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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포르테 (1)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커다란 홀 중앙에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의 의자에. 촌스럽기 그지없는 분홍빛 꽃무늬 커튼 너머에서 그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작품 23의 제 5번.




그의 타건이 목욕탕같은 음향의 홀에 소리를 뿌리기 시작했을 때, 사실 희는 낙서를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던 한 시간 반의 휴식을 제외하면 그 날만 다섯 시간 째 같은 곡을 듣고 있던 중이었다. 누런 서류봉투는 이미 낙서로 가득 차 있었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더 이상 낙서를 할 만한 새 공간이 보이지 않자 희는 봉투를 집어들었다. 봉투 뒷면의 정가운데에 세로로 줄이 나 있었다. 희는 수술자국같은 봉합선을 뜯기 시작했다. 




“지익...”




누런 서류봉투의 배를 가르자 오른쪽으로 의자 여덟 개만큼 떨어져 앉아있던 선영이 그 소리에 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술에 검은 플러스 펜을 갖다대며 근엄한 얼굴로 조용히, 라는 제스처를 취하던 선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희의 손 아래 놓인, 낙서가 가득한 서류봉투를 본 모양이었다.




다 이해하겠다는 그런 표정으로 웃던 선영은 이내 다시 쉿, 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겨운 건 알겠는데, 그래도 조용히, 소리를 내는 건 삼가해 줘요. 그런 뜻일 것이다. 그리고 선영은 이내 눈을 감고 음악에 심취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씩 그녀는 책상에 가볍게 올려둔 손에 쥔 플러스 펜을 박자에 맞춰 까딱이기도 했다.






그런 선영을 바라보던 희는 다시 서류봉투로 시선을 떨구었다. 천천히 뜯기는 봉투가 아주 작은 소리만을 냈다. 지이이익. 희는 다시 선영을 쳐다보았다. 눈을 감은 채 음악을 감상하던 선영은 어느 새 플러스 펜을 들고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느 새 피아노 소리가 멈춰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희는 얼른 자신의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다란 표의 가장 아랫 칸이 비어있었다.




아주 잠시 고민하다 희는 그 빈 칸에 숫자를 적어넣었다. 바로 위에 적었던 숫자 두 개의 평균이었다. 왼쪽 상단이 스테이플되어있는 종이를 넘기려다 희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리고 방금 적은 숫자 위에 덧줄을 그어 지웠다. 그리고 오를 더한 숫자를 다시 적었다. 덧줄을 그어 지운 원래의 숫자 옆에 공들여 사인을 마친 희는 펜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봉투에 손을 가져갔다.






배가 갈린 서류봉투가 완전히 펼쳐졌다. 희는 무릎에 올려놓았던 플러스 펜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종이의 중앙에 선을 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펜 뚜껑은 이미 아침에 어딘가로 굴러가버렸기에 누렇고 거칠은 종이 위에 그려진 선은 희미했다.




오선지. 누런 종이 위에 비뚜르게 그려진 한 뼘 길이의 오선지에 희는 높은 음자리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둥글게 말리며 시작해 날렵한 꼭지 부분을 지나 콩알같은 장식을 달아주는 끝맺음까지 그 완벽한 형태.




잠시동안 황홀한 얼굴로 자신이 그린 높은 음자리표를 바라보던 희는 다시 플러스 펜을 오선지에 가져갔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플러스 펜은 희의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또르르르...”






펜이 바닥을 굴러갔다. 멀리, 멀리.


그 소리에 옆자리의 선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해보였다. 죄송합니다. 소리나지 않게 우물거리며 희는 허리를 숙였다. 뚜껑을 잃어버렸기에 거칠 것 없이 매끄럽게 굴러간 펜대는 두 자리 옆의 바닥에 멈춰 있었다.




희는 몸을 기울였다. 의자 팔걸이에 붙어있는, 배를 가르기 전의 서류 봉투만한 접이식 책상 때문에 팔을 멀리 뻗을 수가 없었다. 가슴 밑에 닿는 책상 모서리가 아프게 느껴질만큼 몸을 기울이자 손 끝에 매끄러운 플라스틱 펜대가 닿았다.




희는 숨을 멈추고는 다시 손가락을 뻗었다. 가느다란 펜이 손가락 끝에 걸렸다.








플러스 펜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자, 펜대는 약간 기울어있는 책상 위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펜은 희의 허벅지 위로 떨어졌다. 희가 무릎을 약간 벌리자 펜은 치마 위로 데구르르 굴러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멈추었다.




