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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베스트극장 재방송해주는 걸 잠깐 봤습니다. 중반부터 봤는데 한 남자가 호텔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면서 누군가를 찾는듯한 내용부터였습니다. 첫눈에 의처증 환자 증상을 가진 남자라는 걸 알겠더군요. 아내가 남편을 속이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걸 보고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겁니다.
사실 이 남자도 신혼 여행 때부터 바람 핀 경력이 있는지라 아내의 바람은 정말 용서할 수가 없었는지 자신의 의심을 확실하게 믿고 있었죠. 하지만 호텔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내는 집에 있었고, 분명히 낯선 사내와 호텔로 팔짱을 끼고 들어가는 걸 본 남편은 혼란스러워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아내에게는 몽유병이 있는데, 그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하죠.
제가 보기 시작했던 부분은 자신의 바람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아내의 바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파고드는 야비함이 폭발하는, 아주 짜증나는 씬이었습니다. 남자 역할을 맡은 배우가 연극 배우 출신인지 약간 오버하면서도 재수 없는 연기를 아주 잘해서 너무너무 분하더군요. 그럼에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아내 역할을 맡은 김지영 씨가 연기하는 예쁜 연기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탓이죠.
아, 그래서 이야기의 끝은 남편이 자신의 의심이 의처증에 다름 아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릎을 꿇는 내용. 아내가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바람을 피든 절대 포기할 수 없었어요"라는 절절한 고백에 울음을 터뜨리며 무너지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데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니 여자는 감쪽같이 복수를 한 것이더군요. 몽유병을 가장하고 작정하고 바람을 피면서도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가 되어 허무함을 풍기는 여자가 진짜 여자의 모습이었던 겁니다. 남편을 의처증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까맣게 열심히 속여서 처음부터 결혼과 부부라는 관계 자체를 우습게 여기던 남자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아니 조금 더 안전하고 잔인하게 복수를 한 거죠. 몽유병이란 소재는 여자의 영악함을 보여주는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제목이 특이해서 찾아보니 모바니아란 상상속에서나 존재하는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라는 제목의 가짜 여행 안내서 제목을 살짝 바꾼 거였어요. 몰바니아는 실제로는 지도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나라로, 여행 전문 서적 론리 플래닛의 표지 형식부터 패러디해서 지어낸 진지한 가짜 여행 안내서랍니다. 책 소개 문구를 보다가 배꼽을 잡았습니다. 그러니 있지도 않은 모바니아로 간다는 주인공의 복수는 통쾌하지만 그 서늘해진 마음까지는 구원받지 못한 허무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사라졌다가 다시 베스트 극장이 다시 부활했다고 하더니 꽤 세련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느낌이 듭니다. 반전도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력이 조화되지 않으면 참신한 느낌을 주기 어려운데, 이 드라마는 비록 반전의 묘미를 백분 살리지는 못했을지라도 세련되게 끝을 내더군요. 김지영 씨의 자연스러운 이중 연기가 아주 돋보여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단막극이었습니다.
댓글 '5'
모바니아로 간다도 봤지만..
전에 의사인 여주 남편이 두집살림 하는 걸 들켰는데, 상대 여자는 배불뚝이! 남편은.. 여주를 사랑하지만.. 아이를 너무 갖고 싶어했었기에.. 지금의 여자를 버릴 수 없다고.. 이혼을 요구하죠.
근데.. 여주도 아이를 갖고 싶어했었기에.. 남편의 정자를 몰래 산부인과의인 친구에게 갖다준게 있었는데.. 그 결과가 나옵니다. 남편은 불임.
애 밴 여자가 그 전에도 병원에 찾아와서.. 남자 놔주라고 당당하게 난리치더니.. 애가 다른넘 애 인걸 여주에게 들키고도 병원에 찾아와서 협박에.. 어쟀든 당당..하더만요..
근데.. 그 모습을 본 남주.. 그 충격이..
(비웃어 주었습니다.)
다시 여주에게 사랑 운운하며 매달리던 남주..
그래도 여전히 끝난 건 끝난거다..라고 하는 여주..
하여튼.. 그 드라마도 재밌게 봤었다는..^^
부부라는게 신용이 없으면 참 같이 살기 힘든 관계라서 그런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