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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얼음과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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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민하는 차 안에 앉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강인이 막 차를 세운 장소를 휘휘 둘러봤다. 어쩐지 좀 가는 방향이 이상하더라니. 뭘 어쩌자는 거야?


그가 차를 세운 곳은 다름 아닌 S호텔 앞이었다.


“여긴……, 왜요?”


여기서 식사라도 하고 가려는 걸까 생각하며 물었다. 강인은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렸고, 그녀 옆으로 보이가 다가오더니 정중하게 차문을 열어주었다. 뭔가 좀 불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민하는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성큼성큼 로비로 들어간 강인이 로비 소파에 그녀를 기다리게 해놓고 접수에서 뭔가를 말하는 걸 멀찍이서 보고나서는, 단순히 식사를 하러 들어온 것이 아님을 어렴풋이 깨닫고 이번에야말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돌아온 강인은 그래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던 그녀를 보고,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객실용 카드 키를 튕기듯 흔들어보였다.


“장소를 바꾸고 싶다며. 간만에 네 옷을 벗기려는 건데 이왕이면 원하는 장소를 제공해 주고 싶어서.”


그녀가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있자, 그는 즐기듯이 싱긋 웃었다.


“여기도 별로란 건가. 은근히 까다로운 걸.”


그는 카드 키를 그녀의 턱 밑에 대고 받치듯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로 할까. 무려 한겨울에 야외에서 즐기자는 거야? 보기보다 체력이 강한가. 아니면 날 인간난로로 믿고 의지하는 거야?”


“돌았군요.”


그 외에는 달리 나올 말이 없다.


“그게 아니었어? 이런, 포르쉐는 그 방면으로 즐기기 적합한 차는 아니라구. 뭐, 그쪽이 원한다면야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는데. 어떻게 할까?”


민하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고 이마를 짚었다. 저절로 이가 악물린다.


“꼭 이래야만 하는 거예요?”


그가 훗, 하고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외면하는 그녀 가까이에 나른한 동작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싸늘하게 말한다.


“내가 크리스마스 이후로 이런 걸 요구한 적이 있었던가?”


민하는 말문을 잃었다. 강인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 올려 손등, 그리고 이어 손바닥에 미끄러지듯 연달아 입술을 갖다대더니, 말했다.


“불리한 상태에서 뒤로 빼다니 남자를 자극하는 방법을 제법 아는 것 같은데. 나, 이래 뵈도 마음이 약한 사람이거든. 너무……,


그는 방금 입을 맞춘 그녀의 손바닥에 카드 키를 쥐어주었다.


“자극하지 말아줘.”


마음이 약해? 자극하지 말아달라고? 이 남자가 쓰는 국어사전은 아무래도 나와 다른 세계의 것임이 확실해. 민하는 포기했다. 다 포기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설득해 봐야 진만 빠지지. 그의 집으로 가든, 호텔에 들어가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상황은 이미 내 편이 아니다. 하아, 맘대로 하라 그래.


그래도 좀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 크게 도움 되는 일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녀는 배가 고프다고 말을 꺼냈고, 강인은 그녀를 호텔 레스토랑에 데려갔다.


식사를 마쳤을 무렵의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긴 했지만,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겨울이라서 해가 일찍 졌을 따름이다.


어쨌든 이런 시간이 아니라도 호텔 룸에 들어가 본적은 없었다.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너무도 무거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 몸도.


민하는 어느 순간부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다보이는 시내풍경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지상이 멀어진다. 인공적인 네온들로 꾸며진 그 광경은 언젠가 강인의 맨션에서 본 것처럼 불편한 인상을 주었다. 땅에서 멀어지는데, 이상하게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고개를 돌리자, 투명한 벽에 기대있는 늘씬한 몸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다 못해 현란한 어둠의 야경을 배경으로, 날렵한 콧날과 매끈한 이마 아래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며 감고 있는 속눈썹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밤의 분위기에 녹아들어가 있다. 그 눈꺼풀이 부드럽게 열리고, 그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당황해서 그만 높은 소리가 나와 버렸다. 상대의 입 끝이 또 다시 재미있다는 듯 말려 올라간다. ‘왜’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담고서. 민하는 고개를 돌렸다.


결국 이렇게 돼버렸어. 언제쯤 이 남자의 우리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땡!’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그 입을 벌렸다.




42




강인을 따라서 몸을 들인 룸은 호화로웠지만, 건조한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겨울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따뜻한 실내온도가 민하에게는 도리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숨이 막힐 것만 같아서,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강인은 침대에 앉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내일 아침 8시. 알았어. 현홍이를 따로 부르는 게 좋겠는데. 진수는 밑에 대기시키고.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아니. 그건 필요 없어.”


…….”


민하는 그런 그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어찌 생각하면 저 수려한 외모만 빼고는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보통 대학생인데, 그냥 보면 약간 차가운 인상일 뿐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얌전해 보이는데, 그런데도 자신이 겪은 일이 있어선지 둘만 남으면 간혹 섬뜩할 정도로 무섭다. 심장이 마구 고동쳤다.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을 때, 전화를 끊고 그가 돌아봤다. 침대에서 일어서서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민하는 저도 모르게 움찔, 뒤로 물러섰다. 강인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약간 돌리며 어이없단 듯 웃었지만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는 뚜벅뚜벅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잡아 풀어냈다. 스륵, 하고 머플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단지 그뿐인데, 너무 긴장해서 전신이 다 후들거린다. 아까는 집이라서였을까 이렇게까지 떨리진 않았는데, 난생 처음 와본 스위트룸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은 그냥 서 있는 것 자체가 어지러움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 좋지 않아진 속이 다시금 울렁거리기 시작해, 입술을 깨물며 코트를 벗기려는 그의 팔을 잡았다.


