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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맨스] 천생연분  

번호 : 22     /    작성일 : 2003-09-03 [03:09]

작성자 : '코코'    



지은이/서진우
출판사/영언문화사



재미있는 글은 흠집을 잡기 위해 수십 번 읽어줘야한다, 난. 그러기엔 요즘 시간이 없는 관계로 두 번 읽고 나서의 감상만 말하고자 한다.(나중에 시간 되면 꼭 비평을 할 것이다! 해줄만할 글이다!)

<귀여운 남자>, <연상연하>, <여우와 단무지> 등 벌써 세 권에 달하는 책을 출간한 작가의 신작이다.

위의 세 권은 나름대로 개성있었으나 그리 주목받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했으면서도 역시 전형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캐릭터와 줄거리가 일치되지 않는 듯 여겨졌었다. 글을 읽다가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고, 완전히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해 너무나 아쉬운 글로 남았었다.

그런데! 이번 작은 다르다. 아, 전형은 여전하다. 그렇지만 캐릭터의 승리! 바로 그거라고 말하고 싶다.

로맨스 소설에서의 남주는 대부분 겉멋에 치중해 카리스마만 잡고 앉아 있다. <천생연분>의 남주는 다르다. 한 마디로 더럽게 싸가지 없다. 조연이 표현한 대로 정말 싸가지가 없다. 이 점이 바로 매력이 되어 버렸으니 작가의 남주에 대한 애정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싶다. 게다가 독자 마저 작가의 애정에 흠뻑 빠져 글을 읽게 된다.

그리고 눈치가 없는 여주에 서서히 빠져드는 남주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놨고, 또한 여주의 일방통행의 애정 역시 일관성 있게 그려놨으니 캐릭터의 승리가 아니고 뭐라고 하겠는가.

아마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주보다는 남자의 감성 흐름에 따라갔을 것이다. 남자의 시점에서 울고 웃으며 이야기를 끝낸 후의 깊은 포만감. 아마도 그런 걸 느꼈으리라 싶다. 나도 그랬으니까.

솔직히 두 권에 걸쳐 내용을 풀어가기엔 벅찬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럼에도 첫권에서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가 너무나 귀여워서 뒷권에서의 전형적인 스토리에 그리 큰 반감을 갖지는 않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서 남주는 성장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남주는 인격적으로 완전한 성장을 거친 후부터 그려진다. <천생연분>에서는 싸가지 없던, 남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남주가 여주를 사랑하게 된 후 이별의 고통 속에서 또 다시 찾아온 사랑 속에서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았다. 그게 진짜 마음에 들었다.

리뷰를 보니 두껍다, 두껍다 말들이 많았는데 실제로도 엄청나게 두꺼워서 이건 로맨스 독자들밖에 좋아하지 않겠군 싶으면서도 오랜만의 두께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것도 딜레마라면 딜레마겠다. 판형에 연연하는 독자들에 대해 반감을 가지면서도 또 나 역시 그 판형에 참 많이 연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로맨스 소설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해져옴을 느끼며 어떤 장면에 가서는 혼자 상상의 나레이션을 마구 펼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그러고 있던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아참, 뒷부분의 추가분은 사족이었다 싶다. 굳이 그걸 넣지 않아도 됐었다는 소리. 그렇지만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다니까 할 말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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