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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파라다이스 사이트에서 연재 당시에 모든 로맨스 사이트를 통틀어 유일하게 읽던 연재물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읽지만!) 원제는 ‘고와서 좋아라’. 일정한 간격으로 연재되다가 급하게 결말을 올리고 책으로 나왔다. 연재 되고 있었을 때 나름 재밌게 집중하며 읽었던 연재물이었고,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고 했던 찰라, 급하게 내리는 바람에 다시 한 번 볼 겨를이 없었다. 그랬던 ‘고와서 좋아라’ 가 ‘누나팬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리앙님이 책이 출간 된 다음에 모님께 사인북을 증정했고, 그 책을 빌려 읽었다.
일단 줄거리는 생략.
사랑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썩 동의하기 힘든 (그러나 너무나 자주 묘사되는!) ‘이유 없이 한 눈에 반하여 사랑하기’ 가 없다는 점이 내게는 꽤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사랑하게 되는 감정에는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었고 독자로서 이해 가능한 과정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 아무 감정 없이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해서 작은 것이 이유가 되어서 호감을 갖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감정을 비교적 잘 밟아 나갔다. 특히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과 그 변화에 대한 예리한 포착은
그런데 책으로 나온 ‘누나팬닷컴’에서는 책으로 읽기에는 단점도 많이 띈다. 연재 때와 크게 틀리지 않은 이야기 구조인데도 느껴지는 단점은 책으로 읽어서일까? (확실히 연재와 책은 독자가 느끼는 감정이 틀리다.)
그 이유는 책 속에서 나오는 아라의 대사를 그대로 옮길 수 있겠다. “아무래도 식당 요리란 게 집에서 해 먹는 것처럼 그렇게 심심하게 할 수는 없어요. 집 밖에서 먹을 때는 사람 입맛이 좀 무뎌져서 집에서 먹을 때 보다 간을 좀 세게 해 줘야 되거든요.”
확실히 그런 의미에서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보이느냐에 따라 대중이 느끼는 감정은 많이 틀린 것 같다. 아마도 이 내용을 입체적인 매체인 드라마나 영화로 엮었다면 별 무리가 없었을 듯 한데, 아무래도 평면적인 책이라는 매체로 엮기에는 ‘간’이 좀 약하다는 것이다. 아라와 현의 감정을 조금 더 독자들이 느끼기에 5% 정도만 세게 해 줬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책은 지면을 통해서 느끼는 매체이기 때문에 작가의 표현 수준과 강도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상당히 차이가 큰데, 솔직히 누나팬닷컴은 분명 격한 감정과 위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게는 작가가 의도한 만큼 강렬히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윗 쪽에서 이야기 했던 사람 감정의 흐름 중에서 호감에서 좋아하는 감정으로 넘어가는 감정의 상황을 조금은 설렁하게 넘어갔다는 느낌이다. (호감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충분하지만 말이다.) 특히 현이 감정이 그렇다. 대부분의 로맨스 생산자 (작가) 가 여자라는 전제 내에서 로맨스를 보면, 여자의 감정표현이나 그 흐름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고 나가는데 비해 남자의 감정을 짚는 부분은 좀 약하다는 생각인데 ‘누나팬닷컴’에서도 현의 감정 변화는 아라의 감정의 변화와 강도에 비해서는 표현이 조금 약하다는 느낌이다.
또 본문의 보라색 글씨. 나라는 독자에게는 방해되는 부분임이 확실하다. 물론 아라와 현, 기타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해서 핵심적인 말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독자가 판단하고 잡아 내야 할 몫이지, 출판사에서 친절하게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 보라색 글씨 때문에 되려 다른 지문을 등한시 하게 하는 역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건 참 아쉽다. (보라색 근처에 가게 되면 검정색 글씨보다는 그 보라색이 먼저 들어와서 그 보라색에만 시선이 가버린다.)
바뀐 제목과 표지도 사실 솔직히 별로다. 제목은 안타깝게도 틴에이져 취향의 소설 같은 느낌이며 표지도… (
어쩌다가 단점만 썼더니 빌려 읽은 주제에 좀 미안해 졌다. 이하는 미안하다고 없는 장점을 억지로 찾아 낸 건 아니니 다른 오해는 마시길.
아라,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겨우 서른에 맘 털어 놓을 친구 하나 없다는 사실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랑 앞에서 제일 먼저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이 말이다. 아라의 지금 외모가 나와 일맥상통하여 꽤나 공감이 가기도 한다. 중간중간 아라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심히 찔리고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_-;; (굵은 손가락과 뼈대 굵은 몸통, 전혀 보호본능하고는 거리가 먼 몸집! 뷁!!)
현, 잘 생겼다고 하고 또 똑똑하기까지 한 그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공과 사를 확실하게 하는 성격이고 진실로 아름다운 것이 뭔지 알아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진 남자. (아라=나와 같은 외모를 가졌어도 현 같은 외모와 지적 능력을 가진 남자를 꿈 꾸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던가?) 또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당당하고 아낄 줄 알며, 자랑스러워 할 줄 아는 자존심 센 남자. (많은 여자들의 이상형이다.) 아, 나도 아라와 같이 이런 남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고야??? (요리도 못하고 귀엽지도 않으니, 포기해야겠군! 어른들 말씀에 자고로 음식 솜씨 좋은 여자여야 한다 했는데… 나는 음식 하기에 솜씨가 좋은 게 아니라 체력만 좋으니, 당최!!!)
준, 입만 열면 폭탄인 준은 생각 외로 눈치가 빠르고 자신의 형인 준과 아라를 맺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가끔 tv 에 나오는 엉뚱한 정신세계를 가진 연예인들이 모델인 듯 하다.
주영, 보통 로맨스에서의 사랑의 라이벌 악역은 주로 여자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남자다. 나라도 이런 남자는 싫다. 주영의 캐릭터에 대해서 나올 때, 정말 주영은 여자들이 싫어하는 인간성의 소유자다.
이렇게 주인공 캐릭터가 확실하며 사랑스러운 것이 누나팬닷컴의 큰 장점이다. 위에 단점을 말하긴 했지만,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지,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재밌게 봤다.
아버지가 은행장이 아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