“내 손으로 할 수 있어요.”


“아니, 내가 할 거야.”


민하는 강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여기서 거부해봐야 또 다시 심술기를 부추길 뿐이겠지. 이 남자는 그런 남자다. 민하는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반코트를 벗겨, 방금 벗은 그의 코트와 함께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돌아선 그의 셔츠 옷깃 사이로 매끈하게 잘 뻗은 목덜미와 그에서 이어지는 날렵한 상체가 들여다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까도 분명 앞에 있었는데, 집과는 너무 기분이 틀리다.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 앞에서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실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죄졌니?


움츠리지 마!


민하는 입술을 힘주어 다물며 그를 똑바로 노려봤다.


강인은 입가를 느슨하게 풀어 내리며 그런 그녀를 마주했다. 얼굴이 붉어진 채, 그래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작고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함부로 무너지지 않는, 쉬이 자신을 보지 않는 여자.


처음 사진을 봤을 때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약간 시선을 내리깐 모습이 너무나 흡사했기에. 실제로 만나보니 그 정도는 아니란 걸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다.


형은 그녀를 ‘손에 넣으라고’ 했지만 그 방식은 지정하지 않았다. 느리더라도 좀 더 보편적인 방식으로 손에 넣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든 없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방법의 선택은 그의 몫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녀에게 말했듯 ‘편하고 빠른’ 방법을 선택했다. 말 그대로 그런 방식이 몸에 밴 탓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초조한 기분이 들어서.


이 여잔 다르다. 보이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 그리 쉽게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다. 정신을 놓으면, 바로 손에서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그런 건 용납 못해.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텐데도 기습에 당황했는지 그대로 끌려 온 몸이 팔 안에 들어온다.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숨이 막히는지 저항 한번 못한 채 입술이 벌어진다. 서슴없이 치열을 가르고, 뜨겁게 달궈진 물컹한 혀를 밀어 넣었다.


낮과는 180도 다른 키스였다.


혀와 혀가 얽히고 치아와 치아가 부딪쳐 소리를 낸다. 아플 정도로 빨아올리는 혀와 입술의 동작은 너무도 격렬하고, 노골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마치 통째로 삼켜버릴 것만 같은……, 키스, 또 키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격하게 뛰고 있었다. 민하는 그에게 꼼짝없이 붙들린 채 그의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촉각만이 감각의 전부를 메웠다. 격한 키스와 함께 등을 타고 그의 손이 차츰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는 걸 인지함과 동시에, 일찍이 느껴본 적 없던 찌릿한 안타까움이 전류처럼 뇌수를 강하게 휘감아 파고들어온다.


괴롭다. 너무나도 힘겹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지조차 알 수 없다.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에, 민하는 저도 모르게 강인의 가슴에 손을 짚고 몸을 기댔다. 얇은 셔츠 너머로 탄탄한 근육이 손바닥에 닿자, 흐릿한 의식 속에도 수치감과는 다른 떨림이 온몸을 휩싸간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자신의 등을 타고 흘러내린 손이 허리를 지나 다시 올라와서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을 때는, 상대의 몸을 뿌리치듯 밀치며 물러서고 말았다.


“하아…….”


겨우 입술이 떨어졌다. 막혀 있던 숨이 단숨에 흘러나온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떻게 버티고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느꼈다, 정체불명의 욕구를.


이제까지 느꼈던 당혹감이나 안타까움과는 또 다른 감정. 몸을 뺀 것은 이성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성, 자제심, 판단력.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에 대해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그에게 완전히 몸을 붙여 매달릴 것만 같은 자신을 깨닫고 놀랐기 때문이다.


옷을 벗기지도 않았는데. 그저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을 뿐인데.


대체……, 뭐지?


하나의 가슴속에 숨쉬는 두 개의 상반된 감정에 혼란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것이 고작이다. 고작 키스일 뿐인데. 고작 옷 너머로 자신의 몸을 더듬었을 뿐인데.


이건……, 뭐지?


길들여지고 있는 건가?


한심한 생각이지만, 그가 자신을 강제로 범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수치스러움에 이가 악물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그것은 몸을 더럽혔을 뿐, 마음을 휘둘리는 건 아닐 테니. 이제는 지강인이란 남자에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당혹감을 조절할 수 있다고 어렴풋이 자신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모양이다.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붕 떠 있는 저 남자는 얄미우리만큼 여자를 녹이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마음의 준비? 그런 건 쉽게 분위기에 취해버리는 자신의 몸을 제어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일순 이렇게까지 반응하다니. 민하는 자존심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자신의 몸에 혐오감마저 느꼈다.


입조차 열 수 없었다. 왜냐하면…….


분명히 목소리가 띄엄띄엄 갈라져서 나올 것이므로.


강인은 창백하게 질려 있는 그녀를 보며 즐기는 듯한 일그러짐을 입술 끝에 새기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가 머리를 말아 올린 핀을 뽑아냈다.


순식간에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린다.


“아…….”


놀라서 말도 나오지 않은 것도 잠시, 그런 그녀의 허리를 틈을 주지 않고 끌어당긴 강인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그가 선물한 피어스를 귓불과 함께 혀끝으로 나긋하게 핥아 올렸다.


“제대로 달고 있다니 착해. 아주……, 잘 하고 있어.”


그 목소리는 어린아이를 어르는 것처럼 달콤했다. 문제는 이런 말에 넘어갈 것 같은 자신이다. 아아, 지독하게 꼴사나워.


