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전이지님의 "반란을 꿈꾸다"

  ..........................................................................................

그대,

반란을 꿈꾸는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줘야 한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난 그들이 '반란'이란 걸 부르짖으며 내보이는 돈키호테식 행동을 내가 못하는 걸 저들이 대신 '대리만족' 시켜주는 거라 '이해'를 하면서 지켜보는 게 하나를 얻는 거라면,

그대신 나머지 하나를 줘야하는 건 바로 등장 인물들의 '로맨스'인가.


결국 난 이렇게 묻는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입사원서를 내면서 매번 미끌어져 미역국 먹는 게 습관화된 어딘지 단무지과인 여주인공, 마지영.

면접 시험을 보기로 한 어느날,
정장을 세탁소에서 찾아온다는 걸 깜박하고 급한 김에 고등학교때 입었던 교복을 입고 회사로 급하게 뛰어가는데..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빨간불로 바뀌기 일보직전인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차사고가 날뻔한 건 물론이거니와,  
설상가상 이때 마주친 성질 더러운? 남정네가 바로 면접관 중에 한명일 줄이야...

시작부터 범상치않은 여주인공의 좌충우돌 파란만장 직장 생활기가 펼쳐집니다.
물론 '반란을 꿈꾸다'라는 제목에서 이미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주의. 단, 달콤하다거나 부드러운 로맨스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슬랩스틱 코미디.. 오버.. 와글와글.. LP판 튀기.. 만화스런 과장됨..

이 책을 읽으면서 제 머리속에 떠도는 단어들입니다.

물론 위에 나열된 단어들의 의미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거예요.

문제는 그 모든 모습들이 저에겐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는데에 있을 뿐...

책 중간에 보면, 당황한 마음에 계속 횡설수설해대는 여주를 향해서
"제발, 입 좀 다물어."하는 임건우(남주)의 대사가 있는데,

제 심정 딱 그거였어요.

제발 좀 조용해봐.
그리고 서로가 말을 주고 받는 '대화'라는 걸 시도해 보란 말야...
너 혼자 그렇게 다다다.. 거리면 상황이 해결이 날 거 같니..?

직장내 성차별.. 남녀평등.. 자아실현...
책에 담긴 주제의식은 무거웠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한없이 가벼운 거였다는 것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기 시작합니다.

외람된 일이지만,
작가님은 둘 중에 한 길을 택해야 했습니다.

코믹스런 분위기로 가고자 했다면, 웃음속에 날카로운 사회풍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추천하고 싶군요.
  친구들과 웃으면서.. 혹은 직장에서 무참히 깨지면서.. 홀로 죽음을 맞은 젊은 여인의 모습에서 나도 저러면 어쩌지 하며 남얘기같지 않을때..등등을 보며 맞어, 저건 내 얘기야.할 수 있는...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가고자 했다면, 좀더 차분하고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접근방식을..

'까짓 거,하라면 못할 줄 알고!'
마지영이라는 여주 캐릭터는 저 한마디에 거의 다 표현이 되지 싶네요.

그만큼 부딪히는 일도.. 일이 터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지영이 입사하기전부터 이미 회사에 입바른 소리하다가 좌천당하기 일쑤였던 '강석희'란 인물이 그런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순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갓 입사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입사원이 회사내 부당한 일들에 분노를 느껴 저항을 하기엔 글쎄요... 시간이 넘 없었지 않을까요.

그런 그녀가 왜 그리 사사건건 부딪치며 사건을 만들어가는지 솔직히 전 이해하기 어려웠다 말하면 저의 이해부족이려나요.

여주인공이 누구보다 조용히 살기 원했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속마음이 너무 깊었나요.
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니 말이죠.

무엇보다 반란의 최고봉인 사건이 바로 옥상에서 사장 얼굴이 찍힌 가짜 지폐를 휘날리며 남자 직원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거라니.. 흠...

게다가 로맨스는 거의 맛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오히려 마지영과 임건우란 커플은 조연처럼 보이고 강석희와 진수혁이란 커플이 로맨스다운 로맨스를 보여준단 느낌마저 들게 되죠.

임건우란 인물은 무슨 스토커도 아니면서 여주가 있는 곳마다 나타나 시비를(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하에) 거는 모습을 보이고..

