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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막장 극장입니다.
하이스쿨판타지 안 읽으셨다면 설명이 필요하실 듯 하야. <하이스쿨판타지>라는 이상한 글의 번외편입니다. 하람/하적(18, 남, 쌍둥이) 이시열(18, 남, 쌍둥이의 소꿉친구) 강제이(18, 여, 쌍둥이와 시열의 친구. 시열과는 모종의 관계) 람이는 온건 미소년, 시열이는 다혈질 소년(차마 미소년이라곤 못하겠어요), 적이는 12차원 X 혈액형의 사이코. (말할 때 보통 랩 같지도 않은 이상한 랩을 함) 서일이는 여아!입니다.
의외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옳은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의외로, 사람을 덮어놓고 싫어하는 일은 상당한 여력을 필요로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마이너스적 감정에 자양분이 될 만한 꼬투리를 찾아내는 것은 - 반대로 애정을 가진 사람의 경우엔 해당 인물을 조심스레 관찰하여 우주의 먼지에 견줄 시시한 장점을 헤집어내겠지만 - 중노동이라고, 서일은 생각했다. 그러면 싫어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물어올 누군가를 위해 해명하건대, 그 부분 역시 좋아함과 다름 아니게 개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노트 여러 권의 귀퉁이를 맞추어 잡고 깔끔하게 정리하던 서일이 근거리에서 들려오는 경박스러운 웃음소리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함께 사는 막내 이모가 홈 쇼핑을 보며 상술임이 분명한 마감임박, 자막에 독촉당해 갑작스레 이전 까지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해당 물건의 필요성을 계발하듯이, 서넛은 되었던 교내의 아이돌, 그러니까 오윤기, 이시열, 하람이 모조리 품절되고 나자, 여자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하적을 마감임박 인기 상품과 동일시하며 별스런 애착을 갖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근거로서, 학기 초만 해도 녀석이 가당치 않은 우스개를 뱉어낼 때에, 힘껏 반응해주던 아이들의 숫자는 한 손에 달린 손가락으로 셈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귀찮게스리 왼손과 오른손을 모조리 동원해야했다. 더불어 그와 비례해 하적에 대한 서일의 적개심도 꾸준히 치솟아, 서일 자신을 구성한 유전자 어느 부분에 적을 향한 혐오와 증오 같은 것이 아로새겨있어, 태생적으로 녀석과 서일이 한 하늘 아래에 양립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만히 놓인 책을 말아 쥐고 성큼 녀석에게 다가가 머리꼭지를 갈겨주고 싶다는 못된 심보가 서일을 닦달했다.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서일의 귓가에, 간신히 운율만 맞춘 적의 랩이 들려왔다. 젠장할, 실내화를 신은 서일의 발이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거뭇하게 낡은 나무 바닥을 굴렀다. 딱히 힙합이나, 힙합을 하는 사람이나, 힙합의 정신을 숭상하지도 않으면서, 적의 괴상한 랩에 분개하는 서일 자신이 제일 이상했다. 서일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적이 다시 해변을 뜻하는 beach인지, 저속한 욕설인 bitch인지를 떠들자, 그 의미에는 관심 없을 여자아이 몇몇이 손끝으로 입술을 덮고 숨이 넘어가라 웃었다.
짙은 조소를 띄운 서일은 구부정하게 올라서려는 가운데 손가락을 애써 말아 넣으며 책상 서랍 안쪽에서 전자사전을 꺼냈다. 컴퓨터 자판과 다르게 푹신한 느낌이 나는 글쇠를 손가락으로 뭉개, 서일이 bitch를 화면에 띄웠다. 알고 있던 바와 같이 암캐니, 암컷이니, 음탕한 여자니 하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새삼스러운 울화가 뻗기 전, 서일이 빠르게 익숙한 단어의 철자를 눌렀다. 적. red 가 아니라 enemy. 이 얼마나 녀석과 어울리는 작명에, 어울리는 독해인가. 벌써 지난달로 넘어간 체육대회 축구 시합에서 위풍 당당히 자살골로 골대를 흔들던 적의 모습을 그리며 서일의 고개가 횡으로 흔들렸다. 상대팀 골대를 겨냥하고 서서 외쳤던 말이 아마도
‘이쪽이 이데아다!’ 였더랬지.