이 남자는 선수다. 그녀 자신보다도 쉽게 옷을 벗겨버린다. 반항할 틈도 없이 푸른색 스웨터를 벗겨내자, 그 밑에 남은 건 받쳐 입은 얄팍한 티셔츠 한 장 뿐. 그 셔츠 안으로 손이 파고들어왔다.


몸에는 경련이, 머리에는 현기증이 일었다. 건조한 공기가 어느 새 변해 젖은 기운에 서서히 전신이 물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런 반응을 눈치 채이지 않으려고 한껏 힘을 준 탓에 더 그럴 수 없을 만큼 경직되어 버린 몸이, 그의 손길에 구석구석 농락당하고 있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흐트러진 숨결을 어떻게 해서든 바로잡으려고, 민하는 안간힘을 썼다.


시야가 다시금 몽롱하게 물들어간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침대 위였다.


언제부터 자신의 몸이 여기에 누워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있는 건, 그의 손이 자신의 맨살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


셔츠는 어느 샌가 벗겨져 있었다. 손바닥이 닿는 부분마다 열기가 번져간다. 그다지 노골적인 동작도 아니었다. 솜털만 건드리듯, 제대로 닿는 건지도 모를 터치. 나른하고 느슨한,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녀의 신경이 반응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런 손놀림으로 강인은 아까의 키스처럼 뜨겁고 농후하게 민하의 몸을 데워갔다. 예민한 날 끝까지 서버린 신경이 그 동작 하나하나에 어쩔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


……, 목덜미……, 쇄골……, 어깨…….


몸 위쪽부터 깃털처럼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은 그러나, 지독히 음탕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건드린 부분 위에, 입술이 만만찮게 아슬아슬한 터치로 다시 한번 자극을 가한다. 가슴에 솟아오른 봉우리를 손바닥으로 쓸었지만 유두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았다. 따라 내려온 입술도, 혀끝도, 꼭지점을 무는 일 따위는 없이 그 주변만 얕게, 오래도록 배회하고 있다. 그게 외려 감질났다. 내려오는 느낌은 금방이라도 잡아 쥘 것 같은데, 금방이라도 머금고 희롱할 것 같은데, 언제나 이 남자의 동작은 기대를 배신한다.


유두를 스치듯이 넘어가 옆구리로 움직인 손이…….


“아……!”


청바지 버튼을 벗겨냈다.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양말이, 끌어내려진 바지와 함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눈 깜박할 사이에 상반신에 이어 하반신도 겨우 몸에 붙어 있는 마지막 보루만 제외하고는 전부 공기에 노출되어 버렸다.


그러자 강인의 몸이 그녀의 몸 위로 올라온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그의 셔츠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흐르고, 그 틈으로 탄탄한 몸이 희미하게, 딱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만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손가락을 갖다대어 버튼을 풀고 좀 더 깊숙한 곳을 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민하는 그런 자신을 누르듯 눈을 돌렸다.


눈을 감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이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아래 놓여 있던 손이 얄팍한 천을 뚫고 들어와 둥근 언덕을 그린 속살을 강하게 움켜쥔다. 감질나도록 연한 손놀림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강렬한 자극이 신경을 건드려, 순간 경직된 몸이 당기다 못해 저릴 지경이었다.


“이……러지 마요……, 제발…….”


민하는 간신히 입을 열어 버석버석 마른 소리를 내보냈다.


“자의로……라고, 자유의지를 존중하겠다고 했잖아. 약속을 깨겠다는 거예요?”


“물론, 약속은 지켜.”


강인은 그녀의 브리프 속에 들어가 있던 손을 뽑아내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동요가 묻어나는 민하의 목소리와 달리 그의 음성은 고요할 만치 차분했다. 팬티 한 장만을 제외하고는 전신을 그의 시선에 노출시킨 그녀의 몸과는 달리 그는 위아래, 맨살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마지막 선을 말하는 거다. 여기까지 물러나줬는데 그런 식으로  몸을 사리는 건 비겁하다 생각지 않아?”


언제나 그렇다.


지독히도 일방적인 관계.


흔들리는 건 그녀 하나뿐이다.


“놓아주기 전까지 넌 내 여자다. 타협안을 제시한 건 너야.”


그는 손가락을 들어, 막 몸을 일으키려던 그녀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슬쩍 어루만졌다. 마치 도장을 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지막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돈 즐기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까지 왔을 땐 예상했어야 하는 거잖아. 뒤로 빼는 건 이제 어지간히 하라고. 그렇다고 네가 내 손안에 있단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알아둬, 인내심을 자극하는 것도 일정수준을 벗어나면 구질해 보일 수 있다는 거.”


감정이라곤 읽을 수 없는 차가운 음성. 비틀려 웃고 있는 얇은 입술. 가늘게 뜬 눈은 이제까지 뜨거워졌던 몸이 일시에 식어 내릴 것처럼 냉한 기운을 담은 채 그녀를 가를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구슬.


마치 드라이아이스 같다. 너무나도 차가워서, 너무나도 건조해서, 시선이 닿는 곳마다 타오를 듯한 기운을 뿜어내며 얼어붙어버릴 것이다. 수치스러움과는 다른 의미에서 눈물이 배어나오려고 했다.


“알았어요.”


민하는 시선을 피하고 대답했다.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줘요. 잠깐만…….”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비겁하다고 해도 좋다. 사실이 그러니까.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그에게 붙들려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시간이 필요했다.