그중 가장 코미디는 '김민아'라는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한번도 언급이 없다가 - 아, 물론 그전에 진수혁이 임건우에게 소개 시켜준 여자의 안부를 묻는걸로 잠깐 나오긴 합니다만. - 책 중후반부쯤 '임건우'와 사귀고 있다는 여자로 나타나 고교동창이란 이름하에 '마지영'에게 뜨금없는, 혹은 버릇없는 질문을 던져 벙찌게 만들곤 하죠.
(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너 아직도 사흘에 한번씩 머리 감니..라고 묻는 건..;; )

그리곤 결말부쯤 둘이 사귀고 있다하니 '어머, 잘됐다, 얘~'라는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그럼 왜그리 쫓아다닌 건데..헛.;

사회생활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써는 정말 이 작품 속 회사처럼 이리 노골적으로 차별을 내보이는 직장이 많을까.. 싶은 의문이 들고,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저 이야기 전개 내내 와글와글 머리가 울려대게 하던 글.

한얼님껜 정말 송구한 일이지만 제 개인적으로 '열혈가이네'가 한결 나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잘한 재미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처음 출간작이라 이리저리 미숙한 면이 없지 않았을지 모르나 적어도 소위 한큐!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죠.

이번 '반란을 꿈꾸다'는 그나마 그 재미마저 등장인물들의 어딘지 모를 부조화 속에 희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얼님, 이 책에서 말씀하시고자 했던 건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  

전이지(한얼)님이 보셨는지 알 순 없지만, 제가 속한 작은 모임에서 그전 작품 <열혈가이네>에 대해 단소리 반, 쓴소리 반 해서 몇자 감상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감상글은 그때보다 더 매운 감상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제가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했음으로 인한 이해력이 부족할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얼님의 이번 작품의 글 스타일과 저랑 잘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얼님이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는 작가분이 되시길 희망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높으며, 저의 감상이 그에 조금이나마 거름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댓글 '2'

한얼

2004.05.21 04:10:30

안녕하세요 미루님.^^
뜻밖에 리뷰를 받고(워낙에 소리없이 묻힌 글이라.ㅡㅡ;;)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글을 적습니다. 감상을 본 후, 첫 느낌은 역시... 작가로써 미흡한 작품을 내놓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입니다. 작가의 의도, 캐릭들에 대한 부조화등등.. 온통 물음표를 달아올 만큼 설명이 되지 못한 작품인 걸 동감하기에 저의 머리가 더 숙여지는 것 같습니다.
매운 감상 글이라 하셨지요? 맞습니다. 확실히 늦은 밤, 정신이 깰만큼 매운 감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 달고 단 꿀물보다 더 맛나는 감상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미루님의 지적이 지금의 저에게는 깊이 와닿는 소리라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거름이 될 수 있길 바라신다는 말에 더 마음이 그렇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래서 채찍이 아프다는 느낌보다는 다독이시는 걸로 나름대로 해석하는 중입니다. 아니라면... 더 머리를 숙이겠습니다. (__) 더 노력해서 미루님의 희망처럼 발전하는 사람으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미루

2004.05.21 11:28:52

한얼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는지...
'언제나 믿고 있겠다..' 라는 말을 대신 남길게요.
다른 그 어떤 말보다 제가 한얼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원의 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늘 건필하시기를......
문서 첨부 제한 : 0Byte/ 2.00MB
파일 제한 크기 : 2.00MB (허용 확장자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리뷰방에 관하여 Junk 2011-05-11
» [로맨스] 전이지님의 "반란을 꿈꾸다" [2] 미루 2004-05-20
181 [만화] 김영희, 마스카 file [5] Junk 2004-05-20
180 [만화] 요시나가 후미, 사랑해야 하는 딸들 file [3] Junk 2004-05-20
179 [만화] 타카하시 츠토무, 지뢰진 file [6] Junk 2004-05-15
178 [로맨스] 로맨스 속의 여신, 남신들 1.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 [6] Junk 2004-05-14
177 [로맨스] 로맨스 속의 여신, 남신들 0. 시작하기 전에 Junk 2004-05-14
176 [로맨스] 모던걸의 귀향 [1] 코코 2004-05-11
175 여니님!축하드려요... [3] 김선하 2004-05-04
174 [연재글] 여니님 완결 축!!! [11] 코코 2004-05-04
173 [소설]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중 '만월' [2] Junk 200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