교실 안 밖을 수놓던 소란스러움이 순간 잠잠해졌다. 아아, 서일이 고개를 드니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하관이 좁아 유달리 신경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의 여교사가 교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토요일이이라는 미약에 취해 해롱대느라 그때까지도 부산스럽게 굴던 아이들이 교탁과 지휘봉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에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미간을 구기고서 얇은 입술을 앙다문 담임이 기말고사 일정이 적힌 갱지를 앞자리 아이들 책상에 내리자, 맨 앞줄의 여덟 명이 매스게임을 하듯 숙련된 동작으로 종잇장을 뒤로, 뒤로 넘겼다. 이제 삼주가량 남은 기말고사 일정표라. 서일은 담임의 맹렬한 애정의 시선이 적에게 닿았다가 황급히 거둬지는 것을 보고는 조금 씁쓸해졌다. 정작 창가자리 맨 뒷줄에 틀어박힌 적은 일정표를 받자마자 종이비행기 따위나 접고 있거늘.
고교생쯤 되면 별 수 없이,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했다. 그러나 하필 그러한 실례를 보여주는 상대가 저렇게나 경망스럽고 산만한 인사라면 어쩐지 ‘진인사대천명’ 같은 명언조차도 폐기하고파지는 것이다.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했건만, 하늘이 촌지 받은 교사모양으로 애먼 녀석만 편애한다니, 하면 노력이 다 무어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하적은. 굳이 분류하자면 열등감에 가까운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서일의 귓가에 주번, 하고 짜증이 한 움큼 묻어나는 노성이 박혔다. 서일이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섰다. 알이 두꺼운 안경을 검지와 중지로 올리는 담임의 손동작은 언제나 B사감을 떠오르게 했다. 적에게 엉겼던 시선과는 사뭇 다르게 냉랭한 눈초리가 서일을 꼬집었다.
“오늘은 주번 마지막 날이니까 일지 꼼꼼히 써서 학년부장 선생님 도장까지 제대로 받도록 해라.”
“예에.”
후욱, 가볍게 숨을 내쉬며 의자를 당겨 앉는 서일의 책상위에 종이비행기가 사뿐히 내렸다. 맹한 눈에 웃음기를 한가득 담은 적이 검지로 서일을 겨냥하며, 작게 타앙, 소리를 냈다. 서일의 입술이 비틀게 올라갔다. 재수 없어. 성적이 좋은 아이를 전체적으로 예뻐하는 것도 아니고, 박하기 짝이 없게도 오로지 일등만을 총애하는 담임 때문에 적이 싫은 것도 있었지만 - 뿐더러, 녀석 이전에 그 부담스런 총애를 입었던 사람이 서일이기도 했고 - 서일은 적 특유의 시선의 높이가 싫었다. 남녀나 미추나 성적의 고하를 막론하고 섞여 어울리는 듯 보이나 녀석의 눈은 대부분의 사람을 깔아보고 있다. 서일은 적이 날린 비행기를 펼쳐, 손으로 다린 다음 손톱으로 모서리를 꼼꼼히 눌러가며 종이배를 접었다. 너는 날아라, 나는 나대로 물살에 다 맡기고 가련다. 서일이 종이배에 담은 처절한 메타포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게로 던져져 온 종이배를 손에 든 적은 여느 때와 같이 묽은 웃음을 지었다.
사물함을 열자마자 칫솔을 꽂아두었던 양치질용 플라스틱 컵이 바닥으로 떨어져 데구르 굴렀다. 품에 가득 안은 과목별 파일 철과 노트를 내려놓고, 서일은 저만치 날아간 칫솔을 주워들었다. 손끝으로 몸을 지지하고 굽힌 허리를 펴는 서일의 시야에 「하적」표찰을 단 사물함 칸이 보였다. 그야말로, 엄마친구 아드님이라 이거지. 사내애들 대부분이 쭉 찢어발긴 노트 낱장 위에 지렁이가 기어간 형상과 흡사한 서체로 제 이름을 적고서 이름표랍시고 달아놓은 반면에 사교성 좋은 하적은 여자아이일게 분명한 제공자로부터 주홍빛 색지를 얻어다 또박또박 이름을 새긴 깔끔한 명패를 만들어 붙였다. 서일이 칫솔이 칼자루라도 되는 냥 손으로 세게 감아쥐고, 적의 이름자를 노려보았다.
조금 전 교무실에서 서일이 학급일지를 내밀자, 학년부장 선생님이 줄줄이 칭찬을 흘리던 녀석. 생물 전담답게 살신성인하여, 숙취와 비효율적인 수업 사이의 상관관계를 몸 바쳐 연구하고 있으며,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지 초현실주의적 그래프를 판서하기로 유명한 학년부장 선생님의 칭찬 따위가 새삼 고픈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제는 서일이 경쟁상대로 삼기엔 너무 멀리 떠나, 광활한 전국석차를 평정하고자 하는 녀석에 대해 범인凡人의 권리를 발효하여 조금 약올라하는 것일 뿐.