그 말에, 순순히 강인은 그녀를 누르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민하는 그런 그를 보지 않고,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방에 붙어 있는 욕실로 향했다. 다리가 떨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뚜껑이 내려진 변기에 앉아 다리를 올려, 무릎에 팔을 얹고 얼굴을 묻었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섹스도 아니다. 그는 최후의 선은 넘지 않겠다고 했고, 그 말만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그런 남자다. 이제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먹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저 남자의 시선에 노출된다는 것 자체부터가 그렇다.


불현듯 떠오른 어떤 생각에, 그녀는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강인과 있는 동안에는 ‘단 한번도’ 성원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 언제나 깨어 있는 동안만은, 아니 꿈을 꾸는 동안조차 머릿속에서 지운 적 없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떻게 성원 오빠를 잊을 수가…….


울 것 같은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좀 전의 반나체 그대로였다. 열기가 식자, 오한이 느껴진다. 변기에서 내려와, 세면대 앞에 붙은 거울 가까이 다가갔다. 파리하게 질려 있는 얼굴이 보인다. 생소한 모습.


누구지……?


추해. 너무, 추해.


민하는 얼굴에 손을 대고 초라한 자신을 가렸다. 그리고 엷고도 깊은 한숨을 길게 내쉰 후, 물을 틀어 화장기 없는 얼굴을 씻었다. 차가운 물의 감촉이 몽롱하게 정지해 있던 몸의 감각을 깨어나게 한다. 어지럽던 머리도 점차 맑아졌다. 그 기분이 좋아서 몇 번이나 얼굴에 물을 묻히고 재차 문질러댔다.


그래, 어쩔 수 없잖아.


꼭지를 잠갔다. 물소리가 뚝 멎는다. 타월에 얼굴을 문지른 후, 드러난 알몸을 가리기 위해 호텔에서 제공하는 목욕가운을 찾아 입었다. 그리고 나서도 한참을 망설인 후에야 간신히 몸을 돌릴 수 있었다. 자신은 어지간히 결단력이 부족한 인간이라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욕실을 나왔다. 긴장감이 담긴 한발 한발을 떼면서 그가 있는 침대까지 간 그녀는, 문득 발을 멈췄다.


“하.”


짧고 어이없는 한숨이 다시 한번 목구멍에서 흘렀다.


정말이지 이 악마 같은 남자는 단 한번도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적이 없다. 기껏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더니, 이젠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려?


뭐니, 정말.


무방비해 보이는 상대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을 채웠던 무거운 것이 죄다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어쩔 수 없이 우러나온 안도감과 그와 함께 치밀어 오른 허탈감에, 민하는 입 언저리에서 비실거리며 배어나오는 미소를 막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강인이 잠들어 있었다.


마치, 아기처럼.




43




기억은 아득한 동시에, 너무나 선명하다.


그녀는 소년을 거의 한번도 제대로 보아준 적이 없었다. 언제나 가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몽롱한 시선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거나 했다. 귓불에는 장난처럼 누군가가 만들어줬다는 도기 귀걸이가 언제나 매달려 있었다. 가끔 풋 하고 웃으면 아직도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얼굴에 놀랄 만큼 환한 빛이 어려, 소년은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다행이야.


오늘은 기분이 좋으시구나.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 새 그녀의 얼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기가 걷혔고 그 자리를 어두운 기운이 점령하고 있었다. 그럴 때는 도망쳐야했다. 그녀를 보고 있었단 걸 들키지 않도록 도망쳐야만 했다.


하지만 소년은 단 한번도 그러지 못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다음 순간으로, 지독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바닥에 발이 박힌 것처럼 언제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뻗어 와 몸이 붙들리는 바로 그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피하지 못했던 건, 자신이 아파서 그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괴로웠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웠지만, 그러나.


그걸로 그녀의 기분이 풀린다면, 아무리 자신에게 고통을 가해도 좋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아도 좋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을 버리지 않기만을 바랬다. 아무리 미워해도 좋으니 자신을 버리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녀는 가끔 소년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낮게 흥얼거리곤 했다. 그것이 3년 전 일본에 온 이후로 들은 적 없던 한국의 유행가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자주 노래를 부를 만큼 그리우면 왜 돌아가지 않는 걸까.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그 말을 했다가는 겨우 잠잠해진 그녀의 기분을 다시금 상하게 만들어버릴 지도 몰랐기에.


처음 도쿄에 왔을 때부터 그녀가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니었다.


그녀는 열심히 일본어를 배웠고, 저녁이 되면 그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나갔다.


그녀가 어디서 뭘 하는지는 얼추 짐작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낮에 몇 번 자신을 데리고 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를 데리고 간 곳에는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그녀는 그 앞에 앉아 건반에 손을 올리고 피아노를 연주했다.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이 전에 없이 평화로워 보여, 소년은 만족했다. 설사 밤새도록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가 지금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분명히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그랬다.


설사 그녀가 밤 내내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아침이 되어 들어올 때면 꽤나 지쳐보이던 그녀는 그에게 웃어주는 일이 일체 없었지만, 그저 그녀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소년은 행복했다. 적어도 그 때까지의 그녀는 소년을 봐주지는 않아도, 가끔 신경질적인 소리를 질러 몸을 움츠리게 하는 일은 있어도, 직접 손을 대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놔! 새끼들아! 놓으란 말이야! 왜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안달이야! 놔!」


그런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 건, 일본에 온지 1년이 넘은 한여름. 보기만 해도 답답해 보이는 큰 검은 차를 타고 온 남자들이 그녀를 반강제로 데려간 후부터였다. 그녀는 밖에서는 잘 쓰지 않던 한국어로 욕설을 퍼부으며 남자들에게 반항했고, 소년은 그들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게 막았지만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팔을 붙들린 채 움직이지 못하던 소년의 눈이 누군가를 발견한 건, 검은 차 문이 열리고 반쯤 기절한 그녀가 차 안에 밀어 넣어졌을 바로 그 때였다. 쓰러지듯 차 안에 들어간 그녀를 받아 안던 남자.