펜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희는 말려 올라간 블라우스를 다시 끌어내렸다. 그러나 자신의 치마 위에서 플러스 펜을 다시 집어들려고 한 순간, 희는 피아노 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플러스 펜은 그대로 둔 채, 희는 속을 드러내고 펼쳐져 있는 서류 봉투 밑에 깔린 흰 종이를 빼내었다. 종이를 가득 메운 기다란 표에 자신의 필체로 적힌 숫자들. 조금 전에 마지막 칸을 채운 표에는 더 이상 빈 곳이 없었다. 희는 종이를 넘겼다.




새 종이에 그려진 표에는 칸이 두 개 밖에 없었다. 왼쪽 칸에는 이미 숫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61번. 희는 플러스 펜을 집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빈 칸, ‘61번’의 오른쪽에 숫자를 써넣었다.




두 자리 숫자를 쓰고 종이에서 펜을 떼자, 1행 2열짜리 짧은 표의 아래에 쓰여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희는 종이를 덮었다.






*   *   *








“김 희 교수님?”






조교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희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가리웠던 분홍색 커튼이 걷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교는 희의 책상 위에 있는, 낙서가 가득한 누런 봉투를 보며 싱긋 웃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채점표 주시겠어요?”


“아, 여기.”






희는 서류봉투 밑에 깔린 채점표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희에게서 채점표를 받자, 조교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옆자리로 이동해갔다. 선영에게서 채점표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다 희는 조교를 불렀다.






“저기-”


“네?”






선영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또다시 그 옆자리로 가던 조교가 돌아보았다. 희는 플러스 펜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거, 가져가도 되지?”








*   *   *








하도 오랫동안 앉아있어서인지 허리가 아팠다. 홀을 나오며 희는 뒤를 돌아보았다. 채점을 하던 교수들이 다 빠져나간 홀에는 무대를 가렸던 커튼을 접는 조교 두 명만이 남아있었다. 희와 눈이 마주치자 조교들은 꾸벅, 하고 허리를 숙였다.






“수고했어, 방학 잘 보내고 개강하면 보자.”


“네, 안녕히 가세요!”






홀 안에 메아리치는 조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희는 걸음을 옮겼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그 현란한 아르페지오가 머리 속을 뒤집어놓던 이틀 동안의 입시도 이젠 끝이었다. 이번 입시를 앞두고 교수회의에서 학장이 내린 지침이 떠올랐다. 실기가 형편없는데도 수능과 내신에 힘입어 합격되는 일이 없도록 실기 점수의 폭을 크게 주십시오.






하지만 어떤 연주에 어떤 점수를 주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20여분 전 마지막으로 들었던 61번째 지원자에게 주었던 점수조차도.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는 어제 연주 직전에 재채기를 한 학생이 있었고, 낙서에 열중하던 희는 그 바람에 집중이 흐트러져 그 학생의 연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다는 것 뿐이었다.






- 별로였지.






하지만 미스 터치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굉장히 낮은 점수를 줬다는 것만 기억이 날 뿐 구체적인 점수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제 약 열흘 후면 합격자 발표가 날 것이고, 그리고 봄이 오면 새로운 얼굴들이 캠퍼스를 누빌 것이다. 그 때까지는 이제 입시에 관한 것은 잊어도 좋았다. 몇 명이 지원했었는지, 학생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그건 이제 모두 잊어도 좋았다.






“아....”






대리석이 깔린 로비를 지나 현관 밖으로 나가려던 희는 고개를 들었다.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핸드백에서 가죽장갑을 꺼내면서 희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얇게 깔린 눈이 뽀드득, 하는 소리를 냈다.




계단 위에 서서 희는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작년에 완공된 예술관의 콘서트홀 계단 아래에는 학생들이 서너 명 정도 있었다. 입시생일까.




문득 61번째 학생이 떠올랐다. 몇 점을 줬더라. 채점표의 마지막 종이에 유일하게 적혀있었던 학생인지라 더하거나 빼거나 평균을 내거나, 하며 참고할 만한 앞의 점수가 없었기에 아무 숫자나 적은 것 같았다. 아, 몰라. 생각하기도 싫어.




희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의 앞문에 키를 꽂을 때, 희는 기억해냈다. 내 나이 곱하기 2. 그 점수를 줬던 것 같다. 왜 갑자기 그 때 내 나이가 떠올랐을까.