볕 좋은 토요일 오후, 빈 교실에는 노오랗게 떨어지는 햇살과 간간히 커튼을 흔드는 바람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서일은 눈을 굴려 교실과 복도를 휘휘 둘러보고는 오른발에 신겨져 있던 실내화를 벗었다. 환기를 위해 열린 창으로 보드랍고 따끈한 바람이 찾아들어 휘이이, 약한 웃음소리를 냈다. 알아, 인간이라는 게 원래 좀 웃기고 많이 멍청해. 오른발을 뒤로 뺐던 서일이 우럅, 하고 정체모를 기합을 지르며 적의 사물함을 걷어찼다. 작고 짧게 빡, 소리가 났다. 그걸로 끝. 가냘프다고 하기엔 찔리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닌 건강한 청소년, 서일이었지만 교내에 들어온 사물함은 생각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서일의 어설픈 발길질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기는, 꿈쩍하는 편이 곤란했겠지. 서일은 키들키들 웃으며 약간 크게 맞추었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옆으로 돌아가는 교복 치마의 허릿단을 바로잡았다.
당연히, 적의 사물함 문짝에는 서일이 위해를 가한 어떠한 증거도 남아있질 않았다. 파란불에 길을 건너고, 길에는 침을 뱉지 않았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준법정신이 투철했던 - 이제는 과거형이다 - 서일에게 사물함과의 격투는 일종의 일탈. 속으로 어린이는 따라하지 마시오, 하고 외친 서일은 다시 한 번 일탈이 주는 황홀경에 몸을 맡겼다. 뒤로 빠지는 어깨와 오른발, 그리고 배경음악은.
“그래, 너 놀면서 잘해서 진짜 좋겠다!”
“헤이요, 와썹요, 사물함은 때리는 게 아니에요! 때리려면 차라리 나를 때려어어어요!”
적의 때려어어어어, 소절에 맞추어 죽 미끄러지는 왼발을 느끼며 서일은 잠시나마 녀석과 서일은 예상 밖으로 좋은 개그 콤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일의 평상시 태도에 반하는 그 짧은 상념은 서일이 교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엉덩이에 눌린 풍선처럼 빵, 터져 없어졌다. 치욕의 현장. 차라리 되지 않는 랩을 계속 지껄였으면 좋을 것을 날렵하게 책상 사이를 비집고 달려온 적은 단단한 팔로 서일을 일으켜 세웠다. 둔통이 아릿하게 번지는 엉덩이보다 불이 붙은 얼굴이 더 큰일이었다.
“어이, 정서일. 괜찮아?”
“…불행하게도 매우 괜찮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기절이라도 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서일이 어깨를 잡은 적의 손을 밀어냈다. 판을 엎기 위한 게 아니라면, 거의 운동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녀석의 옷자락에서 퀴퀴한 땀 냄새 대신 단내가 났다. 관심이 없는 것을 볼 때에는 흐릿하게 안개가 깔려있는 적의 눈동자가 드물게 또렷한 빛을 냈다.
불안하다, 느낌이 나쁘다. 녀석의 시선이 서일이 걷어차려다 자빠진 사물함 위의 이름을 낚아챘다. 흠칫하고 놀란 서일이 적과의 거리를 벌리고 열린 채로 방치되어있던 제 사물함으로 가 정리하는 시늉을 했다. 사과를 해야 하나, 윗입술을 혀로 훑으며 망설이는 가운데, 녀석이 서일에게 다가오며 걸음마다 비시시 바람 빠지는 웃음을 내리 눌렀다. 서일의 앞으로 녀석이 바닥에 놓였던 양치 컵을 내밀었다. 눈도 맞추지 않고 컵을 잡으려는데, 적이 손을 휙, 위로 올렸다. 팩, 얼굴을 돌려 마주한 적의 눈은 반이나 접혀있었다.
“우쭈쭈쭈쭈, 정서일이는 내가 그렇게 싫었쪄요?”
문득, 발밑에서 없는 뭔가가 뭉개지는 감각을 느낀 듯도 했다. 똥을 밟았다. 서일은 진심으로, 사물함에 적을 집어넣고 잠가버리고 싶어졌다.