찰나였지만, 소년의 눈은 분명히 남자를 붙잡았다. 짧은 머리카락, 미간 가운데 세로주름이 진 이마, 윤곽이 선명한 얼굴. 그리고 눈이 마주친다. 차가운 안광, 무미건조한 표정. 문이 닫히고, 남자는 그렇게 그녀를 데려가 버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붙들려 집안에 갇혀 있는 동안, 소년은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 미칠 것처럼 두려웠다. 차문이 닫히기 전 슬쩍 보인 남자의 눈빛이 그녀를 그대로 삼켜버렸을 것만 같아 미칠 것처럼 두려웠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울다가 지쳐 반쯤 쓰러져 잠들었을 때 그녀는 예상을 깨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건이 있은 일주일 후.


그녀와 소년은 그 때까지 그들이 살던 작은 아파트를 떠나, 보다 큰 아파트로 옮겼다. 거기에는, 전에 살던 집에서 볼 수 없던 업라이트 피아노 한대가 놓여 있었지만 그녀는 그걸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까맣고 윤이 나는 새 피아노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아파트 방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정기적으로 검은 차에 타고 어딘가 다녀오고는 했다. ‘그 남자’는 그 후로 전혀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를 데리러온 남자들은 언제나 같은 사람들이었다. 남자들은 여왕을 모시듯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그들을 따라가는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단두대로 끌려가는 것처럼 파리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녀는 달라졌다.


밤에 나가는 일은 없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잠은 더 줄어만 갔다. 그에 비례해 그녀가 전부터 가끔 잠이 안 올 때면 복용하던 알약의 개수도 나날이 늘어갔다. 아니, 전에는 먹지 않던 새로운 약까지 입에 털어 넣게 된 그녀였다.


그리고 새 아파트로 이사한 날부터, 그녀는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에는 단순히 때리는 정도였지만, 검은 차가 오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 폭행의 강도는 심해졌다. 특히 검은 차가 온 바로 다음 날이면, 그녀는 거의 악에 받친 것처럼 그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악담을 퍼붓고는 했다. 낳는 게 아니었어! 너 같은 건 낳는 게 아니었어! 낳는 게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울었다. 무서워서 울고, 아파서 울고, 슬퍼서 울었다. 그리고 그녀가 안타까워서 울었다. 자신이 불쌍해서 울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울지 않게 되었다. 그녀가 때리면 가만히 움직이지 않은 채 맞고 있었지만, 결코 울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녀가 때리는 그 순간에는 울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가 잠들면, 방구석에 몸을 내리고 소리죽여 흐느꼈다.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디작은 소리로 눈물도 제대로 흘리지 못한 채 흐느꼈다.


그녀는 소년을 마구 때리고 제풀에 지쳐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항상 그에게 약을 발라주곤 했다. 그 때만은 울면서 약을 발라주고, 그런 자신을 말없이 보는 그에게 흐느끼는 듯한 한숨을 쉬면서, 또 미친 것 같은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너, 질기게 살아 있네. 그 남자 애가 맞나보다. 아니, 질긴 건 내 쪽인가?


그나마 그 때만이 그녀가 감정을 드러내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 외에는 몽롱한 시선을 하고 담배를 피울 때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양 귓불에 매달린 기묘한 형태의 도기 귀걸이가 섬뜩하게 뵈는 시간. 두려우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그녀로부터 시선조차 떼지 못했다.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아니, 자신이 떠나기는커녕, 그녀가 자신을 버릴까 봐 두려웠다. 매 맞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그녀가 떠나는 건 너무나도 두려웠다.


지독히 두려웠다…….


버려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떠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단 한번, 그녀가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는 걸 본 적이 있다. 소년이 잠들었다고, 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녀가 어김없이 검은 차에 실려 다녀온 다음 날 아침의 일이었다. 잠에 빠져 있던 소년의 고막을 뚫고 들려온 피아노 소리는 한없이 날카롭고 격렬했다.


최초의 단말마, 아니 한조각의 절규 같은 화음에 귀가 희미하게 열린 순간.


무너져 내리는 듯한 멜로디에 저도 모르게 전신이 반응했다. 벌떡 몸을 일으켜 마루에 발을 디디고, 거의 몽환과 같은 동작으로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방 앞으로 향했다. 열린 문 사이로 들여다 본 장면.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왼손과 지친 것처럼 기대어, 그러나 토해내듯 멜로디를 자아내는 오른손.


어린 그가 듣기에도 너무나도 고독하고 격렬하고 처연한 분노가 서려 있는 곡이었다. 그래서 소년은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그 안에 숨겨진 감정들이 너무도 강하게 느껴져서 그녀가 그 곡을 친 것은 그날이 유일했는데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첫 부분의 비명부터 희망을 잃은 듯 단숨에 끊어지던 마지막 화음까지.


그녀가 몇 번이고 같은 곡을 반복해서 치는 걸 가만히 서서 그저 숨죽인 채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피아노 소리가 끊어졌을 때, 끊어지기 직전 마지막 화음과 함께 그녀의 소리죽인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걸 들었다.


그게, 끝이었다.


그녀는 소년이 뒤에 서 있는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날만은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가 자신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그 어떤 고통을 가한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렬한 괴로움이 자신의 몸을 휩싸는 걸 소년은 느꼈다. 벗어날 수 없는 오한이 전신을 덮쳤다.


그 오한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어 선명하게 피부에 남았다.


