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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Baby Baby
번호 : 120 / 작성일 : 2004-03-17 [18:56]
작성자 : Lian
이 소설의 개요를 읽고서, 절대로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말 그대로 나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임신 한 아내를 의심하여, 내내 마음 고생하다가, 사산을 한 후에야 화해를 한다니.
그랬는데도, 이 소설을 선택하여 읽은 것은 어떤 인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리뷰하기가 쉬운 소설은 아니다. 읽으면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여, 다음 소설이 나오면 또 사 봐야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동시에 소설 속의 인물들에는 끝까지 정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주인공인 예린에게는 전혀 감정을 이입 시킬 수가 없었다.
처음의 발단이 임신을 고백한 부인을 상대로 다짜고짜 의심을 하는 남편이라면, 그녀에게 어떻게든 감정 이입이 되었을 것이지만, 완전히 경우가 다르다. 부인의 임신 사실을 부인의 전 약혼자의 입을 통해 먼저 들었고, 그 외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소문들을 근거로 흥분하고 있는 남편에게 사실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은 그녀의 의무이다. 거기에 자존심이 끼어 들 여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설명을 필요로하는 오해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 유기이다. 버리지 말라고 애원할 힘으로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외쳐 보았어야 했다. 그럼으로 나는 학대 당하는 그녀에게 사서 하는 고생을 당하는 정도로 밖에는 동정이 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불쌍하지가 않았으니, 뒤에 밝혀지는 진실에 사과하는 남편에게 냉랭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는 그녀는 차라리 얄밉기까지 했다. 본인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남편을 상대로 이제서야 얄팍한 사과를 하느냐고, 원망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엔딩을 다 읽고 나서도, 그다지 행복한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고,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분명히 나는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지 않았고, 소설 속의 인물들을 좋아하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잘 쓰여진 작품이라는 데에는 동의 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떠나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 밀면, 잘 쓰는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라고 평할 수 밖에는 없다. 어휘를 선택하고, 감정을 그리는 작가의 필력은 굉장히 깊이가 있어서, 경탄 했다.
신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나 제대로 쓰여진 로맨스 물을 읽고 싶다는 사람에게는 취향이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 보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yoony 거의 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으네요. 작가는 자신을 의심한 남편에게 설명하는 것조차도 불허하는 자존심을 그리고 싶어하더군요. 역시 무경험자다 보니 아기의 삶은 전혀 생각지를 않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억지스러운건 어쩔 수가 없더란... 앵커우먼 백지연의 친자확인 소송건이 생각났더랬지요. 2004-03-17 X
Miney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만.; 사람에 대해서 여간해서는 선입견을 쌓지 않으려 하는데 요즘은 글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서 말이죠. ==;; 작가분이 이어령 선생님을 '우리 샌님'이라고 부르는 분이라 그런지 멋진 문장을 만드는 것은 썩 잘 하시죠. 이 분 홈에서 몇 편 보았었는데, 사건을 만드는 방식이나 인물을 보는 눈에 작가의 취향(;)이 드러나는 듯 해서...;; 글, 특히 장르문학에서 '작가'는 어떤 요소인가,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2004-03-18 X
정크 그 인연 뭔지 알 거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로맨스 월드에서 다운받아 읽었는데(로월 연재작 중 유일하게 본 작품), 이유는 당시 제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제목이 왠지 끌려서;). 출판작은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만. 아무튼 거기서 애 낳는 장면이 어찌나 살벌하게 묘사되었던지 무지 겁을 먹고 문서 파일을 닫은 기억이 나는군요. 2004-03-18 X
라이 로설을 보면서 여주에게 이렇게 몰입이 안가는 건 처음이었어요. 오히려 여주가 답답해서 경악을 했다는... 허허허~ -.-a 2004-03-23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