“어, 어, 정서일, 나를 싫어한다니 이게 웬일. 말이 안 되는 일. 오늘은 토요일. 예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잘 생겼지, 키 크지. 공부 잘하지, 운동도 잘하지, 거기다 쌍둥이라는 희소성도 있는데. 어떻게 나를 미워할 수가 있어. 베이비.”
“그래, 내가 진짜 미안하니까 좀 닥치고 꺼져라. 제발.”
인적이 드문 복도에 때 아닌 경보대회가 벌어졌다. 사과를 욕설처럼 흘리며 적을 따돌리는 서일의 뒤로 주머니에 손을 지른 적이 경쾌하게 따라붙었다. 서일에 비해 서너 뼘은 키가 큰 녀석은 신체적 이점을 살려 금방 등 뒤로 바짝 다가서서는 제 턱을 서일의 머리에 얹고서 맷돌이라며 즐거워했다. 진짜, 미치겠네. 본래 적개심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부정적인지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의미 없는 악의를 품은 결과는 상상했던바 이상으로 끔찍했다. 무슨 악몽도 아니고, 랩인지 저주인지 모를 소리를 끊임없이 흘리는 녀석에게 쫓긴다니. 빠르게 복도를 빠져나와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앞에 두고 서일이 걸음을 멈추었다. 적의 긴 팔은 서일의 어깨에 가방과 함께 걸려있었다.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숙여 녀석의 팔을 걷어내고, 서일은 적을 마주했다. 바득, 갈리는 잇소리가 무색하게 서일이 꾸벅 머리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잘못했어. 네가 싫거나 말거나 그런 분풀이는 하는 게 아니었는데.”
하나, 두울, 세엣. 서일이 고개를 들자 적이 해사하게 웃어보였다. 끝난 건가 싶어 안도하는 서일에게 적이 손을 내밀었다. 녀석의 의중을 몰라 잘 빚어진 손을 보고만 있으려니까 적이 팔을 뻗어 가만히 내리 놓였던 서일의 양손을 붙잡았다. 하는 짓은 영 어린애 같은 게 키와 손발만 자랐는지, 적의 손에 덮인 서일의 손은 완전히 가려졌다.
“뭐, 뭔데.”
“싫어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한 끗발 차이잖아. 지금부터 나에 대해 격렬한 애정을 느껴보라고. 어때? 심장 안 뛰어? 쿵쾅쿵쾅.”
말하며 녀석은 쿵쾅 소리에 맞추어 발로 바닥을 굴렀다. 서일은 약한 현기증을 느꼈다. 역시 이 녀석은 근본 없는 정신병자이고, 재수 없는 나르시시스트다. 송충이를 털어내듯 손목을 거칠게 흔들어 적에게서 손을 빼낸 서일이 피아노 줄이 팽팽히 당겨지는 것처럼 지잉 울리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냥 너네 별로 돌아가라. 서일이 외계인과의 교섭을 포기하고 몸을 틀었다. 뒤에서 서일의 어깨를 붙든 녀석의 손길이 심히 불쾌하여, 서일은 큰 동작으로 허리와 어깨를 돌려 녀석을 밀쳤다. 악의도 적의도 계산도 없는 단순한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서일은 순간적으로 중심이 잃은 적이 계단을 구를 줄 몰랐다.
육중한 무게감을 가진 사람의 몸이 덜그럭거리며 층계를 미끄러졌다. 서일의 심장도 덜컥 떨어져 계단을 굴러 내렸다. 두웅, 북소리와 비슷하게 심장이 울고, 바닥이 흔들렸다. 계단참에 늘어진 적의 입술에서 랩 대신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서일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무릎을 꿇고서 오래 앉아있었을 때와 같이 힘이 빠져 발발 떨리는 다리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 적이 드러누운 옆에 주저앉았다. 서일이 손을 휘휘 적의 얼굴 위에서 움직여 보았다. 눈도 뜨지 못하는 적이 발목을 감싸 쥐고 작게 끄응, 신음을 흘렸다.
“이, 일일구.”
교복 치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액정이 잿빛이었다. 배터리가 다해 꺼진 모양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이렇게 다치는 걸 처음 본 서일은 판단능력의 일부를 상실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거칠게 쑤셔 박은 서일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적의 허리를 세우고 녀석의 상체를 제 등에 얹었다. 여고생 홧김에 동급생 살인미수, 이유는 역시 성적, 대한민국 교육의 폐단, 친구들 평소 행실이 은근히 폭력적이라고 밝혀, 줄줄이 이어지는 신문의 사회면 문구가 서일을 압박했다. 혼미한 정신으로 서일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마른 편이라도 키가 백 팔십을 넘는 녀석을 등에 멘 채로 몸을 일으키는 게 쉽지 않았다. 이를 악문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무릎을 반쯤 펴는데, 서일의 귓가에 작은 웃음소리가 번졌다. 간지러운 숨결에 긴장이 확 풀린 서일이 뒤로 넘어졌다. 서일의 등 아래에 깔린 채로 적이 녀석이 폭소를 터뜨렸다. 정말이지, 목을 졸라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서일의 괴성이 휑한 교사를 흔들었다.
