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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영화, 혹은 도덕적인 설교 하려는 영화, 열라 싫어한다. 마이클 무어와 정치적으로 동요하지만 그의 선동적인 전달 방법과 리서치의 헐렁함이 마음에 걸리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가 나에게 강요하는 의견과 내 의견이 같더라도, 그의 전달 방식은 상당히 거부스럽기 때문이다.

어제 피아니스트를 봤다. 보다가 졸았지만 -_-;
홀로코스트 영화. 이제 그만 나올 때도 됐는데 심심하면 안티 세미티즘 (유태인 핍박)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영화 나온다. 쉰들러의 리스트가 그랬고, 피아니스트가 또 그랬다. 보다보면 정말 “얘네들 불쌍하지 않니? 독일애들 너무너무 못됐지 않니?” 라는 감독의 강요에 그만 좀 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싶다. 독일 쪽은 군인들이 줄맞춰 행진하는 모습과 거칠게  욕하며 죄없는 사람들을 걷어차는 모습을 보여주고, 유태인들은 훌륭한 가정에서 인텔리로 자라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아, 그리고 독일놈을 다 나쁜 놈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우기기 위한 착한 독일넘 한두 명 있다. 쉰들러가 그랬듯이.) 독일군들은 유태인을 심심할 때마다 이유 없이 쏴버리고, 순하게 생긴 유태인들의 시체가 영화 내내 여기 저기 널려있다.  
왜 페인이는 역사중 제일 참혹한 사건중에 하나인 홀로코스트 가지고 시비걸까. -_-;

6백만명이 죽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백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많이 죽었다. 그렇지만 세계 제 2차대전에서 소련에서 2천만명이 죽었다 -_-; 1917년 볼쉐빅 혁명부터 몇년마다 몇백만명씩 죽어나갔다. 중국에서도 국민당과 모택동의 공산당간의 충돌 속에서 수백만, 수천명이 죽었고, 일본군의 잔학함은 독일군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다. 미국, 영국쪽에서 갇혀있던 독일군들, 절대 좋은 취급 못 받았다.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1994년 르완다에서는 두어 달 만에 백만명이 죽었다. 십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하고, 발칸 반도의 부딪힘도 민족간의 전쟁이라는 것, 아프리카 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내전이 민족간의 전쟁, 그러므로 민족학살이라는 딱지를 거의 다 붙일 수 있다는 거는 것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다.

홀로코스트 영화, 책등에 관해 반감을 느끼는 것은 홀로코스트 이후로 유태인들은 무슨 일이든지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유태인 집단 학살 후에 1945년 이스라엘 건국이 가능했고, 지금까지 모두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들을 집단 학살하다시피 하는 것에는 눈을 감아주고 있다. 독일인이 유태인들을 죽이는 것은 민족학살이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들을 죽이는 것은 해방운동인가?

유태인들이 성경적으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곳에서 고고학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 사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인들과 DNA 상 가장 가깝다는 것, 그리고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에 왔다고 하는 시기에 가나안은 이미 이집트의 영토였다는 것, 그리고 여리고 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이미 전설일 뿐이라고 입증되었다는 것은 우선 잊자. 시오니즘이라는 것이 1800년대 말에 생긴 것이고, 단일 유태인 민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곧잘 연상하는 아케쉬나지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에 가는 것보다 미국이나 유럽에 정착하는 쪽을 택했다는 것도, 그리고 인구가 부족한 이스라엘은 소수의 아케쉬나지 유태인들이 운영하는 체계에서 아랍계 유태인들을 대거 수입했다는 것도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아케쉬나지 유태인들은 아랍계 유태인들을 인간취급 안한다 -_-)
그들이 이스라엘을 세우고 나서 이스라엘인 1명이 죽을 때마다 열명에서 백명 사이의 팔레스타인 인이 죽어도 세계가 아무 말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아랍계에서 제일 세속적이라 손가락질 했던 사담 후세인은 이슬람 광신자들의 대표로 보고 죽여버릴 수 있지만 아리엘 샤론은 그냥 두는 것을 보며 난 그런 생각 한다. 어쩌면 히틀러는 백만명의 유태인을 죽여버림으로서 그들을 그 후로 영원히 건드릴 수 없게 만들었다고. 유태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자들은 누구던지 독일의 나찌와 연관시키게 만들었다고.