북극의 바람을 정면에서 받는 양,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


평생이 걸려도 잊을 수 없을 감각.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밤마다 꿈을 통해 그를 괴롭히는 그 날은 도쿄(東京)에 몇 년 만에 한번 내린 대설로 인해서 도심의 교통망이 마비가 될 정도였다. 매일 들르는 무술도장이었지만, 당연히 처음에는 ‘갔다’기보다는 보내졌단 표현이 옳겠다. 무술도장……이라고는 하나 제자는 거의 없는 한산한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가르치는 건, 소년이 배웠던 건, 어린아이가 습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그런 부류의 기술의 기초였다.


기술…….


그렇다, 무술이라기보다 기술이라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이름은 소연류(小鷰流).


카마쿠라(鎌倉) 시대부터 전해지는 무술이라고 했다. 사무라이들이 전장에서 무기를 잃었을 때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받아들인 중국권법을 변형해서 창안한 것이라는 말도 있고, 창시자는 한국인이란 말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 권법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메이지(明治) 초 일본에 「폐도령(廢刀令)」이 발령된 때부터로, 그 후에도 계속 변형되고 변형되어 오늘날에 이른 권법이었다.


도쿄를 벗어나고 한참 뒤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소연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쓰인 기술이었다. 아니,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사람을 한 호흡에 확실하게 죽이기 위한 기술이었다. 살인을 위한 기술. 소년은 자신이 왜 무술을 배워야 하는 건지 배우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를 도장에 데려가면서 그저 이렇게만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 니 몸은 니가 지킬 줄 알아야겠지.


눈이 내리는 날은 의외로 춥지 않다. 눈을 뚫고 온 어린 그를 보고 도장 사범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가르쳐주었다. 사범은 재일교포로 가끔씩 그에게 서투른 한국어로 말을 걸었고 소년이 당황해 하면 껄껄 웃곤 했다. 그가 가르치는 방식은 언제나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것으로 훈련을 마치고 돌아갈 때의 소년의 온몸은 항상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고는 했다.


그 날도 예외 없이 온몸에서는 냉기 어린 바람도 얼리지 못할 정도의 열기가 솟구쳤지만, 8살의 꼬마는 내심 흐뭇하기만 했다.


사실 사범은 무슨 생각인지 언제나 그에게 어린아이가 하기에는 버거울 부류의 훈련을 강요했다. 때로는 그 훈련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커서 소년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던 그가 일체의 울음소리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직 그것이 그녀가 자신에게 강요한 첫 번째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너 따위는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어, 라고 말하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던 그녀가 처음으로 직접 자신을 데려간 곳이기 때문이었다.


오직 그 하나의 이유로, 소년은 버티고, 또 버텨냈다.


그리고 그렇게 버티고 있는 때만은 그녀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도 조금쯤 잊을 수 있었다. 아니, 때로는 그 이상의 과분한 꿈까지 꿀 수 있는 시간.


이런 날에도 도장에 다녀온 걸 알면, 그녀는 아마 그를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봐 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추위에 드물게 뜨끈한 전골을 준비해 놓고 기다릴 지도 모른다. 고다츠에 꽁꽁 언 발을 녹이면서,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키득키득 웃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년은 그날의 훈련을 마치자마자, 두터운 머플러에 고개를 파묻은 채 정신없이 뛰어 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살기에는 제법 거한, 더구나 일본에서는 드물게 큰 40평짜리 아파트를 향해 뛰어갔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그녀가 있는 공간으로.


아파트의 긴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올라 문 앞에 멈춰 서서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녀가 자고 있을 때 벨소리로 깨우는 건 곤란하다. 그래서 소년은 항상 열쇠를 갖고 다녔고, 그 저녁에도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다.


불은 켜져 있었다. 그녀가 있는 모양이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나갈 수 없었겠지. 일어나자마자 도장에 가서 한나절을 보내고 온 끝이다. 사실 눈이 너무 쌓였으니 더 있다 가라고 사범이 만류하는 걸 뿌리치고 온 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있든 없든 신경조차 쓰지 않겠지만, 그녀를 혼자 놓아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어요, 라고 말없이 알려주고 싶었다.


아니, 그런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돌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걸 예감이라고 하는 걸까.


아파트 거실에 작은 몸을 디뎠을 때, 소년은 그 예감의 정체를 알았다. 일순 발이 우뚝 멎었고, 속눈썹이 길게 드리워진 동공이 순식간에 커졌다.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조차도 제대로 새어나오지 않는다.


시야에 비친 모든 것이 흑백의 정지화면으로 변한 것 같았다…….


거실 조명등의 빛을 받고, 옅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를 담은 거실 바닥 위로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도기 귀걸이 한 짝이 깨져 부서져 있었다. 거실 탁자 위에, 그녀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복용하는 알약이 담긴 철제함이 뚜껑 열린 빈 통의 형태로 놓여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큰 눈으로 죽 둘러보고 나서, 그제야 소년은 처음 눈에 들어왔던  물체를 멍하니 응시했다. 이미 까맣게 죽어버린 회색의 풍경을 그저 바라봤다.


아마도 닫힌 커튼 뒤로는 아직도 눈이 쏟아지고 있겠지.


이 얼마나 지독한 부조화란 말인가……!


완전히 굳어져버린 모습으로, 그녀는 소년의 눈앞에서 너무나 희미해서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의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걸 본 순간 알았다.


이젠 정말 되돌릴 수 없어.


완전히 버림받은 그 순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 날 이후로 자신은 흘릴 눈물이 없는 사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지독한 눈이 내리던 그 날, 흐릿한 피에 물든 도쿄의 그 밤 이후로.