십대 소녀답지 않게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서일의 다른 반 친구 소진은, 교내 여학생들의 사랑을 독점하며 다소 불평등한 배분의 인기를 차지한 시열, 람, 적을 퍽 싫어했다. 때문에 종종 녀석들의 흠을 잡아 설을 풀곤 했던 터다. 무릇 인기는 권력과 경제성을 지니고 있는데, 그게 지나치게 치우친 모양새가 꼭 자본주의를 닮아 싫다니, 하여간 적 못지않게 별스러운 사고방식을 가진 친구였다.
아무렴, 없는 데에선 나라님이고 뭐고 마른안주에 불과하다. 온고지신, 옛 가르침을 오늘에 되살려 소진과 서일은 기껏해야 교내 인기인일 따름인 세 녀석을 질겅질겅 씹었더랬다. 무거운 악의가 어린 비방이라기보다 어째 희화(戱化)에 가까웠던 소진의 언변에 따르면, 나중에 가서 이시열은 그 놈의 예의와 존경을 떼어먹은 교자불민한 인상 때문에 공연히 상사로부터 미움을 받다가, 회식자리에서 벌컥 화를 내고 직속상관의 멱살을 잡는 하극상을 벌여도 이상할 게 없단다. 이로 말미암아 인사이동시 한직으로 좌천된 뒤로 모자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밤마다 제가 주최하는 점당 만원의 고스톱 판의 판돈을 죄 쓸어 모을 거라나. 백번 양보해서 강제이랑 결혼이라도 한다고 치자. 녀석의 예고 없는 늦은 귀가에, 잘 차려진 밥상대신 밥풀을 듬성듬성 매단 밥주걱을 준비하고 녀석을 기다리던 강제이 앞으로 신문지에 말린 돈다발을 내밀 것 같다 했다.
겉으로 봐서는 깎아내릴만한 여지가 영 없는 하람도 소진의 독설을 피해가진 못했다. 람은 지나칠 만큼 성실하게 업무에 매달려 필요이상 빠른 승진 끝에 필요이상 빠른 퇴직을 맞이하곤 시골로 내려갈 거라 예견했다. 그렇게 낙향한 녀석은 공들여 지은 전원주택 앞마당에 개를 두 마리 키우면서 개밥을 맛있게 짓는 일에 매진하다 획기적인 사료를 개발해 부를 축적할 법하단다. (결론이 아무튼 해피엔딩인 걸 보면 람에겐 좀 관대했던 듯도 하다.) 가끔 보면 눈빛이 싸한 게, 알게 모르게 야멸친 데가 있으니 나중에 이시열이 우정 어쩌고 해가며 차용증 없이 돈을 꿔달라면, 아랍어를 들은 냥 침묵하고 먼 산 만 바라볼 거란 여담도 이어졌다.
마치 미래를 한달음에 달려갔다 온 양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예시에 서일이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웃어댔다. 교복 소매를 손끝까지 잡아 빼, 하도 웃어서 맺힌 달달한 눈물을 닦아내고, 당시만 해도 별반 사감이 없었던 적은 어떻겠느냐, 한껏 기대어린 마음으로 물었었다. 짙은 녹색의 체육복 하의를 치마 밑에 받쳐 입고서는 제 오른다리에 접혀 얹힌 왼다리를 경운기가 움직이는 모양으로 달달달 떨던 소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고심한지 몇 초쯤 되었을까. 하적은 말이지. 특유의 음험하게 싱글거리는 미소를 얹고서 소진이 입을 열었다.
‘하적은 관료제 사회에 어울리는 놈은 아니니까 군대 갔다 와선 헤이 체킬아웃, 썸바디 헬미, 해가며 외국으로 뜬 다음에 본인 능력과 개성으로 양키들을 발라버리고 승승장구하는 거야. 아 물론, 음악계열은 확실히 아니고 대충 상식인의 두뇌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이상한 사업 같은 걸로. 그러다 좋아하게 된 여자한테 프러포즈를 하는데, 이 여자는 사실 입맛이 백인이라 하적의 마른 노가리 같은 몸에 애정을 가질 수 없는 거지. 생각해봐. 걔가 배를 깐다고 촤콜릿 복근이 있겠어, 아님 앞가슴에 털이 있겠어? 그렇게 외모를 극복 못해 차이고 나서는 엄청 의기소침해서 주야장천으로 술만 퍼 대다가 배부른 채로 길거리에서 비둘기들과 함께 잠들고는 객사한 채로 발견될 거 같아.’