1929-1932년 사이엔가, 스탈린의 5개년 개발 계획 중에만 2-3백만명이 기아로 죽었다. 세계 제 2차대전이 나기 전에 스탈린 혼자서 몇 천만 명의 소련인을 죽였고, 지금 현재도 세계적으로 민족간의 학살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의 아랍계 유태인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고, 할리우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태인들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영화에서 유태인들은 다들 유럽인이며, 교양있고 지적이나 이유없이 악마같은 독일군들에게 처참하게 당한다. 피아니스트 내내 “얘네들 불쌍하지? 독일넘들 너무 못됐지?” 가 반복되고, 나찌에서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미군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그런 비인간적인 폭력을 설명해보려는 노력은 없다. 그 뒤틀어진 인간 심리와 집단 광기는 그저 “나쁜놈”들로, “착한 유태인들을 괴롭히는 놈들”로 보여질 뿐이다. 여러 가지 인종에 여러 가지 언어를 쓰는 유태인들의 구성은 보이지 않고, 사실 그 전까지는 한 민족으로 절대 볼 수 없었다는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유태인’이라는 것만으로 - 이것 자체가 문화적 선택이지 인종적인 구분은 아니다 - 핍박받는 희생자들을 최대한 처참하게 보여줄 뿐이다.

다른 이들에겐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런 감독의 카메라는 내 반감을 더 부추기기만 했다 -_-

비슷한 종류의 영화가 The Passion of Christ 이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지만,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가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잘 알고 있다 생각한다. 내가 본 The Passion of Christ 는 기독교 영화가 아니었다 -_-;

예수의 마지막 12시간.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는 그가 체포되고,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매달린다. 여기에서 성경의 메시지는 그가 우리를 위하여 죽었다, 이다. 인간들의 죄를 혼자 짊어지고 골고다까지 올라,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으로서 구원을 이루었다는 것인데, 영화에서 그는 그저 못돼 처먹은 (피아니스트의 나찌와 비슷한 -_-) 로마인들과 유태인들에게 당하는 희생자일 뿐이다. 얻어맞고, 모멸을 당하고, 수없이 쓰러져서 (성경에서는 세 번 쓰러진다 -_-++) 이젠 정말 죽나보다 하면 또 일어난다. 어떤 리뷰어가 그랬듯이, 진짜 기적은 십자가에 도착했을 때 그가 살아있었다는 것이다. -_-;

이사야서에 보면 그런 말이 있다. 하나님이 모으신 책이니, 한 자도 더하지 말고 한 자도 감하지 말라....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해석’이 다를 수는 있어도, 내놓고 성경의 내용에 더하거나 덜 하는 것은 엄청난 기만죄에 해당한다. 근데 멜 깁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곳곳에 상당히 사람 불편하게 하는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듯한 사탄,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뱀, 예수와 어머니와의 추억등등, 그의 상상력의 산물을 ‘감히’ 더하는 용기를 보인다. 뭐, 항암제 사탄이야 그렇다 쳐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자.

예수가 죽고 나서 휘장이 찢어졌다고 성경은 전한다. 무슨 말이냐면, 그때까지는 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구분하는 휘장이 찢어졌으니 이제는 보통사람이 바로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성전 자체가 두개로 조각난다 -_-+++ 그건 무슨 뜻인데? ㅡ.ㅡ?? 예수가 죽음으로서 인간의 죄를 사하였고, 우리의 ‘대제사장’으로서 바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도록 하여 준 것인데, 그래서 그 휘장이 중요했던 건데, 성전이 두 쪼각 나면 어쩌라고? -_-

성경은 정말 “아, 예수님 무쟈게 불쌍하다”, 라고 느끼기를 원했을까? 아니면 “야, 저 로마애들 정말 못됐네?”? 성경상으로는 노아의 막내아들인 야벳의 후손인 로마인들, 그가 짊어져야 하는 죄값에 로마인들과 그를 거부하는 유태인들도 포함되지 않는가?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멜 깁슨의 단면적인 묘사에 질려버린다.

