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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놀고 먹는. 그야말로

아르바이트 첫 날.
퇴근해서 집에 들어온 저.
나 : 슬슬 설거지를... (뭔가에 걸려 넘어지며) 으악!
인형탈 김군 : (이미 죽어있다.)
나 : (발로 일단 건드려 본다. 꿈틀거리는 거 확인.) 어이. 엄살 떨지 말고 방으로 굴러 들어가서 잘래?
인형탈 김군 : (그대로 굴러서 자기 방에 안착.)
동생은 아침 11시까지 출근이고, 저는 아침 8시에 자서 오후 12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취침습관을 가지고 있으니만큼,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죠. 사실 왜 저렇게 방을 가깝게 놔두고 현관에 널부러져 있었는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귀찮아서-_-내비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르바이트 둘째 날
나 : 세탁기 돌려야 하는... (뭔가에 걸려서 넘어질 뻔) 으악!
인형탈 김군 : (죽어있음.)
나 : 어이. 제발 방에 들어가서 널부러져있을 수 없어? 이러고 있으면 통행에 방해가... (일부러 밟는다.)
인형탈 김군 :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 : (들고 있던 출근용 가방 - 당시에 황금가지 밀리언 셀러 시리즈가 세 권, 시공사에서 나온 옥문도 한 권이 들어있어서 꽤 무거웠던 - 으로 머리를 퍽퍽 치며) 어이. 어이!
... 결국 현관으로 질질 끌고 나와 얼음물을 몇 번 뿌렸더니 어기적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식으로 한 이틀 뒤.
아르바이트 다섯째 날
나 : 여보세요?
짝퉁 강동원군 : 누님. 난데.
나 : 응?
짝퉁 강동원군 : 누님 동생 알바 담당자가 나한테 전화했는데, 내일은 안 나와도 된다 그러던데...
나 : 아. 그래. 야. 그런데 걔 하는 일이 뭐야?
짝퉁 강동원군 : 응. 강아지 탈 쓰고 풍선 나눠주는 일이야.
나 : 아 그...
약 5분간 정적.
짝퉁 강동원군 : 어이. 누님?
나 : ... 이 불볕더위에. 그런걸 하라고 떤져줬단 말야?!
짝퉁 강동원군 : 어떡해 그럼. 당장 자리도 없고 돈도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거 시간당 5300원이나 준단 말이야!
나 : ... 시간당 한 푼도 안주고 조만간 부려먹어 주지. 끊어!
갑자기, 그 땡볕 더위에 인형탈을 쓰고 풍선을 나눠줘야 하는 동생이 눈에 선해지자 괜히 불쌍해 지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사장님의 의욕만땅 코너바꾸기가 시작. 저와 동생은 같이 널부러지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두들,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