44




강인은 조용히 눈을 떴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최근 밤잠을 거의 자지 않고 일한 데다, 후쿠오카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또 움직인 덕분에 피곤이 누적된 모양이었다.


호화스런 호텔 더블베드에서, 상반신을 반쯤 일으키고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자신과는 멀찍이 떨어진 침대 한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작은 몸이 보인다. 자려는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잠든 모양인 듯 편치 못한 자세였다.


몸을 굽혀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래도 21살인데 어린 티가 아주 많이 남아 있는 얼굴. 확실히, 닮았다. 30대였음에도, 매일처럼 고통을 누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풋 하고 웃으면 소녀처럼 귀엽던 누군가와.


민하는 자신 쪽으로 고개를 향한 채 잠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강인은 손가락을 뻗어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새근새근 어린아이처럼 약한 숨소리를 내는 그녀의 가슴에 머리를 얹고 그 심장 음에 귀를 기울이고픈 충동을 잡아 눌렀다. 깜박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계속 달아날 생각만 하는 여자에게 신경을 긁히고, 비틀린 감정을 좇아서 딱 굴욕감을 느낄 만큼만 괴롭혀줄 작정이었는데. 그랬건만, 지금 이렇게 천진난만한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손댈 생각이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또 꿈을 꿨다.


보통 때는 구겨진 종이처럼 작게 줄어있던 감정은 때때로 이런 식으로 불시에 그 부피를 증가시켜 머리를 울리게 만든다. 강인은 초조감을 지우려는 듯 몸을 일으켜, 잠에 푹 빠진 민하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 가운데로 옮겼다. 그녀는 ‘음…….’ 하고 가벼운 신음소리를 냈지만 그뿐, 꿈쩍도 않고 그의 손안에서 얌전히 있었다. 놀라게 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건 나름대로 좀 심심한 걸.


그래도 강인은 훗, 하고 웃었을 뿐,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뒀다.


잠든 자신을 버려두고 가버릴 수도 있었는데, 의외로 ‘아기 새’는 자신이 만든 둥지에 남아 주었다. 별로 편한 자리는 아니었을 텐데. 물론 뒷감당이 두려워서였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자의로 남았다는 점에 점수를 주리라.


그는 침대에서 몸을 내려, 닫힌 커튼을 살짝 젖히고 밖을 내다봤다.


그새 눈은 그쳐 있었다.


그래, 눈은 언젠가 그친다. 꿈은 꿈일 뿐이고, 과거는 과거에 지나지 않아.


강인은 잠들어 있는 민하의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 옆에 서서 그 얼굴을 다시 한번 사랑스러운 듯 들여다 본 다음,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감긴 눈꺼풀에 입술이 막 닿으려던 순간.


‘삑.’


저편 탁자에서 정적을 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강인은 굽혔던 허리를 피고 소리 낸 것이 뭔지를 확인했다. 민하의 핸드폰에 옅은 빛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게 보인다. 강인은 탁자 앞으로 걸어가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문자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가 들어와 있었다. 그는 폴더를 열어 확인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회신전화번호]


오빠


011-9906-XXXX


[받은 시간]


03.01.XX 24:20


[메시지내용]


서민하 전화도 안 받고 뭐 하는 거냐 너 지금까지 그 자식이랑 밖에 있는 건 아니겠지 어여 들어가 알긋냐 늑대 조심


=메시지 끝=




강인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메시지를 보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바로 옆에 놓여 있던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민하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옮겨 입력했다. 그 간단한 작업이 끝나자, 그는 아주 잠시 아까의 문자 메시지를 생각하듯 들여다보다 ‘메뉴’ 버튼을 눌렀다.




3. 삭제




‘선택’ 버튼을 누르는 그의 입술 끝이 미묘한 형태를 띠며 말려 올라가 있었다. 눈동자에는 어디까지나 심술궂은 장난스러움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볼일을 끝낸 핸드폰 폴더를 닫고, 강인은 침대로 돌아와 가장자리에 앉았다. 아까 들여다보던 대상은 여전히 낮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은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물건일 뿐이다. 잠시 흥미가 생겼던 물건. 닮아서 갖고 싶었던 게 아냐. 그래서 집착했던 게 아니다. 그저 단순한 흥밋거리. 그래서 누구도 손대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누구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던 거다. 흥미일 뿐이다.


그저,


손에 넣어두고 싶었을 뿐.


필요했었다. 절실하게 필요했었다. 그런데 어린 자신이 잠시 한눈을 판, 실로 앗 하는 순간, 새는 날아가 버렸다. 발견했을 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더럽혀진 하얀 새는 붉은 선혈을 흘리며 눈밭에 쓰러져 있었더랬지. 이제 자신이 사들인 새가 다른 누군가의 발치로 날아가는 것도, 아니, 자신의 새장에서 한눈을 파는 것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 이쪽에서 먼저 그러기를 바라기 전까지는, 먼저 그럴 것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절실한 갈망에서 나온 것이 아닌,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코…….


닮아서는 아냐.


아까 살짝 열어둔 커튼 사이로 잠시 멎었던 눈이 다시금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강인은 거슬리는 그 광경을 굳이 시야에서 거두려 하지 않고 침대에 앉은 채 오래도록 응시하고 있었다.




계속.