아, 또 있다. 이건 뭐 작은 거 가지고 시비 건다고 할 수 있겠지만 -_-; 옛날에 십자가에 사람들 못 박을 때, 손에가 못 안 박고 손목에다 박았단다. 손바닥에 박는 것은 기독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형상일 뿐이다.

또 작은 딴지 - 라틴어, 히브리어, 아람어로 찍긴 했는데, 지금 쓰이는 언어들이 아니라 배우들이 입에 익지 않아 어떻게 강조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표시난다. 상당히 어색하다.
또 하나: 유태인들이 이 영화 보고 난리 났다. 자기네들 못된 놈들 만들었다고 -_-;
마지막: 나쁜 독일놈 나오는 영화나 책은 정말 수도 없이 많은데, 왜 나쁜 일본놈 나오는 영화나 책은 별로 없지? 이번에 나온 펄 하버를 봐도, 일본군을 좋게 봐주려 했다는 게 너무 표시난다. 괜히 신경질난다 -_-;

    








댓글 '10'

2월화

2004.05.31 00:16:06

성전 쪼개짐- 푸훗; (영화는 안 봤지만 순간 웃겼습니다 ^_ㅜ)
영화계에 일본 자본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아닐까요?

Miney

2004.05.31 00:56:47

턱도 아닌 시오니즘은 저도 짜증나고, 이스라엘을 보호(?)하려는 미국과, 미국에게 빌붙는 일본과, 그외의 모든 합의가 아닌 권력에 기본적으로 혐오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태인 학살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를 못봐서 정확히 그 영화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긴 힘듭니다만, 홀로코스트는 유태인 문제라서 다들 떠드는 것은 아니겠죠. 그건 비인간적인 사건의 상징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의 731부대가 전세계적인 상징이 되지 못한 것은 괴롭게 생각합니다만, 현실은 현실이죠. 약육강식의 현실 말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인 인간성이에요.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인류의 잔인함에 대한 분노, 모든 연약함을 동정은 하되 지향하지는 않을 수 있는 정신적인 힘,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일본인을 용서할 수는 있어도 그 나라가 과거에 저지른 일은 잊어버릴 수는 없죠. 꼭 내 나라 사람들이 당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것이 악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영화가 잘 되었는지 잘 되지 않았는지는 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 비디오라도 보게 된다면, 말씀 참고하겠습니다. ^^ 참, 십자가의 못 박는 건, 멜 깁슨의 무지일지도 모르죠. 성당에서 십자가 형상을 보면, 손목에 박혀 있는 게 더 많았던 듯.

2월화

2004.05.31 01:31:03

제 생각에 그것은 문화의 건강성과 성숙도 차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태인 사건이 그렇게 크게 유럽쪽의 상징으로 부각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쪽 동네가 합리적이고 반성의 철학을 어지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고
-유태인들이 실용주의적이라 (한마디로 이용할만한 것은 철저히 이용하는 교육)
-유태인 문학가가 많아서이기도 하고
라고 봅니다.
유럽의 지나친 자숙;이나 유태 문화인들에게 이용당하는 부분을 보면 반성의 철학이 밀리는듯 보이지만, 사실 그 문화적 도덕성과 건강성을 분명히 선진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기 때문에, 보기보다 자체 문화에서 득이 더 크다고 봅니다. (사회의 부패도가 심각할수록 사회적 손실이 크죠.)

