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k paradise
- 라운지
- 리뷰
글 수 762
저자/임미성
출판사/청어람

한편 세환은 모종의 음모를 위해 다솜과 결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것에 점점 당황감과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엉뚱한 여자 진다솜과 철딱서니없는 김세환이 펼치는 한판승부! 그 여자 땡잡았네!!!!
결론을 말하자면, 다냠님 말씀처럼 그 여자가 아니라 '그'가 땡을 잡았다. 그런 성격의 남자에게 박이 넝쿨채 굴러들어왔으니 이게 땡이 아니고 뭐겠느냐.
남주 세환을 향해 그의 어머니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직도 사춘기야. 저 녀석은 아직도 사춘기야"
옳으신 말씀. 하는 행동이고 말하는 것하고 모두 사춘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터이니 말이다. 그런 남자가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 주인공은 단 한 명이다. 김세환. 남주만이 주인공이다. 여주는 묻혀버렸다. 다솜이라는 캐릭터는 희미하다. 주변인들이 호의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녀가 나타나서 자신의 입장이라던가 심리적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은 극히 드물다. 소녀가장 다솜은 어려운 생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동생들을 위해 직장에서 뼈빠지게 일하면서 저녁엔 룸살롱에서 2차를 뛴다. 세환이 이를 어떻게 알게 된건지 그를 빌미로 다솜에게 계약결혼을 청한다. 계약을 제의 받은 날 터진 동생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돈이 필요하게 된 다솜은 계약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한다. 그 이후, 다솜은 사라졌다.
다솜 대신 등장한 것은 세환의 오랜지기인 아현. 세환의 거짓말로 다솜을 오해하고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수를 쓰는 아현이었지만 알고 보니 자신이 속았으며 다솜이 굉장히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아현은 세환을 괴롭히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세환은 세환대로 다솜을 괴롭힌다. 왜냐면 어려운 환경의 다솜과 결혼하고 이를 통해 새어머니를 괴롭히고 싶었던 것인데 되려 새어머니와 다솜이 친해진 것 같아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철딱서니' 없는 그는 다솜을 괴롭히는데 열성을 다한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그녀를 사랑한다 독백한다.
뭐 내용이 온통 세환의 시점으로 흐르고 있으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다솜은 언제부터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인가? 도대체 다솜은 글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돈 때문에 결혼을 했고, 그 남자의 태도가 굉장히 이상했고, 그래도 잘 해보려고 노력했기에 주변 사람들과 친해졌고, 사는데 불편없고, 동생들도 행복해 보이고, 그러다 보니 남편과 아현이 사랑하는 사이 같아보여 불쌍하다 도와줘야겠다 마음을 먹기까지 했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남편의 사랑한다 한 마디에 흐지부지 에필로그까지 가버린다.
그녀가 처한 상황, 그건 고뇌하고 고뇌해야할 만한 상태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를 좋아하는지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려워한다는 건 알겠는데, 아현과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 남편이 그녀를 짝사랑한다고 오해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는가? 중요한 건 다솜이 세환을 언제 어떻게부터 사랑하게 되었냐는 거다.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이 떠돌아다녔다. 도대체 여주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남주의 오버다 싶을 정도의 독백은 구구절절하면서 여주는 그 흔한 땅파기 장면조차 없다. 세환 외의 주변인들이 여주를 보는 시각은 약간 둔하고,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잘 감싸줄 줄 아는 인물이다. 뭔가 필요한데 다솜은 그를 잘 짚어내는 감정전의 능력을 갖고 있는 듯 싶다는 거다. 그럼 결국 세환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의 마음에 전의된 것뿐인가?
아현만이 아니고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여사, 가정부 아줌마, 세환의 후배 석, 피트니스 센터 수영강사 등등의 시점은 잘 늘여놓았음에도 도대체 여주는 어디있냔 말이다, 시방.
게다가 그 프롤로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본문 내용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다. 남주의 독백은 과장으로 치장되어 있고, 복수하겠다 그리도 벌렸으면서도 결국 그렇게나 흐지부지 끝나고 말다니 도통 이해 불능이었다. 비석으로 인한 오해 해소 과정을 조금 더 그렸어야했다. 다솜과 세환이 얽히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세환의 이 여사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던가? 다른 사건들도 많이 넣어야하기에 지면이 모자랐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단 몇 줄로 넘어간 건 실수다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이 내용과 섞이지 못하고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런 소재를 많이 접해서 겨우 이해가 가능했지, 내가 처음으로 로맨스를 보는 사람이었더라면, 그 처음이 이 글이었더라면 아마 절대 이해 불가능이었을 거다.
다 읽고나서야 이 글을 쓴 작가가 <우화>를 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화>에서는 여주에 대한 설명으로 일관하더니, <땡잡은 여자>에서는 남주에 대한 독백으로 일관되어있다. 후기를 살펴보면 "나는 로맨스를 쓸 능력이 없는 걸까?"라고 작가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로맨스는 둘이 만나고, 사랑하고, 오해하고, 갈등하다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지는 거다. 남자든 여자든 단 한 사람만의 시각이 아니라 남자, 여자 이 두 사람 모두의 감정이 변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어야한다는 거다. 만일 여주든 남자든 한 사람만의 시점으로 글을 끌어가려고 한다고 해도, 그 시점에서 상대의 변화에 대한 약간의 힌트도 넣어줘야한다. 그렇게 중심을 잡아줘야한다. 제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그려보도록 노력한다면 아마도 정말로 근사한 로맨스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크 읽은 분들의 공통적인 감상. 땡은 남자가 잡았다;는 거군요. 2004-01-06 X
'코코' 아마도 직접 읽어보면 이해가 될 것임^^ 2004-01-06 X
JEWEL 난 왜 읽었는데 이해가 안가지 ? 땡잡은게 남자라는것이? 나 바본가? 2004-01-14 X
'코코' 마음 넓고, 착하고, 인내심 많고,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정작 자기가 뭘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는 '좋은 여자'를 특별한 노력없이 붙잡았으니 그게 땡이 아니고 무엇이겠냐? 2004-01-15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