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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하지만 말로 할 순 없는 이야기,
“내 짐작대로라면”이 지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주연: 강미유
윤도건
강찬별
김서연
이성훈
내일 밤 9시 50분, 여러분 곁으로 찾아갑니다.
뭐야, 저 촌스러운 화면은. 더구나 제목은 왜 저렇게 제멋대로인건데.
그래도, 뭐 한 번 봐줄까?
한 남자 아이가 열람실로 들어선 순간, 책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 소년에게 쏠렸다. 소년이 다른 누구보다도 훤칠한 키에 수려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두 눈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넓은 책상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훑는다.
‘어디에 있는 거야. 분명 도서관에 갔다고 했는데. 이놈의 도서관은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남자는 투덜대며 열람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더위에 이마에 송송 땀이 났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듯 남자는 누군가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었다.
경제, 사회 분야를 지나 문학 분야 책장을 지나던 소년의 얼굴에 한 줄기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잘 생긴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그어졌다 사라진다. 아마 누군가 자세히 소년의 얼굴을 보았다면 거기 어린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을 거였다.
소년의 눈길 끝에는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 소녀의 뽀얀 얼굴이 투명하게 빛났다. 자박자박. 발소리를 죽인 소년이 소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앗, 차거.”
갑작스레 뺨에 다가온 무언가에 책에 집중하고 있던 소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린다. 하지만 금세 눈앞의 소년의 모습에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놀라게 했다는 데 대한 책망의 눈빛이다. 소녀의 야무진 눈매에도 소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차가운 음료수를 소녀의 손에 들려준다.
“방학 했나 봐요.”
“응, 어제. 자, 네가 좋아하는 커피야.”
“쉿. 조용히 해요.”
“뭐 어때. 미지근해지기 전에 어서 마셔.”
소년은 조용히 하란 소녀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목소리를 줄이지 않는다. 어차피 열람실 저 편에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 제 할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참이었다. 털털털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밖의 소음도 한 몫 했다. 그러니 굳이 자기들만 정석으로 조용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거 아니야? 바꿔올까?”
“아니에요. 맞아요. 그런데, 엄마가 남이 주는 거 이유 없이 받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소녀는 오랜만에 본 소년에 대한 반가움을 숨기며, 고민스럽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는 남이 주는 걸 공짜로 받는 건 거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커피라 그런지 소녀는 선뜻 포기하지 않은 채 캔을 만지작거렸다. 소년이 준 거라 더욱 그랬다.
“공짜 아니야. 돈 받을 거야. 그럼 됐지?”
소년은 커피 하나로 따지고 드는 소녀의 고집이 재미있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성가시다. 자신의 말에 조금 더 고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그의 관심을 끌진 못했겠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래도 소녀의 고민은 계속 되었다. 주머니에 든 동전으로 커피값이 될지 고민이었으나 소년의 앞에서 창피하게 하나하나 헤아릴 수는 없었다.
“이러다 커피 미지근해지겠네.”
톡. 참을성이 많지 않은 소년이 소녀의 손에 들렸던 캔을 따서 되들려준다. 그리고는 자신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자신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행히 뛰어온 보람이 있는지 아직 커피는 시원했다. 소년이 마시는 걸 보고서야 소녀는 그제야 커피를 입에 가져가댔다. 그제야 소년은 마음이 편해진다.
“음, 맛있다.”
그제야 소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 마셔보지 않은 커피였지만 그녀는 커피가 좋았다. 생각해보니, 커피를 처음 맛보여줬던 것도 눈앞의 소년이었다. 사실은 그 때문에 커피가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녀는 애써 그 사실을 머리 한 쪽으로 밀어놓았다.
“겨우 이런 미적지근한 커피가 뭐가 그리 좋다고.”
“피이, 오빠한텐 겨우지만 나한텐 아니란 말이에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소녀는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나가자.”
“네?”
“자전거 가지고 나왔어. 태워줄게.”
소년의 말에 소녀의 눈이 반짝거린다. 이제는 누구의 집에나 한 대 쯤은 있는 자전거였지만 그녀의 집에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어른용 자전거 한 대 뿐이었다. 그에 비해 소년의 자전거는 사시사철 잘 닦여져 있는데다 최고급이었다. 하기야 그건 당연했다. 소년의 할아버지는 최고의 유지인데다 3차례나 국회에 입성을 한 이력이 있어 이 지역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권세를 가진 분이었다. 더구나 몇 세대를 내려온 부를 손실 하나 없이 지켜 와 윤씨 집안 땅을 밟지 않으면 다른 고장으로 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많은 땅을 가진 대지주였다. 그러니 자전거 한 대 정도야 장난에 지나지 않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소녀의 집은 보잘 것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아버지는 이름만 들으면 사람들이 고개를 절로 내젓는 술주정뱅이였고, 오빠는 부전자전소리를 듣는 문제아였다. 언제나 제 또래의 것들과 어울려 사고만 일으켰고, 경찰서를 제집처럼 드나들고는 했다. 그나마 할아버지 대까지 내려왔던 소소한 전답마저 아버지 대에서 전부 날려버려 맨손으로 남의 일을 얻으러 다니는 형편이었지만 아버지는 그것마저 하지 않고 노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일은 다반사요, 들어와도 어머니가 찔끔찔끔 모아놓은 개미눈물 정도의 돈을 뺏어가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소녀의 집에는 남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 자전거도 화중지병일 뿐이었다.
소녀는 아까 커피를 바라보듯 소년을 바라보며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강미유, 남들이 준다고 덜렁덜렁 받아오면 죄다 발가벗겨 쫓아버릴 거다. 일 안하고 공짜로 받는 건 거지나 하는 일이야. 알겠어?’
하지만, 자전거는 받는 건 아니잖아. 소녀는 혼자 중얼거렸지만 엄마 앞에선 변명거리도 되지 못할 거였다. 더구나 엄마는 같은 동네에 살지만 소년의 집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는 자존심이 엄청 셌는데 자신을 흰 눈으로 보는 동네 아줌마들에게는 더 심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엄마의 자존심이라는 걸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도건오빠였다. 그녀에게 자전거를 태워주마, 제안하는 것이 도건이라는 게 그녀를 고민에 빠뜨렸다.
“아니에요, 오빠. 난 이제 집에 갈 거예요.”
“잘 됐다. 그럼 태워다줄게. 집에까지 한참 걸어야 하잖아.”
“괜찮아요. 아침에도 걸어서 온 걸.”
“그 땐 내가 없었잖아. 자, 가자.”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네”
소녀는 자전가 굴러갈 때면 들리는 차르륵 체인의 소리에 엄마에게 들을 잔소리를 지우며 그 손을 맞잡았다. 아직 15살의 어린 그녀에겐 금방 탈 눈앞의 자전거가 더 컸기 때문이다. 놓치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하늘에 높이 뜬 태양 때문에도, 찌는 듯한 후끈한 공기 때문도 아닌데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 올랐다.
작년에 썼던 반짝반짝작은별, 을 고치면서 새롭게 써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 의미로다가 새로 올립니다;;
그때에 비해 글이 2배가 되었습니다, 라고 하지만;; 사실은 너무 작은 양이라 고민고민 하다가 올려봐요.
제목도 바꾸고 방식도 약간 바꿔볼까;;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