반면 일본은
-일본 자체가 전체주의에 따른 집단행동에 대한 찬양의 철학이 있을 뿐 반성의 철학이 없고 (있어도 그만큼 성숙하거나 일관되지 못하고) 따라서 언제든 상황만 갖춰지면 재현 가능하다는 뜻이겠고 -.-
-세계적으로 일본에 당했던 아시아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은,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유럽권에 먹힐만한 문화적 관련 생산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뜻이죠.
기본적으로 세계문화권이라 불리기 전;; 아시아 문화가 그다지 쉽고 친숙하게 대중적으로 이해되긴 어려웠을테니.
전쟁과 내전에 휘말리면서 더 내핍해졌고, 일본이 뿌린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집단 군국주의의 후유증 속에서 문화적 바탕은 싹이 노랗게 말랐겠지요.
특히 아시아권은 독재를 겪으면서, 독재정부는 문화의 융성을 억압하므로, 더욱 그랬으리라 봅니다. =,.=
지금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해외에서 선전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세계문화권이 다인종다문화적인 이해가 넓어졌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Miney

2004.05.31 01:46:57

그렇죠. ^^ 네오나찌즘이야 좀 모자라는 애들(;)이 하는 짓이라고 치고, 독일인들이 속으론 안 그럴지 몰라도 현재까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참 놀라워요. 유태인들이야 어쩔지 몰라도, 비슷한 일을 당한 한국인인 저까지도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 나거든요. ^^; 아직도 이런 저런 망발을 하고 있는 일본인들보다는 그 쪽이 더 고단수일 거에요. ㅎㅎㅎ

그런데 일본은 저렇게 미국의 무마와 도움을 등 뒤에 업고 잘난 척 하는 걸 보면, 한국인으로서 만감이 끓어올라 괴로워요. ㅜㅜ (과거 이 땅의 모자란 정치인들과, 너무 착한 백성들과, 무식한 군인들과... 기타 등등) 때로는 대학 때 들었던 모 신흥종교(나쁜 뜻은 아니고, 달리 부를 말이...^^;)의 '새 밀레니엄에는 동양, 그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로 운이 돌아온다'는 말까지도 믿고 싶어진다니까요.

yoony

2004.06.04 12:55:28

본질적으로 그것이 악하기 때문이란 마이니님의 말에 올인!!!
비인간적인 사건의 상징 같은 것, 맞지요. 독일인이라고 다 살인마들이고 유태인이라고 해서 다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건 아니겠죠. 타 민족의 잔혹성이야 누구에겐들 없겠습니까, 당연히 우리들에게도 그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요. 하지만 독일과 일본의 그런 비인류적인 일들과 잔혹한 만행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은 아직은 우리에게 당연한 현상이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고 가해자의 입장을 헤아릴 만한 아량은 아직은 없는 듯 하네요.

sharp

2004.06.05 04:14:20

기독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휘막이 찢어진 사건을 장난으로 말하면 되는가?.....왠지 씁슬하네요 성경적 휘막이 찢어진 사건은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건만....님의 개인적인 리뷰를 달아논건 이해하지만...모르면서 깔본느 식으로 하는 글은 별로 와닿지가 않네요. 그런 영화를 싫어하면 보질 말지 보고나서 왜 비판을 하죠?
이번 리뷰를 보고 굉장한 반감을 느꼈습니다. 뭐든 신중히 해 주십시요

지나가다

2004.06.05 14:19:41

저도 그랬습니다.뭣들 하는 것인지...모든 사람들한테 오픈된 공간인데...신중하시길 바랍니다.

2월화

2004.06.05 17:42:23

페르스카인님 리뷰에서 기독교를 깔봐서 그렇게 쓰신게 아닌것 같은데요.
휘막이 찢어진 일이 성경 내에서 무척 중요한 상징을 지니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왜 뜬금없이 '성전' 자체가 깨지느냐, 이건(영화의 그 장면) 좀 불경한 해석 아닌가 하는 뜻 입니다.. ^^ 참견해서 죄송합니다.

페르스카인

2004.06.06 19:45:01

설명 다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 의도를 잘못 이해하신 것 같아 토 답니다.

홀로코스트에 대해: 리뷰에서 말했다시피, 백만명이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되었다는 것, 큰 사건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와 비슷한 사건이 없었습니까? 지금 현재도 인종학살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영화계에서 나온 영화를 보면 다른 인종학살은 세계 제 2차대전 이후로 멈춘 듯합니다. 라이베리아의 학살, 앙골라의 30년 내전, 동티모르, 르완다, 소말리아 등 더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블랙 호크 다운에서 보여주는 소말리아인들과 피아니스트에서 보여주는 유태인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이라크에는 관심이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에 화가 나듯,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종학살보다 벌써 잘 알려진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헐리우드에 화가 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미디아에 영향을 받는 중동 문제도요.)

