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95

뒤돌아보지 마라

 

서장

 

한 여인이 죽었다. 그 여인은 새하얀 저고리에 바래지긴 했지만 곱게 물든 분홍 무명 치마를 가지런히 입고 빗속에 누워있었다. 한 손을 가슴께에 한 손은 허리 옆에 놓여있는 모습이 마치 잠자는 듯이 편안해보였지만, 빗속에 번져가는 가슴 바로 아래, 치마저고리 가장 윗단의 핏자국이 평범하지 않은 죽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여인은 마을 끝 서낭당 신목을 돌아 기울어가는 폐가처럼 낡고 어째서인지 눈에 잘 띠지 않는 초가집에 살고 있는 무당이었다. 그러나 말이 무당이었지 꽃만 꽂지 않는 마을에 하나쯤 있을 만한 광년이었다. 점도 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뭘 먹고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러나 신비로운 여인이었다. 사실 그 여인이 무당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그 여인을 마을 어귀의 ‘그 무당’으로 부르고 있었고, 그렇게 믿었다. 그렇기에 그 수상하고 비밀스러운 여인의 죽음은 불길하고 또 불길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세상은 하 수상하고, 불미스러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나라에는 여름에는 가뭄이 들고, 가을에는 홍수가 났으며 겨울에는 극심한 추위에 신하들은 왕이 하늘을 노하게 만들었다는 상소를 줄지어 날랐다. 사람들은 미쳐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을 죽이는 일이 빈번했고, 왕이 하늘에 제를 올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죽은 여인이 살던 고을에는 어쩐지 그 불길한 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성지처럼 그 땅에만 가뭄을 피하고, 홍수를 피하며 추위 또한 예년과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고을 원님은 나랏님께 하나의 물건과 함께 상소를 올렸다.

어떤 내용의 상소문이며, 어떤 물건을 왕에게 전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왕이 그 상소문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함으로 나라에는 지나친 재해가 사라지고 심지어 어느 곳에는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오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직후, 나랏님은 직접 그 고을에 내려와서 죽은 여인이 살던 집을 매년 보수하고 관리하라 명하고 집지킴이조차 나라에서 내려 보내 특수관직으로 삼기도 했다. 마을은 왕이 살아있는 동안 세금이 면제되고 마을 사람들은 죽은 여인을 신녀라 칭하며 서낭당 신목을 향해 여인을 기리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댓글 '2'

Junk

2012.09.26 23:31:57

헉 재밌겠네요. 근데; 왜 이리 짧습니까ㅜㅜㅜㅜㅜㅜㅜ

과객연가

2012.09.27 23:28:50

프롤로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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