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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케이트 호프만
출판사/신영미디어

복수를 원하는 남자 - 레이프의 유일한 인생 목표는 복수였다. 그리고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여인이 원수의 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하늘은 무너졌다.
원제는 "Reunited" 2002년에 쓰여졌으며, 번역 출간된 것은 2003년 8월.
이 책은 좀 늦게 읽은 편이다. 한쪽에 쌓아두고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것들 중에 하나였다.
이 작품은 장편으로 나왔지만 본래는 "마이티 퀸즈" 시리즈 중 하나이다. 마이티 퀸즈 시리즈는 아버지에게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불행에 빠진다는 속설을 들으며 자라난 형제들의 이야기로 'Q-023 다가갈 수 없는 그대', 'Q-037 백조의 노래', 'Q-064 아주 특별한 당신', 'T-130 내 안의 천사', 'T-144 새벽이 올 때까지' 등 총 다섯권의 문고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실의 끝>은 그 형제들의 유일한 여동생 킬리의 이야기이다.
사실 마이티 퀸즈 시리즈를 이미 읽었음에도 <진실의 끝>을 보기 전까지 그 시리즈에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다. 요즘 할리퀸 문고판에는 하도 많은 시리즈가 나와서 그 시리즈들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힘들 지경이다. 게다가 전에도 말했듯이 난 특별한 개성이 없는 이상 대부분의 시리즈를 싫어한다. 마이티 퀸즈 시리즈도 특별한 개성은 없었다. 약간 충동적인 형제들의 사랑 이야기라는 느낌 정도. 그런데 그 형제들의 유일한 여동생인 킬리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용 전체를 보면 솔직히 정형적인 할리퀸 답다란 생각이 든다. 유일하게 마음에 든 건 여주인공의 캐릭터뿐이다. 갈등도 가슴 절절한 갈등이 되지 못했고, 어물적 넘어가버린 심리라던가, 갈등의 해소가 육체 관계를 동반한다는 것도 그리 좋진 않았다. 게다가 남주인공 레이프가 십 수년간 복수를 위해 이를 갈았음에도 여주인공을 만나 그렇게 쉽게 마음이 변해버린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리즈 답게 나오는 등장인물도 많은 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고. 킬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왜?" 헤어질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당위성 마저 참 어이가 없다 싶었다. 가족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나 머뭇거리던 킬리가 그들에게 섞이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 역시 대충 무마하고만 점도 아쉬웠다. 궁극의 결말인 해피엔딩을 위해 서두르느라 정작 깊이 파고 들었어야 할 남녀의 사랑은 양념거리가 되고 말아 심히 심히 아쉬웠었고 말이다. 이렇게나 많은 아쉬움이 있음에도 재미나게 읽은 건 여주인공의 성격 그 하나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 국내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원한 성격의 여주이다.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동시에 자격지심과 자괴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 어떤 방해물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그 당당함. 국내작들에도 이런 캐릭터의 여주가 종종 등장하지만 섬세한 인물 분석이 뒤따르지 않아 천방지축 날뛰는 인물로 느껴지기 일수였다. 그 여주들이 본받아야할 캐릭터가 바로 킬리다 싶다.
케이트 호프만은 인물들 간의 감정에 흐름은 잘 짚어내지 못하면서도 킬리란 인물에 대해서만은 나름대로 꽤 완성도 있게 그려놓고 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그녀에게 많은 애정을 기울인 것 같다. 그래서 소재적 진부함을 뛰어넘지 못했고, 내용 전개에 있어 정형을 버리지 못했지만, 여주인공 하나 때문에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그러므로 혹시 번역작 중에 볼 게 없나 싶은 분들은 큰 기대 말고 한번 정도 읽어볼만 하다 싶다.

비희 설야언니는 무척 바쁘겠다. 책 읽으랴, 리뷰 쓰랴, 근데 중독은 언제 만나 볼까나..? 므흣=== 2003-11-23 X
푸시케 와, 님의 경쾌하신 ,등을 박박 긁는 리뷰,너무 오래간만이라 기쁩니다. 아, 작가님이시군요?존경+경애.....를 보내드리며. 2003-11-24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