저 모태신앙으로 키워졌고, 십 오년 정도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했습니다. 삼년 전까지는 한 주도 빠짐없이 교회 다녔고요. 성경, 다 안읽어보신 기독교인들도 많으신 것 같던데, 처음부터 끝까지 두번 읽었고, 이십년에 가까운 성경공부 덕에 성경에 대한 지식은 괜찮은 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종교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종교를 떠났던 것이지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월화님이 말씀하신대로, 휘막이 찢어진 사건이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성전이 둘로 갈라지는 것으로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말이었습니다. 뭘 모르면서 깔보는 식으로 말을 한 건지 더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Miney

2004.07.04 17:37:23

너무 늦어서 제 댓글을 못 보실지도 모르겠군요. ^^; 왜 이렇게 시간이 지난 글에 댓글을 다는가, 하고 제 자신에게 물어보니, 아마 정리를 위한 것인 듯 합니다.

솔직히, 저도 유태인들을 싫어해요. 지나친 이스라엘의 세계 중심화도 싫고,(혹시 고신파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한국 장로교의 한 파인데, 이 파에 속한 친구가 하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왜 세계의 중심인가, 에 대해서요. 몹시 괴롭더군요;) 유태인들의 엄청난 재력과 지력;(탈무드는 아직도 한국에서 유아 교육의 교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을 겁니다. 제 생각이지만요.)에 대한 얘기도 별로 탐탁지 않습니다. 제 자신부터 국수주의긴 하지만, 자민족 중심주의란 인류의 가장 나쁜 산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말이 길었군요. 홀로코스트에 대한 페르스카인 님과 저의 입장 차이는, 먼저 수용의 측면에 있어서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마 님께서는 미디어가 주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많이 염려(?)하시는 것 같고, 저는 그보다는 항상 수용자가 미디어를 받아들이는데 어느 정도의 저항선(혹은 인식선이라고 할까요?)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할리우드 영화에 광분하고 매혹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수용자의 본질은 아니겠죠.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서 요구하는 것은 단지 카타르시스이며, 또는 그게 아니고 심각하게 영화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그 영화에 대해 보다 많은 사고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광고를 보지만, 늘 그 물건을 구매하려는 충동은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매체와 수용자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선이 있기 마련이죠.

두번째로, 홀로코스트가 끊임없이 리바이벌 되는 것은 상업화의 한 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무리 반감을 느끼더라도 어쩔 수가 없지요. 일단 님이 예로 드신 많은 사건들은, 아직은 홀로코스트처럼 널리 알려지고(2차 대전 이후, 독일의 전범 처리에 있어서 가장 광고 효과가 컸던 것이 유태인 강제 수용소였죠.)정리되고 자료가 축척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잔인한 면을 드러내기 위해 가장 손쉬운 예가 홀로코스트이죠. 특히 생체 실험 같은 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일본의 731부대의 만행은 더 했지만, 불행히도 미국이 이 자료를 꿀꺽;해버렸기 때문에...==;; 이런 면 때문에, 홀로코스트는 상징이 된 셈이죠. 그리고 대중적인 상징은, 그 매력이 쇠퇴하고 새로운 상징이 등장할 때까지는 다른 라이벌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상징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난다면, 그건 이미 상징이 아니지요. 그리고 어떤 사건을 상징화시키는 데는 힘, 혹은 희생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실로 괴로운 노릇이죠. 하지만,이 시대의 상징이 상업화되어버리는 면은 개탄스럽기는 해도, 그렇다고 그 상징을 버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님처럼 홀로코스트의 유태인을 보며 다른 인종학살을 더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 위에 다른 얼굴들을 겹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솔직히, 저도 이제 다른 전쟁이 좀 상징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님이 쓰셨던 이라크 전쟁처럼 방사능 때문에 고생하는 애들도, 하나의 상징이 되면 좋겠어요. 현재 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는, 그래서 거만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존재는 미국인 것 같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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