‘객사? 하적이 여자한테 차여서?’
적을 추종하는 신도들과, 위시리스트에 담아만 둔지 오래된 적을 지르려 적금을 붓고 있는 능력 있는 여학생들이 들으면 식겁할 내용에 서일이 되물었다.
‘사실 말이야, 몸도 몸이지만, 걘 마음이 얕잖아. 제 감정의 수위나, 절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의 무게 같은 건 숫제 모르다가 나중에 벌 받는 거지. 그리고 내가 용돈 걸고 장담하는데, 하적의 ‘좋아한다’는 내 초등학생 남동생이 투구벌레를 보며 와우, 이런 골져스하고 샤이니한 생명체가! 대따 멋지다. 대따 좋다, 외치는 거랑 똑같은 마음일 걸.’
어딘가 묘한 신빙성을 지닌 자신만만한 말투에, 서일은 그저 키들거리기만 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사람그림자가 어리지 않은 빈자리를 가만히 주시했다. 정말로 객사, 한 거 아냐. 불안감이 서일을 교묘히 요리했다. 뒷목에서 흡사 죄의식과 같은 찜찜함이 서늘하게 번졌다.
망할 자식은 등교 안하고 뭐하는 거야.
토요일, 서일을 조롱하는 작태에 분개하여 업었던 하적을 팽개치고 귀가했던 게 새삼 후회스러웠다. 끈 떨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계단참에 모로 누워 잇새로 흘리던 신음은 분명 진짜였는데. 죄책감과 당혹감. 더해 고의는 아니었다, 스스로를 편드는 자기방어 사이에서 서일이 길을 잃었다. 귓전에서 적의 어딘지 작위적이던 웃음소리가 맴돌다가, 지척에서 달려온 요란한 소음에 먹혔다. 제기랄. 조례전의 교실은 서일이 맞닥뜨린 불안함과 관계없이 소란스러웠다. 수십 개의 의자 다리들이 불협화음을 내지르며 바닥을 긁었고, 교실 전면에 흉물스러운 꼴로 자리한 스피커에선 계속해서 지도부장 선생님을 찾는 기계음이 터져 나왔다. 거의 집나간 우리 아이를 찾는 기세라, 어조의 절박함과 다급함에 기분이 말려들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던 서일은 심란하기 짝이 없는 속내를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어 팔을 둘러 담을 쌓고 머리를 그 안으로 피신시켰다. 도망치기에 앞서 잠시 올려다본 창밖의 아침 하늘은, 선량한 푸른빛이었다.
눈을 감고 머리를 어둠에 파묻어 혼자만의 세계를 유영할 요량이었건만, 작심한 바와 달리 시각을 제외한 청각이나 후각 등의 감각은 평소보다 예민하게 주변을 탐지했다. 어어. 일순 서일의 어깨가 움찔했다. 서일이 맘 졸이며 기다려 온 녀석의 육성이 가늘지만 분명하게 자기주장을 펴고 있었다. 불을 더 땠다간 시커멓게 타버렸을 심장에 손을 얹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다음, 서일은 번민의 내색 없이, 부러 가장한 나른한 동작으로 허리를 폈다. 막 잠에서 깨어난 듯, 건조한 눈을 문대다 우연히 그런 것처럼 복도로 시선을 넘겼다. 당연히, 또는 다행히 그 너머엔 적이 있었다. 가관도 아닌 꼴로. 정체모를 누군가의 등에 타고 오른 적이, 저를 업은 가여운 인사의 목에 걸린 타이를 고삐처럼 잡았다. 옅게 들리는 소리로 추측하기에 이랴, 외치는 모양이었다. 제풀에 웃느라 뒤로 고개가 꺾였다. 언뜻 눈이 서일을 보았던 듯도 싶다. 교실 뒤편, 나무로 된 미닫이문을 신경질적으로 열어젖혀 발생한 마찰음이 서일의 신경 줄을 팽팽히 당겼다.
“다친 건 네 놈인데, 왜 고생은 내가 해야 되는 거냐!”
