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762
저자/ 이미연
출판사/ 이가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수지는 잔뜩 취한 나나를 바래다주던 중 집을 잘못 찾아 나나의 시동생 집으로 들어간다. 성진을 나나의 남편(정진)으로 오해하고 기습키스를 한 그에게 화를 냈지만, 결국 자신의 오해라는 것을 알게 된 수지는 사과를 하러가던 중 성진의 여성편력을 목격한다. 은근히 호감을 갖고 있던 수지는 특유의 결벽증으로 인해 성진을 더욱 오해하고 만다.
한편 성진은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수지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데...



이 소설은 로망띠끄에서 단편으로 처음 봤었다. 당시 짤막한 단편이었고, 반전이 재미있어 <이럴수가!>라는 제목이 그럴싸하게 잘 어울린다 싶었다. 반면에 장편이 된 소설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럴수가!>는 초반엔 어울리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그 의미가 어긋난다 싶었다. 사실 제목이야 작가의 마음이고 허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해서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믹이다. 요즘 들어 로맨스에 발랄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발랄한 조연들 역시 이러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만 하다. 여주인공의 입담은 세지만 성격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편이라 발랄한 캐릭터의 조연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소설은 코믹스런 분위기를 잃지 않고 진행된다.

재미있게 읽었다. 쉬지 않고, 중간에 딴 생각하지 않고 한번에 쭉 읽을 만한 글이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가치관이 여태 출판된 로맨스 소설이 주인공들과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작가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뒤로 갈수록 조금 지리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첫작 <다이>에 비한다면 많은 발전을 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코믹을 어느 정도 코믹스럽게 시작하고 매듭지은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하지만 에필로그 부근에 가서 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나는 거실에 들리지 않게 조용히 키득거렸다. 식사를 마치고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비 식구를 반기고 있었다.
"어떻게 청혼했는지 들으셨어요? 우리 회사건 수지 회사건 난리도 아니에요."
"그 호칭부터 어떻게 하자꾸나. 내가 수지라고 부르는 건 되지만 너희는 엄연한 형님 아우 사이야. 앞으론 올케라고 해라. 그리고 저 못난 녀석이 어떻게 청혼했는지 들었다. 내가 다 창피하더구나." - p.376]

["몇 개월인데?"
"이제 한 달 됐습니다. 결혼 전 건강진단서를 떼러 갔다가 알았답니다."
"정말 축하해, 올케!"
"네? 고, 고맙습니다, 형님."
나나는 윗사람이라고 올케 소리를 쉽게 했지만, 수지는 형님이라고 부르기가 어려웠다. 나나는 그걸 알고 더 올케 타령을 했다. - p.380]

올케란, 예를 들어 내가 우리 새언니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즉, 오빠의 부인을 시누이가 부를 때 올케라고 한다. 오빠의 아내든 남동생의 아내든 시누이 입장에서는 새로 들어오는 사람(여자)를 올케라고 칭하게 되는데 요즘은 윗사람(오빠의 아내)는 새언니로, 아랫사람(남동생의 아내)는 올케라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이는 집안마다 다르지만 통속적으로 그렇더란 소리겠다). 연세 지긋한 분들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올케라 부르고. 동서는 시누이가 아닌, 같은 며느리끼리의 관계를 칭한다. 내가 형제가 있는 집에 시집을 가게 되면 내 남편의 형님의 부인을 '형님'이라 하고, 내 남편의 동생의 아내를 '동서'라고 부른다. 이처럼 올케와 동서는 분명 다른 호칭이다.

에필로그에서 그동안 친구사이였던 나나와 수지는 한 집안 며느리들이 된다. 고로 나나와 수지는 동서지간이 된다. 그런데 나나의 시어머니 자리는 나나에게 수지를 앞으로 올케라 부르라 한다. 에필로그 내내 나나는 수지를 올케라고 부른다(순간 나나는 정진의 아내가 아니라 여동생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것은 아주 사소한 실수이다. 가족이 많은 집안에서는 이러한 호칭이 평소 익숙할 수 있겠지만, 친척이나 가족이 적을 경우 이러한 호칭이 낯설 수밖에 없다. 이를 모르지 않기에 작가가 잠시 착각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사소한 실수에 관해서 출판사에게는 쓴소리를 해야겠다.

앞서 말했듯 이렇게 사소한 실수는 교정을 통해 바로 잡아질 수 있다. 교정은 출판사라면 의례 해야만 하는 것이다(내 요즘은 수정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작가가 글을 쓰다보면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때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교정이다. 난 사실 오탈자를 잘 찾아내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내 눈에도 보이는 오탈자(실수)이다. 이 책이 나온 출판사에는 이러한 교정을 담당할 사람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있음에도 그 교정자 역시 올케나 동서의 호칭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를 모르는가? 그게 어찌 교정자라 불릴 수 있겠는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일한다 건 잘 안다. 요즘 경기가 안좋으니 어서 서둘러 책을 찍어 자금을 유통해야만한다는 것도 잘 알겠다. 그렇지만 이렇게 눈에 보일 정도의 실수조차 교정하지 않을 정도로 허술하게 책을 내는 일만은 제발 지양해줬으면 하는 바이다.



댓글 '10'

2월화

2004.10.03 22:03:33

그럴수가!-_-!
새언니 대신 올케언니라고 부르기도 해요~

Junk

2004.10.03 22:18:42

ㅡㅡ;;; 제 생각엔 교정자님이 (계시다면) 글을 읽지 않고 기계적으로 오타만 살핀 게 아닌가 싶습니다...;

Jewel

2004.10.03 22:27:30

음 가장 쉬운 방법이죠 한글 97 열어놓고 빨간 줄만 고치는거 ㅡㅡ;;;

여니

2004.10.04 00:14:57

잘 읽다가도 이런 실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분위기는 깨지는 것이고 몰입은 끝났다고 봐야지.-_-;

Miney

2004.10.04 03:06:10

^^; 보통은 동서, 라고 부르거나 나이 많으신 분들은 간혹 아우님,이라고도 부르지요. 그나저나, 코코님의 리뷰를 보니 한 번 보고 싶은 생각이 납니다.

리체

2004.10.04 04:17:17

오, 한글 2002의 맞춤법 교정이란..;
마침표 하나 안 찍어도, 쉼표 하나 빼먹어도,
마침표 다음에 한칸 띄고 따옴표를 그려도,
어김없이 빨간줄이 뜨던데요.
사실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맞춤법인지도 알 수가 없는데도,
너무도 자신감 있게 빨간줄이 팍팍 떠서 난감할 때가 있는 것이 바로
아래한글의 맞춤법이라는.

수룡

2004.10.04 05:49:18

앞의 코믹이랑 중간 이후의 달라진 분위기가 조금 적응이 안 되는 글이었습니다;

자애

2004.10.04 09:42:43

진짜 이럴수가... 이네요. 볼까 말까 하는 중인데, 다이를 쓴 작가분이라니 영 마음이 안내키는 군요...

싱하

2004.10.04 10:35:36

(지나다가다 보고 댓글 답니다) 한글의 빨간줄은 안 믿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틀리는 부분이 상당히 많거든요.;;

wnsgk

2004.10.06 09:06:06

저도 요즘 로설을 읽다가 느끼는 점이군요.
책을 읽다가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보면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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