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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조카님들께서 강림-_-하셨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부 예정일을 채우지 못하고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조카들이 매달리고 흔들고 난리를 치며, 선물 보내줘 이모 어택을 가하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그러마 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마트 가서 개당 2천원짜리 인형을 마구 질러서 집에서 대충대충 포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거기까진 그런데로였습니다만... 문제는...
급하게 적은 주소 목록을 직장에 두고 와서, 도저히 집에서는 소포를 못 보내겠지 뭡니까. 마침 직장 근처에 우편물 취급소 (오후 3시까지 운영하는) 이 있겠다. 아무 생각 없이 보내려고 하는데...
어머님 : 딸냄. 소포 부치려면 그 편에 보낼 것이 있으니. 잠시 서지 않으련?
그래서 출근하다 말고, 그 소포에다가 꿀 두 병과 인삼주 한 병을 알흠답게 쑤셔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칠 소포까지 합쳐서 들고나니, 정말 튼실하더군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들고 끙끙대며 지하철역까지 와 보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orz
저희 집 근처에는 예식장이 즐비해서, 주말엔 사람이 많습니다. 주말 평소 출근하는 시간에 지하철을 타러 나가면 그 시간이 마침 식이 끝나고 - 시작하는 접점이라 사람 엄청 몰리는데.
제가,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사실을 망각해버렸군요;
짐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10분동안 삽질하며 들고 있는데, 옆에서 우겨 서 있는 저희 아버님 연배 되시는 분이 일행분께 하는 말이 아련히 들려왔습니다...
아저씨 : ... (거두절미하고, 뭔가 기독교쪽 분이셨던 듯) 이런 날에는 이런 행상하는 아주머니 (저를 흘끗 보시며) 같은 이웃들을 불쌍히 여기고 하는게 진정한 봉사의 정신 ... (이하생략)
C 모양 : 발끈!
핏줄이 섰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만원의 지하철 안인걸요. ┐(  ̄ー ̄)┌ 그냥 그러려니 하고 내렸습니다 그리고...
일터에 와보니 일 많다...
아아아. 오늘은 일이 일찍 들어오는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가비얍게 망각하고 있었군요... orz 허겁지겁 일을 끝내니 벌써 2시 50분 가량. 허겁지겁 뛰어갔으나 이미 우편물 취급소는 문을 닫았고, 근처의 편의점으로 후닥닥 뛰어가 보니.
편의점 알바님 : 유리병은 택배로 못 부쳐요

젠장...
퀵서비스로 보낼까 잠시 고민했지만, 여기서 시골집까지의 요금이 엄청나서 포기...
결국 박스 두 개를 들고 오락가락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은... 그리고 후달달 떨리는 제 양 팔은... orz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