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라운지
- 리뷰
글 수 762
저자/김성연
출판사/신영미디어
지윤은 갑작스런 사고로 가족을 잃고 쇼크 상태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그녀의 주위는 조금씩 바뀌지만, 오로지 지윤만이 변하지 않은 채 존재했다. 재준은 그러한 그녀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된 존재였다. 시간의 흐름을 잃고, 감정을 묶고, 피상적인 삶만을 영위하던 그녀에게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재준이란 존재는 참으로 이질적이면서도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홀로 남겨두고 떠난 가족들에 대해 원망을 품고 있던 지윤이 재준을 만나 오래 전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곳으로 돌아온 건 그녀의 말대로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곳으로 다시 간다는 건 참으로 힘겨울 거라 예상했으나 재준이란 울타리 덕분인지 지윤은 조금은 여유롭게 또한 조금은 따스한 추억만을 기억하며 돌아갈 수 있었다.
재준이 지윤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줄 수 있었던 건, 그가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윤이 뭇 연인들처럼 장난을 치려 해도 기쁨과 질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얼굴에 대고 속마음을 숨긴다는 건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상처를 알게 된 사람은 누구나 또 다른 상처를 입길 두려워한다. 이것이 사랑에서 혹은 삶에서 비롯된 상처일 경우 지윤처럼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가둬버리는 이들에게 있어 재준처럼 티끌 하나 없는 사람이 다가온다는 건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을 거다.
어린 아이들이 용감한 이유는 앞으로 무엇이 있을지 알기 못하기 때문. 하지만 앞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경험한 이들은 그에 따른 두려움을 알기에 어린 아이들처럼 돌진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윤이 재준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리고 그걸 읽고 있는 내가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은 김성연이라는 작가 특유 섬세한 감정 묘사에 따른 설득력 덕분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시선은 참으로 따스하다. 마치 한 겨울 거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건조하고도 포근한 햇살이 연상된다. 작가는 어쩌면 글을 쓰는 내내 아휴, 이 귀여운 것들 하며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똑같은 장면을 쓴다고 해도 각각 다른 느낌의 글이 만들어진다. 그건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성격에 따라 그려지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이 되어줘>는 아마도 연상연하란 이유만으로 민해연 씨의 <오디션>과 비교될 수 있겠는데 지윤과 다비, 재준과 동준은 같으면서도 많이 다르다. <오디션>이 긴박하면서도 드라마틱한 구성이라면, <가족이 되어줘>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하다. 연상연하라는 똑같은 소재임에도 이렇게 다룰 수밖에 없던 건, 앞서말했듯 작가들의 시선이 다르기 때문일 거다. 아마도 <가족이 되어줘>를 쓴 김성연 작가 자신이 일상의 소소함에서 오는 행복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일견 지루하다란 평을 들을 것이다. 또는 평이하다란 평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드라마틱과 극적 카타르시스 기대한다면 <가족이 되어줘>는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이 될 테니까. 그렇지만 약간 경계를 늦추고, 소담한 모닥불 아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귀기울인다면 김성연 작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가슴이 따듯해 지지 않을까 한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시점에서의 극적효과를 조금 다룰 줄 알았으면 좋겠다. 전체적인 문장이 현재형으로 끝맺음하고 있지만 간혹 과거형이 튀어나와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욱 맛깔난 글이 되었을 거다. 행동 묘사가 현재형이라면 그 다음에도 행동 묘사일 경우만 현재형으로, 심리 묘사가 현재형일 경우 그 다음에도 심리 묘사에만 현재형으로 말이다. 혹은 현재형으로 일관하다 독자들이 반드시 읽고 넘어갔으면 하는 문장만 대비되게 과거형으로 쓰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이 큰 흠집이라 보여지진 않았다. 아니러니하게도 이는 이제 막 한 권의 책을 낸 작가로써의 풋풋함이라 느껴졌다. 어쩌면 난 김성연이란 작가의 풋풋함을 매우 부러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족이 되어줘>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성이 아니라 이젠 머리속으로 계산을 하며 쓰게 되는 내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으니까. 그럼에도 겨우 한 발 앞서 내딛었다고,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끼는 사람이라고 문장을 다룰 때 있어 작가가 강조하고픈 문장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약간은 전략적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는 거다.
또한 대사에 있어 극적 효과를 조금은 주어보는 것도 좋겠다. <가족이 되어줘>에서 재준의 대사는 참으로 귀엽기 그지 없었으나 지윤은 그에 비해 독자들에게 어필할 여지가 적었다. 작가에게 재준만 너무 귀여워하지 말아줘 라고 살짝 언질을 주고 싶었을 정도. 물론 그 마음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저러나 <가족이 되어줘>는 내게 다시금 처음 글을 잡던 때를 뒤돌아보게 했다. 그때의 열정을, 풋풋함을, 행복을 되새기게 만들어준 작가에게 참으로 고맙다 말하고 싶다.
자, 작가는 이제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사뭇 기대가 된다.
네 리뷰 읽으면서 엄청 흥분했어. 그리고 긴장도 조금. 무슨 말이 써 있을까 두근두근. ^^*
그나저나 오디션과 비교를! ;;;;;;;OTL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