댓글 '27'

귀여운이

2005.10.26 01:37:13

이 분량이 저를 무한히 기쁘게 하는군요...ㅜ.ㅜ 정크님 감사합니다!!! 우리 강인이 자꾸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을 보니...감정이 진전된 것이 아닐까...하는 저만의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쿨 하지만 그 안에 격정을 갖춘 듯한 강인이 어떻게 민하에게 사랑을 표현할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01][01][01]

푸하하핫

2005.10.26 05:57:49

ㅠㅠㅋㅋ아아, 넘 조아~♡   [01][01][01]

김영숙

2005.10.26 07:45:54

더 많은 양을 올리셔서 그것이 비록 짤린다 해도 또 담편으로 올리시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 하하 넘 좋아요. 아 옆에 스크롤바가 작아지는 것을 보면서 일종의 흥분을 느꼈다면 믿어주실까 모르겠네요 ...
아 ... 좋습니다. 그럼 빨리 담편도 ...   [01][01][01]

독립815

2005.10.26 07:50:32

오랫만에 오셨는데 길기까지 하니 더없이 good!
강인이가 민하땜에 애태울 날이 있을까요?
junk님 감솨~ ㅎㅎ   [01][01][01]

금사랑

2005.10.26 08:21:58

누구의 대신..누구와 닮아서 이런거 당사자는 너무 비참할거같아요. 강인이 미워여,,,   [01][01][01]

아우라

2005.10.26 08:41:35

강인...이름을 어찌 이렇게 잘 지으셨나요...
진짜 강한 놈인 듯...
왠만한 강도의 자극에는 꿈쩍도 안할 놈...   [01][01][01]

노리코

2005.10.26 11:12:27

강인가 무너지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고프군요..
민하대신 제가 열받아하고 있습니다..-_-
  [01][01][01]

문은희

2005.10.26 11:47:45

반가운 글...잘 읽었습니다...
또 한참을 기다려야겠군요..
강인이가 민하에게 굴복할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01][01][01]

마리

2005.10.26 12:28:19

아~멋진 강인..넘 차가운게 흠이긴 하지만..언제간 얼음이 녹을날두 있겠죠..   [01][01][01]

위니

2005.10.26 15:55:19

강인이의엄마와 민하가 닮은것이로군요.....
엄마닮은 민하한테 많이 얄밉게 굴다가 나중엔 된통 당하는거죠,,,,,흐흐흐....정크님 우리강인이 자주좀 보게 해주세요   [09][07][08]

so

2005.10.26 16:29:01

오호홋~
오랜만이군요, 이 남녀!!
날이 쌀쌀하니 눈발 날리는 작중 시간에 싱크로율 올라갑니다~ㅋㅋ
매회 보면서 "여기까진 봤어, 그럼 다음부턴 새글?" 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먼 것 같아요;;
처음인 듯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감기 조심 하세요!
  [08][08][07]

소야

2005.10.26 17:34:08

이렇게 기~~~일~~~게 올려주시다니 멋지십니다...^^b

다음편도 이렇게~~~^^   [01][01][01]

나여

2005.10.26 18:28:32

간만에 많은 분량으로 저희를 기쁘게 해 주시는군요,,,,,
담번에도 기~~~~~일게 부탁드려요^^   [09][07][09]

BubBles

2005.10.27 00:21:36

눈물..콧물..감격~ 정크님~이런 내용을 이런 분량을 이렇게 담박에 오려주시다니~움핫하하하하! 움하핫!!!   [01][01][01]

시즈

2005.10.27 01:13:58

자그마한 스크롤이 얼마나 반갑던지. ;ㅁ;
정크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01][01][01]

2005.10.27 10:58:54

너무 좋아요   [01][01][01]

kirara

2005.10.27 21:00:30

두목인 강인의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강간당한 건가요?
저렇게 진절머리를 낼 정도면..
마왕이 니나를 끌고 가는 장면이 연상됐습니다-_-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는 소년이었네요.
맘이 아프군요ㅜㅜㅜㅜ   [01][01][01]

핑키

2005.10.28 13:44:13

강인이에겐 어둡고 무서운 과거가 있는것 같애요. 폭행하는 엄마와 당하면서도 견딜수밖에 없는 무언가...불쌍하기는 한데 민하도 왕 불쌍해요   [08][10][05]

푸하하핫

2005.10.28 14:21:52

ㅠ_ㅠㅋㅋ 다음편 제발 올려주삼...   [01][01][01]   [01][01][01]

꿀물보스

2005.10.28 23:18:30

다음편 아니면 죽음을 달라~~~~   [01][01][01]

도라지꽃

2005.10.29 02:21:03

가슴이 막히네요..
강인의 어두운 과거사와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민하의 고난이..
다음편도 좀 빨리 만났음..하는 바램이네요..   [07][07][07]

phoebe258

2005.10.31 23:52:24

오랜만이네요...
아~~`그 얼마나 보고싶던 강인이였는지....
여기서 말하는 그녀는 강인의 엄만가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강인의 시선이 점점 부드럽게~!사랑스럽게~!민하를 향하네요...
아~~므흣므흣!!*^^*
또 기다릴께요   [10][10][10]

bsra

2005.11.02 15:32:25

오래간만이네요...
한편인줄 알고 클릭했는데...
넘 기뻐요~~!!
또 기다려요~!   [09][12][01]

사과나무

2005.11.02 22:36:39

Coming Sooooooooooooon!!
기다리다 목빠지고 있답니당.......   [01][01][01]

Rain

2005.11.15 06:25:16

Still this scene............mmm
Anyway good to be back.
I hope everybody is well at J.P.
See you soon.   [01][01][01]

씬~

2005.12.02 15:40:40

강인이하고 민하 기다리다 얼음됐습니다.. 언능 녹여주세...   [12][12][12]

순호박

2005.12.07 12:46:29

오랜만에 와서 기다린글 읽느라고 목이 매이네요
근데 언제쯤 완결 하실거에요? 네?   [01][01][01]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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