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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부터 휴가였습니다 (아. 정말 모처럼 쉬는 느낌을 가지려고 했는데, 집안에 산적한 일거리가;) 그리고 저에게 휴가라고 하면 역시.




 '잠'


 예. 잠인 것입니다. (단호히)

 사실 요즘 여러가지 할 일이 있어서 잠이 너무 모자랐어요... (울먹울먹)

 그래서 금요일에는 급한 일을 마무리 한 다음,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들었는데...

 사실, 토요일은 밤 9시까지는 계속 자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분명 그럴 수 있었습니다만...

 새벽 5시 반에 (밤 11시에 잤으니 얼마 못잤;;;) 동생의 괴악한 소리와 함께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김군 : 누나! 누나! 나 좀 살려줘!!

 나 : 으응... (잠에서 덜 깸)

 김군 : 누나!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나 : 이 자식이 진짜. 부엌칼로 사지를 저며줄까?! 황금 같은 휴가에, 황금같은 꿀 잠을 자기로소니 왜 방해야?!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한 대 때려줄까 싶어 방 안에 있는 커다란 서점 포장용 비닐 롤말이; 를 꺼내서 들고 있음;)

 김군 : 누나! 화장실 문이 안 열려!!

 나 :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그래서?

 김군 : 나 8시에 약속 있단 말이야!!!

 나 :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그렇구나.

 김군 : 젠장! 누나! 문 좀 열어 봐!!

 


 금요일 밤에 아버님은 친구분 상가집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감귤 농장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집에는 남매만 있는 셈이었죠.

 저희집 화장실 문은 안 쪽에 길고 가느다란 버튼이 있어서 그걸 누르면 잠기고, 밖에서 열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안에서 문 손잡이를 돌리면 열리게 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양쪽 손잡이를 고정하는 나사는 화장실 안쪽 부분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즉슨.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  ̄ー ̄)┌ 

 

 김군 : 누나! 살려줘! 환풍기 하나만 돌아가고 있어서 죽을 지경이야!! 아. 김이. 정신이...

 나 : (담담하게) 어쩌라고.


 솔직히 밖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걸요  ┐(  ̄ー ̄)┌ 
 저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한 번 말을 붙여봤습니다.


 나 : 경비실에 연락해 줄까?


 김군 : 당연하지! 여태 뭐했어?

 
 ... 그러니까 말입니다. 새벽 다섯시 반 경에. 관리실 직원이 출근했을 거라고 생각했느냔 말입니다... OTL (저렇게 생각 없는 놈으로 키운 기억은 없;;;)

 그래도 어쨌거나 갖혀있으니, 경비실 직통 버튼을 누르고, 관리실로 연결을 부탁했습니다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경비실 : 9시 부터 출근이여.

 나 : 예. 알겠습니다.

 (다시 화장실 앞으로 쪼르르)

 나 : 어이 동생. 9시까지 그냥 있어 봐.

 김군 : 약속은 8시라구! 어떻게 좀 해 보란 말이야!!

 

 도대체 8시 약속인 녀석이 새벽 다섯시 반 부터 뭐하고 있었던 걸까요? 어찌 되었거나. 저는 다른 방법을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나 : 그럼 119에 전화해 볼게.

 
 그러자 김군 왈.



 김군 : 싫어! 쪽팔린단 말이야! 누나 미쳤어? 어떻게 그런 짓을!!

 

 쪽팔린다니... 이 상황에서 그게 문제냐? 게다가 넌 지나치게 부끄럼을 타서 샤워할 때 갈아입을 옷을 죄다 챙겨가지고 들어가잖아!!!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꾹 참고.



 나 : 그렇다면 할 수 없지.  ┐(  ̄ー ̄)┌ 

 김군 : 뭐가 할 수 없지는 할 수 없지야! 밖에서 문고리라도 흔들어 봐!


 그래서 30여분동안 문고리를 붙들고 흔든 끝에, 동생은 자욱한 물안개를 배경으로 흠뻑 젖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선 한다는 소리가.


 김군 : 윽. 꼴이 말이 아니네, 나 샤워 다시 할래.

 나 : 그래. 이번에는 문 열어놓고서 하렴

 김군 : 미쳤어? 쪽팔리게 어떻게 그래?



 .... 뭐, 어떻게 이번에는 샤워 잘 하고 무사히 나오긴 했더군요... (아아... 내 꿀같은 잠이... 잠이... ㅠ_ㅠ OTL)

 

레조

2005.08.14 17:32:38

예전에 저의 어머니도 한 번 갖힌 적이;;;
제가 깜박 잠이 들어서, 그것도 매우 깊게(잠귀가 밝은 편인데, 그땐 왜 못들었을까요;;)..어머니께서 소리치고 한 덕분에 밑에 집에서 도둑 든 줄 알고 경비실 아저씨랑 오셨더라고요.;;
그래도 현관이 잠겨 있어서 문 두드리고 벨 누르고;;;그 덕에 잠이 깼는데, 얼마나 민망했던지;;;


그리고 중학교 때 친구 하나가 수업 중에 화장실 간다고 하더니 안오더라고요...선생님이 한 명한테 시켜서 갔다 와 보라고 하니까 문이 안열려서;;선생님이랑 애들이랑 가서 의자 갔다 놓고 애 끌어 올렸었어요;;

그 친구 울고 난리 났었죠...화장실에서, 혼자, 문은 안열리고 아무도 안오고...무서웠을 거라고 생각되었지만, 우리는 좀 웃겼어요..;;멀쩡하던 문이 하필 그때 안 열려서...ㅎㅎ   [01][01][01]

직녀

2005.08.14 19:35:27

예전에 우리가게 화장실에 손님이 갇힌 사건이하나 있지요
난리났었습니다 열쇠는못찿고(있어야 소용 없었지만)손님은 울고
결국 문을 띁어버렸지요 ㅡ,.ㅡ어찌된건지 고리가 완전 고장나있더라구요   [01][01][01]

Miney

2005.08.18 17:43:26

저는 오늘 그림 그리러 미술실에 갔더니 저의 실수로 미술 준비실이 잠겨서(어제 모르고 무심결에 꼭지 눌러 잠궜음;;) 같이 그림 배우는 분들이 그냥 집에 가시는 일이 발생해버렸어요. ㅠㅠ
내일 까뻬라떼라도 사갖구 가서 용서를 빌어야 할 듯.   [0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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