천연 스모키 메이크업이랄지, 시커먼 화장을 안 해도 사납기로는 적수가 없는 눈매의 소유자, 이시열이 떠멨던 적을 바닥에 내던지듯 내리며 욕설을 뱉었다. 허리를 두드리는 동작에서 통렬한 고통과 분노가 묻어났다. 뒤돌아 서 사물함에 기댄 시열의 등에 땀자국과 침 흘린 자국이 또렷했다. 비속어 대사전을 편찬하는 임무를 맡기고 싶을 만치 완벽한 본토 발음의 쌍욕을 구사하던 이시열이, 바닥에 주저앉아 제 바짓가랑이를 붙든 적을 걷어찼다. 와이 낫! 새된 음성이 또 말 같지도 않은 생활영어를 주절거렸다. 보지 말아야지, 모른척해야지, 다짐은 소용이 없었으니, 서일은 적의 오른쪽 다리, 정확히는 발끝에서 정강이까지를 감싼 하얀 붕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팔 다리 부위의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볼 수 있는 처방. 호리호리한 체격과 대비되어 우스꽝스러울 정도 커다란 깁스가 확연히 눈길에 채였다.
어마! 여자아이들의 새침한 감탄사를 들은 적이 중지와 검지로 브이를 만들었다. 적군, 또 사고 쳤구나! 으레, 흥미본위로 받아들이는 여자아이들을 겨냥해 대수롭지 않은 일임을 강조하듯 찡긋, 한 눈을 감아 보이기도 했다. 아냐, 저건 사고를 친 게 아니라 ‘아군’의 기습에 당한 거야. 실상 수동과 능동의 구별은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에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 서일은 도리어 자신이 석고처럼 허옇게 굳어서 망연히 적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철푸덕 뭉개고 앉아 거리의 부랑자 흉내를 내던 녀석이 손으로 사물함을 짚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낑낑대는 기색 없이 자연스러운 동작 같았으나, 걷어 올린 교복 아래로 뻗은 녀석의 팔은 다른 말을 했다. 볕에 익지 않아 말간한 피부 위에 퍼런 힘줄이 도드라졌다. 체중을 전부 받는 성한 다리가 바닥을 묵중하게 굴렀다. 반면 녀석의 오른다리는 제대로 지면을 딛지 못했다. 털썩, 터억. 털썩, 터억. 균형이 맞지 않는 발걸음 소리가 서일을 힐난하자, 내 다리 내놔, 하는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이 느꼈을 공포를 통감할 수 있었다. 차라리 가져가라. 서일은 괴로운 나머지 가능하다면 적을 대신해 아프고 싶을 지경이었다. 통상적인 의미를 배제한 사실표현 그대로. 그러니까, 이건 아니야. 속으로 결단을 내린 서일이 녀석을 부축하려 앞으로 나서는 찰나,
“레이디스 앤 젠틀맨! 나 깁스에 그림 그려줘! 램블란트, 피캇소, 샤갸르, 맛티스, 원츄! 세이 앤디! 워!홀! 알럽소머치.”
적이 다친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입술을 깨문 서일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 매직을 찾아 손에 쥔 동급생 몇몇이 튀어나왔다. 필시 어릴 적 새로 바른 벽지에 낙서를 했다가 어머니께 된통 쥐어 박혔을 신사, 숙녀 여러분이 적을 둘러쌌다. 아니면, 이마저도 하적의 연출이거나. 왁자지껄한 무리 속으로, 적이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서일은 그대로 멈춰 수초 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교실을 울리는 적의 웃음소리가 높아졌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서일이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양심의 가책을 감당하는 일 밖엔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3교시를 마치고 이어진 쉬는 시간엔 비싼 얼굴도 구경할 수 있었다. 람은 낫살깨나 먹은 의사처럼 깁스를 내려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쌍둥이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교감 전파를 수신거부 해둔 모양인지 고통 따위가 전연 느껴지지 않는 람의 걸음걸이는 더 없이 말짱했다. 헤이, 브로스. 요, 브로스, 해가며 산만하게 구는 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긴 람이 적의 책상 옆 고리에 걸려있던 종이가방을 압수했다. 벌써 체육선생님에게 적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수업에 빠지게 되었다 고해 놓았으니, 공연히 운동장에 나섰다가 볼썽사납게 오체투지하지 말고 교실에 얌전히 꼴아 박혀 있으라는 의사의 정중한 표명이었다. (체육선생님은 그답게 체육복 아닌 의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서는 것을 학생이 학교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불경한 행실로 여겼다.) 학교 기물 파손할 생각 말고 짬 난 김에 수학문제라도 풀라는, 교장 선생님도 감복시킬 만치 엄격한 훈시에 적이 “형아-.”하고 우는 소릴 냈다. 그간 쌓아온 내공에 힘입어 위액의 역류를 억누른 람은 뒷짐 져 숨겨왔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책상 한가운데 고고히 자리한 PMP의 교태는 적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너 좋아하는 특수촬영물 넣어왔어.” 한 마디에 적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도 같았다.
