인공은 이 남신, 이 여자주인공은 이 여신이 원형이로군, 하면서 맞춰보기도 하죠.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나름대로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될 거야요. 아, 저한테만 그렇습니까? 그냥 수다를 들으신다는 느낌으로 읽어 주십시오.



기본 여신 원형 일곱 가지는 이렇습니다: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티아, 헤라, 데미테르, 페르세포네, 아프로디테

기본 남신 원형의 일곱 가지는 이렇습니다: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아폴론,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디오니소스



여자주인공들의 원형은 대부분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납니다만, 남자주인공들의 원형은 이상하게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어서 몇 가지 남신들 외에 나머지 남신들은 로맨스에서는 비교적 찬밥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제우스, 포세이돈, 아폴론 정도가 가장 인기 있으며 헤파이스토스와 디오니소스는 극히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한 이렇게 인기 없는 원형의 남자주인공이 있어도 독자들에게 미움을 받거나 외면당하기 십상이죠. 아마도 모 마니아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로맨스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가 ‘환상을 통한 위안’이기 때문일 겁니다.



여신들은 대체로 이런 이미지입니다.

아르테미스: 사냥과 달의 여신. 독립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여성적 정신을 의인화한다.
아테나: 지혜와 수공의 여신으로 가슴보다는 머리로 움직이는, 논리적이면서 자기 확신에 찬 여성을 대표한다.
헤스티아: 화로의 여신으로 홀로 있는데서 편안함을 찾으며 때 묻지 않고 완전함이 스며 나오는,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안정된 여성을 유형화한다.
헤라: 결혼의 여신으로 남편을 찾는 것을 첫째 목표로 하며, 그에 비하여 학생이나 전문가 또는 어머니의 역할은 부차적으로 여기는 여성
데미테르: 곡식의 여신이자 모성애의 원형으로 자기 아이에 대하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주 노릇을 하려는 여성의 욕구를 대변
페르세포네: 지하세계의 시녀이자 여왕으로 굴종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경향과 그러한 여성의 호감을 사고 싶어 하는 다른 이들의 욕구를 표현
아프로디테: 사랑과 미의 여신이자 아름다움, 성욕, 관능을 즐기는 연금술의 여신으로 여성들에게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부추긴다.


남신들은 대체로 이런 이미지입니다.

제우스: 하늘과 땅의 통치자이자 올림포스 신들의 왕. 가부장제 문화의 지배 원형
포세이돈: 바다의 신. 대지를 흔드는 자. 억압되어 있고 때로는 의식과 분리된 감정과 본능의 세계.
하데스: 저승의 신. 영혼, 집단 무의식의 세계. 보이지 않는 유형과 비인간적인 원형의 세계.
아폴론: 태양의 신. 입법자, 궁수, 예술의 후견인. 그의 속성을 지녀야 가부장제 사회에서 출세할 수 있다.
헤르메스: 신들의 전령, 무역, 전달자, 여행자, 도둑의 신. 날랜 몸동작, 경쾌한 마음가짐, 유창한 말솜씨를 구현.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의 신. 절름발이. 올림포스 신 중 유일하게 일한 신이다.
아레스: 전쟁의 신, 비합리성과 전쟁의 광란 때문에 유일하게 존경받지 못함.
디오니소스: 술과 황홀경의 신. 아버지 제우스가 그를 허벅지에 넣어 키웠다.




물론 대개의 남자주인공과 여주들은 복합적인 이미지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보다는 훨씬 단순화된 이미지로 구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 설명된 것보다도 실제의 신들은 훨씬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고 성장합니다. 로맨스 주인공들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신들은 우리 무의식의 원형 같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신들의 성격을 보다 충실하게 구현한 남자주인공이나 여자주인공들이 아무래도 인상에 강하게 남게 되더군요. 욕을 먹든 사랑 받든 말입니다. 어쩜 그렇게 잔인하지? 어쩜 그렇게 사랑스럽지? 어쩜 그렇게 재수 없지? 어쩜 그렇게 답답하지? 반응이야 주인공의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르겠습니다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이러니까 무슨 강의 같습니다만), 로맨스에 구현된 여신/남신의 원형을 말해 볼까 합니다. 아마도 남신 위주가 될 거야요. 남신 얘기를 하면 여신은 자연히 따라붙게 되어 있더군요. 작가들이 그걸 의식해 쓰신 것도 아닐 텐데, 그리스 신화의 커플링과 기가 막히게 맞더란 말입니다.

예를 말해보면, 제우스와 헤라, 포세이돈과 임피트리테,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헤르메스와 헤스티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 제우스와 데메테르 등등.

이 책을 다시 읽고 나니까 그런 커플들을 봤을 때의 독자들의 태도가 이해가 가더군요. 예를 들면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는 둘 다 그리 주변에서 환영받는 인물이 아닌데, 그런 인물들로 커플링 했을 경우에 독자들의 반감을 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던 겁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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