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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타] 비평과 비평가의 자세  

번호 : 60     /    작성일 : 2003-12-07 [03:59]

작성자 : '코코'    

비평과 비평가의 자세

오늘날의 비평의 시초는 BC 4세기의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詩學)>으로 보고 있다. <시학>은 당시의 서사시나 극작품을 상대로 구조를 분석하고 그것이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설을 설정하였으며, 이러한 태도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었다. 하지만 그의 저서는 자연스레 비평유산으로 승화하였고 나중에 호라티우스의 동제목의 <시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로마인인 호라티우스는 그의 저서 <시학>을 통해 자신의 창작 체험까지 첨가하여 비평의 영역을 확고히 완성시켰다. 이후 많은 창작품이 탄생하였으며, 동시에 비평 역시 수만 가지 갈래로 나뉘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중에 문학에 관한 비평을 문학 비평(문예비평)이라 칭한다.

비평은 본래 "사물의 좋고 나쁨, 옳고 그름 따위를 평가함"을 말한다. 초기 비평은 작품에 대한 감상에서부터 출발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따른 감상이 점차 발전하여 비평에 이르게 된 것이다.

릴리언 스미스의 <아동문학론>에 따르면 "우리들이 어떤 책에 대해서 가지는 비평의 시금석은 왜 우리들은 그 책을 좋아하며 또는 좋아하지 않는가? 라고 하는 비평의 왜 이다. 이 '왜'를 분명히 알았을 때 비로소 우리들은 책의 표면에 그치지 않고, 그 속 깊이까지 읽어 낼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한다. 또 그는 "바르게 좋아하고 바르게 싫어하는 것이 문화의 최고 도달점"이라 말하고 있다. 즉, 비평이란 하나의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가의 개인적 관념을 떠나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사실에 입각해서 '왜' 옳고 '왜' 그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뒤따라야한다는 것이다.

취향은 천차만별이라 한 작품을 두고도 개개인마다 감상은 다르다. 감상은 대부분 '읽고 재미있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 재미없었다' 등 극히 개인적 판단에 의거한다. 하지만 비평은 다르다.

단순히 개인적인 판단만으로 재미있었다 없었다 라고 한 글을 비평으로 치부하기엔 곤란하다. 재미없었다면 '왜' 재미가 없었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 예로, 소재가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해 자극적이라 싫었다는 비평이 될 수 없다. 그 소재가 '왜' 자극적이었으며, 그 소재로 인해 작품은 어떠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유사한 타 작품과의 객관적 비교 분석 등 같은 세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종의 감상일 뿐이다.

비평가 역시 사람이라 개인적 경험과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비평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취향이 존재하는 것만큼, 비평가들에게도 역시 취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비평가란 이러한 취향을 억누른 채 되도록 객관적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비평가들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대상을 실제 있는 그대로 보려'하는 노력이다. 개인적인 편견을 버리고, 순수하게 비평할 대상에서 얻은 인상을 충실히 글로 표현하며, 동시에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비평을 해야한다. 비평가 개인으로는 그 대상이 아무리 하찮고 진부하게 여겨질지라도 비평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정도의 노력은 기울여야만 한다는 소리다. 그렇지 않고 적절한 이유 없이 '싫다'라고만 한다면 그건 비평이 아닌 그저 개인의 감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

로맨스 소설에서의 진정한 비평가는 아직 없다. 장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한 가운데 자신의 감상을 비평이라 입버릇 하는 분들의 글을 보고 있자면 아직까지 장르에 대한 하대의식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창작물에 있어서 무엇이 높고 낮음을 논한다는 건 스스로가 즐기는 행위에 대한 자기 본위의 자격지심이 표출된 바이다. 즐기면서도 즐긴다는 걸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중성은 비평에 있어서도 이중적 잣대를 보이게 된다.

"쓰레기 같은 글에 대한 쓰레기 같은 비평"은 사양하고 싶다. 하나의 창작물에 대한 진정한 비평가적 자세를 지닌 비평을 읽고 싶다. 본인이 즐기는 장르를 하대한다는 건 결국 본인의 취향을 하대하는 것이며 동시에 스스로의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냉소적인 어투를 사용한다고 진정한 비평은 아니다. 서슴없이 작품을 난도질한다고 진정한 비평은 아니다. 하등 편견없는 시선으로 소설 그 자체만을 보고 평가하는, 더불어 다양한 지식과 논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작품의 장단점을 논하는 이들만이 진정한 비평가라 불리울 수 있다.




여니 개인적으로 창작만큼 어려운 것이 비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인 이상 자신의 취향은 접은 채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넘~ 조아요' 혹은 '그것도 글이냐, 종이가 아깝다'는 등의 비아냥은 보고 있기가 버겁더군요. 비판을 위한 비평이 아닌 잘 쓰인 비평문을 보았으면 합니다. 2003-12-08 X

Miney 정말 공감! 이하동문!  2003-12-09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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