얼어붙은 차의 시동을 걸고 잠시 기다리던 희는 피식 웃었다. 며칠 전에 해가 바뀌었고, 그 덕분에 한 살 더 먹은 걸 잊고 있었다.






- 2점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되었네.






희는 와이퍼를 켰다. 앞유리에 쌓였던 눈이 뽀드득거리며 옆으로 치워졌다. 희는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았다. 눈발이 굵어지고 있었다.




새 봄이 올 때까지 그녀는 그 61번째 학생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10년만의 폭설이 내렸던 그 날, 학교에 부임하고 나서 네 번째 맞는 입시가 끝났던 그 날, 사실 그녀는 그 61번째 학생이 ‘그’였는지 ‘그녀’였는지도 몰랐다.














*    *    *








그 61번째 학생이 남학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3월이 되고도 열흘이나 지나서였다.




“교수님, 학생 배정 확정표 받으셨지요? 아까 방에 안계시길래 피아노 위에 두고 왔는데요.”




피아노과 이조교의 전화를 끊고 희는 연구실 한가운데 놓여진 그랜드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아침에 1층 우편함에서 꺼내온 여러 가지 우편물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김선화 귀국 피아노 독주회, 에스마 피아노 트리오 연주회, 슈베르트 가곡 연주회... 우편물들 사이로 하늘색 클리어 파일 하나가 보였다.




교수별 신입생 지도 배정표. 클리어 파일에서 종이를 꺼내지도 않은 채로, 희는 배정표를 훑어보았다. 부임한 순서에 따라 음대 교수들 중 희의 이름은 가장 아래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이번 학기 신입생 들 중 희에게 배정된 학생들의 이름이 주욱 적혀있었다. 이윤미, 손지현, 양지현, 박아름, 이세라, 유미진...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희의 집으로 전화해서 ‘꼭 선생님께 배우고 싶습니다’하고 부탁했던 이름들이 먼저 쓰여져 있었다. 그렇게해서 희가 학교측에 배정을 요청한 학생은 두 명이었고, 나머지는 입학 오리엔테이션 때 희망 지도 교수란에 희의 이름을 적어낸 학생들이다. 모두 다 지난 주에 받았던 배정표에서 보았던 이름들이었다. 아름과 세라는 오늘 잠시 얼굴을 보았었고 오늘 방으로 전화를 했던 미진이는 내일 아침에 첫 렛슨을 하기로 했다.




- 그러고보니 지현이가 두 명이네.




헷갈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며 클리어 파일을 내려놓으려던 희는 다시 파일을 집어들었다.




- 이윤미, 손지현, 양지현, 박아름, 이세라, 유미진, 이현재.




이현재?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일곱 명. 분명 일곱 명이었다. 이상했다. 분명히 여섯 명일텐데.


희는 이름들을 세고 또 세어 보았지만 희에게 배정된 학생들은 틀림없이 여섯 명이 아닌 일곱 명이었다.




노교수들은 새로운 학생을 받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작년에도 희는 여덟 명이나 되는 신입생들을 받아야만 했다. 너무 힘이 들어 결국 한 학기가 지나고 세 명은 시간 강사에게 보내야만 했기에, 희는 개강 전 학교에 요청을 했었다. 신입생은 여섯 명까지만 받겠습니다. 더 이상은 무리예요.




많은 학생들이 김 희 교수님을 1지망에 써내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며 난감해하는 조교에게 희는 딱 잘라 말했다. 여섯 명도 무리지만, 그래도 나 최대한 많이 봐준 거예요. 내가 요청한 두 명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조정해서 보내줘요. 딱 여섯 명까지만이예요. 나 다시 말 안 해요.




- 모두 다 1지망으로 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 어차피 2, 3 지망도 함께 써내는 걸. 만일 모두 1지망대로 배정해주면, 최교수님은 신입생 한 명도 못 받을걸...




정년 퇴임을 일 년 앞두고 있는 최교수는 정재계를 아우르는 빵빵한 집안에 태어난 덕분에 그 어려웠던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미국에서도 별볼일 없는 대학을 나왔지만, 그 시절에 미국 유학을 가서 피아노 전공으로 박사를 해온 사람은 아주 드물었기에 지금이라면 꿈도 못 꿀 서른이라는 나이에 이 대학 교수가 되었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은 참 불공평했다.