세로로 반을 접었다 편 A4용지가 수식(數式)으로 시커멨다. 수명을 다한 샤프심이 같은 자리에서 계속 부셔졌다. 서일은 백지 위를 구르는 흑연 가루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 훅, 불어냈다. 샤프를 쥐고 문제에 집중하려던 중, 흙먼지가 밴 함성이 교실에 날아들었다. 야아- 하고 끝 음의 꼬리가 길게 빠졌다. 입안에 먼지의 떫은맛이 머물렀다. 서일은 조심스레 눈을 돌려 창가에 앉은 적을 살폈다. 아까만 해도 발끝을 까딱이더니, 지금은 흉곽만 부풀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공연한 걱정과 죄의식에 있지도 않은 생리통을 핑계로 체육수업을 제쳤건만, 정작 적은 체격과 맞지 않은 자그마한 나무의자에 몸을 구겨 넣고도 저처럼 평온하게 숙면을 취하는 중이라니. 뭐어- 사실 체육 수행평가인 2단 줄넘기엔 퍽 자신이 있어 굳이 연습할 필요도 없긴 했다.
서일은 도리질로 잡념을 털어냈다. 기왕지사 시간이 남았으니 조용한 교실에서 태생적 약점인 수학 공부나 하자, 의지를 다잡았다. 학문을 기껏 장애물과 동격으로 치부하도록 유도한 현 교육제도에 깊은 유감을 밝히며, 서일이 필통으로 손을 뻗었다. 샛노란 색 형광펜을 밀고 제일 깊숙이 들었던 샤프심을 꺼내는데, 정말이지 불현듯 네임펜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뭐에라도 씌었음에 틀림없다. 이성이 그만두라 읍소했지만, 이미 좋다고 작당한 ‘충동’과 ‘몸’ 패거리를 이길 수 없었다. 칼집에서 칼을 뽑는 양, 결연하게 네임펜 뚜껑을 연 서일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살그머니 적에게 다가갔다.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서일을 안심시켰다. 긴 다리가 의자에서 한참 먼데까지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서일은 치마 뒷자락을 쓸어 정리한 뒤 적의 오른다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괴발개발 난리가 난 깁스 위 낙서를 읽으며 킬킬대다가 작은 여백을 발견한 서일이 가만히 호흡을 골랐다. 이윽고 머뭇거리던 펜 끝이 적의 깁스에 닿았다.
「하적, 미안하게 됐다.」
심혈을 기울인 작업을 마치고서, 귀신도 제조가능하다는 의심 병이 돋아 글씨가 지워지지 않는지 확인 차, 손으로 문대보려던 순간.
“리-얼-리?”
혀를 꼬긴 꽜으되, 썩 훌륭한 발음은 아니었다. 그래,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전달력. 서일의 손에서 네임펜이 떨어졌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은 적이 귀를 덮었던 헤드폰을 벗었다. 성현들의 가르침은 과연 한 치도 틀린 데가 없으니,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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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쓰는데(‘쓰려고 맘먹는데’) 팔 개월 걸렸어요. 아아 게으름 신이시여. 연재 텀 상, 다음 편은 내년 4월에!<-(리얼이요.) 굳이 지르는 이유는 역시, ‘폐기’만은 안하기 위해서입니다.(흑흑) 올려놓으면 어,언젠가 쓰겠죠. 참, 특수촬영물은 벡터맨, 후레쉬맨, 파워레인져류의 영상물. 보다보면 재미있어요!
댓글 '8'
plum님/ 내키는 대로 짓고 보니 서일이가 포획당하게 생겼습니다///서일이도 한 성격하지만 적군이는 또라이라서<-
꿀물보스님/emong님/뒷내용 뻔합니다. 남주가 상식밖의 인간이라 그냥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전개만 이어지구요. 그럼 저는 또 자학하구요. ㅠㅜㅠㅜㅠㅜ 하이스쿨판타지 지금 다시보면 대책없이 유치하고 막나가는 전개라서요 ㅠㅠㅠㅠㅠ어흑
/갑작스러운 난입은 취기 탓입니다/ 댓글이 아니라 이미 주사(...)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