요샌 난다 긴다 하는 세계 명문 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화려한 연주 경력이 뒷받침이 되어주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어렵게 공부해서 귀국해도 대학 교수는커녕 시간 강사 자리도 얻기 힘든데, 세상은 정말 불공평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났던지, 아니면 나라를 잘못 골라 태어났던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 왜 그렇게 음악을 잘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희는 책꽂이 앞에 놓여진 전화기를 들고 내선 번호를 눌렀다.




“네, 기악과 과사입니다.”




조교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김 희인데요. 이정연 조교 있나요?”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바꿔드릴게요.”




“전화 바꿨습니다. 교수님, 배정표 찾으셨어요?”


“그건 찾았는데, 왜 내 학생이 여섯 명이 아니라 일곱 명이죠? 저번에 분명히 여섯 명까지만 하겠다고 했는데.”


“네? 일곱 명이 들어가 있나요? 잠시만요,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이현재라는 학생은 아닌 것 같아. 지난 주에 줬던 배정표에는 없었거든?”


“아...잠시만요.”








그녀가 옆자리의 다른 조교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기다리던 희는 알아보고 다시 연락줘요,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때 이조교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교수님-”


“어떻게 된 거지요? 이현재, 이 학생이 아닌 거죠?”


“그게요...”






*   *   *






전화기 옆에 놓인 탁상시계는 열한시 오 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 분 후면 그 학생이 올 예정이었다.




애초에 희를 1지망으로 적어내긴 했었지만 2지망으로 배정이 되었었다던 그 학생이 다시금 희로 배정이 된 것은 새로 온 조교 탓이었다.




- 정말 죄송해요.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 학생이 양교수님을 2지망으로 써냈는데, 박정혜 조교가 양교수님께 드린 명단에 이 학생을 빠뜨려서요... 양교수님께서 세 명은 곤란하다고 하셔서.. 정말 죄송해요.




오십 줄에 접어든 양교수는 그 깐깐한 성미만큼이나 고집이 셌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일곱 명이나 되게 생겼는데, 그 하나를 못 봐준단 말인지.




희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음악대학에서 윗 세대 교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은 필수인걸. 일단 이번 학기는 그냥 일곱 명으로 가고, 다음 학기에 한 서너 명 정도 잘라내면 되겠지.




- 여보세요.




조교에게서 받은 그 학생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을 때 흘러나오던 목소리에 희는 잠시 대답을 못했었다.




남학생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한 학년에 한 두명 정도의 남학생이 늘 있긴 했지만, 실력이 좋으면 대개 남자 교수들이 먼저 데려갔기에 희는 한 번도 남학생을 가르쳐본 적이 없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가 몇 번이나 더 들리고나서야 희는 정신을 차렸다.






- 아, 이현재 학생 핸드폰인가요?


- 네, 그런데요.


- 나 피아노과 김 희인데...




-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제가 먼저 전화드렸어야했는데...죄송합니다.


- 오늘 학교에 있으면 잠깐 들를 수 있을까? 렛슨 시간도 정해야하고...


- 저 지금 학교 가는 길이거든요. 열 한시 정도면 도착할 것 같은데요.




- 그럼 내 방으로 와요. 59동 302호.


-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지하철인지 상당히 시끄러웠던 아까의 통화를 잠시 떠올리고 있던 희는 문득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노크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탁상시계는 열한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들어와요.”




끼익.


가죽으로 감싼, 푹신한 방음재가 부착된 이중 방음문이 열렸다.






-----------------------------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m(_ _)m
...음, 잘 부탁드립니다 ^^;;;









댓글 '5'

so

2006.11.12 17:08:17

왜 탱고레슨이나 피아니스트(La Pianiste)가 생각 나는건지...
역시나 엄한가...;;;;;
요즘 이상하게 악기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는지라
반갑네요.
여주의 이름도 맘에 들어요.^^
건필!

리체

2006.11.12 17:41:47

아아, 마치 여백에서 피아노음이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푸르르

2006.11.12 18:31:34

흥미진진한 느낌, 담편을 봐야하는 호기심 급상승중입니다

위니

2006.11.13 08:23:49

색다른 분위기라..기대됩니다...건필하십쇼!

아침햇살

2006.11.13 10:04:53

이플님/ 안녕하세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헤헤

so님/ La Pianiste! 친구들하고 그 영화보고 나와서 밥먹는 내내 아무도 영화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그 썰렁했던 식사가 생각나네요...ㅎㅎ

리체님/ 감사해요 ㅠ.ㅠ

푸르르님/ 다음편 곧 올릴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위니님/ 넵! 고맙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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